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카지노 게임 추천요?
"인턴쌤, CT 카지노 게임 추천 부탁해. 환자 번호 알려줄게."
"아, 네, 넵 알겠습니다."
레지던트가 한 말을 사실 알아듣지 못했다. 뭘 하라고? 동기 인턴에게 전화를 건다.
"나한테 CT 카지노 게임 추천를 하라는데 카지노 게임 추천가 뭐야?" 내가 말했다.
"영상의학과 CT실에 가서 'CT push 하러 왔습니다'라고 하면 원래 시간보다 빨리 잡아줄 거야. 예약 좀 당겨서 빨리 찍자는 말임." 전화를 받은 동기가 말했다. 빨리 해달라고 부탁하는걸 'push 한다'라고 한단다. 'push'는 부탁보다는 압박하는 느낌인데 맞는 단어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다. 검사 시간을 당겨달라고 그렇게 당당하게 압박해도 되는 것일까?
<1. 검사
당당하면 안 되는 거였나 보다. 그렇게 불친절할 수가 없다. CT, MRI, PET-CT 등의 영상검사를 주로 push 하러 갔는데 CT실 직원들이 특히 불친절하다. CT실에는 3~4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데 그중 우락부락하게 생겨서 금목걸이를 하고 있는 기사가 아무래도 CT실 대장인 것 같다. 공손하게 부탁을 해도 돌아오는 건 퉁명스럽고 거의 반말에 가까운 단답형 대답뿐이다. 의사 대접을 받겠다는 건 아니고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으로 최소한의 존중은 받았으면 싶은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를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매일 같이 검사 시간을 바꿔달라고 조르니 싫기는 하겠지만.
어느 날, 절대 더 이상 빨리는 안된다고, 예약시간에 오라고 하길래 레지던트에게 말했다. 레지전트를 거쳐 교수님이 알게 되었고, 교수님이 CT실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CT실에서는 실랑이를 할 것도 없이 바로 환자를 내려달라고 했다. 이토록 사람을 차별해도 되는 것인가? CT실 직원의 태도에도 화가 나지만 push를 시키는 교수님과 레지던트에게 더 화가 난다. 이게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으면 본인들이 전화로 할 것이지 왜 나를 시키는 걸까? 전화라는 세기의 발명품이 병동 곳곳에 널려 있고, 사용한다고 비용을 받는 것도 아닌데, 왜 가장 힘없고 불쌍한 사람이 직접 가서 구걸을 하고 있는 걸까.
<2. 판독
검사를 push 하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 CT, MRI의 결과인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공식 판독(official reading)'을 빨리 받아오는 것이 목표다. 보통 영상의학과 교수님이 영상 판독을 하므로 직접 찾아가서 부탁한다. 반응은 천차만별이긴 하나 대부분은 매우 귀찮아한다. 그중, 인턴들이 겪은 최악의 경우는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는 교수님이었다. 바로 옆에 다가가서 "교수님, 판독 부탁드리러 왔습니다."라고 말해도 아예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자기 일만 한다. 못 들을 리가 없는 거리여서 그냥 그대로 옆에 우두커니 서있으면 본인이 대답하고 싶을 때 "왜 왔어요?" 하면서 돌아본다. 인턴들이 몇 번 비슷한 일을 겪은 후 인계사항까지 생겼다.
'옆에 가서 인기척만 내고 조용히 서서 기다릴것. 그럼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해줌.'
<3. 답변
최악의 난이도다. 협의진료에 대한 답변을 받아와야 한다. 협의진료는 환자 상태에 대한 의견을 타과에 묻고 검사나 치료를 부탁하는 일이다. 협의진료를 의뢰한 해당과 교수님을 직접 찾아가서 답변을 받아야 했는데, 일단 교수님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외래진료가 있으면 외래를 찾아가면 되지만 그 외에는 알 길이 없다. 수술을 하고 있을지, 수업을 하고 있을지, 연구실에서 연구 중일지, 늦거나 빠른 식사, 회진 혹은 빠른 퇴근. 교수님을 못 찾는다고 전화를 할 수도 없다. 전화번호는 쉽게 알 수 있지만 인턴 나부랭이가 협의진료 답변을 묻겠다고 교수에게 전화를 한다? 미친 짓이다. 교수님을 찾는다고 일이 수월해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불청객이고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인턴 선생님. 그걸 꼭 이 시간에 와서 들어야 해요?"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다.
<진짜 이유
정리하자면 push는 떼를 쓰는 일이다. 우리가 급하니까, 환자가 위급하니까, 수술을 늦지 않고 해야 하니까, "어차피 해줄 거 조금만 빨리 해줍시다!"라고 하는 것이다. 부탁하는 사람이나 해주는 사람이나 꼭 필요한 상황이라는 걸 서로 안다. 짜증을 내고 화를 내도 결국엔 해준다. 그래서 push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당당한 압박. 그러나 '진짜 급한 push'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확실한 건 인턴이 돌아다니면서 하는 push는 사람이 죽고 사는 수준의 급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진짜 급할 때는 주치의(레지던트)나 담당교수의 전화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push의 주된 이유가 '교수님이 결과를 빨리 알고 싶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우리끼리의 비밀이므로 더 이상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
카지노 게임 추천 하게 될 검사, 카지노 게임 추천 알게 될 결과인데 때로는 그냥 좀 기다리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