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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마담 Dec 28. 2018

삼십 대, 그 미묘함에 대하여 #18 - 무료 카지노 게임

몇 뼘일까. 무료 카지노 게임 사이의 매너 거리는.

[야야, 담주에 H가 청첩장 준다는데 어디서 볼까.]


한 달 뒤 있을 H의 결혼식을 상기시켜주는 K의 카톡이었다.


그렇게 막역했던 사이였는데도 경조사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그들과의 만남을 계획하게 되는 것은 직장인, 아니 ‘어른’의 비극적 숙명이 아닐까.


[그래도 H 결혼하니까 L까지 만나네. 드디어 완전체ㅋㅋ]


‘중간에서 봐.’라는 답장을 하기도 전 ‘완전체’라는 단어를 불쑥 꺼내는 K의 카톡에 나는 왠지 미묘한감정에 사로잡히고야 만다.


H, L. ‘남는 건 동기뿐’이라는 모토 아래 K, W, Y만큼이나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던 남사친들.


H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K의 카톡은 올해 완전체의 만남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면서 기억의 저편 어딘가에 머물러 있던 그때 그 시절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남녀 사이에 진짜 친구가 가능할까?


이성우정이라는 조합. 그것이 마냥 생소하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여중 여고를 거쳐 온 내게 십 대 시절의 우정이란 동성친구에 한정하여 정과 자매애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여겨졌으니,좀처럼 남자와의 교류가 없던 나로서는 남녀 사이친구남녀공학에 다닌다든지, 종교를 지녔다든지, 어렸을 적부터 서로 옆집에 살았다든지 하는 특별한 환경에 놓인 간택받은 몇몇에게만 허락된 타인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당시 나의 친구들같은 학생이라는 신분 아래 같은 동네, 비슷한 환경의 동갑내기 여자아이들로만 구성된 한 무리가 아니었던가. 그러니 그 시절 내가 설정한 인간관계는 익숙지 않은 존재가 결코 침입할 수 없는, 굉장히 좁고 단조로운 세계였던 셈이다.


그러나 스무 살.

대학교 입학식 전부터 시작되는 새내기 모임, OT, 그리고 MT 등 각종 행사들이 진행되면서 이제 성별도, 나이도, 환경도 동일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물론 갑자기 진입하게 된 새로운 세계에서 내게 밀려들어온 그들 모두가 다 나와 진한 우정을 쌓는 베스트 프렌드, 패밀리가 될 수는 없었다. 깔때기의 좁은 통로를 통해 걸러지는 최후의 물질처럼, 무료 카지노 게임는 삼월 한 달 동안 얼마간의 시행착오와 나름의 탐색전을 거쳐 마침내 그들 중 앞으로 자신과 시공간을 공유할 각자의 친구찾아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학기 초부터 몇몇이 짝을 지어 다니는가 싶더니 잇따라 몇 개의 무리가 연이어 탄생하고 나 역시도 자연히 하나의 무리에 속하게 되었다. 구성원은 K(♀), W(♀), Y(♀) 그리고 L(♂)과 H(♂). 여자 넷에 남자 둘. 여자가 아닌 남자, 동성이 아닌 이성이 처음으로 나의 친구의 바운더리에 진입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전까지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던 남자 사람 친구들. 그러나 L과 H의 등장과 그들과 친구가 되는 과정은 의외로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엠티의 꽃은 단연 남학생들의 여장(女裝) 콘테스트였다. 서먹함을 없애는 데 제격이었던 그 이벤트에서 섹시댄스의 진수를 보여주며 당당히 일위를 거머쥔 이가 바로 L이었다. 이어진 술자리에서 그에게 접근한 나는 우리의 코드가 더할 나위 없이 잘 맞는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 그때옆자리에 앉아 있던 동기들과 순식간에 친밀한 관계가 된 것이다.


친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면서 사소하지만 명백히 우애를 쌓는 교감의 행위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강의 시간표를 비슷하게 짠다든지, 공강 시간을 함께 어울려 보낸다든지, 시험공부를 함께 하거나 함께 점심을 먹는 것과 같은 아주 평범한 일상들.


아직까지 캠퍼스 잔디밭의 로망이 허락되던 때였다. 한두 번쯤은 강의를 함께 째고 잔디밭에서 맥주 한 캔의 여유를 즐기기도, 강의가 끝나면 한강공원에 모여 앉아 이십 대 초반 대학생에게 특별히 주어지는 싱그러움을 만끽하기도 했었다. 그런 사소하고도 특별한 행위를 통해 무료 카지노 게임는 나름의 공동체 의식을 다졌다.


우정의 행위가 행해지는 그 시간들에얼마나수많은 말들이 있었던가. 무료 카지노 게임는 매일같이 시시콜콜한 잡다한 말을 떠들어 댔다. 격 없는 농담들도 허락되었다. 종종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의 철학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었고, 가끔은 서로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집안 문제나, 연애 문제, 그리고 미래 계획까지 진지하게 공유하기도 했다. 그 수많은 말들은 우리를 하나로 엮어 유대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교내에서 함께 어울리는 것을 넘어서 무료 카지노 게임는 함께 당일치기를 떠나기도, 펜션을 잡아 밤을 새우고 놀기도 하며 스스럼없이 어울렸으니 그 끈끈함이야 이루 말할 수 있을까. 이성과 우정의 조합은 더 이상 내게 생소하다고 할 수 없는, 아주 편하고 익숙한 부분이 되어갔다.


동성 친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문득이들이 나와 다른 성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때도 있었다. 나의 짝사랑 상대와 같은 성별이라는 이유로연애의 고민 상담자로서의 역할은 W나 K, Y보단 H와 L에게 돌아갔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의 유행은 한참 전에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화성의 세계가 낯설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여자들이 알지 못했던 남자 언어를 알려주기도,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를 설득시켜주기도 했고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무료 카지노 게임는 성별을 떠나서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고민과 갈등에 공감하고 수많은 시공간과 이야기들을 공유하면서 나름대로 단단한 연대를 만들어 냈다.


어쩌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이성과 끈끈한 우정이 함께 엮일 수 있다는, 남녀 사이에 진짜 친구가가능하다는 주장을 지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단단한 우정을 자부하던 우리를 고민의 지점으로 인도하는 사건들이 있었으니, 남사친과의 관계는 여사친과의 관계와는 미묘하게 다른, 결코 단순하지 않은 몇 가지의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잠재적 연애 상대로서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가.


‘남사친’이라는 단어를 우정에 좀 더 가깝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썸에 좀 더 가깝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문제일지 모른다.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남자와 여자라는 다른 성별의 관계에 있어 성적 매력이 개입될 가능성,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낄 확률 등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단순히 친한 친구 사이’라 자부하던 동기들 중 누군가의 연애감정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결코 드문 일이라 볼 수는 없었다. 특히 생각지도 못했던 관계에서 탄생한 캠퍼스 커플의 등장은 우리에게 놀라움과 함께 어마어마한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성적인 감정이 꿈틀대며 남사친이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그녀의 고백은 ‘역시 남녀 사이는 잠재적 연인관계’라는 수군거림을 불러내기에 안성맞춤인 케이스였으니까.


생물학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성적인 이끌림, ‘썸’으로 발전할 수 있는 미묘한 가능성은 남녀 간의 친구사이에서 결코 미묘하지 않은 장애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종종 ‘무조건 누군가는 이성적 호감이 있는 것’이라며 나의 우정을 은근히 폄하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발끈하곤 했지만 나 역시도 무료 카지노 게임 사이에 그러한불상가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약간의 의구심을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를꼭 연애 상대와 아무것도 아닌 존재선을 그어 이등분한다는것이 더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우정을 위협하는 문제들은 성적 이끌림 외에도 다양했고 그것들은 비단 이성 친구와의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여러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무료 카지노 게임는 서로의 인간적 호감과 이성적 호감을 구분하면서 친구 이상의 행동 범위를 넘지 않는 밸런스를 유지으므로, 우리 무리는 충분히 친구라는 평온한 관계 유지가 가능했다.


조금 더 어려운 두 번째 문제가 있었다.


서로의 연인에게 평범한 친구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연애에 대한 열정으로 들끓는 시기였다. 우리 역시도 줄기차게 연애와 이별을 반복했고, 서로의 만남을 헤어짐을 지켜보면서 이십 대를 보냈다.


연애를 시작했다 하면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의심될 정도로 변하는 친구들이 있었으니, H가 딱 그런 케이스였다. 연애 중 연락이 뜸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연애 상태가 위태롭거나 헤어지고 나서야 ‘어디야, 술 먹자’며 연락을 취해오는 에게 나는 종종 부아가 치밀어 서운함을 쏟아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사실 뜸해지는 연락이 불가피한 일이라는 것을 모를리 없었다.


단언컨대 무료 카지노 게임, 여사친 간의 우정을 순수하게 바라봐 주고 응원해 줄 연인은 거의 없다.


나 역시도 연인이 싫어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똑같이 친구들과의만남을 유지한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하고 있었다.


종종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각자의 연인을 자리에 불러들임으로써 ‘커플 모임’이라는 방식의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고, 각자의 연인의 뜻을 받아 조율하며 그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면서 무료 카지노 게임가 ‘이성’이 아닌 ‘진정한 친구’라는 점을 인정받길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무료 카지노 게임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든, 어떻게 밸런스를 유지하든 간에 우리의 존재 자체가 내 친구의 그녀에겐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친구로 인정받는 문제’ 또한 내려놓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언젠가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의 우정만큼이나 서로의 연애와 연인 또한 존중받아 마땅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자기 점검을 했고, 개인적인 연락은 최대한 자제했으며, 점차 만남의 빈도를 줄여나갔다.


시간이 흐르고, 이십 대 후반이 되고, 서른이 지나면서 우리 사이의 매너는 조금 더 깐깐하고 예민하게 설정되었다.만남과 연락의 빈도는 더욱 줄어들어갔고 나는 드문 만남에 익숙해져 갔다.


L이 결혼의 스타트를 끊고, Y가 연달아 기혼자의 길에 접어들면서 이제 완전체의 만남은 정말 특별한 경우로 한정되었다. 더 이상 새벽을 넘기는 만남은 있을 수 없었다. 어쩌다 주어지는 만남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는 어렸을 적처럼웃고 떠들어 대며‘올해에는 자주 좀 만나자’며 큰 소리를 쳐댔지만 다음 만남은 일 년에 한 번 정기념처럼 행해지는 신년회나송년회,혹은 다음 경조사 때나 이루어질 뿐이었다.


나는 결국 인정하게 되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아무리 과거에 넘칠 만큼의 추억을 함께 쌓았을지언정, 무료 카지노 게임 사이에는 ‘매너 거리’가필수적으로 존재해야 유지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을.




남녀 사이에 진짜 친구가 가능할까?


아침마다 강의실에, 공강 시간마다 과방에 모여 앉아 끝없이 일상의 썰을 풀어대던 그때와 달리, 이제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간간히 올라오는 인스타 속 사진으로 서로의 일상을 확인하곤 한다.


그때처럼 줄기차게 만나지도, 다 같이 여행을 가지도, 아침이 밝을 때까지 밤새 술을 마실 수도, 누군가의 고민 이야기에 전화기를 붙들고 상담해 줄 수도 없지만 왜일까, 가끔가슴 한 편이 아릿할 때가 있을지언정 그것이마냥 서운하거나 슬프지만은 않은 이유는.


어쩌면 나는 그것이의 비극적 숙명이 아닌,어른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어른의 우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른의 우정이란 그런 걸지도 모른다.서로가 가만히 있어선 결코 유지되기 힘든 것, 적절한 관심과 배려만큼이나 적절한 의식과 매너, 규칙이 존재해야 하는 것,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만큼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것. 나는 그것을 나의 남사친들을 통해 깨달았다.


이제 완전체의 만남은 몇 년에 한 번쯤으로, 연락의 빈도 역시 확연히 줄어들지모르겠지만 그쯤이야 괜찮다.


중요한 것은 만남과 연락의 빈도가 아니라 무료 카지노 게임가 친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협력관계로서, 카운슬러로서, 그리고 서로의 진솔한 지지자로서 성별을 막론하고인생에 아주 유효한 우정을 쌓아왔다는 것,그리고 무료 카지노 게임가 공유했던 시공간과 수많은 이야기들은 역시나 꽤 쓸모 있었다는 것이아닐까.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의 출근을 그들의 사진에그리움과 애정을 담아‘좋아요’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 알린다.무료 카지노 게임 사이에 놓인 매너 거리는 몇 뼘쯤일까 생각하면서.




[카톡읽씹] 나는 무엇이 두려워서 도피하는가
[절교] 절교. 영원하리라 믿었던 우정서약의 파기

홍마담쌀롱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annel/UCMVI-WRQYPQFToxaq4Nn04A

인스타그램: @hong_ma_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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