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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뽕 Apr 21. 2025

이건 너무한 거 카지노 가입 쿠폰, C팔

교통사고에 권고사직까지, 이건 너무한 거 카지노 가입 쿠폰

“혹시 편집장님이 얘기하셨어?”

“뭘요?”

“나 다음 달 마감까지만 일하고 그만두거든.”

“이직하시는 거예요?”

“<탑기어 재창간한다는 얘기는 들었지?”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소식이었다. 인턴 기간이 종료될 무렵 진우 선배 소개로 <탑기어에 서류를 넣었지만 ‘광탈’카지노 가입 쿠폰. 준혁 선배가 무슨 얘기를 꺼낼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


“면접 보고서 떨어진 줄 알았는데 연락받았어.”

“합격하신 거예요?

“(웃음)응.”

“카지노 가입 쿠폰, 축하드려요!”


<모터매거진에서의 두 번째 마감이 끝나가던 무렵이었다. 야근을 위해 사무실에서 함께 저녁을 먹던 준혁 선배가 퇴사 소식과 이직 소식을 동시에 알렸다. 청천벽력이었다. 축하한다고 말은 했지만 반만 진심이었다.준혁 선배의 퇴사는 곧 2월 호 마감부터 편집장님과 둘이서 <모터매거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편집장님은 에디터스 레터를 제외하면 기사를 잘 쓰지 않았기에 앞으로는 혼자 마감을 쳐내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경리단길에서 쉐보레 홍보 담당자들과 미팅할 때 준혁 선배가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그제야 이해했다.


1월 호 마감부터 퇴사를 앞둔 준혁 선배의 배당이 줄고 내 배당이 늘어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애초에 <모터매거진에 에디터라고는 둘 뿐이었다. 프리랜서 선배들이 힘을 보태긴 했어도 최종 편집은 내부에서 담당해야 했다. 두꺼운 패션 매거진 기준으로도 한 명의 에디터가 담당하는 칼럼은 매달 많아야 10 꼭지였다. 에디터는 취재도 해야 하고 촬영도 해야 하며 행사도 다니고 사람도 만나야 한다. 촬영하고 원고만 쓴다고 해도 10 꼭지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런데 선배가 퇴사한 2월 호 제작부터는 내 배당이 20 꼭지에 육박하기 시작했다. 많은 달엔 무려 23 꼭지에 달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20 꼭지에 육박하는 배열표를 보고서 눈앞이 깜깜해지지 않을 에디터가 있을까? 매달 형광펜으로 내 배당 부분을 표시하며 한숨부터 쉬었다.


선배의 퇴사는 물리적으로 힘든 것 외에도 더 큰 문제를 안겼다. 일하면서 의지하고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 회사 안에서 사라졌다는 문제다. 사회 초년생이자 ‘초짜’ 에디터로서는 카지노 가입 쿠폰들의 암묵지를 통해 전수받아 배우고 익혀야 할 내용이 산더미였다.1년 차 에디터에겐 콘텐츠를 만들며 마주하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노하우가 턱없이 부족했다. 편집장님은 브랜드의 돈을 받아 제작하는 ‘유가 콘텐츠’가 아니라면 별다른 디렉팅이나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다. 배당을 받을 때마다, 촬영을 나갈 때마다, 마감을 치를 때마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한 달을 기준으로 3주는 취재하고 촬영하느라 쏘다니기에 바빴다. 1주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야식을 해결하며 사무실에 틀어박혀 원고를 썼다. 그런 일상이 12월부터 넉 달간 지속됐다. 인턴 기간에 배운 실력은 빠르게 밑천을 드러냈다. 자신감만으로는 부족했다. 하루하루가 밑 빠진 독을 채우는 심정이었다. 논현동 월드매거진에서 매달 잡지를 구입하고 보란 듯이 회사에 비용을 청구했던 건 그래서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바다 건너 책상에 놓인 <탑기어, <CAR, <에보, <모터트렌드가 카지노 가입 쿠폰 역할을 대신했으니까.레퍼런스로 삼을 촬영 아이디어와 산업을 바라보는 얕은 시야를 해외 잡지를 보며 메꾸는 게 당시로선 최선이었다.


사람을 뽑아달라거나 배당이 많으니 조절해 달라는 말을 꺼낼 시간조차 부족카지노 가입 쿠폰. 지금의 나라면 더는 못 하겠다고 드러눕는 시늉이라도 했을 테지만 말이다. 그때는 미련하게 혼자서 감내카지노 가입 쿠폰.대신 복수하는 마음을 담아 좋아하는 메뉴인 쫄면과 참치김밥을 항상 회삿돈으로 포장했고, 책상에서 원고를 쓰며 저녁 끼니를 때웠다. 야식은 썰렁한 사무실에서 혼자 남아 새로 시작한 <응답하라 1988을 일부러 떠들썩하게 틀어놓고 잠을 쫓으며 먹었다. 새벽에 집에 갈 땐 차의 시동을 걸고 최근에 발매된 다이나믹 듀오 8집 <Grand Carnival을 틀었다. 1번 트랙인 ‘옥상에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2번 트랙 ‘요즘 어때?’가 흘러나오면 운전대를 잡은 손가락을 튕기며 가사에 맞춰 웅얼거렸다. “좋다 나쁘다 하지 뭐”.


카지노 가입 쿠폰연비 만큼은 끝내주던 푸조 3008은 석 달간 훌륭한 교통수단으로 내 발이 되어주며 일산과 양재동을 부지런히 오갔다.


2016년은 ‘번아웃’이란 단어가 아직 화두에 오르지 않을 때였다. 정신적으로도 크게 힘든 상황은 없었다. 물리적인 업무량이 많아 체력적으로 지칠 뿐이었다. 혼자서 주도적으로 일하며 급속도로 실력이 향상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겠지만, 위로가 될 만큼은 카지노 가입 쿠폰었다. 완벽한 걸 넘어 주어진 업무를 보다 멋지게 해내고 싶다는 사회 초년생의 의욕이 없었다면 금세 퍼졌을지도 모른다. 이십 대의 육체가 카지노 가입 쿠폰었다면 버티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 결과 <모터매거진에 출근한 지 다섯 달쯤 지나고 통장을 확인했을 때 50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 보였다. 불현듯 보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당시 푸조를 수입하던 한불모터스에서 매달 한 꼭지씩 롱텀 시승기 형태로 실어달라며 <모터매거진에 제공했던 2008과 3008 소형 SUV를 매일 타고 다녔다. 시승차도 출근길에 반납하려면 집으로 타고 가야 했으니 자차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1년 전 잡지 광고로 처음 봤던 ‘두카티 스크램블러’라는 모델의 이미지가 기억 한구석에서 떠올랐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주말에 시간을 쥐어짜 신사동 인근 도산대로에 위치했던 두카티 매장을 찾았다. 스크램블러 라인업 중에서도 ‘클래식’ 모델에 유독 눈길이 가서 살피고 있었다. 옆에 있던 딜러가 갑자기 비장의 멘트를 꺼내 들었다. “재고가 있어서 지금 계약하시면 3일 뒤면 출고하실 수 있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오토바이는 박스 형태로 배송되기 때문에 새 오토바이를 구입하는 걸 흔히들 '박스를 깐다'고 표현한다.


배기량 803cc, 공랭식 2 기통 73마력 엔진, 그리고 스포크 휠과 갈색 가죽 시트로 방점을 찍는 클래식한 디자인. 무엇보다 일제 오토바이와는 결이 다른 멋으로 학창 시절 그토록 마음을 설레게 했던 두카티라는 이탈리아 브랜드. 팔랑귀는 아니었지만 딜러의 필살기까지 더해졌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할부 진행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지만 덜컥 계약금부터 카드로 긁었다. 매뉴얼 오토바이를 운전할 순 있었지만 아직 자격은 부족해서 시간을 쪼개 부지런히 2종 소형 면허를 취득카지노 가입 쿠폰. 내 인생 첫 번째 오토바이, 1,550만 원짜리 두카티 스크램블러 클래식의 ‘박스를 깠다’. 계획에도 없던 새로운 장난감이 손에 들어왔다.


4월부터는 <모터매거진에 변화가 찾아왔다. 편집장님이 회사를 인수하며 발행인 자리에 이름을 올린 게 그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편집장’ 대신 메이저 언론사에서나 사용하는 ‘편집국장’으로 직함이 바뀌었다. 잡지 업계를 떠났던 홍석명 선배가 다시 돌아와 입사했고 사무실도 연이빌딩에서 세 블록 떨어진 드림빌딩으로 규모를 축소해 이사했다. 나와 석명 선배와 태후 팀장님은 사무실에 쌓여 있던 엄청난 양의 잡지를 필요한 만큼만 추려 정리하고, 오래된 컴퓨터나 예전에 사용했던 인쇄용 필름처럼 필요 없는 집기들을 내다 버렸다. 틈날 때마다 새로운 사무실로 이삿짐을 손수 날랐다.


드림빌딩 사무실에는 전례 없는 활기가 돌기 시작카지노 가입 쿠폰.이사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이재현 에디터가 입사했고 행사장에서 몇 번 인사를 나눴던 <자동차 생활의 안진욱 에디터도 합류했다. 박소현 에디터도 연달아 신입으로 들어왔다. 처음 입사했을 시기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선배는 한 명이긴 했어도 함께 고민하고 의논할 수 있는 동료가 넷이나 생겼다. 태후 팀장님과 이제는 ‘용국장’이 된 편집장님까지 합하면 일곱 명이 <모터매거진의 총원이었다. 그때부터 <모터매거진은 석명 선배를 필두로 다채로운 자동차 콘텐츠를 제작할 환경을 비로소 갖췄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로컬 자동차 전문지로서 말이다.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넘어와 파리 외곽을 돌며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시트로엥 C4 칵투스를 시승카지노 가입 쿠폰.


일산과 양재동을 오가는 출퇴근 길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스크램블러’라는 장난감이 생겼고, 그동안 절실하게 희망했던 선배와 동료도 생겼다. 잡지사에 다니는 에디터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호사 중 하나인 해외 출장도 4월에는 북경으로, 5월에는 발렌시아와 파리로 다녀왔다. 여태 인원이 부족해 좀처럼 진행하기 어려웠던 비교 시승 기획도 마음껏 세울 수 있었다. 잠깐이나마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했지만 사실은 착각이었다. 6월 초 열린 부산모터쇼 프레스 데이에 다녀온 뒤 문제가 터졌다. 오후에 사무실에 나타난 용국장이 흥분해서 본인 방으로 호출카지노 가입 쿠폰.


“병진이랑 면접 봤니? <CAR 매거진 편집장하고?”

“어떻게… 아셨어요…?”

“면접 볼 때 나한테 배울 게 없다고 했어?”

“네…? 제가요?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불합격 소식을 통보받은 후로 까맣게 잊고 지냈다. 새로 창간한다는 <CAR 매거진에 면접을 본 건 한 달 하고도 15일 전쯤의 일이다. 면접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빠르게 기억을 더듬었다. 용국장이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피드백을 주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면접에서 그런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가끔은 너무 솔직해서 탈인 성격이지만 직장 상사이자 편집장, 이제는 발행인인 사람을 두고 배울 게 없다고 외부인에게 떠들 정도로 ‘개차반’은 카지노 가입 쿠폰었다.


“왜 지원했냐고 물었더니 네가 배울 게 없어서 지원카지노 가입 쿠폰고 말카지노 가입 쿠폰는데 거기 편집장이!”

“뭔가 와전된 거 같은데요… 아직 1년 차인데 혼자서 책을 만들다 보니, 잘하는지 못하는지 혼내 주기도 하고 피드백도 해줄 수 있는 선배가 필요카지노 가입 쿠폰고만 얘기했습니다. 국장님께 배울 게 없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 그래도 그렇지. 내가 이재현이랑 안진욱이 오면서 잘해보라고 연봉도 올려줬는데, 어떻게 뒤에서 면접을 보고 다닐 생각을 하냐? 업계 좁아. 이래서 내가 너랑 같이 일할 수 있겠냐?”

“죄송합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메르세데스 C63 AMG, BMW M3, 캐딜락 ATS-V를 촬영하던 날 카지노 가입 쿠폰로부터 면접 제안을 받았다.


처음부터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다. 이직은 좀 더 실력이 쌓인 후에,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후에나 가능하다고 생각카지노 가입 쿠폰. <모터매거진에 입사할 때의 마음은 그랬지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와 버렸다. 석명 선배와 함께 5월 호에 실릴 고성능 준중형 세단 비교 시승 칼럼을 위해 강원도 춘천에서 촬영을 마쳤을 때였다. 캐딜락 ATS-V의 주행 성능을 좀 더 파악하기 위해 혼자 와인딩 길에서 시승하던 중 아이폰에 알림이 울렸다.


“잘 지내요? <에스콰이어 성현재예요.”


가야미디어에서 <모터트렌드와 <에스콰이어는 같은 층에 있었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모든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열심히 인사를 건네긴 했어도 성현재 카지노 가입 쿠폰와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의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연락처를 알지도 못했고 카지노 가입 쿠폰도 내 연락처를 모를 것 같았다. 게다가 가야미디어를 나온 지 벌써 열 달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답장을 보냈는데생각지도 못한 면접 제안이 날아들었다.


“예전에 내가 <탑기어에 있었던 건 알고 있죠? 그때 편집장님이 <CAR 매거진을 새로 창간하는데 막내 자리가 비었어요. <모터트렌드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 칭찬을 많이하길래 추천해 보고 싶은데, 혹시 생각 있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거든요. 벌써 이직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지금 <모터매거진에 편집장님 말고 누구 있어요? 가르쳐주는 카지노 가입 쿠폰들 있어요?”

“작년에 전부 퇴사해서 혼자서 일하긴 했는데, 이번 달에 홍석명 선배도 새로 오셨어요.”

“<CAR 매거진 카지노 가입 쿠폰들 밑에서 시작하는 게 지금 연차에는 더 좋을 거 같은데. 처음에 제대로 배워야 해요.”


‘영국 라이선스 매거진’과 ‘번듯한 팀 구성’은 혹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생기긴 했지만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AR 매거진의 최고참이던 이병진 카지노 가입 쿠폰의 연락처를 전달받았다. 그간 만든 기사들로 처음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이력서와 함께 첨부해 메일을 보냈다. 1호선 종각역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면접이 진행됐다.


면접을 보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곧바로 떨어졌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름을 처음 들어본 선배 에디터 한 명이 본인은 면접에서 딱 한 가지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며 자동차의 마력을 표기하는 단위인 PS와 HP의 차이점을 물었기 때문이다. 순간 헷갈렸고 머뭇거리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카지노 가입 쿠폰. 직감한 대로였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이직 시도는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그렇게 잊고 지냈는데 갑자기 그 얘기가 용국장 귀에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걸까?


지난주 다녀온 부산모터쇼에서 행사장 입구에서 <CAR 매거진 사람들과 스치며 인사를 나눈 기억이 떠올랐다. 면접에 들어왔던 편집장도 그 자리에 있었다. 작년에 <모터트렌드 선배들이 예전 <탑기어 편집장에 대해 이상한 사람이라고 얘기하던 내용도 갑자기 떠올랐다. 막내 에디터가 식당에서 편집장인 본인보다 다른 사람의 수저를 먼저 놓았다고 꿍해서는 온갖 트집을 잡았다고, 실수한 에디터에게 어린애 훈육하듯 벽을 보고 서게 한 뒤 반성하도록 시켰다고. 잡지 업계에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많은 건 알았지만 굳이 면접에서 불합격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뒤틀고 곡해해서 떠들고 다니는 편집장이 있을 줄은 몰랐다.


C팔. 욕이 절로 튀어나올 만큼 화가 났지만 원인 제공은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는 걸 부인할 순 없었다. 무엇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흥분한 용국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카지노 가입 쿠폰. 와전된 내용이 있다고, 죄송하다고 사과함으로써 사태를 일단은 마무리카지노 가입 쿠폰.


방법은 모르겠지만 보다 조심해야 했다. 브랜드와 물건,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업계인 만큼 잡지 바닥은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소문이 빠르게 돌았다. 한 번은 용국장이 여러 차례 미팅을 마치고 퇴근 시간쯤 사무실에 복귀했는데, 아침 회의에서 본인이 한 얘기를 누가 밖에다 떠들었냐고 성을 낸 일이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남 얘기를 좋아하는 게 잡지 업계였다.


에디터가 충원되며 다양한 기획을 세울 수 있었다. 당시 개성 넘치는 수입 소형 SUV를 한 데 모아 비교하며 촬영한 사진.


무수히 많은 행사와 출장을 다녔고 다른 매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일도 많았다. 나는 어딜 가든 막내였다. 처음 만난 선배들은 꼭 내게 어떻게 <모터매거진에서 일하게 됐는지, 어떻게 잡지 에디터로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를 물었다. 이야기를 꾸미거나 거짓으로 말하지 못해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했지만 되돌아온 이야기는 언제나 편집된 상태였다.“처음엔 남성지를 좋아해서 에디터 스쿨을 다녔고 <모터트렌드에서 인턴을 하며 자동차 전문지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한 이야기가 “남성지에 가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로 변질됐다. 어디선가 그렇게 왜곡된 이야기를 듣고 온 용국장에게 핀잔을 들은 적도 있었다.


면접 본 사실을 걸린 이후로 밉보이는 일이 많아졌다. 트집을 잡혀 혼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그간 책상에 잡지를 여러 권 쌓아 높이 조절이 되지 않는 모니터의 위치를 시선에 맞게 높여서 사용했는데, 갑자기 “너 우리 책을 밑에 깔아 둔 거냐?”라며 용국장이 혀를 찼다. 여태 아무 말 없었는데 갑자기 내 트레이닝 바지를 보고는 용국장이 성을 냈다. 어느 날은 지각했다는 이유로 용국장이 시말서까지 쓰게 했다. 또 어떤 날은 금요일 저녁 사무실에 들어와 며칠간 본인이 탔던 포르쉐 911 시승차의 키를 던져주며 주말에 촬영하고 기사를 써오라고 용국장이 지시했다. 직장 생활에선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깨달았다.


10월에는 <모터매거진과의 새드 앤딩을 만든 계기를 맞고야 말았다.모처럼 제시간에 퇴근하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사귄 지 얼마 안 된 여자친구와 일산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다. 6시 30분 사무실을 나와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출발카지노 가입 쿠폰. 오토바이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어 시냇길을 이용했고, 항공대학교를 지나 덕양구에 들어선 참이었다.


기억은 딱 거기까지다. 명지병원 병실에서 눈을 떴다. 눈앞에는 의사 선생님 한 분과 간호사 선생님 한 분, 가장 친한 친구인 인성이와 저녁을 먹기로 했던 여자친구가 서 있었다. (사고로 기억이 없는 와중에도 보호자 연락처 대신 친구 번호를 불렀다고 한다) 목과 왼쪽 다리에는 깁스가 되어 있었고 반 고흐도 아닌데 왼쪽 귀에는 붕대도 감겨 있었다.


입원해 있던 나를 대신해 사고 현장에서 친구가 찍어온 두카티 스크램블러. 고칠 순 있었지만 폐차하고 새로 사는 게 나을 만한 견적이 나왔다.


말로만 듣던 단기 기억 상실까지 겪었다. 퇴원하고 경찰서에서 블랙박스 화면을 확인했는데도 사고 당시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화면 속의 나는 항공대학교를 지나 신호를 대기하던 중 갑자기 불법으로 유턴을 시도카지노 가입 쿠폰. 전용 차선에서 달려오던 버스와 부딪혔고, 날아가며 옆 차로에 서 있던 차에 한 번 더 부딪혔다. 헬멧과 부츠 등 안전 장구를 착용했기에 그나마 덜 다쳤지만, 척추에 금이 가는 바람에 병원 신세를 3주나 졌다. 왜 불법으로 유턴했는지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른다.사고로 아이폰을 잃어버려 전후관계를 살피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여전히 친구들과 안줏거리 삼아 이야기할 때 몇 가지 추측만 꺼내 놓을 뿐이다.


다음 날 정신을 조금 차렸을 때 용국장에게 전화를 걸고 자초지종을 설명카지노 가입 쿠폰. 아무래도 병가로 휴가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말카지노 가입 쿠폰. 밉보이긴 했어도 며칠 지나지 않아 용국장이 병문안을 왔다. 이어서 며칠 뒤에는 이재현 에디터와 안진욱 에디터도 음료수를 들고 찾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고 경위를 몰랐는데, 이재현 에디터가 용국장에게 들었다며 어떻게 사고가 난 건지 설명해 주기 시작카지노 가입 쿠폰.


“어떻게 아셨어요? 저는 아직도 기억이 없어요.”

“그저께 용국장 왔었죠?”

“네.”

“용국장이 병문안 왔다가 곽 기자님 사고 관할하는 경찰서에 다녀왔나 봐요.”

“네? 용국장이 왜…”

“자기 기자가 교통사고가 났으니 도와주려고 가봤다고는 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거길 왜 간 거지…”

“경찰서에서 확인카지노 가입 쿠폰면서 저희한테 얘기하더라고요.”


3주간 입원을 마치고 11월 초에퇴원 수속을 밟았다. 아직 목과 발목의 깁스를 풀진 안았지만 다행히 청각에는 문제가 없었다. 금이 간 척추는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했고 왼쪽 복사뼈 안쪽의 작은 뼈는 부러진 채로 사는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집에 도착해 용국장에게도 퇴원 사실을 전카지노 가입 쿠폰. 용국장이 사무실에 들를 수 있겠냐고 물었다. 무언가 불길카지노 가입 쿠폰. 꺼림칙했지만 다음 날 아침 목발을 짚은 채로, 목에도 깁스를 한 채로 대화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양재역에 도착하기까지 아무도 자리를 내주지 않아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진 상태로 사무실에 도착카지노 가입 쿠폰.


“몸은 좀 괜찮니?”

“네, 뭐… 그럭저럭 좋아지고 있습니다.”

“너 어떻게 사고 난 건지는 알지?”

“듣긴 들었습니다…”

“자동차 기자라는 애가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사고가 났는데, 내가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있겠냐?”

“저도 왜 거기서 유턴했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그만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좋지 않겠냐?”

“……“

“피차 피곤하잖아.”

“알겠습니다.”


<모터매거진을 퇴사하며 앞으로는 이런 멋진 촬영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변명할 힘도 없었다.빨리 집에 가서 눕고만 싶었다. 그날부터 남은 휴가를 모두 사용했고 깁스를 푼 다음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컴퓨터에 저장된 그간의 노력들을외장하드에 옮기는 동안 책상의 물건들과, 직접 만든 책들과, 구입했던 잡지들을 모조리 챙겼다. 차에 짐을 싣고서 사무실에 남아 있던 석명 선배와 밖에 나와 같이 담배를태웠다. 석명 선배도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내 얼굴을 보며 괜히 멋쩍게 웃기만 했다.


“곽 기자! 잘할 거야. 잘하니까 얼마든지 다른 데 가면 되지.”


이제 막 2년 차에 접어든 에디터였으니 기회는 또 있을 거라고 생각카지노 가입 쿠폰. 다만 직감카지노 가입 쿠폰. 내가 롤모델로 삼았던 선배처럼 될 수는 없겠구나.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엔 입 밖으로 꺼냈다. C팔. 마지막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와 함께 웃다 양재동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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