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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Feb 18. 2025

01. 제주에 사는 미친 놈

“여기서 떨어져 죽으면 시체 찾는데 며칠은 걸리겠네.”


손수건으로 목덜미의 땀들을 훔쳐내며 희주가 중얼거렸다. 때마침 바람이 살랑 불어와 목덜미를 시원하게 식혀주었다. 머리에 한껏 오른 열을 식혀주는 바람을 맞으며 카지노 게임 추천 아무도 없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2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혼자 제주도를 찾은 6월 초 여름, 카지노 게임 추천 올레길로 향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까지는 못 가더라도 이 헤어짐의 아픔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제주도 올레길이라도 걸어야겠다 싶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2박 3일치의 짐을 꾹꾹 눌러 담은 백팩을 메고 제주 공항에서 숙소도 들리지 않은 채 올레길로 향했다.


초여름의 쨍한 햇빛에 올레길을 걷자마자 땀으로 온 몸이 흥건해졌다. 챙겨온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으며 카지노 게임 추천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전에는 올레길 걷는 게 유행처럼 번졌었는데 요즘은 아닌 지 한시간 동안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희주가 걷는 코스가 유독 험하고 이상한 산길로 구불구불 이어져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도 없는 게 낫긴 하지, 카지노 게임 추천 중얼거리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삼 십분 쯤 더 걷자 바다와 맞닿은 산길이 나타났다. 희주가 밟는 풀밭 소리를 제외하고는 어디서 우는 지 모르는 새소리와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만이 가득한 산길이었다. 여기다, 카지노 게임 추천 발걸음을 멈춘 채 주변에 누가 없는 지 확인한 후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개 새끼야! “


크게 들이마신 숨을 내뱉음과 동시에 카지노 게임 추천가 야생 고라니같은 비명을 질렀다. 서울에서부터 꾹꾹 눌러 담아온 소리가 제주 바닷가를 향해 쏟아지듯 터져나왔다.


“2년 동안 세상 자상한 척은 다 하더니! 클럽에서 만난 여대생이랑 뭐? 사랑을 해?! 하룻밤 자고 만난 그게 사랑인 거 같아? 이 개새끼야! 8살 어린 애가 놀아주니까 좋냐?! 걔가 너랑 얼마나 만나줄 거 같아! 그럴 거면 결혼 이야기는 왜 꺼냈냐! 이 미친 새끼야!”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면서 카지노 게임 추천 동동 발을 굴렀다가,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기도 했다가, 발 밑의 돌을 바다를 향해 던지기도 했다.


“그래, 어린 년이랑 잘 먹고 잘 살아라!!!! 켁켁….”


삼십분쯤 질렀을까, 목이 아파진 카지노 게임 추천 백팩에서 500 미리 물 병 하나를 꺼내 순식간에 반 정도를 비웠다. 쉴 새 없이 소리를 토해낸 목에 물이 들어가니 메마른 흙에 물 주듯 목소리가 다시 쌩쌩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좀 더 소리 지를 수 있겠다’ 하고 희주가 다시 심호흡을 크게 하던 그 때, 검은 형체가 희주의 뒤에서 나타났다.


“꺄악!!!”


이번엔 고라니가 아닌 돌고래 같은 비명이었다. 아무도 없던 숲 속에 갑자기 사람이, 그것도 남자가 뒤에서부터 나타나다니, 카지노 게임 추천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남자를 훑어보았다. 덥수룩한 머리의 남자는 손에 낫을 들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낫의 날카로운 끝을 보는 순간 희주의 머리 속에는 그간 봐왔던 수많은 뉴스와 영화 속 살인 장면들이 지나갔고, 카지노 게임 추천 재빠르게 백팩을 앞으로 둘러메고 배와 심장을 가렸다.


‘여기서 죽으면 안돼! 시체 찾는데 며칠 걸릴텐데!’


카지노 게임 추천의 생각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남자는 바들바들 떠는 카지노 게임 추천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옆을 그대로 지나쳤다. [JEJU]라고 쓰여진 빨간 티셔츠에 회색 추리닝 반바지를 입은 남자는 한 손으로는 다리를 벅벅긁고 한 손으로는 낫을 휘휘 돌리면서 카지노 게임 추천와 반대편을 향해 걸어갔다.


영화 속에서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범의 정체가 꼭 저런 모습이던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지는 남자였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끝까지 경계를 풀지 않은 채 남자가 사라질 때까지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휴우.”


남자의 뒷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진 후에야 카지노 게임 추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온 몸에 긴장이 풀리자 힘이 쭉 빠지면서 올레길이고 뭐고, 그냥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를 켜 방향을 찾은 카지노 게임 추천 그 길로 올레길을 나와 예약해 둔 ‘위미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소리를 지른 것 때문인지, 갑자기 나타난 남자 때문에 온 몸의 근육이 경직된 건지그저 침대에 누워 쉬고 싶어졌다.


“침대는 아무거나 쓰시면 되구요, 저희 파티는 7시부터 시작해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의 안내를 받고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 카지노 게임 추천1층 침대에 짐을 던지고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땀에 절은 몸을 씻고 드라이기로 대충 머리의 물기만 없앤 채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푹신하다 못해푹 꺼진 침대 속으로 희주의 온 몸도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눈을 한번 깜빡이지도 못한 채 카지노 게임 추천 스르륵 잠이 들어버렸다.


“와하하하!! 미쳤나?!”


그런 희주가 다시 눈을 뜬 건, 엄청나게 큰 웃음소리 때문이었다. 방 밖에서는 저녁 파티가 시작되었는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듬더듬 손을 뻗어 핸드폰 시간을 확인하니 시간은 벌써 9시. 들어오자마자 내리 4시간을 잔 셈이었다. 방문은 미닫이 문이라, 밖에서 사람들이 노는 그림자가 얼핏 얼핏 보였다. 카지노 게임 추천 잠시 그 실루엣들을 보면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도 파티 참가한다고 돈 내긴 했는데.’


4시간을 자서 그런 지 몸의 피로는 좀 사라진 상태였다. 돈 낸 것도 아깝고, 밥은 먹어야 하니까. 카지노 게임 추천 대충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고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희주가 미닫이 문을 열자 순간 거실의 대화가 뚝 끊기며 14개의눈동자가 카지노 게임 추천를 향했다.


"아.. 안녕하세요."

“일어나셨어요? 여기 치킨이랑 막걸리 남겨놨어요.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


문 앞에 서있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희주에게 인사를 하며 한쪽 자리로 안내했다. 안내 받은 자리로 가자 이미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목례를 하며인사를 했다. 낯을 가리는 편인 카지노 게임 추천 차량 보조석에 있는 강아지 인형처럼 목례를 거듭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빙그레 웃으며 막걸리 병을 들고서물었다.


“막걸리 드실래요?”

“아, 네 감사합니다.”

“저도 같은 방, 맞은 편 침대예요. 아까 너무 깊이 잠드신 거 같길래 조용히 저만 나왔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막걸리를 받으며 카지노 게임 추천 다시 강아지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희주가 막걸리를 한 모금 맛보려 하자, 맞은 편 여자와 옆 자리 남자가 같이 잔을 들었다. 어색하게 눈을 맞추고 잔을 부딪힌 뒤에서야 막걸리를 한 모금 마셨다.음, 이 어색한 맛.


이미 다친해진 걸까, 카지노 게임 추천가 막걸리 잔을 든 채 얼굴을 반쯤 가리고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그 때 였다.


“어? 미친년이다!”


우악스러운 목소리에 카지노 게임 추천 잠시 행동을 그대로 멈췄다. 지금저 무례한 욕이 나를 향한 건가? 설마 하는 생각으로희주가 막걸리 잔을 내려놓고 목소리가 난 쪽을 향해 돌아봤을 때,반대편 테이블 끝의 한 남자가 카지노 게임 추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아까는 소리를 지르고 발광을 하더니, 여기서는 조신한 척 하네? ”


뭐지, 미친 놈이 나한테 미친 년이라고 한 건가.

카지노 게임 추천가 미간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보자 남자는 턱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를 가리키며 ‘그래, 너’ 라고 중얼거렸다.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그 남자에게 다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어깨를 쳤지만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카지노 게임 추천를 뚫어져라 바라봤고, 카지노 게임 추천도 남자를, 아니 미친놈을 같이 뚫어져라 바라봤다.


‘뭔 산적같이 생긴 놈이 안 어울리게 새빨간 관광 티셔츠를 입고 …음?’

“아?! 아까 그?!”


이런 젠장, 카지노 게임 추천 작게 중얼거렸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무례한 말을 던진 남자는 5시간 전 숲 길에서 만났던 그 남자였다.[JEJU]가 써 있는 빨간 티셔츠에 회색 추리닝 반바지를 입고 낫을 든 채 카지노 게임 추천를 지나쳐간 남자. 남자는 이제야 알았냐는 듯, 카지노 게임 추천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아는 사람이야’ 라고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카지노 게임 추천의 옆자리로 왔다.


“목은 좀 괜찮나.”


남자가 막걸리 잔을 희주에게 내밀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어색하게 웃으며 남자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 하필이면 만나도 이런 사람을 이런 데서 만나냐.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앞 자리에 앉은 여자가 ‘어떻게 아는 사이’냐며 물었다. 남자는 ‘올레길 같이 걸은 사이.’ 라고 대답한 후 막걸리를 쭈욱 마셨다. 카지노 게임 추천 테이블 위에 놓은 막걸리 잔을 만지작 거리면서남자를 흘깃 노려봤다. 그게 어떻게 같이 걸은 게 되지.


“막걸리로 제사 지내나? 왜 만지고만 있노?"


걸걸한 경상도 사투리로 남자가 빈 막걸리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억양이 마치 한심하다는 것처럼 들려 카지노 게임 추천 남자를 톡 째려보고서는 잔을 쭉 들이킨 후 테이블 위에 탕 하고 내려놓았다. 그리고 막걸리 병을 들어 빈 잔에채우려 하자 남자가 병을 뺏어 희주의 잔을 채워주었다.


“근데 왜 반말해요? 미친년이라고 반말하시나?”

“아니. 니 내보다 어리잖아.”

“그걸 어떻게 알아?”

“딱 보니 어리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질문에 남자가 턱 짓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의 얼굴을 가리키고서는 자신의 잔에도 막걸리를 채웠다. 그리고는 잔을 부딪힐 새도 없이 쭈욱 들이켰다.이 사람은 무조건 원샷인가, 카지노 게임 추천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지만 남자는 이내 막걸리 병을들어 자신의 잔에 가득 채웠다. 그리고 자신의 잔을 카지노 게임 추천의 잔에 부딪히며카지노 게임 추천를 향해 눈썹을 들어올렸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카지노 게임 추천가 눈살을 찌푸렸다.


“안 마실 거면 말고.”


남자는 어깨를 으쓱 하더니 막걸리를 그대로 들이켰다. 그 모습이 마치 ‘술이 약하네’ 라고 하는 것 같아 울컥해진 카지노 게임 추천 역시막걸리 잔을 들어 쭉 들이켰다. 빈 속에 연거푸 막걸리라니. 속이 알싸해졌다.


“뭐야, 잘 마시네.”


카지노 게임 추천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바라본 남자가 피식 웃으며 테이블에 놓여져있던 과자 하나를 집어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내밀었다.


“나는 박재헌. 제주 산다.”


그것이 카지노 게임 추천와 재헌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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