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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뽕 Apr 29. 2025

제가 이거 해서 얼마 받는지 아세요?

30만 원까진 아니지만, 일하는 양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를 만큼

15명. 디자인 21에서 짐을 싸서 나오기 전까지 나보다 먼저 퇴사한 사람의 수다.입사한 지 두 달이 조금 안 된 시점부터 3명이 퇴사하는 걸 지켜봤다. 경영 악화로 느껴질 만한 시그널은 전혀 없었다. 시기별 매출과 업무 범위에 따른 정확한 TO는 대표님만 알겠지만, 사무실에 놓인 책상은 총 12개였다. 박 실장님 책상을 제외하면 11개가 디자인 21의 TO인 셈이었다. 내가 담당했던 대상그룹 <기분 좋은 만남도 원래 같은 팀 다른 직원이 맡은 업무였다. 입사와 동시에 퇴사가 예정된 담당자에게 인수인계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만두는 사람들을 보면서 별다른 의구심이 없었다. “어디 더 좋은 데로 이직하는가 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급여를 받은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어도 생각은 미숙했다. 그저 내 일만, 콘텐츠를 잘 만드는 일에만 회사 생활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면 될 줄 알았다. ‘주변을 압도하는 재능’을 기르고 싶었고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결과’를 내고 싶었다. 조직문화, 인사관리, 회사운영은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 조직 운영 방법에 관해 쓴 ≪규칙 없음≫이나 국내 스타트업의 ‘리드’급 이상의 관리자라면 교과서처럼 여긴다는 ≪실리콘밸리의 팀장들≫도 출간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퇴사하고 입사하고 다시 또 퇴사하는 사람들이 기억 속에 하나둘 쌓여갔다. 나중에는 누가 새로 입사해도 연락처를 묻고 저장하는 일마저 귀찮아졌다.의문이 들기 시작카지노 쿠폰.


“뭐가 문제인 거지…?”


2017년에는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유튜브는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의 창작 역량에 빚을 지며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반면 잡지라는 매체는 아직 ‘아날로그’를 고집하며 머물러 있었다. 어떤 종류의 잡지든 만들어지는 과정이 다를 바 없었던 건 그래서다. 지금도 잡지라는 책을 만드는 데 있어 큰 차이는 없다. 기획자나 에디터 입장에서 잡지 한 권을 마감하는 당시의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카지노 쿠폰 21에서 기업이 의뢰한 잡지를 제작했던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01 하고 싶은 기획과 해야 하는 기획을 세운 뒤 데스크에게 컨펌을 받는다.
02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진행 방향을 수립하고 마감 일정 계획을 세운다.
03 인물, 장소, 물건뿐만 아니라 필요한 스태프도 동시에 섭외를 시작한다.
04 촬영하고 취재하고 다음을 위해 관계도 쌓아가며 콘텐츠를 제작한다.
05 청탁 원고나 촬영한 사진 등 완료된 제작물의 1차 컨펌을 데스크에게 요청한다.
06 원고를 작성하고 이미지별 캡션을 만들어 데스크에게 2차 컨펌을 받는다.
07 원고는 카지노 쿠폰팀에 넘기고 본인의 기획 의도를 다시 한번 상세히 설명한다.
08 필요하면 발문도 뽑아 전달하고 의도한 결과물이 나오도록 디자이너와 소통한다.
09 카지노 쿠폰이 완성된 칼럼은 A3 용지로 대지를 출력해 데스크에게 3차 컨펌을 요청한다.
10 컨펌을 마친 대지를 보며 원고를 줄이거나 늘리고, 오탈자와 비문을 교정한다.
11 수정을 반복하며 최소 세 차례 이상 교정·교열이 끝나면 깨끗한 대지를 새로 출력한다.
12 출력한 대지는 데스크에게 보내고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카지노 쿠폰팀이 취합한다.
13 카지노 쿠폰팀이 모든 페이지를 취합하면 컬러 인쇄(인디고) 방식으로 샘플을 제작한다.
14 샘플 잡지를 카지노 쿠폰팀과 기획팀 모두 다시 한번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15 문제를 발견하면 마지막으로 오탈자 정도만 수정한 뒤 인쇄소에 출력을 넘긴다.
16 잡지가 인쇄되는 동안 콘텐츠를 제작하며 사용한 비용을 정산한다.
17 잡지 제작에 도움을 준 분들께 완성된 책을 발송하는 일로 마감을 마친다.


부득이한 출장이나 외부 일정으로 한두 과정에서 빠지는 경우는 있어도 제작 과정이 줄어들 일은 없다. 월간지든 격월간지든 계간지든 같은 과정이 진행돼야만 한 권의 잡지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감은 항상 지난하고 힘들지만, 디자인 21에서는 매달 한 권의 잡지만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이 따랐다. 원고를 쓰다가 기획안과 촬영을 준비하고, 촬영을 나가서 디자이너에게 전화를 받아 PDF 파일을 열고 확인하는 일이 비일비재카지노 쿠폰. 회의 중에 다른 클라이언트의 연락을 수시로 받으며 논의해야 하는 상황도 많이 벌어졌다. 서너 매체의 17가지 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건 혼돈 그 자체였다. 아무리 적응해도 적응이 필요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마감 일정이 고정된 시중의 일반적인 매체와 다르게 클라이언트 매체는 담당자의 사정에 따라 마감 날짜는 물론 편집 회의 날짜도 매달 달라졌다.


조금 일찍 끝날까 싶어 덜컥 약속을 잡았다가 취소하는 일이 셀 수 없었다. 디자인 21을 다니며 평일에는 절대 약속을 잡지 않으려 했던 이유다. 함께 집에 가려고 회사 앞에 온 여자친구를 차 안에서 3시간을 넘게 기다리게 해 앓는 소리를 하며 사정하며 비는 일도, 너무 오래 기다린 나머지 화가 난 여자 친구가 그냥 가버리는 일도 많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위로를 받아야 카지노 쿠폰. 출근 시간은 있었으나 퇴근 시간은 없던 근본적인 원인은 디자인 21의 근간에 있었다. 기본적인 업무량도 많은데, <모터스라인 마감까지 겹치면 퇴근은 언제나 요원카지노 쿠폰. 무엇보다 교정·교열이 제일 큰 문제였다.


기획팀 전원이 펜을 들고 <모터스라인의 교정·교열을 대여섯 차례 이상 돌려보기 시작하면 대지는 금세 색색깔로 물들었다.나중엔 처음 프린트된 부분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원고는 항상 해당 칼럼을 기획한 사람 혹은 글을 작성한 사람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고쳐질 때가 많았다. 각자 매끄럽다고 생각하는 문장과 단어와 표현이 달랐기 때문이다. 누구는 ‘따듯’보다 ‘따뜻’이라는 표기를 좋아했고 누구는 ‘카지노 쿠폰’보다 ‘하였다’라는 표기를 선호카지노 쿠폰. 단문을 싫어하는 사람은 문장을 죄다 합쳤다. 다른 일로 정신이 팔리거나 피곤해서 한눈을 팔았다가는 누군가 문장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경우도 허다카지노 쿠폰.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담당한 칼럼의 대지를 일일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클라이언트 피드백까지 일괄적으로 반영되며, 어느새 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기획 의도와 전혀 다른 원고로 변신해 있었다.


<모터스라인 마감 외에도 할 일이 산더미였지만, 수시로 담당한 대지를 찾아다니며 원래 의도한 바대로 원고를 되돌려 놓아야 카지노 쿠폰. 마감 때마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향카지노 쿠폰. 종이가 아까울 만큼 비효율적이었다. 매체별 특성과 담당자의 색깔을 인지한 상태에서 규칙을 정하고 전문적으로 교정·교열을 보는 분을 쓰지 않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대표님과 박 실장님에게 물론 이유는 있었다.교정 선생님을 써봤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부에서 여러 번 보는 게 차라리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여러 사람이 교정·교열을 보면 볼수록 글이 더 평범해지며 좋아진다고 믿었다.그 철학은 내게 있어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말이다. 같은 대지를 열댓 번씩 수정하다 보면 카지노 쿠폰팀에서도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 이거 아까 차장님이 들고 와서 바꾼 건데요.”

“죄송해요 과장님. 다시 바꿔주세요.”

“지금 몇 번째예요…”

“처음 원고와 다르게 수정이 돼 있어서요…

“아…”

“한 번만 다시 수정할게요.”


힘들었지만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응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누구는 한 번만 마감을 치고, 누구는 입사한 지 2주 만에, 누구는 울면서, 누구는 박 실장님과 싸우고 퇴사했다.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문제는 어떤 조직이든 퇴사자가 발생하면 누군가는 퇴사한 사람의 업무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에 있었다. 기획팀 TO는 5명이었지만 언제나 한 두명이 부족카지노 쿠폰.채워질 듯 채워지지 않았다. 대표님은 퇴사자가 생길 때마다 수시로 면접을 봤지만 면접을 본 사람은 적응하지 못하거나 박 실장님 성에 차지 않거나, 둘 중 하나였다. 박 실장님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입사하면 티를 꼭 내는 편이었다. 특히 연차가 높은 사람일수록 그 강도가 세졌다. 박 실장님의 입장이야 있을 테지만 기획팀에선 조직이 안정되기만을 바랐다.


카지노 쿠폰2017년 8월의 퇴근 기록. 디자인 21에서는 따로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지 않았는데, 매일 야근하고 퇴근하는 시간이 궁금해 개인적으로 메모장에 기록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 21에서는 모두가 매일 야근에 시달렸다. 신사동에서 일산으로 퇴근했던 내가 매달 대표님께 청구하는 야근 택시비만 70만 원에 달카지노 쿠폰.오죽 야근이 많았으면 한 고양시 택시 기사님이 나를 기다렸을 정도다. 택시를 불렀는데 몇 번이나 같은 택시가 오길래 기사님께 물었다. “저번에도 뵌 것 같은데 혹시 저, 기다리신 거예요?”. 택시 기사님은 새벽에 강남에 나오게 되면 가로수길에서 일산으로 들어가는 분이 생각나서 신사동 부근에서 기다린다고, 그게 손님이었냐며 멋쩍게 웃었다. 나도 멋쩍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때부터 택시 기사님과 대화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떤 택시 기사님은 이태원 제일기획 앞에 가면 나처럼 새벽에 퇴근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또 다른 택시 기사님은 은퇴하고 아내에게 친구 당구장에서 소일거리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서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연달아 차에 탄 손님이 본인 집 방향으로 가자고 하길래 룸미러를 봤는데 아들이었다는 '웃픈' 이야기도 꺼내놓았다. 쓰러질 듯 피곤한 채로 택시에 타 기사님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감상적인 기분에 젖었다. 새벽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한 뒤 잠깐 눈을 붙였다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내 모습이 괜히 억울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새벽 5시 신사동 어느 술집에서 뻗은 서 팀장님과 인턴. 그때의 우린 새벽 2시가 넘어 퇴근했는데도 아쉬워서 술을 마시러 갔다.


카지노 쿠폰 21의 출근 시간은 원래 9시 30분이었지만 적당히 늦어도 괜찮았다. 눈치껏 박 실장님보다 먼저만 출근하면 문제 없었다. 함께 고생한 경험이 쌓일수록 인간 관계는 돈독해진다. 특히 기획팀에서 나와 서 팀장님과 임 차장님은 둘도 없는 ‘흡연 메이트’였다. 유부남인 임 차장님은 야근을 끝내고 곧장 집으로 갈 때가 많았지만 나는 서 팀장님과 카지노 쿠폰팀 재윤 대리와 하늘이, 인턴이던 유림이와 함께 새벽에 일이 끝나도 집에 가기 아쉬워 술 한잔 걸치는 날이 많았다. 당시 신사동 회사 근처에서 늦게까지 영업하던 ‘김군네 통닭집’과 ‘후문’이 우리의 단골집이었다. 특히 나는 일주일에 세 번씩 방문했던 ‘후문’ 사장님과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눌 정도로 친해졌다.


안줏거리는 언제나 매일 야근하는 상황에 대한 당사자들의 푸념이었다.복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야근 수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자조적인 웃음으로 서로를 위로카지노 쿠폰. 이후에도 느낀 사실이지만 회사가 엉망일수록 직원등 관계는 좋아지기 마련이다. 회사라는 공통의 적이 생기기 때문이다. 혹여 누군가 그런 회사에 들어가서 고생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느냐며 ‘누칼협’을 시전한다면 사실 할 말은 없었다. 단지 디자인 21에 재직 중인 모두는 잡지라는 책을 만드는 일을 그 누구보다 좋아하고 사랑했을 뿐이었다.


“팀장님, 예전에도 카지노 쿠폰 21 다녔다면서요.”

“응.”

“그때도 이랬어요?”

“똑같았지 뭐.”

“아니, 그런데 왜 다시 온 거예요?”

“그러게~”

“도대체 왜 안 바뀌는 걸까요.”

“몰라 나도~”

“이 쪼끄마한 회사에서 매달 퇴사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게 말이 돼요?”

“그러게 말이다~”

“팀장님이 대표님이랑 박 실장님한테 얘기 좀 해봐요.”

“나라고 얘기 안 했겠냐.”

“팀장님 말만 팀장이지 허수아비인 거 알죠?”

“허수아비인가 보지 뭐~”


80년대 민주화를 부르짖던 대학생들이나 나눴을 법한 대화는 늘 싱겁게 끝났다. 서 팀장님은 서 팀장님대로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았을 테지만, 항상 내 푸념이 더 깊어지기 전에 ‘시니컬’하게 넘겨주었다. 오히려 좋았다. 서 팀장님이 넘겨주지 않았다면 술에 취해 몇 시간이고 떠들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의 나는 ‘중이 다 함께 노력하면 절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카지노 쿠폰. 만약 오늘 집 앞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면 다음날 집을 나올 때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신경을 쓰는 게 인간이라고, 그때는 여겼다.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아무리 옳은 생각일지라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카지노 쿠폰 21에서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2017년 <범죄도시로 이름을 알린 진선규 배우와 인터뷰한 <기분 좋은 만남 칼럼. 디자인 21에서는 자동차 매거진에만 있었다면 다루지 못할 피처 콘텐츠도 많이 제작했다.


기억 속에 퇴사자가 12명쯤 됐을 때부터 끓는 냄비 상태로 돌입했다. 대표님이 착취한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도 안 돼 퇴사자가 회사 전체 TO보다 많은 12명이나 발생했는데, 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획팀의 서 팀장님도, 임 차장님도, 소현 대리도, 나도 이제는 너무 지쳤다. 뭔가 대책을 세우길 바랐지만 대표님은 대뜸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3차에 걸쳐 술을 사주는 게 전부였다.웹드라마 <좋좋소의 기획과 감독을 맡은 빠니보틀도 2017년의 디자인 21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경을 쳤을 일이다.


보상을 바란 게 아니었다. 야근 수당을 달라거나 인센티브를 요구할 만큼 철이 없지도 않았다. 기업 사보를 만드는 디자인 21이라는 회사가 처음 생겼던 20년 전 20세기와는 업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단지 지금의 고단한 상황이 나아지게끔, 변화하며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길 바랐다. 혹여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오히려 더 고생하고 야근해야 한다면 얼마든지. 그런데 대표님은 늘 미안한 표정만 짓고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박 실장님은 기획팀에서 하소연해도 대표님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만 뽑아온다며 책임을 미뤘다.담배를 태울 때마다 서 팀장님께 힘들다고, 더 이상은 못 하겠다고 토로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서 팀장님도 대표님께 매일 말씀드리고 있다고, 조금만 기다려보자는 얘기밖에 할 수 없었다.


연말이 되자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2018년 <모터스라인의 리뉴얼 방향을 기획하느라 디자인 21 모두가 지치다 못해 미쳐가던 중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했던 기획팀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던 소현 대리가 더 이상 못 다니겠다며 먼저 퇴사를 선언했다. 박 실장님과 소현 대리 사이에 생긴 트러블이 방아쇠를 당겼다. 냄비는 이제 끓어 넘쳤다. 안 그래도 사람이 없어서 힘든데 소현 대리까지 퇴사하면 기획팀은 3명만 남는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표님과 박 실장님에게 말했다. 변화 없이 계속 같은 방식만 고집하면 퇴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서 팀장님 역시 한계였다. 티를 많이 내지 않던 임 차장님도 지친 게 역력카지노 쿠폰.


매일 14시간 이상 앉아 있었던 카지노 쿠폰 21의 보라색 책상은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할 정도였다.


“팀장님 진짜 저도 더는 못 하겠어요.”

“나도.”

“일에 아무리 만족해도 이렇게 계속하다가는 골병 나겠어요.”

“봉은 그래도 젊잖아~”

“젊다고 안 힘든 게 아니라고요. 아시면서.”

“대표님이 다 같이 얘기하자고 하니까 한번 들어는 보자.”

“뾰족한 수가 있겠냐고요.”

“모르지, 있을지 없을지.”

“팀장님은 계속 다니실 거예요?”

“나도 리뉴얼 기획만 끝나면 그만둘 거야~”


아직은 순수카지노 쿠폰. 말은 그렇게 했어도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정말이지 <모터스라인 마감 때마다 벌어지는 ‘개미지옥’ 같은 교정·교열 시스템만 바꿔도 계속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전문 교정 선생님을 모시고, 각자 맡은 칼럼만 3교씩 확실하게 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치기 어린 마음에 대표님과의 대화를 앞두고 비장해졌다. 지금 회사에 무엇이 문제인지 대표님께 ‘뼈 때리는 팩트’를 괜히 선물하고 싶었다.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에 빙의하기 시작카지노 쿠폰. 그때만큼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과 자유무역협정에 나선 참여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이 따로 없었다.


당시 ‘쏘카’도 비슷한 이슈를 겪고 있었다. 직원들의 반복적인 퇴사로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졌고, 수당도 없이 매일 야근한다는 이야기가 커뮤니티에 돌더니 결국에는 언론사까지 다루기 시작했다. 해당 기사를 프린트했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 21의 문제점도 A4 용지 두 장에 걸쳐 정성스레 적었다. <모터스라인 리뉴얼 회의를 마친 시점에 대표님이 불쑥 회의실로 들어왔다. 서 팀장님이 먼저 그간의 고충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야기를 꺼내는 다른 사람은 없었다. 몇몇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이런 자리를 통해 엉망이었던 시스템이 바뀌면 혜택은 다 같이 누릴 텐데,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새삼스럽진 않았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부당하게 체벌했을 때도 누군가 불합리하다고 먼저 나서서 말해야만 그제야 옆에서 한마디 거드는 게 인간의 심리였다. 이어서 나도 준비한 프린트를 대표님과 박 실장님께 전달하며 교정·교열 시스템만 제발 좀 바꿔 보면 안 되겠냐고, 지금의 시스템만 바꿔도 매일 3시간씩은 집에 일찍 갈 수 있을 거라고 의견을 피력카지노 쿠폰. 그런데 대표님보다 박 실장님이 먼저 나서서 선을 그었다.


“봉 대리. 그건 안 돼.”

“이렇게 규칙도 없이 서로 다 같이 돌려보는 게 오히려 더 비효율적인 거 같지 않아요?”

“안 된다고 했잖아. 내부에서 직접 보는 게 나아.”

“……”


할 말을 잃었다. 2018년 <모터스라인이 격월간으로 바뀌니 조금 나아질 거라고 대표님이 말했지만, 이미 사람은 부족했고 충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본질적인 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았다. 결국 내년에도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올해처럼 매일 야근하는 일상을 살아야 할 게 불 보듯 뻔카지노 쿠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직 가공되지 않은 브랜드 이야기를 다루는 업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홍보팀에서 가공하기 전의 ‘살아 날뛰는’ 날 것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브랜드 방향에 맞춰 직접 만진 다음 독자에게 전달하는 즐거움은 디자인 21에서 콘텐츠를 만들며 느꼈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미래를 고심하고 있는데 디자인팀 인 팀장님이 갑자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문화의 날을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팀별로 회식을 한다든가, 영화를 본다든가 취미 생활을 같이 해보는 건 어떨까요?”


단전에서부터 욕이 튀어 올라왔다. 목구멍을 지나 이빨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는 걸 간신히 삼켜냈다. 매일 밤 피곤함에 찌들어서 수시로 세수하며 잠을 깨우던 사람이 할 소리인가 싶었다.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 아무리 가장이라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태연한 소리를 한다는 게 기가 찼다. 차라리 임 차장님처럼 ‘말해도 바뀌는 건 없다’며 진작에 달관해 버린 자세가 오히려 훌륭해 보였다. 다른 이슈로 본질을 호도하는 인 팀장님을 보며 나는 정치는 못 하겠다 싶었다.마음은 퇴사 쪽으로 빠르게 기울어 갔다.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번호판도 달 수 없는 수출형 코나를 촬영해야 카지노 쿠폰. 울산 공장에서 차를 받아 카 캐리어에 실어 부산을 찾았다.


<모터스라인 리뉴얼 기획을 마쳤고 해가 바뀌었다. 소현 대리는 그만뒀고 서 팀장님도 그만두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직 입사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임 차장님은 일단 계속 다닌다고 했다. 나만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퇴사를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였기 때문이다. 일 자체는 만족했지만 업무 방식이 문제였다. 대신 계속 다닐 거라면 보상이 필요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상 없이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될 것 같았다. 2018년에도 개인 삶은 완벽하게 포기해야 될 테니 말이다.디자인 21에 입사한 지 1년이 지난 상태였고 아직 월급을 받기 전이었다. 연봉 협상으로 마지막 승부를 걸어 보기로 카지노 쿠폰. 조금은 뻔뻔하고 단호하게.


“담배 하나 태우면서 얘기하자.”

“대표님. 3,100만 원 주시죠.”

“500이나 올리는 건 무리야.”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요. 아시잖아요.”

“알지. 아는데, 이번에 그만큼 올리면 그다음에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지 않을까요.”

“그래도 그건 무리야.”

“대표님은 얼마 생각하셨는데요?”

“2,900.”

“저는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생각 좀 해줘라.”

이번 달까지만 하겠습니다.”


하필이면 카지노 쿠폰 21에서는 퇴사하는 날도 자정을 넘겼다.성격상 인수인계에 필요한 파일을 사용하던 PC 바탕화면 폴더로 예쁘게 정리한 뒤 사무실을 나왔다. 착찹했고 씁쓸했지만, 마침내 탈출한 심정이라 안도감도 들었다. 이제는 택시비를 청구할 수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택시부터 불렀다. 지하철 막차도 이미 끊긴 시간이었다. 택시에 탑승해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라디오에서 처음 듣는 이적의 ‘나침반’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고단한 하루가 끝나지 않는, 이미 늦은 저녁~”. 발라드 노래에 위로를 받긴 처음이었다.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택시 안에서 한강을 따라 늘어선 불 켜진 건물들만 빤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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