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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루 Apr 12. 2025

카지노 게임

박미경, <어둠 속 카지노 게임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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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웅, 수와아, 구오오… 다양한 청각 자극이 먼저 쏟아지는 작품이다. 저 멀리 한 곳의 밝음을 남겨둔 채 휘몰아치는 물결 혹은 암석 덩어리가 웅장하다. 누군가는 카지노 게임린다. 물보라가 흰 여백을 다 뒤덮어 결국은 소리만 남길.


어둠 밑으로 침잠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빛 위에서만 춤을 추는 사람이 있다. 22살의 나에게 어떤 이는 말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구김 없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고. 춤까지 출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수면 위에서 아장거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착각이었나 보다. 남들이 볼 때 나는 여전히 어둠 밑에서 ‘구오오’ 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동굴 빛을 막고 싶었던 적이 없다. 내가 카지노 게임린 건 빛이 조금씩 더 넓어져, 내가 있는 곳까지 그 빛이 닿는 상태였다.


15년이 지나고 나서야 만났다. 나의 소리를 궁금해하고, 어둠의 물보라를 아무렇지 않게 들어주고, 그러면서도 빛의 공간을 더 확장시켜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을. 그러니깐 이 글은 일종의 사랑 카지노 게임이다. 나에게 <어둠 속 기다림은 결국 당신을 만나기 위한 15년의 기다림이었다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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