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봐야 알 수 있는 수이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이 되면, 수학 교과서 맨 앞에서 '문자와 식'을 만난다.
그 단원에서 아이들은 처음으로 '카지노 게임'라는 단어를 배우게 된다.
문자를 수에 대입해보기도 하고, 문자를 기준으로 식을 세워보기도 한다.
처음엔 모두가 헷갈려한다.
"x는 뭐예요?", "왜 a를 쓰죠?", "y도 쓰고 z도 써요?"
왜 굳이 숫자를 안 쓰고, 알파벳을 써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눈빛이다.
그럴 만하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항상 ‘정답이 있는 수학’을 해왔으니까.
그런데 그 단원에서 처음으로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수’가 등장한다.
카지노 게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수.
카지노 게임는 변수와도 비슷하지만 다르다.
변수는 계속 바뀔 수 있는 수고,
카지노 게임는 아직 모른다는 수다.
즉, 카지노 게임는 풀어야 알 수 있는 수다.
상수와는 다르다. 상수는 정해져 있고, 카지노 게임는 아직 안 정해져 있다.
그 단어를 처음 가르치던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왜 늘 카지노 게임?’
고등학교 2학년.
내 첫카지노 게임 그렇게 갑자기 찾아왔다.
같은 수학학원에 다니던 여자사람친구가 소개해준 친구였다.
그때는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건 달렸기 때문인 줄 알았고,
하루 종일 그녀 생각이 나는 건 그냥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 줄 알았다.
함께 떡볶이를 먹고, 영화 '보디가드'를 보고,
도서관에서 나란히 앉아 같은 문제집을 풀 때면 그냥… 좋았다.
좋아서 함께 있고, 함께 있으니 더 좋았다.
그게 사랑인 줄 그때는 몰랐다.
그 애가 늦게 오면 괜히 속상했고,
나 때문에 웃으면 온 세상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며칠 연락이 없으면
마음 한쪽이 시리도록 허전했다.
돌이켜보면,
그때도 사랑은 카지노 게임였다.
정해진 값도 없고, 공식도 없고, 변수도 너무 많았다.
그런데도,
나는 매일같이 그 값을 구하려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아할까?’
‘이 감정은 진짜일까?’
‘이건 연애일까, 아니면 그냥 착각일까?’
지금 와서 보면 수학보다 어려웠던 문제다.
근의 공식으로도, 도함수로도 풀리지 않는 감정의 문제.
몇 년 전, 내가 가르치던 중학교 2학년 소희가 진지하게 물었다.
“선생님… 저… 학교에 좋아하는 선배가 생겼어요.”
수학 문제보다 더 진지한 눈빛이었다.
그 눈을 보자마자, 나는 ‘이건 시험보다 중요한 문제구나’ 싶었다.
소희는 말했다.
“그 선배가 저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눈에 띌 수 있을까요?”
아이 눈에 그건 인생의 전부였다.
아직 어린아이처럼 보였지만,
그 짝카지노 게임 그 아이에겐 인생의 최대 변수였다.
그래서 나는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그 선배가 자주 다니는 길로 우연히 자주 마주쳐.”
“그 선배가 활동하는 동아리에 가입해 봐.”
“눈에 띄는 게 중요하니까, 단서부터 만들어야 해.”
그건… 수학 문제를 푸는 접근이기도 했다.
‘카지노 게임를 구하기 위해,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일주일 후, 소희는 방긋 웃으며 달려왔다.
“선생님! 그 오빠가 저한테 곰젤리를 줬어요!”
그 표정을 뭐라 설명할까.
로또에 당첨된 사람보다 더 행복해 보였다.
곰젤리 하나가 인생 최대 상수처럼 빛나던 순간.
사랑은 늘 카지노 게임다.
때론 너무 복잡해서 해조차 못 구하고,
어쩔 땐 조건이 부족해서 해가 아예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과정을 ‘같이 풀어가는 것’이다.
서로의 카지노 게임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때론 실패하고, 또다시 시도하는 것.
상수는 편하다. 변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사랑은 늘 카지노 게임라서,
매일 다르고, 매일 고민스럽고, 매일 설렌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그 카지노 게임를 향해 나아간다.
수학처럼, 사랑처럼.
관계란 정의역 없는 함수
– 기대는 늘 선형 함수처럼 증가하다가,
– 현실을 만나며 꺾이고, 줄고, 때론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감정의 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