11화 이제부터 당신 서재에서 자는 건 어때?
겨울밤은 속절없이 깊어가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는 것을 느낀다는 것은 혼자서 밤의 한가운데 남아 있다는 것이 아닐까. 찰랑머리는 서재에 누워 창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다. 밤이 그려내는 외로움과 근원을 알 수도 없는 상실감에 매몰되어 가고 있다. 찰랑머리는 외롭다기보다는 꼭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분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찰랑머리의 삶은 밤과 함께 이어졌다. 명색이 대학교수이고 보니 끝도 없는 공부를 해야 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밤은 불을 켜야 했다. 연구실에서 책을 보다가 웅크리고 잤던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평생을 파고들었던 <음운론의 깊이를 더한 것은 밤이었다. 어둠을 걷어내기 위해 그가 켜놓은 전등 불빛의 두께야말로 그의 학문을 키워온 초석礎石이었다. 그가 자신 있게 강단에 설 수 있었던 디딤돌이었던 것이다.
고희古稀에 접어드는 찰랑머리는 이제 밤을 즐기지 못한다. 삶의 원동력이었던 밤은 표독한 발톱을 세우고 덤비는 승냥이로 돌변하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밤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황금빛 시간이 아니라, 흘러간 드라마 <전원일기나 틀어 놓고 앉아 있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쓰러져 잠에 빠져드는 무너져버린 시간이 되고 말았다. 찰랑머리는 그런 밤이 무섭다.
독감에 걸려 일주일을 꼬박 앓았다. 카지노 쿠폰에게 옮길까 봐 서재에서 지냈다. 카지노 쿠폰가 자주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챙겨 주었지만, 홀로 누워 있다 보면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흘 째 되던 날 딸이 전화했다.
“아빠, 아프시다며?”
“감긴데 괜찮아지고 있어.”
“아빠, 카지노 쿠폰 격리 중이시라고 엄마에게 들었어. 불편하지 않아?”
“불편하긴. 걸리적거리는 거 없이 활개치고 자니 좋기만 하고만.”
좋기는 개뿔. 찰랑머리는 허전하고 서럽고 쓸쓸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다 나았냐? 요즘 감기 정말 지독하더라고.”
꽁지머리가 술을 따르며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몸뚱이는 다 나았는데 마음은 더 아프다.”
“마음이 아프다니? 우리 최교수님이 왜 마음이 아프실까?”
흰머리가 의자를 당겨 앉으며 빈정거린다.
“그러니까 말이다. 마음이 왜 이렇게 아프다냐.”
찰랑머리는 술잔을 털어마셨다.
일주일을 서재에서 버티며 이리저리 호들갑을 떨고 보니 감기의 포충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찰랑머리는 안방의 침대로 돌아갔다. 카지노 쿠폰의 몸에서 화장품 향이 묻어난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갑자기 아랫도리에 힘이 주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성욕이었다. 흔적도 없이 흩어져버렸던, 그래서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못하고 있
었던 게 느닷없이 고개를 들다니. 찰랑머리는 묘한 감정들이 혼재하고 있는 가운데 그 알량한 욕구가 가장 커다란 영역을 차지하고 호령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움이었다.
카지노 쿠폰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자신을 밀어내며 찰랑머리는 카지노 쿠폰의 허리를 감았다. 은은한 향내를 느끼며 몸을 밀착시켰다. 감기를 앓고 났을 때 존재감을 드러낸 아랫도리는 분명 삶의 희열이 아닐 수 없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니! 찰랑머리는 침실을 날고 있는 파랑새를 보았다. 무지개도 피어났다.
“당신 카지노 쿠폰 지낼 때 홀가분하지 않았어? 난 그랬는데. 이렇게 된 거 이제부터 당신 카지노 쿠폰 자는 건 어때? 각방 쓰는 거 말이야.”
뭘 알고 그러는 건지, 아니면 모르고 그러는지 카지노 쿠폰는 잠이 섞인 목소리로 밀어냈다.
“나는 카지노 쿠폰 옆에서 자고 싶었거든. 늙을수록 카지노 쿠폰 옆에 있어야 하고, 그래서 카지노 쿠폰의 다독거림을 받으며 죽는 것이 남자들이 바라는 로망이지 않냐?”
“야 찰랑머리야. 꿈 깨라. 어떤 시인은 카지노 쿠폰가 숟가락으로 떠 넣어주는 술을 받아마시며 죽었다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흰머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받았다.
“찰랑머리야. 한 잔 받아라.”
술을 따르며 꽁지머리가 찰랑머리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인데, 너 늙은 부부가 ‘같방’을 쓰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
“내가 카지노 쿠폰 옆에서 자겠다는 건 꼭 성욕 때문은 아니거든. 나는 그냥 카지노 쿠폰를 느끼면서 자겠다는 거야. 그런데도 카지노 쿠폰는 나를 밀어내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 나도 각방을 쓰고 살았지만, 카지노 쿠폰가 떠나고 나니 각방을 쓰고 살았던 게 아쉽더라고. 각방을 쓰고 있을 때는 내 맘대로 활개치고 자는 게 좋다고 했으면서 말이야.”
꽁지머리는 먼저 간 카지노 쿠폰가 보고 싶었다.
“이 보시게들, 남정네님들.”
제육볶음을 내오던 술집여자가 끼어들었다.
“여자들 좀 내버려 둬. 여자들도 여자들의 세상, 여자들의 시간을 누리게 해 주라고.”
술집여카지노 쿠폰 퉁명한 소리를 쏟아놓는다.
순간적으로 밀려들어 온 침묵이 탁자를 덮었다.
“부부라는 게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사는 것 같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아. 자기 게 없이 사는 거야."
술집여카지노 쿠폰 꽁지머리의 술잔을 가져다가 마셨다. 그리고는
"너희들 왜 여자들이 화장대를 갖고 싶어 하는 줄 알아? 나이 들면서 오롯한 자기 영역을 두고 싶기 때문이야. 울타리를 쳐 놓은 자기 세상 말이야. 아랫도리에 힘이 솟구치면 쏟아놓고 가서 자라고. 애써 마누라가 만들어 놓은 공간으로 파고들지 말란 말이야."
술집여카지노 쿠폰 각방이 당연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야, 그래도 부부로 살면서 필요할 때만 카지노 쿠폰 침대를 이용하라는 게 말이 되냐? 짐승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사람이 성욕으로만 사는 게 아니잖아."
찰랑머리는 술집여자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이 덤벼들었다.
"호텔에 트윈 침대를 놓는 이유가 뭔지 알아? 나는 그게 답이라고 생각하거든."
술집여카지노 쿠폰 남은 술을 마시고는 주방으로 가버렸다.
꽁지머리는 집으로 가는 내내 트윈 침대를 생각했다. 자기가 카지노 쿠폰 옆에서 자고 싶은 것은 단순히 성욕 때문만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자다가 문득문득 느껴지는 카지노 쿠폰의 살결과 숨소리를 들으며 아늑한 잠을 즐겨왔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카지노 쿠폰도 곁에서 자는 것을 아무 말 없이 다 받아주었지 않은가 말이다. 존재감도 느끼지 못했던 성욕이 불한당처럼 덤벼들면 그야말로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냐 말이다.
"카지노 쿠폰도 카지노 쿠폰의 세상이 필요한 거야? 내가 옆에서 자면 카지노 쿠폰의 세상이 짓밟히는 거야? 그런 거야?"
찰랑머리는 저녁을 먹고 카지노 쿠폰가 건네준 쌍화차를 마시며 카지노 쿠폰의 눈치를 살폈다.
"아냐. 나만의 세상이니 뭐 그런 고차원적인 게 아니라, 당신이 카지노 쿠폰 잘 때 혼자 자보니까, 그냥 잘 때 활개 치며 자보니까 세상 편하더라고. 그래서 그 편안함을 누려보자는 거야. 따로 잔다고 해서 우리 사이가 멀어지는 건 아니잖아. 아랫도리에 힘이 주어지면 달려와.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고."
찰랑머리는 한 달이 넘게 서재에서 잔다. 아들이 쓰던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서 무엇인가 놓쳤다는 느낌을 걷잡을 수가 없다. 카지노 쿠폰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고, 카지노 쿠폰의 살결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잠결에도 문득문득 의식한다. 그러나 한 달이 넘도록 아랫도리에 힘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냥 혼자서 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