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뇌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점점 더 어두운 곳으로 빠져 간다. (중략) 내가 싫고, 이 세상도 싫다.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 2005.05.22
진짜 미치겠다. 돌아 버리겠다. 내가 너무 싫다. 내가 싫다. 싫다. 짜증 난다. 싫다. 왕 싫다. - 2005.11.12
정말이지 살고 싶지 않다... - 2007.02.16
나는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 걸까? 존재의 이유가 있을까? - 2009.07.24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띄엄띄엄 쓴 일기가 적힌 이 노트는 거의 우울장 또는 자기 비하장이다. 언제부터 시작된 우울감인지 모르겠지만 최초의 기록이 저 일기장일 뿐 아마 더 오래전이지 싶다.
매일매일 저랬으면 지금쯤 나는 이 글을 쓰고 있을 수 없을터. 하루는 희망에 부풀었다가 다시 우울했다가를 반복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그래도 20대 초반의 우울감은 귀엽기나 하지 산후부터 몇 년 전까지의일기장은 처참해서 봐주기 힘들 정도다.
꽤 오랫동안 반복하는 무기력과 우울감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한때는 심리학 책을 탐독하며 원인을 찾으면 변할 거란 기대를 가져보기도 했다. 결과적으론 원망할 대상을 정해 두고 우울감을 정당화하며 더 무기력해졌다. '하아.. 아마 난 죽기 전까지 이렇게 살겠구나.' 싶어 더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어느 날 우연히 본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당장 구입했다. 제목은 바로
난 그동안 내가 마음의 병이 있어서, 정말 현실이 힘들어서 우울감이 생기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병을고치거나현실이 변해야 이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감정이 습관이라니!
이 책에서 난 인생 문장을 만나게 된다.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뇌는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평소에 유지했던 익숙한 상태를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한다. 감정도 마찬가지. 한동안 익숙했던 감정이 뇌 속에 표준으로 자리 잡아 그 감정을 더욱 선호하고 거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습관이 된 감정을 뇌는 더 확대하고 강화한다. 오늘 일어난 수많은 일 중에 그 감정에 어울릴만한 일을 찾아 의미를 부여하고 확대하는 것이다.
소름~~~~~~~~
난 처음으로 뇌와 감정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됐다. 그리고 나의 우울감은 마음의 병도, 힘든 현실도 아닌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우울이 표준이 된 나의 뇌가 우울해지기 위해 이유를 찾아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을.
나의 감정이 뇌의 농간임을 알게 된 후 긍정적인 감정을 표준으로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요즘은 몇 주씩 이어지던 지독한 무기력과 우울감은 더 이상 없다. 하지만 여전히 문득문득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그래서 꾸준히 감사 일기를 쓴다. 일상에서 불안이나 걱정거리보다 감사할 일을 찾고 기억하기 위해서. 긍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지도록 기쁨이나 즐거운 순간을 기록해 충분히 느끼려 한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 나만의 작은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나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카지노 게임 알면 나를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