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의 수제비
그날 밤, 에녹과 형은 더는 견딜 수 없었다. 겨울바람보다 매서운 큰아버지의 주먹과, 말보다 먼저 날아오는 회초리에 지친 나날들이 쌓이고 또 쌓였다. 형의 손끝이 절단되던 그날부터, 그들의 삶은 말없는 참혹함이었다.
“형, 오늘 도망치자. 오늘 아니면 우리 진짜 죽어.”
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천장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새벽녘, 방 안 구석장 속에 감춰져 있던 큰아버지의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냈다. 고개를 들 수 없는 죄책감과 생존 본능이 교차한 순간이었다. 그 돈은 사실, 엄마 아빠의 사망 보험금 일부였다. 형제의 삶에 쓰였어야 했던 돈이, 도박과 술로 탕진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집을 나섰다. 겨울새벽, 눈은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가방도 없이, 얇은 점퍼 하나만 걸친 채, 두 아이는 달동네의 어두운 골목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숨이 차오를수록, 그들의 마음은 조금씩 자유로워졌다.
두 평 남짓한 허름한 방. 쪽방촌의 맨 끝집이었다. 벽에는 곰팡이가 피었고, 장판은 뜯겨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는, 두 사람만의 첫 보금자리였다.
며칠 동안은 남은 돈으로 라면을 사먹었다. 컵라면 하나를 반으로 나눠 먹으며 서로를 바라보던 그 시간. 형은 라면 국물을 입에 머금고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말했다.
“이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국물이다.”
그러나 그 말은 슬펐다. 정말 그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며칠 뒤, 돈이 떨어졌고, 형은 슈퍼에서 밀가루 한 봉지를 외상으로 들고 왔다. 수제비였다. 된장도 없이 끓인 맹물에 밀가루 반죽을 툭툭 뜯어 넣었다. 국물은 싱거웠고, 밀가루 냄새는 목에 걸렸지만,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생존 음식이었다.
배가 고파서, 밤이면 서로의 뱃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형은 그런 날이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등을 돌리고, 눈물을 감추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말없이 형의 등을 쓰다듬었다.
“형, 우리 언젠간 부자 되자. 따뜻한 밥 먹고, 따뜻한 이불 덮고 자는 게 꿈이 아니라 일상이 되게 하자.”
그 말에 형은 대답 대신, 이불 끝자락을 더 끌어당겼다. 찢어진 이불은 형의 어깨를 덮어주지 못했지만, 그날 밤 형제는 서로의 체온으로 겨울을 이겨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형이 말도 없이 사라졌다.
온종일 형을 기다렸고 유난히 겨울밤은 길고 혹독했다. . 에녹은 형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자, 곰팡이 냄새 가득한 방 안을 조용히 맴돌았다. 작은 화로에 물을 끓이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불길한 예감은 눈앞에 번지는 김처럼 짙고 뿌예졌다. 그러던 찰나, 문이 벌컥 열렸다.
“경찰입니다!”
두 명의 형사가 거칠게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벽에 바짝 붙어 선 채, 말 한 마디 하지 못했다. 경찰의 신발에 젖은 눈과 흙탕물이 장판 위로 번졌고, 하나밖에 없는 이불과 수저, 찢어진 책 몇 권이 사정없이 뒤엉켜 나뒹굴었다.
“여기 사는 애가 맞나?” “그래, 동생이래. 형은 지금 경찰서에 있다.”
형이라는 말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경찰은 말없이 슈퍼의 방범카메라 사진을 내밀었다. 형의 모습이 그 안에 있었다. 두 손으로 라면 박스를 껴안고, 슈퍼 앞을 맴돌다 황급히 골목 안으로 달려가는 형의 실루엣. 옷은 너덜너덜했고, 신발 한 짝이 벗겨진 채였다.
“새벽 네 시 반. 이 동네 슈퍼에서 라면 한 박스를 훔쳤다더군.”
경찰의 말이 공중에 맴돌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대답하지 못한 채 입술만 파르르 떨었다. 그날 이후로도, 그 장면은 종종 꿈에 나타났다. 조그만 방, 깨진 이불 속에서 납작 엎드려 세상의 모든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듯한 느낌.
형이 사라진 그 단 하루의 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영겁 같았다.
방 안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저 낡은 벽시계가 “딸깍, 딸깍” 소리를 낼 뿐이었다. 추위는 골수까지 파고들었고, 에녹은 방바닥에 웅크린 채 형이 놓고 간 낡은 외투를 품에 끌어안았다. 외투에서는 형의 냄새가 났다. 라면 냄새, 땀 냄새, 겨울 밤의 쓸쓸함 같은 냄새였다.
그렇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깨달았다.
자신은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존재라는 것. 누구도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을 거라는 것.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눈물, 큰아버지의 폭력,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손가락, 그리고 이제 온라인 카지노 게임 부재까지. 세상은 계속해서 그를 빈손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날 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침묵 속에서 울었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은 방바닥에 고인 물처럼 천천히 번져갔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 그는 방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았다.
“하나님… 제발, 형만은 돌려주세요. 부탁입니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오직 시계 소리만이, 하나님 대신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딸깍. 너는 혼자다. 딸깍. 혼자서 버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