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완 Feb 21. 2025

02. 제주에 울러 온 미친.


재헌은 제주에 사는 목수였다.


아니, 원래는 서울에 살았다고 했다. 제주에 내려온 지는 5년 정도 되었고 가끔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숲을 다니면서 쓸만한 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본다고 했다. 낫을 들고 다닌 건 워낙 그 지대가 풀이 우거지게 자라서 다니기 불편해서 들고 다니는 거라고 했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계속 흘겨보았다. 정작 재헌은 그런 희주가 귀여운 듯 웃기만 했지만.


“저기 민국이형, 여기 게스트하우스 주인 형이 침대랑 의자 이런 거 만들어달라고 하면서 친해졌지. 그리고 뭐 여기 오면 밥도 주고, 술도 주고 하니까 자주 오고.”

“밥도 있고, 술도 있고, 여자도 있고?”


빈 속에 막걸리를 연거푸 마셔서 그런가, 취기가 오른 희주가 톡 쏘듯 재헌에게 말했다. 자세히 보니 재헌은 눈코입이 꽤 멀쩡하게 생겼다. 몸도 울그락불그락 산적 같던 게 가까이서 보니 목수 일을 해서 그런가, 다 근육으로 탄탄해 보였다. 미친년이라고 부르면서도 대뜸 옆에 와서 말 걸고 술 마시는 게 딱 여자 꼬시기 좋아하는 놈인 게 확실했다. 밥과 술은 무슨, 여자 만나려고 오는 게 뻔한 속셈에 무료 카지노 게임 취기도 올랐겠다, 비꼬듯 말을 던졌다.


하지만 재헌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무료 카지노 게임를 빤히 바라보며 새우깡을 하나 와그작 씹으며 대답했다.


“맞다.”


그의 간결한 대답에 희주 역시 피하지 않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뻔뻔한 그 눈은 마치‘오늘은 너다’ 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제주에서 가볍게 여자나 꼬시는 놈의 장단에 맞춰 줄 생각은 없었기에 무료 카지노 게임 이내 고개를 돌렸다.


“이제 자리 슬슬 마무리 할게요. 주무실 분들은 주무시고, 더 드실 분들은 항구 쪽으로 가시면 정자가 하나 있어요. 거기가 조용하고 좋습니다. 가실 분들 계신가요? ”


어느새 시간은 11시. 민국이 자리 정리를 시작했다. 더 마실 사람들은 없냐는 그의 질문에 희주와 재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다.대단한 체력들이다, 라고 생각하며 무료 카지노 게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술도 꽤 취했고 낮에 걸은 올레길의 여파인지 온 몸이 쑤셔와 다시 침대에 누워 자고 싶었다.


“언니, 안 가실 거에요? 같이 가요~”


그 때 희주 맞은 편에 앉아 막걸리를 따라주던 여자, 정민이 말했다. 오늘 게스트하우스에 여자 손님은 정민과 희주 뿐이었다. 남자들만 우르르 가는데 혼자 가기는 좀 걸렸는지 정민이 희주에게 조르듯이 말했다. 하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어색하게 콧잔등을 찡그려 웃으며 ‘미안, 너무 피곤해서.’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한 분 빼고 다 가시네요. 저는 안에 정리해야 해서 길은 쟤가 안내할 거예요. 재헌아, 너 먹고 갈 거지? 안내 좀 해줘.”


민국이 쟁반을 가져와 접시와 잔들을 정리하며 말했다. 민국의 말에재헌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자연스럽게 뒤편에 놓여 있던 돗자리를 챙겼다. 그리고는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뭐하노? 막걸리 병 남은 거랑 저 과자랑 챙겨라.”


뭐야, 간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가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얼굴은 보지도 않은 채 자기 할말만 하고 나가버렸고, 정민이 대신 남은 막걸리와 과자를 챙겼다.


“아, 언니 같이 가요오~ 가서 딱 한시간만 더 놀다와요. 응?”


막걸리와 과자를 온 몸에 품고서 말하는 그녀를 보며 무료 카지노 게임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나는 이 어린양이 남자들 사이에만 있는 게 걱정되어서 따라가는 거다, 다른 의미는 없어. 무료 카지노 게임 홀로 속으로 다짐하며 정민과 함께 거실을 나섰다.


옹기종기 사람들이 짐을 들고 나섰다. 게스트하우스 바깥으로 나오자 차가운 밤바람이 시원하게 볼에 다가왔다. 낮부터 뜨겁게 열이 올랐던 머리가 식는 것을 느끼며 무료 카지노 게임 내심 ‘나오길 잘했네’라고 생각하며 무리의 맨 마지막에서 천천히 걸었다.


사람들을 따라 5분쯤 걷자 작은 항구가 나왔다. 항구 가운데에 정자가 보였고 재헌이 돗자리를 깔자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맨 끝에 서있던 무료 카지노 게임 사람들이 다 앉을 때까지 기다리다 모든 사람이 다 앉은 후, 일부러 재헌과 가장 먼 자리에 앉았다.


다시금 막걸리 잔이 돌고, 누군가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었다. 항구에 부딪히는 파도소리와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어우러지고, 무료 카지노 게임도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다. 옆자리 사람들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별을 볼 겸 정자에서 나와 항구 끄트머리에 앉았다. 저 멀리 오징어잡이 배 수십개가 떠있는 모습이 마치 카페에 걸린 알조명 같이 보였다. 알조명이 걸린 수평선 끝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어제까지 울고불고 했던 실연의 기억도, 오늘 낮에 미친 년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도 다 꿈처럼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제주에 펑펑 울러 온 건데 그새 다 잊어버렸다.


“여기.”


그 때 재헌이 다시 희주의 옆에 섰다. 일부러 정자에서도 가장 먼 자리에 앉고 피했는데 혼자 쉬는 데까지 또 쫓아오다니,재헌은 퍽이나 희주가 맘에 든 것 같았다. ‘아직 이희주 안죽었네’ 무료 카지노 게임 속으로 생각하며 괜히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희주와 눈이 마주친 재헌이 희주의 발 아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벌레 많은데.”

“꺄아아아악!”


재헌의 말에 희주가 발 밑을 보자, 그제서야 수십 마리의 갯강구가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술과 바다에 취해 앉아있을 땐 몰랐는데, 갯강구와 벌레들이 희주의 발을 타고 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니, 그 모습을 보자마자 무료 카지노 게임 자리에서 벌떡 튀어올라 정자 쪽으로 뛰어가며 소리를 질렀다.


“그걸 지금 말해주면 어떡해요?!”

“아니, 지 혼자 가서 청승 떨어놓고 왜 나한테 지랄이야. 아까 걸어오면서 말했어. 여기 갯강구 말고도 벌레 많으니까 정자 안에서 노는 거라고.”


정색하며 말하는 재헌의 모습에무료 카지노 게임 민망해져 심호흡을 몇번 했다. 그리고 바지도 몇번털고는 호다닥 정자 안으로 가 정민의 옆 자리에 앉았다. 희주가 앉자 정민이 자신은 갯강구 이야기를 들었다며, 미리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말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웃으며 정민에게 고개를 흔들어 보이고서는새우깡 하나를 집어먹으며 멀리 재헌을 바라보았다. 그는 털레털레 슬리퍼를 끌고는 정자로 와 다시 무료 카지노 게임와 가장 먼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고, 무료 카지노 게임도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기타 잘 치세요?”


다시 대화가 시작되고, 정민이 맞은 편의 남자를 향해 물었다. 그러고보니 둥그렇게 앉은 사람들 중 기타를 멘 사람이 있었다. 남자는 자신에게로 이목이 주목되자 쑥쓰러워하며 등에 맨 기타를 앞으로 꺼냈다.


“아, 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기타 치면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들고 왔는데요.”


솔직한 남자의 말에 무료 카지노 게임와 정민이 풋, 하고 웃었다.


“잘 못쳐요. 딱 하나만 연습해서 왔거든요.”

“연주 해주세요~ 가지고 왔으면 해봐야죠~ “


정민이 분위기를 띄우자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남자를 응원해주었다. 남자는 더욱 쑥쓰러워했지만 응원에 힘입어 천천히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기타를 배우는 남자들이라면 무조건 처음에 시작한다는 노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흘렀고 사람들은 조용히 그의 연주를 들어주었다. 몇 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무사히 연주를 마친 그에게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자 그는 매우 쑥쓰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다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기타를 불쑥 재헌에게로 내밀었다.


“?”

“형님, 기타 잘 치신다면서요? 아까 게스트하우스 사장님한테 들었습니다. 연주 좀 해주세요. 저 말고 제대로 된 거 다들 좀 들어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자의 말에 재헌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거절하지는 않은 채 기타를 받아들고는 튜닝을 시작했다. 단 두세음이 울려퍼졌지만 그 모습이 제법 프로 같아 보여 사람들이 환호를 했고, 무료 카지노 게임 두 무릎을 껴안고 턱을 괸 자세로 재헌을 바라보았다. 마침 튜닝을 마친 재헌이 고개를 들었고 희주와 눈이 마주쳤다.


“…”


재헌은 희주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연주를 시작했다. 재헌의 굵은 손가락이 기타 현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재헌의 낮은 목소리가 함께 울려퍼졌다. 거칠고 낮게 울려퍼지는 목소리와 섬세하고 맑은 기타소리가 밤 바다에 파도와 같이 일렁였다. 달빛도 들지 않는 정자 안에 기타 연주가 가득 차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에 잠겼다. 제주의 밤 바다와 잘 어울린다, 무료 카지노 게임 쪼그려 앉은 두 무릎을 꽉 껴안으며 생각했다.


“언니, 그런데 이 노래 무슨 노래에요? 혹시 알아요?”


정민이 조용히 희주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옛날 노래라 모를 수도 있겠구나, 무료 카지노 게임 몸을 숙여 정민에게 귓속말로 알려주었다.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희주가 정민에게 노래 제목을 말할 때 마침 연주가 끝났고, 흘깃 재헌 쪽을 본 무료 카지노 게임 다시 그와 눈이 마주쳤다. 연주를 마친 재헌이 눈썹을 쓱 들어올려보이며 살짝 웃었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웃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투박한 지 섬세한 지 알 수 없는 남자.


이후 재헌이 몇 곡을 더 연주하며 한 시간 정도를 더 마시고 자리는 정리가 되었다. 재헌의 말에 따라 사람들이 빈 병을 들고, 빈 봉지를 치우고, 돗자리를 접었다. 그리고 다시 항구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와 마당에서 다같이 재활용품 정리를 하고 한 명씩 들어갈 때였다.


“아, 내 귀걸이.”


희주가 왼쪽 귀를 만지작 거렸다. 아까 항구에서 펄쩍 뛸 때 떨어진 건지, 한쪽이 허전했다. 좋아하던 귀걸인데 아깝네,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시간도 늦었고 갯강구 가득한 그 곳에 다시 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무료 카지노 게임 마음을 접었다. 아쉬워하며 희주가 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다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뒤를 돌아 보자 재헌이 문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어디가요? 안 자요?”

“내 집 있는데 왜 여기서 자. 난 내 집 가서 자지.”

“아, 여기 사는 사람이지.”


무료 카지노 게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자 재헌이 대충 손을 뒤로 흔들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려다 잠시 멈춰서는 뒤돌아 무료 카지노 게임를 불렀다.


“야, 나 아까 좀 멋있지 않았어?”


갑자기 자신감 넘치는 재헌의 질문에 무료 카지노 게임 순간 풋 하고 웃고 말았다. 진짜 무슨 말을 할 지 종잡을 수 없는 남자다.


“뭐, 꽤.”


무료 카지노 게임의 대답에 재헌은 만족스러운 듯 씩 웃고서는 다시 손을 흔들고는 문을 나섰다. 무료 카지노 게임 역시 웃으며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