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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Jan 04. 2025

하얼빈, 하얼빈, 그리고 영웅 카지노 게임 추천

영화 하얼빈 / 소설 하얼빈 / 영화 영웅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 삶의 클라이맥스는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일일 것입니다. 1909년 10월 26일 아침 그는 도쿄역에서 출발해 기차, 배, 기차를 타고 하얼빈역 플랫폼에 방금 발을 디딘 그를 향해 총을 쐈습니다. 당시 일본 천황 아래 최고 실력자인 이토 히로부미는 러일전쟁의 뒤처리와 만주 철도 부설을 협의하기 위하여 그 역에 들어선 것이었습니다. 당시 하얼빈은 중국 땅이지만 러시아가 조차한 지역이라 그곳에서 러시아 대표를 만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죽기 위해 그 먼 길을 장시간 달려온 온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쓰러트린 총성이 울려 퍼진 후 그 총성만큼이나 큰 외침이 하얼빈역에 울려 퍼졌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거사 후 고국의 동포를 향해 외친 것입니다. 아니, 침략자인 일본을 향해, 더 나아가 전 세계를 향해 외친 것입니다. 가히 역사적인 외침이었습니다.


"대한제국 만세!"

"코레아 후레!"

"까레아 우라!"


카지노 게임 추천안중근 의사의 정점기를 다룬 대작 영화 '하얼빈'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저는 2022년부터 3년에 걸쳐 안중근 의사를 세 번 만났습니다. 2022년 8월엔 김훈 작가의 소설 <하얼빈에서, 그해 12월엔 윤제균 감독의 영화 <영웅에서, 그리고 가장 최근인 지난 2024년 12월엔 우민호 감독의 영화 <하얼빈에서 그를 만난 것입니다. 같은 인물이지만 이것은 마치 제가 3명의 안중근 의사를 만난 것처럼 만날 때마다 그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소설과 영화에서 그에 대해 저마다 다르게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소설과 영화는 본질적으로 픽션이기에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작가나 연출자의 의도대로 창조될 수밖에 없기에 그럴 것입니다. 더구나 자료가 빈약하다면 그 인물의 공간이나 시간을 메우기 위해 허구성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다른 외모도 제게 안중근 의사를 다르게 보이게 했습니다. 뮤지컬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정성화와 최근 개봉한 <하얼빈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미남 배우 현빈에게서 외모의 공통성은 발견하기 힘드니까요. 아, 그 전인 2004년엔 저는 보지 못했지만 또 다른 배우인 유오성의 안중근 의사도 있었네요. 그 영화의 제목은 <도마 안중근이었습니다. 얼마 전 이역만리 타국에서 유명을 달리한 희극인 서세원씨가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였습니다. 소설<하얼빈을 읽을 때에는 인물은 보이지 않으니 초상화와도 같은 사진 속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의 외모가 연상되었습니다.


"대한제국 만세!", "코레아 후레!", "까레아 우라!"도 같은 외침이지만 작품 속 안중근 의사의 외모만큼이나 다르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대한제국 만세는 영화 <영웅에서, 코레아 후레는 소설 <하얼빈에서, 그리고 까레아 우라는 최근 영화 <하얼빈에서 각각 나옵니다. 작가와 연출가의 분석과 시각에서 선택한 언어일 텐데 절묘하게도 그들 3인은 안중근 의사의 외침을 모두 다르게 표현하였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한 개인이 외친 만세 중 이보다 더 큰 울림이 있는 외침은 없을 텐데 115년 전 그날 아침 그의 언어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서 그랬을 것입니다. 기억은 소멸되고 기록은 부재해서 그렇습니다. 코레아 후레는 지금은 존재 가치가 아예 없어진, 한때 세계 공용어로 추진된 에스페란토어입니다. 까레아 우라는 하얼빈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러시아어입니다. 대한제국 만세는 당시보다 3년 전이었다면 조선 만세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하얼빈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개봉일인 크리스마스이브 이벤트로 개봉 전 예매까지 하며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렸던 영화였는데 그 기대감에 못 미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 전 극장에서 본 마지막 영화인 <글래디에이터 2에서 느낀 실망감과 비슷한 느낌을 안고 이브가 익어가는 야밤의 극장 문을 열고 나섰습니다. 두 번 연속 직관에 실패한 것입니다. 장르적으로 영화는 좋았는지 몰라도 주인공인 안중근 의사에 대한 개인적인 히스토리나 그의 철학에 대해 거의 다루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그리고 역사를 다룬 영화에서 한계를 넘은 허구의 남발도 보는 내내 저를 불편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2주차인 오늘 현재 3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의 흥행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부속 요소인 허구와 관계없이 본질 요소인 당시 독립군과 안중근 의사를 더 많은 우리 국민들이 알게 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카지노 게임 추천영화 '하얼빈'에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는 안중근 의사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하얼빈에서 제 관점에서 좋은 것은 3개국을 오가며 찍은 보이는 영상미와 장엄하고 긴장감 있게 들리는 음악입니다. 잘 찍은 웰메이드 영화로 예술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그들의 이름만큼이나 매우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 이 영화는 마치 한 편의 고급진 누아르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만약 현빈 배우가 연기한 인물이 안중근 의사라는 사실을 숨긴다면 영화 속 그는 어느 조직의 인간미와 정의감 넘치는 행동대장이라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이기에 그랬습니다. 그가 인간미를 발휘한 유약함으로 인해 희생된 조직원들(독립군)의 복수를 위해 역사적인 과업에 뛰어든 것처럼 순간적으로 비약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비극을 초래한 그 정점에 늙은 늑대(이토 히로부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그를 척결하기로 결심하는 것처럼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복수는 안중근 의사 사후 그의 동료 조직원(독립군)의 반복되는 복수로 영화가 마감이 됩니다. 원수를 사랑으로 대한 안중근 의사 개인의 복수를 그가 한 것입니다.


이렇듯 영화 <하얼빈에선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함에 있어 그의 대의명분인 <동양평화론이나, 천주교 신자로서 살인을 해야 하는 세례자 도마의 고뇌하는 모습과, 대가족을 이끄는 가장 안응칠으로서의 인간적인 고민은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실체에 더욱 접근이 가능한 여순 감옥에서의 재판 과정도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이토 히로부미 저격 후 딱 한 장면만을 할애했을 뿐입니다. 그가 곧바로 교수형을 당하는 장면입니다. 같은 제목으로 쓴 김훈 작가의 소설 <하얼빈에선 5개월에 걸쳐서 진행된 이 세기의 재판 과정만 전체 30장으로 구성된 소설 중 절반인 후반 15장에서 다루었습니다.


영화가 정해진 시간 안에 스토리를 구성하고 마감해야 하는 제한성은 있지만 그래도 안중근 의사에 대한 역대 최고의 대작을 표방하며 많은 자원을 쏟아부어 만든 영화에 이런 기본적인 요소들이 배제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런 아쉬움에 2022년 소설 <하얼빈과 영화 <영웅을 보고 나서 쓴 그에 대한 글을 소환해 봅니다. 이렇게 3개의 작품에 등장한 3명의 안중근 의사를 살펴본다면 우리 민족의 영웅인 그에게 조금 더 정확하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유해는 당시 하얼빈이 러시아의 조차지였던 것처럼 일본의 조차지였던 여순 감옥 주변 어딘가에 묻혀 지금도 고국을 향하고 있을 것입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법정에 선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1879~1910). 왼손 약지를 단지한 흔적이 뚜렷이 남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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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10월 26일 아침 9시, 많은 환영 인파가 모인 가운데 8일 전 대련에서 출발한 특별 열차가 그 장거리 여행의 목적지인 하얼빈역에 도착했습니다. 열차가 정차하고 문이 열리자 모인 군중의 함성은 더욱 커졌고 그들이 들고 있던 깃발은 더욱 요란하게 흔들렸습니다. 동시에 도열해 있던 군악대의 나팔 소리도 더욱 우렁차졌는데 러시아 제복의 그 군악대가 연주한 곡이 차이코프스키의 서곡인 <1812년인 것으로도 보아 그곳은 러시아 지역이었나 봅니다. 그 순간 10월임에도 차가운 아침 하늘에 그 모든 소리를 단번에 제압하는 총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 소리와 동시에 방금 열차에서 내린 그날의 주인공인 VIP는 무너져 내리듯 역내 플랫폼에 쓰러졌고 그를 쏜 저격자는 현장에서 바로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그곳 환영 행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커다란 외침이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누구에겐 "코레아 후라"로 들렸고, 누구에겐 "대한제국 만세"로 들렸습니다. 그 VIP를 죽이기 위해 4일 전 하얼빈에 도착해 그를 기다리고 있던 자의 외침이었습니다. 하얼빈 역에서 역사상 또 한 명의 VIP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본 본토에서 결국은 죽으러 그곳까지 힘들게 배와 기차를 타고 먼 길을 온 VIP는 우리가 침략의 원흉이라고 부르는 이토 히로부미이고 오로지 그를 죽이기 위해 고향 해주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그곳까지 간 VIP는 우리가 존경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입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당시 천황을 보좌하는 원로 그룹인 추밀원의 의장 자격으로 러시아와 러일전쟁의 뒤처리와 만주 지역의 철도 부설을 비롯한 경제 현안을 논의하러 그곳에 왔다가 불시에 참변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하얼빈은 러시아가 청으로부터 조차한 지역이라 러시아의 관할 지역이었습니다. 죽은 자와 죽인 자, 그 둘은 그날 첫 대면이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그 조선인과의 첫 대면이 아무 상관이 없었겠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는 그와의 첫 대면 순간 매우 긴장했고 집중했습니다. 혹시라도 잘못 알아보고 오인 사격을 할까 봐 그랬습니다. 신문에 난 흐릿한 사진이 그가 아는 그의 모습 전부였기에 그랬습니다. 결과는 타깃을 정확히 겨냥했고 그를 명중시켰습니다. 천삼백만 동포의 속을 후련하게 뚫어주는 쾌거였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재현한 영화 '영웅'의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거사 후 안중근 외사가 외친 코레아 후라는 세계 공통어인 에스페란토어입니다. 그 말은 요즘으로 치면 대한민국 만세이지만 당시는 공화국인 대한민국이 아니라 국왕이 통치하던 왕정 시대였으므로 안중근 의사는 대한제국 만세라고 외쳤을 것입니다. 폐위된 조선의 군주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간 아관파천 후 귀궁해 1897년 조선을 버리고 대한제국을 선포했으니까요. 에스페란토어는 폴란드 출신의 의사인 자멘호프가 1887년 세계인의 공통 언어라는 좋은 취지로 개발했으나 지금은 거의 존재 가치가 없어진 언어입니다. 더구나 이젠 구글을 비롯한 번역기도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앞으로 그런 인공 언어의 시도는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외친 그 말이 코레아 후라와 대한제국 만세 두 가지로 알려지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거사 후 전 세계를 향하여 사자후와도 같이 포효한 이 외침에 대한 기록이 정확히 남아있지 않아서입니다. 제가 이 글에서 병행한 코레아 후라는 2022년 8월에 출간된 김훈 작가의 소설 <하얼빈에서 그렇게 보았고, 대한제국 만세는 같은 해 12월에 개봉한 윤제균 감독의 영화 <영웅에서 그렇게 들었습니다.


이상한 평행이론이 소설에서 영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훈 작가가 우리 역사에 대한 소설을 쓰면 그것은 이어서 영화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임진왜란 시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칼의 노래가 영화 <명량으로, 병자호란 시 남한산성에 갇힌 최명길과 김상헌에 대한 갈등이 주가 되는 <남한산성은 동명의 영화 <남한산성으로, 조선 후기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를 다룬 그의 소설 <흑산은 같은 흐름으로 영화 <자산어보로 이어졌는데, 이번에도 또 그 평행이론이 작용하여 그의 소설 <하얼빈은 영화 <영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것도 소설 출간 후 가장 빠른 4개월 만인 같은 해에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결과도 과연 평행이론답게 위의 작품 리스트에서 보듯이 소설도 영화도 다 성공이었습니다. <영웅도 지금 200만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까요.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아바타 2와 지난 연말 거의 동시에 개봉했고, 우리나라엔 흔치 않은 뮤지컬 영화로는 매우 선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신년 들어 첫 관람한 영화인 <영웅을 보고 그전에 읽은 소설 <하얼빈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똑같이 저는 2021년엔 영화 <자산어보를 보고 그전에 읽은 소설 <흑산을 떠올리며 이곳에 글을 올렸습니다. 극장도 똑같아 집에서 도보 거리에 있는 양재천에서 가까운 그 극장입니다. 이것도 평행이론일까요? 그때 제가 쓴 글은 <자산어보, 흑산 그리고 정(丁) 브라더스란 제목으로 영화와 소설의 주인공인 정약전과 그의 형제인 정약종과 정약용에 대한 이야기를 쓴 글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저는 그 라임에 맞추어 <영웅, 하얼빈 그리고 안중근이란 제목으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에게도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과 같이 안정근과 안공근이라는 두 동생이 있지만 '안(安) 브라더스'라고 하긴엔 무리가 있어서 그것까지 따라 하진 못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죽기 전 5년 + 죽은 후 1일의 기록과도 같은 김훈 작가의 소설 '하얼빈' (2022. 8)


소설 <흑산과 영화 <자산어보를 읽고, 보고 쓴 전의 글은 워낙 뛰어난 막내 정약용에 가려 덜 조명된 정약전을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며, 그리고 동생 정약용과도 비교하며 그의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한 글이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정약전도 그렇고, 안중근도 그렇고 이 두 작품은 모두 천주교와 매우 관련이 있네요. 엎드려 뒷목을 내주는 대신 돌아누워서 두 눈을 부릅뜨고 천주님이 계신 하늘을 향해 똑바로 망나니의 칼을 받은 정약전과 정약용의 가운데 형제인 아우구스티노 정약종의 강렬한 순교가 떠오릅니다. 소설 <흑산에선 그 장면을 정약종의 기개에 놀란 망나니가 한 번에 목을 내려치지 못해 두 번에 걸쳐 내려쳤다고 묘사했습니다.


도마 안중근은 갈등합니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 남편과 아비로서, 그리고 어머니 조마리아의 아들로서 겪는 갈등이었습니다. 그가 걷는 길은 죽으러 가는 길이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갈등은 그의 이름 앞에 붙어 다니는 도마라는 세례명에서 보듯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겪는 갈등이었습니다. 그가 가는 길이 죽이러 가는 길이기에 그렇습니다. 1876년 강화도 조약 후 그의 조국 조선과 대한제국을 유린한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는 것은 어쨌든 살인이기에 그렇습니다. 살인은 기독교 십계명의 제 5계명인 "살인하지 말라"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범죄입니다. 그래서 그에겐 많은 고민과 기도가 필요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논란에 대해 영화 <영웅은 별로 다루지 않았으나 소설 <하얼빈에선 적잖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는 없으나 소설에선 벽안의 프랑스 신부인 뮈텔과 빌렘이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결국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그는 거사 단행을 결심합니다. 그의 이름 앞에 붙은 도마보다 이름 뒤에 따라다니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그에겐 이토 히로부미 개인의 살인이라는 행위보다 그의 조국의 평화를 위협하고 주권을 빼앗아 많은 사람을 죽게 한 일본 제국주의의 시계를 멈추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그 시계를 작동하게 하는 자가 바로 이토 히로부미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안중근은 체포 후 재판 과정에서도 일본을 미워하지도, 이토 히로부미를 미워하지도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 야만적인 제국주의가 벌이는 행동이 미워 그 주범을 처단했다고 한 것입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는 그를 살인자와 테러리스트로 몰고 가는 재판정에 요구합니다. 지금은 대한제국과 일본이 전쟁 중이므로 교전 중에 그 우두머리인 적장을 사살한 것이니 형법이 아닌 전쟁 포로로서 군법에 따라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이토 히로부미의 저격이 민간인으로서의 카지노 게임 추천이 아니라 그가 법정에서 밝힌 그의 신분대로 대한독립군 참모중장이라는 군인으로서 벌인 행동이라는 것을 주장한 것입니다. 군인이 전쟁에서 벌인 전투를 살인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이것은 그가 신앙인으로서 갈등했던 살인 논쟁에서도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여순 감옥에서 교분을 나누었던 일본 간수에게 그가 손수 써 준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란 글에서도 보듯이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는 끝까지 독립군의 군인으로서 행동했고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그에게서 그 300여 년 전에도 이 땅을 침략했던 일본인과 맞서 싸운 성웅 이순신의 향기가 나는 이유입니다. 똑같이 영웅, 맞습니다.


대한독립군 참모중장으로서의 의연한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의 모습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가 죽인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물입니다. 물론 일본 입장에서 그렇습니다. 그는 통상 외국에 파견하는 대사나 식민 지역에 보내는 총독과는 급이 다른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일본을 아시아에서 1등으로 독주하게 한 1868년 메이지 유신의 주역이었으며, 유신 1기 최고 실력자인 오쿠보 도시미치가 죽은 1878년 이후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 전까지 약 30년 간 명실상부한 일본의 최고 실력자였습니다. 미국과 유럽 12개 국의 선진 문물을 보고 배우기 위해 1871년 장도에 오른 이와쿠라 사절단의 일원이었지만 그는 그전에도 이미 두 번에 걸쳐 영국과 미국에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깨인 인물이었습니다. 그전엔 첫 교육으로 존왕양이와 정한론으로 일본 보수의 혼이라 불리는 요시다 쇼인의 사숙인 쇼카손주쿠에서 그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일본 정계의 주류인 오늘날 야마구치현인 조슈번의 실세로 자라난 것입니다. 일본제국헌법을 제정한 것도, 양원제의 일본 의회를 구축한 것도 모두 그였습니다. 총리는 네 번을 역임했고 일본의 천황을 보좌하는 실세 원로그룹인 추밀원과 귀족원의 의장을 지냈습니다.


이것은 모두 일본에서의 이토 히로부미입니다. 바다 건너 조선에서의 이토 히로부미는 오늘날까지도 그의 슬로건과도 같은 침략의 원흉일 수밖에 없습니다. 평화주의자이고 온건파로 알려진 그였지만 그것은 조선을 식민지화시키는 방법의 차이일 뿐이었습니다. 즉, 목표는 군사적으로 유신 초기 조선 정벌을 주장한 유신3걸 중 한 명인 사이고 다카모리와 다를 바 없으나 방법론에 있어서 그보다 온건한 길을 걸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그의 대동아공영론(大東亞共榮論)은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의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과 같아 보이나 한중일 3국의 공동 협치를 주장한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와는 달리 오로지 일본 주도의 공영을 주장한 그이고 일본이었습니다.


그런 사실은 1884년 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의 갑신정변이 실패로 돌아간 후 그 이듬해인 1885년 일본의 계몽가인 후쿠와 유키치의 탈아론(脫亞論)에 의해 노골화됩니다. 탈아론은 조선을 비롯한 중국은 어차피 희망이 없으니 그들을 이웃으로 대하지 말고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하듯이 그들을 사절하고 문명국가인 일본이 끌고 가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리고 10년 후 1895년 일본에 반한 조선의 왕비는 처참히 살해되었습니다. 누구든 일본에 까불면 그렇게 된다는 것을 천명한 것입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는 옥중에서 완성은 못했지만 동양평화론으로 그런 일본의 대동아공영론에 맞선 것이었습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에게 살해당한 당시 일본 최고의 실력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영화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에서 안중근 의사의 죽음까지의 재판 과정을 간략하게 다루나 소설 <하얼빈에서는 심도 있게 다룹니다. 소설에선 하이라이트라인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전체 30장으로 이루어진 챕터 중 중간부인 15장에 나오니까요. 그가 죽기 전 5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인데 그의 마지막 5개월에 후반부 절반을 할애한 것입니다. 법정에서의 재판은 마치 엔도 슈샤쿠의 소설 <침묵을 영화화한 <사일런스에서 개종을 강요하는 나가사키 지역의 번주와 그것을 반박하는 막부 시대 일본 마지막 포르투갈 신부와의 종교 논쟁과도 같이 길고도 촘촘하게 진행됩니다. 김훈 작가가 "안중근 사건의 신문과 공판 기록은 소설적 재구성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긴장되어 있다"고 소설 뒤 '작가의 말'에서 밝힐 정도로 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외국 신부들의 이견과 갈등도 소설에선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조선 카톨릭을 총책임지는 뮈텔 대목구장은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살인으로 보고 그를 카톨릭 신자에서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가 다녔던 고향 황해도 청계동성당의 빌렘 신부는 상사인 뮈텔 신부를 거역하고 여순 감옥까지 찾아가 도마 안중근의 고해성사와 종부성사를 수행합니다.


이 글 인트로의 거사 당일 하얼빈역 정경은 소설 <하얼빈과 영화 <영웅에 등장하는 장면을 섞어서 묘사한 것입니다. 군악대가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을 연주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영화의 장면이고 소설에선 나오지 않습니다. 소설은 군악대가 환영 연주를 했다에서 그쳐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오디오가 작동하는 영화는 그럴 수 없기에 감독은 연주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미미한 부분이지만 역사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넣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한 엄연한 사실도 100프로 정확할 수는 없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거사 후 외친 '0000 만세'도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에 소설은 코레아 후라를 선택했고, 영화는 대한제국 만세를 선택했습니다. 또 다른 설로는 하얼빈이 당시 러시아 영토였기에 러시아 말로 외쳤다고도 하고, 또 어떤 기록엔 에스페란토어와 우리말 두 가지 언어로 돌아가며 다 외쳤다는 설도 있습니다. 세계인을 향해서는 에스페란토어로, 국내 동포를 위해서는 우리말로 들리게 말입니다.


그래서 원작자가 같지 않은 이상 소설과 영화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영화는 소설보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 무한정 펼쳐나갈 수 있는 소설과는 달리 주어진 자원과 시간 안에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영화 <영웅은 뮤지컬이 원작이고 그 형식을 채용한 영화라, 넘버라고 불리는 노래들도 들어가다 보니 스토리의 허구적인 변화와 감축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영웅은 가장 대중적인 장르인 영화에 예술성 있는 뮤지컬을 더해서, 민족의 영웅인 안중근 의사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는 주고받는 대사보다 노래가 강력한데, 그런 노래가 울려 퍼지는 영화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를 알게 되고 느끼게 될 테니까요. 갑자기 주연 배우 정성화가 부른 비장한 <장부가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합니다.


2014년 하얼빈역에 개관한 '카지노 게임 추천의사기념관'. 중앙 시계는 거사 시간인 오전 9시 30분에 영원히 멈추어 있음.


안중근 의사가 사형당한 다음 날인 1910년 3월 27일은 부활절이었습니다. 그가 믿었던 예수 그리스도는 그날 부활했지만 그는 그렇게 신자 지위를 박탈당한 채 사망의 어둠 속에 갇혀버렸습니다. 소설 <하얼빈의 마지막 장엔 그날 안중근 의사를 살인자로 몰아 파문시킨 조선 대목구장 뮈텔 주교가 집전한 명동성당의 부활절 축일 미사 장면이 나옵니다. 당연히 그날 안중근 의사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난 후 그날과 똑같은 장소인 명동성당에선 오로지 안중근 의사를 위한 미사가 열렸습니다. 추기경인 정진석 주교가 집전한 안중근 의사 100주년 추모 미사로 그날 그는 천주교 신자로 복권이 되었습니다. 100년 동안 어둠 속에 갇혀 그간 잃었던 세례명을 찾아 다시 도마 안중근이 된 날이었습니다.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린 아직도 그 영웅의 유해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하얼빈에 묻히고 조국이 주권을 회복하면 국내로 오기를 희망했던 그였으나 그 어느 하나도 실현되지 못한 것입니다. 그의 유해는 지금 당시 일본의 조차지였던 여순 감옥 주변 어딘가에 묻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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