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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rden Apr 06. 2025

여성무료 카지노 게임여, 잔을 더 높이 드시게.

속시원 술주정 <술꾼도시무료 카지노 게임

수많은 82년생 김지영 들 중에 몇 만 몇 천번째쯤에 서 있는 나는, 그녀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영화속 김지영이 느꼈던 많은 불합리와 부당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할 때 82년생 김지영은 어쩌면 대외적으로는 남녀차별없이 동등하게 자랐지만, 사회에 나와서 대놓고 행해지는 차별과 부당함에 무방비로 습격당한 1세대다. 다른얘기들은 차치하더라도 라떼만 해도 남자가 술을 잘 마시면 사회생활에 절대적으로 유리했지만, 여자가 술을 잘 마시면 조신하지 못하고 헤프고 별난 이미지로 남겨지던 시절이었다. 나는 음주취향과음주 횟수와는 다르게 유교걸이었고, 술을 마시는 나를 향무료 카지노 게임 시선에 대한 최소한의 눈치는 있었던지라 술을 좋아한다는 걸 굳이 드러내지않았고, 오히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걸 숨기면서 안좋아하는 척, 못마시는 척 했었던 것 같다.


<술꾼도시여자들 같은 드라마는 그래서 진작 나왔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나도 술 좋아하는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자부심을 가졌을텐데, 그것도 재능이라고 한껏 뽐냈을텐데, 20대에 좀 더 어깨펴고 당당히 마셨을텐데, 그래서 더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을 술자리에서 만들었을텐데, 취업준비생 시절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자네는 뭘 잘하나?” 하는 대답에 “네, 저는 술을 잘마십니다!” 라고 우렁차게 대답했을텐데, 그런 대답에 면접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놓치기 싫은 인재라고 생각했을텐데. 이런 내용을 생각하면서도 개소리라고 쓴웃음을 짓는 나 스스로에게 개소리가 아니라 진짜라고 정색하면서 얘기해줄 수 있었을텐데.



드라마는, 현실과 정반대의 극적인 판타지이든가, 그게 아니라면 극사실적인 현실반영이다. 내가 20대이던 시절 이런 드라마가 나왔더라면 그건 판타지였겠지만, <술꾼도시여자들에서 보여주는 현실은 이제 더이상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다. 1999년도만해도 고시공부를 하는 남자를 뒷바라지하느라 식도 못올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청춘의 덫 서윤희가 드라마에서 그려주는 여성상이었다. 물론 결론은 복수지만, 남자에 의지해 전적으로 그의 처분을 기다리는 처연하고 안쓰러운 윤희에게 다들 감정이입을 했으니, 통쾌한 복수극도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을 터였다. 2005년도에는서른에 이제 막 능력을 꽃피우기 시작한 서른 살 노처녀 김삼순이 있었다. 재능을 기르는 데 주력한 여자가, 그것도 갓 서른의 나이에, 노처녀가 되어버리는 분위기, 그게 그 때 사회에서 바라보는 여성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그저 보호받고 약하기만 한 신데렐라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도, 파스타의 서유경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2021년, 남자도 없고, 결혼도 안했고, 안정적인 직장없이도 ‘아무렇지 않은’ 세 여자가 술만 퍼먹는 <술꾼도시여자들 이 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행복했고,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일도 사랑도 중요하지만 친구가 가장 중요한 그녀들, 때로는 가족들보다 더 따뜻하고 지독하게 서로를 챙겨주는 그녀들은 나의 20대를 걸쳐 내가 꿈꾸던 불가능한 줄 알았던 우정의 모습이었다. 낙관만으로 가능한 인생도, 그런 우정도 세상에 없다. 그러나 대학교때 만났던 내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내가 누구에게라도 대학생활을 하는 내내 나에게 남은 유일한 자산이라고 여기는만큼, 그 때의 나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바꾸지 못할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내 주변에도 그 친구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얘기를 하면 여자들 사이의 우정이란 종잇장처럼 얇다며 나를 비웃는 이들도 있었는데, 그게 종잇장이 아니라 두툼한 나무둥치라는 걸 증명할 길이 없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한다, 노처녀가 되어서는 안된다, 남들과 비슷한 때에 취업을 하고, 졸업을 하고, 결혼을 해야한다는 코르셋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했다. 불과 15년 전,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익과도 같다.’ 25일이 지나면 값이 급격이 떨어지는 크리스마스케익처럼 25세가 넘어가면 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공공연히들 했으며 여성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면 믿기는가. <술꾼도시여자들 은 그 모든 코르셋과 편견을 향해 퍼붓는 취중진담, 속시원한 술주정같다.



이제 나는 두 딸을 가진 엄마가 되었다. 여느 딸가진 부모들처럼 내 딸들이 좀 더 평평하고 좋아진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길 바란다. 차별과 배제, 불합리와 부당함에 맞서던 수많은 82년생 김지영들이 이제는 노는 언니들이되어, 길에서 싸우는 쎈언니들(스트리트우먼파이터)이 되어 돌아왔고, 그런 언니들이 있어서 내 딸들이 미래에 술꾼도시여자들이 된다고 해도 안전할거란 든든함이 있다. 춤추는 여자, 공을 차는 여자, 대통령이 된 여자(퀸메이커) 들이 종횡무진활약하는 마당에 술고래 여자들의 이야기하나쯤은 있을 법하지 않은가, 라고는 하지만 미래의 내 딸들이 살기 좋아질 세상에서라도 술고래는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헌 내 심정이긴 하다.술앞에서도 나는 이렇게나 양가적인 인간이다. 술꾼도시여자, 그건 우리 가정에서는 나 하나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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