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지와 싸운다.
지하철 외부승강장에서 뒹굴면서.
카지노 게임는 집착하리만치 아끼던 가죽 서류가방으로 나를 때린다.
지겹고도 처절한 몸싸움은 지하철 철로 앞에서 뒤엉키며 점점 더 풀어내기 힘든 실타래처럼 되어간다.
그러다가 나는 온힘을 다해 카지노 게임를 밀어냈고 카지노 게임는 철로 안쪽에 떨어진다.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충분히 손을 내밀어 그를 구할수 있었는데도 괘씸하다는 생각에 그를 비웃으며 그래 차라리 죽어버리라며 저주를 퍼부었다. 카지노 게임는 공포에 떨며 철로 안에 있었고 곧 열차가 지나갔다. 카지노 게임가 죽었을까.
그래도 선로 안쪽에는 피할 공간이 분명히 있다고 TV에서 본 기억이 있다.
열차가 지나가고 나서 나는 철로 아래 여기저기를 살핀다.
카지노 게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침 비가 내려 축축하게 젖은 철로와 깔린 자갈들에 흐릿하게 물든 붉은 빛이 핏빛인지 녹슨 철로탓인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철로의 안 쪽 공간을 보기 위해 난간을 붙잡고 발을 살짝 올려 중심을 잡고 아래 공간을 본다.
그 때 뒤에서 누군가 나를 살짝 미는 시늉을 하며 어린 장난을 친다. 뒤를 돌아보니 모르는 아저씨가 천진한 웃음을 빙구처럼 지으며 장난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카지노 게임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며 장난스러운 아저씨를 지나 출구로 향한다.
그 때 내 눈에 아저씨의 가방이 들어온다.
낡은 가죽 서류가방.
그제서야 아저씨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방금 전까지 나와 이 지하철 역사 안을 뒹굴며 처절한 사투를 벌였던 카지노 게임의 얼굴이다. 다만 그 대걸레같던 더벅머리도 없고 냄새나고 찢어진 옷을 수없이 겹쳐입지도 않았다. 누가봐도 오래된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복장이었다.
머리가 멍해진 나는 홀린듯이 아저씨의 뒤를 따라갔다. 아저씨는 낡은 가죽 서류가방을 들고 출구밖으로 바삐 나갔다. 출구 밖에 아저씨가 걸음을 멈춘 곳은 낡은 리어카 앞였다. 한 눈에 봐도 적재 가능양을 훌쩍 넘어 쌓여있는데도 야무지게 묶인 폐지 사이로 그는 가죽 서류가방을 끼워넣는다. 애초에 그 가방을 보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처럼 꼭 맞는다.
어느새 가까이에 다가간 나를 아저씨가 발견했고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아저씨는 어려서부터 병든 아버지를 어머니와 둘이 간호하며 살았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궁핍했던 어린 시절에 유일한 가장이었던 아버지가 몸져 누우면서 대형 병원으로 입원을 했지만, 머지않아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저씨의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두 가지를 물려주셨다고 했다.
하나는 막대한 병원비였고, 나머지 하나는 아버지가 아끼던 가죽 서류가방이었다.
2023년9월19일 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