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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루 Apr 29.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버리며

황정빈, <Poker Faces, 2024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당신은 감정 동요를 숨기고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는 편인가? 혹은 작은 감정 변화에도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변하는 타입인가?네 마리 고양이 중 셋은 모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혼자 슬쩍 미소 짓는 고양이가 있다. 이번 포커 판에 참여하지 않는 두 번째 고양이는 표정을 드러내도 된다. 나머지 고양이는 모두 무표정을 유지한다. 그래야 게임에 유리하다.

삶에서 우리가 참여하는 게임판인 회사에서도 가능한 표정을 숨기는 편이 살아남기 유리하다고 들었다. 모진 말을 하는 선배 앞에서도 기분 나쁘다는 표정은 금물이고, 대거리하는 후배 앞에서도 자존심 상하지 않은 척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꽤 유리한 편이었다. 애초에 감정 동요가 심하지 않고, 표정도 다채롭게 지을 줄 몰랐기에 늘 적당한 거리 두기를 시전 하며 불만 없이 회사를 다니는 듯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래 이론과 실제가 달라야 진짜 삶이다. 상사의 지시에 업무량이 과중하다고 울먹이고, 원하는 프로젝트를 맡지 못해 속상해하고, 야근이 길어지면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던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늘 나보다 더 적은 업무를 맡았고, 자주 원하는 프로젝트를 가져갔으며, 종내에는 회사에서 더 오래 살아남았음은 물론이다.


흔히 고양이보다 강아지가 훨씬 표정이 다채롭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포커판에서 도박하는 캐릭터가 고양이일까?) 하지만 고양이와 오래 살다 보면 미묘한 표정 변화가 너무나도 다채롭게 느껴진다. 좋아하는 고등어 캔을 조금만 덜어준 어느 날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지 않고 일단 나를 쳐다보며 눈으로 욕을 한다. 또 어떤 날은 왜 잠든 자기를 혼자 놔두고 방으로 들어갔냐고 속상해하는 눈빛을 발산하기도 한다. 그렇다. 원래 삶은 이론과 다르고 대부분 ‘case by case’로 설명되고 만다. 그러니 나도 이제 포커페이스를 줄이고 게임을 방관하는 고양이처럼 웃고 싶을 땐 웃고, 속상할 땐 생떼도 부려가며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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