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싶었을까?
1. 월급의 2배 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받았습니다. 이야기를 전달받을 때는 눈물이 찔끔 났는데, 막상 돈은 계좌이체로 받으니 감동이 덜했습니다. 아무튼.
2. 매출액과 광고비 효율 개선 등의 조건을 걸고 인센티브를 계약서 조건에 넣었습니다. 아마 대표의 동기부여 수단이었겠죠. 기대는 안 했는데, 연초 버프와 신제품의 론칭이 급격한 성장을 불러왔습니다. 연초의 매출이 3배 4배, 이후 2배 정도로 계속 안정되는 걸 보면서, 별 걸 안 한 저는 얼떨떨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인센티브를 받다니..
3. 회사에서 맨날 잘한다 잘한다 해주지만 실제로 잘한 거는 없었던 거 같거든요. 소재를 뚝딱 뽑냐, 데이터를 기갈나게 잘 다루냐. 다 아닙니다. 대부분을 적당히 5~60점 정도로 하는 평균적인 인재라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합니다 스스로를.
4. 그럼 대체 어떤 사람이 여기 왔으면 잘했을까 하면 사실 그것도 애매합니다. 여기서의 마케터라는 게 스타트업 마케터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일반적인 커머스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나마 여기서 잘 적응하고 대표와 합이 잘 맞는 이유는, 대표가 원하는 조건과 역량에서 과락은 아닐 정도라서 그런 거 같습니다.
5. 대표도 난 사람이긴 합니다. 저는 사회성이 좋거나, 스킬이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현대 문과직무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 소통과 협업의 일입니다. 마케터라면 더 그럴 겁니다. 하루는 대표가 저와 하루 일하자마자, '너의 장점은 따로 있으니 그걸 활용해야겠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했다'라고말하는 걸 보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대부분은 자신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한 일을 해내지 못함을 아쉬워할 겁니다. 대표는 대부분의 일을 혼자서 처리할 수 있었고, 자신이 커버할 부분은 자신이 맡고, 자신이 맡길 부분이나 저의 장점(?)이라고 할 만한 부분을 기꺼이 찾아내 주었습니다.
6. 마케팅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싶었냐면 잘 모르겠습니다. 방구석에서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브런치를 하게 됐고, 브런치를 하다 인턴 에디터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에디터에서 홍보팀을 거쳤습니다. '글'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다가, 무지막지한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홍보팀이 됐죠. 여러 면접에서 접점이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접점이라곤 일도 없었습니다.
7. 2017년부터 틱톡을 해야 한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했을 정도로, 텍스트의 위력은 약해졌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했습니다. gpt가 나왔으니 더 그러겠네요. 온갖 해외 미디어를 보고 2~3번의 크로스 체크를 했어야 할 정도로 어려웠던 주제 선정과 글쓰기는, 이제 퍼플렉시티와 gpt를 2번 정도 왕복하면 5분 만에 만들 수 있습니다.
8. 책을 읽으며 스타트업, 창업 뽕에 빠졌었습니다. 세상의 불편을 해소해 더 큰 가치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느낀 건, 그건 정말 천재들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되는 일이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노동이나 아니면 무언가를 사고팔며, 거기서 발생하는 가치 없는 수익으로 먹고 삽니다. 그게 나쁜지 이제는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고, 그걸 나쁘다고 하면, 대부분의 인간이 나쁘게 사는 걸 테니까요.
9. 마케터라는 일의 시작도 비슷했습니다. 사업기획 직무의 대표가 문과 한 명 뽑아놓고 '니는 이제 마케터여'라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온갖 아티클과 강의와 책을 봤습니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건, 마케팅을 제대로 하려면 결국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고, 제대로 된 코치나 강사가 한 명쯤 있으면 정말 빨리 늘어난다는 겁니다. 글과 화면만으로, 하루 5천 원 1만 원씩 쓰며 했던 마케팅은 사실 마케팅 직무라고도 보기 민망한 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영업시간이 더 많았죠.
10. 잘하는 거 같냐, 면 조금 고민입니다. 광고를 넘어 기술을 결합해 성장시키자는 그로스해킹이 2010년대 초중반부터 해외에서 유행했고, 제가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도 이미 2017년부터 유행했습니다. 저자는 링크드인에서 '그로스의 왕'이라 불립니다.
이미 2017년부터 그로스라는 게 어느 정도 완성되고 정립되어 있는데, 10년이나 늦게 저는 한국에서 대체 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있는 걸까요?
2015년 [그로스 해킹]을 낸 라이언 홀리데이는 이제 철학을 파는데, 저는 그들이 건넌 길을 이제야 건너고 있습니다. 삶의 단계가 있음도 알고, 정도를 밟아야 하는 것도 알지만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마케팅보다는, 마케팅 일을 하면서 얻을 인사이트와 가치관에 더 마음이 갑니다.
11. 잘하고 싶냐, 면 잘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마케터의 커리어도 아니고, 마케팅을 좋아해서도 아닙니다. 그냥 제가 효능감을 느끼고, 회사에서 인정해 주기때문입니다. 또한 직업과 일을 넘어선 이 다음의 스텝이 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스스로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는 게, 월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났는데 더 자는 게 아닌, 빨리 광고 지표를 확인하고 매출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룰루랄라 일어나 한 시간 일찍 회의준비를 하고 지표를 느긋하게 봤습니다. 지금도 핸드폰에는 메타 광고관리자와, 홈페이지의 온라인 버전을 두고 수시로 챙겨보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인센티브가 아닌, 대체 이 일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2.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싶은 일이라곤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탑다운이면서 약간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지금 회사와도 잘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끊임없이 무언가로부터 도망쳐왔다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의 어머니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로부터 거절당카지노 게임 사이트 압박받아왔기에 자유를 외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약간의 구속에 끌리는 거 같습니다.
지금은 집이 어려워 만화는 어렵겠다는 추억과, 그따위 재수는 무엇하냐는 말들이 저를 더 불타오르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나는 안 되겠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하게 만들었죠. 어쩌겠습니까. 우리 가족은 완벽하지 않지만 어쨌든 지금의 저는 만들어졌고, 그렇게 만들어진 저 또한 그렇게 완벽하진 않으니까요.
13. 수도 없이 많은 직업을 꿈꿨습니다. 본능적으로 대안과 선택지가 없는 삶이란 부자유라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했는지 끊임없이 도망갈 길을 만들어두었습니다.
스타트업 면접을 보면서, 영업이 돈을 많이 번다길래 제약 영업 취업을 위해 강의를 들었고, 또 혹시 몰라 공공기관 취업을 위해 ncs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직장 하나를 두고 3가지 선택지를 뒀죠. 이게 아니면 딴 거 해야지. 어차피 어떤 직업이든 그만두는 인간이 반은 될 텐데, 내가 아니라는 보장 있나? 이런 생각을 늘 하고 살았죠.
14. 하지만 어쩔 때는 퇴로를 막는 게 더 좋을 겁니다. 디자이너를 때려치운 사람은 절대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없을 겁니다. 마케터를 때려치운 사람은 절대 마케터로 성장할 수 없죠. 직장을 그만둘 순 있습니다. 하지만 직업을 그만둔다면 절대 그 직업에서 성공을 거둘 순 없을 겁니다. 죽으라고 일하라는 건 아닙니다. 선택하라는 거죠. 저도 수없이 고민하고 수많은 선택지를 들었다 놨다 했다가 선택했습니다. 이 직업에서 도망쳐보지 말아보자.
15.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회사는 강의와 책을 거의 무제한으로 지원해줬습니다. 저도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 길에서 도망치지 않으려고 1시간 반 출퇴근 길을 강의와 책으로 도배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하니 습관이 생기고, 지식의 체계가 생겼습니다. 대충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시작했고, 감히 판단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는 이런저런 걸 적용해 볼 수 있겠다는 감이 생겼습니다.
16. 일을 통해서 부자는 못 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돈이 중요하지 않냐면, 당연히 돈은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중요하다는 돈은 사실 '호텔' '자동차' '여행' 등 소비이지 돈을 벌어야 하는 행위는 제외되어 있을 겁니다. 자본도 배제되어 있죠. 쓰는 1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버는 6개월을 불행하게 여기는 걸 예전부터 의아하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했습니다.
노력 없이 미녀들을 만나고 싶다는 소년만화 속 하렘처럼, 노력 없이 신분상승을 꿈꾸는 로맨스 판타지처럼, 노력 없이 운명을 바꿔보고 싶다는 회빙환물처럼, 사람들은 노력 없이 무언가의 결실만 맛보고 싶어합니다. 버는 몇 개월의 고충은 밀어내고 소비의 달콤한 순간만을 기억하려고 애씁니다. 늘 쓰는 시간이 아닌 만들고 투자하고 일하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의 행복을 잘 모르겠습니다. 옷을 꽤 좋아한다고 생각해 백만 원 넘는 옷도 대여섯 벌 샀고, 남들 로망이라는 해외여행도 40일 50일 다녀왔지만 제 가슴을 뛰게 만들진 않았습니다. 6개월의 교환학생도, 일본 삼겹살집에서 김치랑 고기만 존나게 자르다 왔습니다. 물론 추억은 많지만 제 인생의 중심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본 여행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동네 라멘집에서 1.3만원 풀토핑 라멘을 먹는 게 제게는 더 행복입니다. 제가 자동차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부모님의 tv와 냉장고를 바꿔드리고 애인에게 선물을 주는 게 제게는 더 행복입니다.
속박과 억압이 오히려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일깨워주웠고, 더불어 별 거 아닌 자극에도 만족카지노 게임 사이트 감사하는 삶을 살게 해주었으니 감사할 일입니다.
17. 돈보다 중요한 건 관계라고 합니다.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이미 과학이나 심리학으로도 많이 밝혀진 부분입니다.
코인으로 몇십억을 벌었다는 친구가 계좌를 보여주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싶냐고 물었을 때, 저는 제 깜냥이 아니라고 생각해 거절했습니다. 대치 청담 출신 연고대 자기 친구들도 못한다는데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똑똑한 친구가 밤낮을 바꿔가며,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져 탈모약을 먹어가며, 결혼을 깨가며 한 결과가 그거라는데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그냥 별 볼일 없는, 조금씩 성장하는 제 삶이 좋습니다. 5살짜리 조카와 놀고, 대학교 친구들과 반년에 한 번 만나며, 부모님에게 적당한 직장 다닌다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이 삶이 좋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에어비앤비를 알아보고, 중고명품을 팔고, 돈이 짱이라며 제약영업을 고민했던 저도 좋습니다. 핵심인재라고 띄워주며 믿어주고 교육비와 책을 (거의) 무제한으로 지원해주는 회사가 좋고, 그런 회사에 다니는 제가 좋습니다.
이 길은 분명 부의 추월차선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꽤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조금 더 여유로워지면, 거지 같은 도전을 한답시고 위축되어있는 동안 연락 못했던 친구들에게 한 번 연락하며 지내고 싶긴 합니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많이 돌아왔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싶긴 합니다.
저는 잘 지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