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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Jan 24. 2025

로망이며 핑계인 그것

그것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원한 것은 나무로 된 카지노 가입 쿠폰이었는데, 나무 특유의 따뜻한 질감은커녕 차갑기 이를 데 없는 철제카지노 가입 쿠폰이리니. 나는 그만 실망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라구우….”

불만 가득한 얼굴로 꿍얼꿍얼하는 내게 엄마는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문짝 열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 사달라며? 독방에 문짝 열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 소원이라며? ”

말문이 막힌 나는 부어터진 채 엄마와 철제카지노 가입 쿠폰을 번갈아 봤다.


언니와 나, 그리고 남동생은 늘 방 때문에 싸웠다. 언니와 나는 ‘왜 우리는 항상 방을 같이 써야 하는 것이냐’며 싸웠고, 동생은 ‘왜 내가 제일 작은 방을 써야 하냐’고 툴툴댔다. 그러면 다시 또 ‘방자하다’며 언니와 나의 합동 공격이 동생에게 쏟아지는 것이 늘 비슷하게 이어지는 싸움의 패턴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 네 개짜리 집으로 이사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방 배정이었다. 제일 큰 안방을 부모님이 쓰시는 것으로 시작해 나이순으로 방을 배정받았다. 처음 갖게 된 나만의방에 원한 것이 바로 ‘문이 열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었던 거다.


문이 열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을 어디에서 봤을까. 아마도 매달 집으로 배송되어 오던 백화점의 카탈로그거나 텔레비전, 혹은 책에서 보지 않았을까. 고풍스러운 나무디자인에 전면 덮개를 열면 곧 상판이 되는 형식의 멋진 카지노 가입 쿠폰을 꿈꾸었다. 하지만 ‘동양’이라는 상표가 붙은, 쇠로 만들어져서 여닫을 때마다 텅텅, 소리가 나던 카키색의 그 카지노 가입 쿠폰 앞에서 내 꿈은 바사삭 부서졌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는 좋게 말하면 적응이 빠르고, 나쁘게 말하면 포기가 빠른 사람이다. 이미 결정되어 버린 일 앞에선 ‘이왕 벌어진 일인데 뭐 어쩌겠어.’ 하고 만다. 천성이 이렇다 보니 툴툴댔지만, 그 철제카지노 가입 쿠폰에도 금세 적응했다.


그 카지노 가입 쿠폰을 갖게 된 건 중학생 때였다. 비록 원하던 나무 카지노 가입 쿠폰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 카지노 가입 쿠폰과 함께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었다. 그 카지노 가입 쿠폰 덕을 많이 봤다고 묻는다면 그것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 공부하기보다는 책을 읽고 낙서를 하고 엎어져 자기 일쑤였다. 문을 여닫는 카지노 가입 쿠폰을 원했지만 얼마 안 가 그 카지노 가입 쿠폰 문 역시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늘 상판 위에 무언가를 쌓아놓았으니 문을 닫을 수 없었던 것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 좀 정리하라는 엄마 말엔 우르르 밀어 넣고 문을 닫으면 끝이었는데, 다시 문을 열고나면 모든 것이 그 안에서 뒤죽박죽되어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 카지노 가입 쿠폰과 헤어진 건 대학 졸업반이 되어 부모님이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하면서였다. 방은 여전히 네 개였지만 더 이상 서로 어떤 방을 쓰겠다고 싸울 필요가 없었다. 미대에 다니던 언니는 작업실을 따로 얻어 친구들과 자취를 했으며, 동생은 대입에 실패하고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그러니 집을 지을 때부터 엄마를 따라다닌 나는 미리 내가 쓸 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그 방은 집에서 제일 작았지만, 안방을 제외하면 유일한 남향 방이었다. 큰방을 고르라는 엄마 말에도 나는 그 방을 쓰겠다고 우겼다. 그러고는 까다로운 주문을 넣기 시작했다. 베란다를 만들어달라, 창은 격자무늬로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었다. 다른 형제들이 방은 있으나 상주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나는 그 집에서, 부모님과 늘 함께 살았다.

하루종일 환한 햇살이 쏟아지는 내 방 창가에 서면 집 앞의 너른 논이 한눈에 들어왔다. 침대와 옷장, 그리고 책꽂이와 작은 테이블 하나뿐인 그 방에 오래 쓴 철제카지노 가입 쿠폰은 가져오지 않았다. 그 이후 사회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나만의 카지노 가입 쿠폰을 다시 갖는 일은 오래 걸렸다.


나이 든 나는 여전히 ‘나무 카지노 가입 쿠폰’의 로망을 가진 채 철제카지노 가입 쿠폰을 쓰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카지노 가입 쿠폰은 이미 이십여 년이 넘은 물건이다. 쇠로 된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며 그리도 툴툴대던 나를 생각한다면 멋진 나무 카지노 가입 쿠폰쯤은 써야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막상 지갑을 열려고 하니 그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 망설여졌다. 그제야 엄마를 이해했다. 누구 하나만 사주었다간 난리가 나는 삼 형제를 키우는 집이니 뭘 사도 한 번에 세 개를 똑같이 사주어야 했던 엄마 마음과 엄마 지갑을.

‘가벼우니 옮기기도 좋고, 관리하기도 편하겠어. 게다가 시스템 가구라서 다른 책꽂이나 테이블들을 하나씩 나중에 붙여도 되는걸. 그래, 실용적인 게 최고지.’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내 카지노 가입 쿠폰과 딸 카지노 가입 쿠폰을 똑같은 것으로 두 개를 샀다.


‘시스템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는 있어 보이는 명칭이 붙긴 했으나 철제카지노 가입 쿠폰이긴 매한가지인 나의 카지노 가입 쿠폰은 오랫동안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학학원을 운영하던 시절엔 미적분, 기하와 벡터 등의 교재를 쌓아두고 수업교재로 쓸 프린트물을 만드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더 이상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 지금은 오래 멈추었던 글을 다시 쓰겠다며 낮이나, 밤이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이 카지노 가입 쿠폰 앞이기도 하다.

여전히 나무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한 로망은 남아있다. 따스한 질감의 커다란 상판을 가진 멋진 나무 카지노 가입 쿠폰 앞에 앉는다면 안 써지던 글도 써지고, 막혔던 문장도 술술 나오게 될까.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카지노 가입 쿠폰을 바꾸는 일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나무 카지노 가입 쿠폰의 로망을 간직한 채로 여전히 ‘시스템 카지노 가입 쿠폰’에 앉아 글이 막힐 때마다 혼자 투덜투덜하며 자판을 두드린다.

원래 서툰 목수가 연장 탓을 하는 법이다. 나의 남겨진 로망은 바로 그 ‘연장’이다. 소위 ‘영감’이라는 것이 물건이나 환경에 있지 않다는 것쯤은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동시에 유용하게 써먹을 핑계로 로망 하나쯤은 남겨놓을 줄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 당분간 카지노 가입 쿠폰을 바꾸게 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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