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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Apr 15.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알버트의 나비효과

살림의 모든 것에 의지와 요령이 없는 사람이지만, 유독 요리는 더하다. 그저 남이 해준 건 뭐든 맛있는 미각의 소유자이니 내가 만든 음식이라는 것도 매번 뻔한 것이다. 이렇듯 살림에 관해서라면 최하 등급인 사람이 그래도 욕심부리는 것은, 어울리지 않게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다. 백화점의 가전제품이나 그릇코너를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다니다 보면 다른 건 몰라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늘 눈에 들어온다. 가격은 사악하지만 낭창한 선이 매번 눈길을 사로잡는 로열코펜하겐,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유명해진 오덴세, 깔끔하고 단순한 디자인의 덴비.

견물생심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구경하다 보면 간혹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덜컥 사기도 하는데, 나는 늘 한 세트만 산다.


사실 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랑이 시작된 것은 ‘로얄 알버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해 전 시누이가 새집으로 이사했다고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집들이 선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어떨까 싶어 딸과 함께 백화점 그릇코너를 돌았다. 늘 머그잔이 익숙하던 사람에게 백화점의 그릇코너는 신세계였다. 몇 군데를 돌고 돌다가 우리가 선택한 것이 바로 ‘로얄 알버트’의 4인조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세트였다.

내가 쓸 것이라면 절대 살 리 없는 비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세트를 구입하고 포장을 기다리는데 자꾸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눈이 갔다. ‘로얄’이라는 이름과 어쩐지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이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면 어울릴듯한 아름다운 디자인은 퍽 잘 맞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바닥의 굽이 높은 민트색의 몸체엔 안팎으로 잔잔한 꽃무늬도 있었다. 그전까지는 꽃무늬라면 질겁하던 내게 그것이 그리도 예뻐 보이다니 신기한 일이었다. 자꾸 들여다보는 나를 눈치챘는지 옆에 섰던 딸이 갑자기 말했다.

“엄마도 하나 사. 엄마껀 내가 사줄게.”

그렇게 딸이 사준 로얄알버트를 시작으로 갑자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나는, 가끔 네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웨지우드였고, 때로는 포트메리온이기도 했다. 물론 늘 1인조 한 세트씩이었다. ‘비싸니까’라는 마음과 ‘다양하게 쓰면 더 재미있지’라는 마음, 그리고 자리 차지 하는 게 싫다는 마음이 뒤섞인 이유였다.


이제 언젠가부터 여행의 기념품으로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추가되었다. 강진에선 청자를, 인제에선 나무 식기를, 그리고 일본 아리타에선 그곳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신중히 고르고 골라 행여 깨질까 싶어 소중히 모시고 비행기를 탔다. 그렇게 나를 따라 런던, 블라디보스톡, 홍콩 등지에서 온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싱크대 서랍 속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그날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신중히 고른다. 몇 개 되지 않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앞에서 매일 아침 들었다 놨다 하는 걸 보면, 아마 진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컬렉터들은 웃겠지만 그래도 내겐 보물창고 같은 공간이다.

쇼핑을 즐기지 않는 나지만, 그간 여행을 다니면서 마그네틱, 시티머그등을 사 모았다. 그것들은 집에 오면 대부분 진열 용도로 쓰였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사면서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 나는 여행지에서 사 온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을 진열해 두지 않는다. 더러 쓰다가 깨뜨리기도 하지만 굳이 아끼지 않고 꺼내어 쓴다. 이제 각 나라의 여행지에서 하나둘 사 온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커피를 마실 때마다 한 번씩 다시 여행하는 기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나고야 노리다케의 숲을 다시 거닐고, 바닷물마저 멀리까지 얼어버린 블라디보스톡에선 러시아말밖엔 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느라 애를 쓴다. 또 어느 날은 교토의 미로처럼 좁은 골목길을 헤매고, 치앙마이 도자기 공방 창고에서는 먼지를 뒤집어쓴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사이에서 기어이 코끼리 그림이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찾아내고 환호한다.


오늘 모닝커피의 짝꿍은 홍콩에서 온 밀크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다. 지난 설 연휴에 사 온 것이니 가장 최근의 것이다. 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홍콩의 김밥천국이랄 수 있는 차찬텡에서 밀크티를 시키면 늘 젖소 그림 위에 black & white라 쓰여있는 잔에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침 일찍 구룡공원의 홍학을 보고 바로 앞의 차찬탱을 찾아 들어가 파인애플 번과 밀크티를 시켰을 때도 젖소 그림이 있는 그 잔이 나왔다.

“이걸 사가야겠어!”

폭풍 검색을 시작하는 나를 보고 가족들이 웃었다.

유명세에 비해서 의외로 파는 곳이 다양하지 않았는데 트램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그릇 도매 상가를 찾아갔더니 마침 휴무였다. 하지만 쉽게 낙담할 내가 아니다. 영업하는 가게가 분명히 있을 거라며 그릇 거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단 한 집이 문을 열었고, 컴컴한 굴속 같은 그 집에 들어가 내가 사진을 보여주자, 주인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구석에서 밀크티 잔을 꺼내 보여줬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15.000원쯤 되는 그것을 소중히 품고 나오는 나를 보고 밖에 섰던 가족들이 모두 웃었다. 생각해 보니 그날은 올해의 설날이었다.

이처럼 오래전 로얄알버트에서 시작된 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랑 덕에 커피를 마실 때마다 가깝고 먼 낯선 곳의 시간과 그 시간 속에 있던 나를 떠올리곤 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나에 이처럼 시간을 되돌려볼 수 있다는 건 제법 멋진 일이다. 오늘 아침엔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왔으니, 오후 티타임엔 제주로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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