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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피 Jan 09. 2025

초단편소설 3.

입술보호제

"건조하다. 너무 건조해."

얼굴에는 짜내도 될 만큼 기름기가 넘치는 마리의 입술은 사계절 내내 건조했다.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마리에게선 입버릇처럼 건조하다는 말부터 튀어나왔다.


마리의 버릇은 또 하나가 있었다. 지하철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로드샵에 들어가서 입술보호제를 바르고 나오는 것. 로드샵에서 내놓은 테스터만 듬뿍 바르고 나오면 하루를 견딜만했다. 사람들이 보통사용하는 보호제보다도 효과가 좋았다. 그래서 흔히들 쓰는 제품보다도 비쌌는데 그게 또 그리 비싼 돈도 아니면서 내 돈 주고 사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카지노 쿠폰 돈이 들지 않는 테스터만 이용했다. 먼저 화장품 코너에 비치된 면봉과 화장솜을 들고 테스터 입술보호제의 겉면을 면봉으로 긁어 화장솜에 덜어낸 다음 면봉의 남은 반대쪽으로 보호제를 듬뿍 묻혀 입술에 펴 발랐다. 어차피 고객들이 이용하는 테스터인데. 대기업에서 팔기 위한 일종의 홍보수단으로 내놓는 건데. 카지노 쿠폰 미안한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로드샵 직원들 사이에서 카지노 쿠폰 이미 유명했다. 9시 반쯤 들어와서 뭘 둘러보는 척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테스터를 쓰고 나가는 마리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30만 원도 아니고 3만 원짜리를. 나 같으면 그냥 사서 쓰겠다."

"그러게 말이야. 3만 원도 못 쓸 정도로 없어 보이지도 않는데 왜 저러는지 몰라."

"저 사람 공짜 좋아하다가 아마 한 번쯤은 된통 당할 거다."

자신들의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도 아닌데 직원들은 저주라도 퍼붓듯이 이런 대화를 하곤 했다.


카지노 쿠폰 직장에서 말을 많이 해야 했다. 지역 케이블 TV 상담전화를 받는 업무인데 규모가 작은 곳이다 보니 상담원이 마리를 포함해서 셋밖에 되지 않았다. 밀려드는 전화에 마리의 입은 항상 바짝바짝 말랐다. 정수기 물을 하도 뽑아 마셔서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였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입술 역시 건조해져서 동료들의 핸드크림을 빌려서 입술에다가 자주 발랐다. 카지노 쿠폰 그런 것들이 아까웠다. 다른 사람들이 주차비를 아까워하고 배달비를 아까워하고 은행 수수료를 아까워하는 것처럼. 이용을 하면 응당 내야 하는 돈인데도 마리에게는 그런 자잘한 것들이 아까웠다. 소모품에 드는 돈이 아까워서 자주 빌리고, 자주 뒷담을 들었다.

"마리 씨. 그렇게 아껴서 부자 되겠어."

가끔은 이런 앞담도 들었지만 카지노 쿠폰 아무렇지 않았다.


금요일이었다. 하루만 잘 버티면 주말이 기다린다는 그 즐거운 금요일. 진상 고객을 한 시간 동안 상대하고 축 처진 상태로 퇴근을 했다. 하루종일 물을 많이 마셔서 배도 고프지 않아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행사 중인 맥주 한 묶음과 원 플러스 원 초콜릿을 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나와서 OTT에 새로 업데이트된 드라마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려고 했지만 카지노 쿠폰 침대가 보이자마자 일단 쓰러지듯 누웠다. 잠시 눈을 감고 있는다는 게 깊이 잠들어버렸다.


출근해야 하는데 늦잠이라도 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깜짝 놀라 눈을 뜨니 커튼 너머 밝은 빛이 들어왔다. 이미 해가 뜬 지도 한참 지난 것 같았다. 휴대폰을 한 번 터치해 보니 토요일 12시 18분이라는 시간이보였다.


"미쳤나 봐. 옷도 안 벗고 씻지도 않고 이렇게 잔 거야."


카지노 쿠폰 그제야 옷을 갈아입고 전날밤에 싱크대에 올려둔 맥주와 초콜릿을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곤 욕실로 들어갔다. 양치를 하려고 칫솔을 입에 무는데 입술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얼른 거울로 입술 상태를 확인했다. 밤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입술은 만신창이가 돼있었다. 작고 얇은 입술이 가뭄이라도 난 듯이 쩍쩍 갈라져있었고 갈라진 틈 사이사이로 피가 말라있는 것도 보였다. 틈이 얼마나 넓은지 이쑤시개를 넣어도 들어갈 것 같았다. 평소 건조했던 마리의 입술 그 이상으로 건조한 느낌이 들었다. 남의 입술을 떼다 붙여놓은 것 같았다.


뭔가가 떠오른 얼굴을 하고 있던 카지노 쿠폰 입고 있던 평상복 위에 바람막이 점퍼 하나만 걸치고 뛰어나갔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마리의 집은 당연히 로드샵과도 가까웠다. 로드샵으로 뛰어들어간 카지노 쿠폰 얼른 출근길에 바르고 가던 입술보호제 테스터를 벅벅 더러운 것을 닦는 것처럼 바르고 또 발랐다. 그런 마리를 보며 직원들은 수군댔다.


"저 사람이 그 사람인가 봐."

"평일 아침마다 들러서 테스터 바르고 간다던 그 사람?"

"어어 그 사람! 근데 토요일 이 시간에 무슨 일이람. 입술 꼴은 또 저게 뭐고."

"야야. 공짜 좋아하더니 벌 받았나 보다."


큭큭. 직원들이 조용히 비웃는 소리를 들으며 카지노 쿠폰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마다 유리문이 보였고 자신의 입술도 보였다. 로드샵 직원들이 말했던 꼴이 보였다.


'난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눈물이 입술에 닿자 입술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부어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집에 도착해서 점퍼를 벗지도 않고 침대에 드러누운 카지노 쿠폰 입술이 너무 아파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을 다물지 못해 입 안이 자꾸 말랐지만 물을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가 없었다.

오후 4시까지 가만히 그 상태로 누워만 있던 카지노 쿠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휴대폰을 들어 검색창을 열고 토요일 늦게까지 진료하는 피부과를 찾았다. 마침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5시까지 진료를 하는 병원이 있었다. 카지노 쿠폰 휴대폰과 지갑만 챙겨서 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곧장 달려갔다.


"바이러스 같네요. 건조한 환경에 노출이 많이 되거나 평소 세균이 감염될만한 일을 반복적으로 했거나. 당분간 조심하세요. 오늘 약 처방 해드릴 테니 용법대로 잘 쓰시고요."


"네." 하고 짧게 대답만 겨우 하고 나온 마리의 머릿속에 그간 들은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아껴서 퍽도 부자 되겠다. 공짜 좋아하면 벌 받는다.

카지노 쿠폰 줄곧 자신의 그런 행동이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어차피 무료로 이용할 것들을 이용했을 뿐이고, 어차피 있는 것들을 조금만 빌려 썼을 뿐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모두가 마리에게 그런 저주성 발언을 한 걸 보면 문제가 마리에게 있는 건 분명했다. 입술 꼴이 그렇게 되고 나서야 마리 스스로 깨달았다.


토요일 밤. 카지노 쿠폰 처방해 준 약을 먹고 용법대로 약도 바르고 난 다음 잠이 들었다.

꿈속의 카지노 쿠폰 입술이 더 심하게 갈라져있었다. 그런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동료들을만나러 가고 있었다. 동료들과의 약속 장소는 유명한 삼계탕집이었다. 동료들이마리의 몸보신을 위해 삼계탕을 사준다고 했다. 항상 대기줄이 있는 식당이었지만 마리와 동료들은웨이팅도 없이 자리를 배정받았다. 배정받은 테이블 위로 삼계탕이 바로 나왔다. 카지노 쿠폰 배가 고팠다. 허겁지겁 삼계탕을 먹었다. 빠르게 한 그릇을 비우고 아직 반도 먹지 않은 동료들을보며 환하게 웃었다. 동료들은그런 마리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얼굴에 뭐가 묻었냐고 물었더니 동료들은대답 없이 마리의 입술만 보고 있었다. 카지노 쿠폰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냈다. 거울을 보고 경악을 했다. 입술의 갈라진 틈으로 검은깨가 줄 지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아악!

소릴 지르며 일어난 카지노 쿠폰 얼른 욕실로 들어가서 거울을 보았다. 약효가 좋은지 입술 상태가 전날보다 많이 좋아 보였다. 갑자기 설움이 밀려와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눈물이 입술에 닿았지만 어제처럼 아프지 않았다. 눈물을 닦고 나와서 물을 마셨다. 냉장고에 넣어둔 초콜릿도 꺼내 먹었다. 맥주는 다음 주 금요일로 미뤘다.



월요일이 왔다. 카지노 쿠폰 출근길에 언제나처럼 로드샵으로 들어갔다. 마리의 입장에 직원들은 대기업의 필수인사법을 하지도 않았다. 자업자득이라 생각을 하던 카지노 쿠폰 입술보호제하나와 승무원들이 추천한다는 핸드크림3개를 골라 들고 계산대로 갔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 마리를 보며 입구 손잡이를 닦고 있던 로드샵의 직원은 멀리 계산대에 서있는 직원에게 '이게 무슨 일이야?' 모양을 크게 지으며 말했고 말을 받은 직원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리며 입을 내미는 시늉을 하고 말았다.


회사에 도착한 카지노 쿠폰 월요일이라 일찍 출근을 한 동료들에게 핸드크림 하나씩을 건넸다. 동료들은 언제 비꼬았냐는 듯 웃으면서 마리에게 고맙다 말하며 커피를 내려줬다. 따뜻한 커피컵에 입술을 갖다 대다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입술이 빠르게 낫고 있었다. 카지노 쿠폰 커피를 후루룩 소리 내어 마시며 자리에 앉았다. 이번 주는 시작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첫 상담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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