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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뷔 Feb 17. 2025

23. 두 카지노 쿠폰 탈출

잠에서 깬 카지노 쿠폰은 간신히 몸을 돌이켰다. 무의식 중에도 김 과장을 어찌나 강렬히 피하고 싶었는지 그는 천막 벽을 향해 누운 자세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때문에 그의 오른쪽 팔은 피가 안 통한 채 몇 시간을 보냈다. 타인의 팔처럼 느껴지던 그의 오른팔이 얼마 후 ‘사는 게 고통이잖아’를 외치며 찌릿한 고통을 주인에게 선사했다. 카지노 쿠폰은 (비록 자기가 자초했지만) 모진 전기고문에 비명 한번 지르지 않은 자신이 내심 대견스러웠다.

강당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서로 죽일 듯 싸우던 사람들은 다시 잠들어 있었다.

오전 9시 반. 사람들이 낮에 자고 밤에 깨는 패턴은 확실한 듯 보였다.

승환은 곧장 준성의 엄마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두 카지노 쿠폰 탈출은 첫 카지노 쿠폰보다 더 빠르고 순조로웠다. 라디오의 모든 채널에서는 이제 녹음된 듯한 비상 안내방송이 나왔다. ‘절대 집에서 나오지 말라, 군인들의 안내에 따라 행동하라’는 등의 방송이었다. 그리고 안내방송 말미에는 꼭 걸그룹 노래가 나왔다.


‘아이러니하네. 비극 속에서 희망을 잃지 말라 뭐, 그런 건가? 근데 쉬바, 이렇게 경쾌해도 되는 거야? 너무 경쾌해서 내 어깨가 들썩이잖아.’


도로는 더 한산했다. 절대 나오지 말라는 안내방송에도 불구하고 길에 쓰러진 사람들이 여전히 드문드문 보였다.


‘아, 정말, 집에 있으라면 좀 집에 있을 것이지 왜 나와서 저렇게 쓰러져 있냐고! 보는 사람 마음만 불편하게!’

그들은 방치되어 있었지만, 누구도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카지노 쿠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마음만 불편해할 뿐이었다.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카지노 쿠폰은 집에 다시 들를까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에서 아내와 딸이 돌아왔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이런 시국에 같은 장소를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과 가족들을 더 위험하게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카지노 쿠폰의 집에 도착한 승환이 주위를 경계하며 벨을 눌렀다. 반응이 없었다. 다시 한번 벨을 눌렀다. 역시 무반응이었다.


‘외웠던 동호수가 틀렸나? 아잇 정말, 뇌세포 자식! 이제 너도 나 무시하냐?’


그는 자신의 기억력을 한탄하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카지노 쿠폰아! 아저씨야!”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는가 싶더니 인터폰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다.

“띠로리” 문이 열렸다. 승환이 조심히 안으로 들어갔다. 차분해 보이는 카지노 쿠폰 엄마가 카지노 쿠폰과 함께 그를 맞았다. 둘은 승환의 군인 복장을 보고 조금 당황한 모습이었다.


“혹시... 군인이셨어요?” 카지노 쿠폰 엄마가 물었다.

“아, 이건 그냥 위장용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또 뭐가 잘못된 줄 알고.”

“거봐, 엄마. 내 말이 맞지?”

“어, 그러네.”


그들은 주방 식탁에 앉았다.


“카지노 쿠폰한테 얘기 들었어요. 사실 카지노 쿠폰 말이 긴가민가했는데, 이렇게 찾아오신 걸 보니 진짜인 것 같네요.”

“내가 진짜라고 맹세까지 했잖아.”


카지노 쿠폰 엄마를 타박했다.


“저기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특별히 이상하신 데는 없으시지 말입니다?”


‘아 쉬바, 왜 이러지? 전투복 입었더니 갑자기 군인 말투가 튀어나오잖아! 아, 이 얼마나 카멜레온인가! 얼마나 치열하게 남의 눈에 안 띄려고 노력했으면 전투복 하나 입었다고 자동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오느냐 말이다!’

“네. 괜찮아요.”

“저기, 경황이 없으시겠지만, 본론으로 들어가 몇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네.”

“혹시 그 꿈속에서 있었던 일들 기억나십니까?”

“아 네. 조금요.”

“어떤 것들이 기억나십니까? 뭐 특별한 건 없었습니까?”

“......”

그녀는 말하기를 주저했다. 그녀는 뭔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듯 복잡한 표정이었다. 카지노 쿠폰은 쉬운 것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어머니도 그 꿈에서 흰 나무 보셨지 말입니다?”

“네.”

“그것과 관련해서 특별히 기억나시는 건 없었습니까?”

“네. 그다지.”

“음... 혹시 카지노 쿠폰가 어머님 깨웠을 때 기억나십니까?”

“아니요, 전혀요. 근데 카지노 쿠폰 얘기로는 카지노 쿠폰랑 그쪽은 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시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저랑 카지노 쿠폰만 그 꿈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지 말입니다. 그리고 저희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잿빛 석상처럼 굳어 있지 말입니다. 저랑 카지노 쿠폰만 색채가 있고 또 움직일 수 있고 말입니다.”

“근데 정말 군인 아니세요? 말투가...”


카지노 쿠폰은 부끄러워 얼굴이 살짝 화끈거렸다.


“아, 이게요, 전투복 입으니까 저도 모르게 이런 말투가 나오네요.”

“아, 네... 그렇군요.”


승환은 군시절 맞으며, 또 갈굼당하며 체득한 말투를 쉽사리 고칠 수 없었고, 카지노 쿠폰 엄마는 그깟 옷 조금 바꿔 입었다고 말투까지 변한 승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 카지노 쿠폰는 자기가 꿈에서 저를 깨웠다고 하던데 맞나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맞을 겁니다. 사실, 저도 요전에 지인 한 분을 깨웠거든요. 근데 그분은 깨고 나서 완전 미친 사람처럼 변했습니다. 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다가, 안 돌아가고 싶다고 하다가, 울었다가, 웃었다가 완전......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또 그렇게 될까 봐, 다른 사람을 더 깨울 생각은 못 해봤습니다. 근데 카지노 쿠폰 얘기로는 어머니는 깨어난 뒤에도 정상이셨다고 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래서 뭐가 다른 건지, 무슨 비밀은 없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카지노 쿠폰 엄마는 대답 대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리고 심호흡을 두어 번 한 뒤 입을 열었다.


“미쳐서 깨어나셨다고요? ...이해가 가네요. 저도 처음에는 미칠 것 같았거든요.”

“혹시 무슨 특별한 거라도?”

“그 꿈이요... 처음 꿈에서 그 흰 나무를 봤을 때는, 너무 편안했어요. 그건 뭐랄까, 더 이상 골치 아픈 고민이나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기서 흘러나오는 생각이나 느낌, 감정들을 그냥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만 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니 느낌 정도가 아니라 확신이 들었어요. 아무 생각도 필요 없었죠. 마치 낙원 같았어요. 꿈꿀 때만 아니라 깨어 있을 때도 계속 그랬어요. 근데 그때는 그게 낯설다거나 이상한 걸 몰랐어요. 그리고 그것들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요?”

“음... 예를 들면, 제가 보기와 다르게 반골 성향이 좀 있거든요. 그래서 항상 소수들을 지지하는 편이에요. 근데 이상하게 그 꿈 이후로는 다수의 의견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마치 최면이나 세뇌된 것처럼요. 그래도 그 편안함이 너무 좋아서 다른 생각들은 무시했었어요.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일말의 초조함 같은 게 계속 있었어요.”

“아...”

“그렇게 있다가 어제 꿈에서 깼는데,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뭐랄까 평생 피땀 흘려 수백억을 모아서 이제 걱정 없이 편히 살겠다고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기를 당해서 한순간에 그 돈을 몽땅 날린 것처럼요. 그래서 다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하고 어이없어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문득 제 곁에서 울다 잠든 카지노 쿠폰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내가 뭐 하고 있었지?’하면서요. 제가 애까지 내팽개치면서 느꼈던 그 편안함, 안정감, 행복감은 그냥 꿈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너무 미안해서 카지노 쿠폰를 안고 울고 있는데 좀 있다 애가 깨더니 자기가 엄마를 깨웠고, 놀이터에서 봤던 아저씨를 꿈에서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엉뚱한 꿈을 꿨나보다 했죠. 그런데... 진짜였네요.”

“혹시 그 뒤로 그 꿈은 안 꾸셨습니까?”

“네, 그 뒤로 그 꿈은 안 꿨어요. 다만 잠들기는 아직 좀 무서워요. 다시 그 꿈에... 붙잡힐까 봐요. 그래서 또 아들 내팽개치는 엄마가 될까 봐요.”

“그렇군요. 혹시 최근에 뭐 특별히 드신 음식이라던가 그런 건 없으십니까? 한약이라든지. 아니면 뭐... 특별한 약이라든지. 오해는 마시고, 그냥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생각해보려고요.”

“네. 그런 건 없었어요. 먹는 약도 없고요.”

“혹시 또 다른 건? 꿈에서든 현실에서든.”

“아까 말씀드렸듯이 꿈에서는 그냥 하염없이 그 흰 나무만 보고 있었어요.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어요. 근데 아까 저처럼 꿈에서 깨우셨다는 그분이요, 그분은 어떤 분이에요?”

“그분은... 뭐랄까 그냥 직장상사입니다. 위에다는 충성하고, 아래로는 좀 고생시키는... 그냥 있잖아요, 왜 그냥 그런 월급쟁이죠, 뭐.”

“전형적인 악덕 상사였군요.”

“네... 뭐...”

“혹시 그분 성격이 좀 의존적인가요?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네. 그것 때문에 저희 팀원들이 항상 힘들어했죠. 맥락 파악도 없이 시키는 걸 너무 곧이곧대로 지키려고 해서요.”

“이건 제 생각인데요. 혹시, 의지나 정신력 차이 아닐까요? 저도 꿈에서 깼을 때 박탈감과 절망감 때문에 미칠 것 같았거든요. 집에 불 지르고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요.”

“그렇게나...”

“그나마 저는 아이 일로 단련도 되어있는 데다, 태생적으로 편안한 걸 싫어하기도 해서 그 고비를 겨우 넘기긴 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음... 나무가 주는 극도의 안식을 잃어서, 그걸 견딜 수 없어서 그렇게 됐을 수도 있다는 거죠?”

“네.”


‘의지, 정신력... 근데 그건 너무 주관적인데. 그래도 직접 경험한 사람이 얘기하니까 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나는 뭐지? 누구보다 허약한 정신력인데...’


대화는 30분 정도 더 이어졌지만, 카지노 쿠폰은 그 이상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의 연락처를 받고 그곳을 떠났다.

카지노 쿠폰은 주차된 차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냥 몇 명 더 깨워봐야 하나? 근데 정신력이 강한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게다가 만약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면? 괜히 미친 사람만 더 만드는 건 아냐?’


머리가 복잡했다. 뭔가 중요한 실마리를 기대했지만, 그가 건진 것이라곤 의지나 정신력 같이 모호한 것이 미치고 안 미치고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뿐이었다.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허탈했다. 그는 일단 격리시설로 돌아가기로 했다. 딱히 다른 대안도 없었다.


그는 차를 몰아 지하주차장에서 서서히 빠져나왔다. 아파트 그늘 사이 햇빛을 지나며 잠깐씩 반짝이던 차는 곧 텅 빈 대로로 접어들었다. 차들도, 단속할 경찰도 없는 텅 빈 대로를 카지노 쿠폰은 규정 속도를 지켜가며 천천히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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