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너머의 온도를 향한 첫걸음.
“너처럼 월급 받자마자 책부터 사는 애는 또 처음 본다.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래. 출판사라도 차릴 거야”
사장은 나보다 두 살 많았다.
나보다 두 살 일찍 현실에 안착한 사람이기도 카지노 게임 추천.부모님의 권유로 레스토랑을 시작했다는 말은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되뇌던 문장이었는지도 몰랐다.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부모님이 테라스를 가꾸러 오셨다. 봄이면 분갈이를 하고 화단을 들여다보고는 했다. 아버지는 삽을 들고 어머니는 흙냄새를 손끝에 묻히며 아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꽃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사랑은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내게 말카지노 게임 추천.
요즘은 가끔 생각한단다. 레스토랑이 잘 되는 게 정말 내 인생을 잘 사는 건지. 그런 말을 하던 그의 목소리는 좀처럼 불이 붙지 않았다. 그가 원하던 삶이 따로 있었는지 나는 끝내 묻지 못카지노 게임 추천.레스토랑은 잘되기 시작했다. 손님은 많았고 우리도 잘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리듬에 맞춰 움직였다.
그런데 변화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왔다. 내가 주방 일에 한계를 느끼고 있을 무렵 레스토랑도 이전을 준비해야 했다. 건물주는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장 아버지의 친구 건물이었지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묻지 않았다. 중요한 건 더는 이곳에 머물 수 없다는 사실 뿐이었다.
나 역시 내 인생에게 묻고 있던 참이었다. 언제까지 이 주방에 있을 거냐고.십 년 가까이 불 앞에 서 있었으니 이제 다른 바람이 스쳐도 이상할 건 없었다.그렇지만 무모한 결심은 언제나 용기와 착각 사이 어딘가에서 자란다. 함께 일하던 과장님이 퇴사하며 내게 헤드 셰프 자리를 넘기려 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나는 매뉴얼 안에서만 움직이는 조리사였다. 만들어진 맛을 되풀이하는 사람이었다.
자고로 요리란
료:(料)는 재료를 헤아리는 일이다. 손끝에서 무게를 재고 혀끝에서 균형을 맞추며 마음으로 풍미의 방향을 그리는 일이다 리:(理)는 불의 이치를 다스리는 일이다. 시간을 이끌고 온도를 설득하며 접시에 삶의 질서를 담아내는 일이다.그래서 요리는 칼과 불의 언어로 세계를 조율하는 예술이고 재료라는 혼돈 속에서 맛이라는 조화를 길어 올리는 철학이다.
내가 꿈꾸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주방을 떠나야 했다.그렇게 레스토랑이 자리를 옮기던 날 나도 함께 퇴사카지노 게임 추천.다음 날 평소 좋아하던 안상헌 작가의 세미나가 있었다. 강의는 즐거웠고 책은 반가웠고 작가의 말은 오래 남았다.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고 사람들 틈에서 내가 조리복 없이 서 있다는 게 어쩐지 기분 좋았다.
무작정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는 몰랐지만 무언가를 써야만 할 것 같았다.책장을 넘기던 손끝이 조금 떨렸다. 글도 결국 재료를 고르고 배치하는 일이구나 싶었다. 고기가 아닌 문장. 소스가 아닌 문맥. 그 순간 나는 다시 불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덕담을 한 움큼 받아 안고 돌아오는 길. 주방이 없는 삶이라는 것이 나를 조금 무섭게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군가에게 맛을 전하려면 먼저 내가 삶의 맛을 봐야 한다는 것을.그러니 이번에도 한 입 더. 이 삶이라는 레시피에 다시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