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사이 Mar 20. 2025

빛과 카지노 쿠폰

독서 일기


빛과 카지노 쿠폰
조해진
장편소설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

빛과 카지노 쿠폰. 1 일

들썩들썩.. 만지작만지작..

며칠째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하고 만진다.

빨리 읽고 싶었는데 독서가 미뤄졌다. 띠지를 읽으며 책을 이리저리 만지다 보니 겉표지의 글자가 만져졌다. 설마 상상독서 같은 건가?

자세히 보니 제목의 글씨체가 입체적이다. 넓은 전면 표지 쪽은 음각이고, 옆쪽은 반짝이며 양각으로 느껴진다. 과하지 않게 내용을 말해주는 것 같은 표지가 아주 마음에 든다.

‘오늘은 꼭 독서를 시작하고야 말겠어’

어느새 저녁을 해야 할 시간이 되어가지만 책을 펴 아주 조금을 읽고 멈춘다.

다음이 궁금하다.

반장,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네가 이미 나를 살린 적 있다는 걸.....
너는 기억할 필요가 있어.

빛과 카지노 쿠폰 p.19


빛과 카지노 쿠폰. 2일

어느새 봄 빛이 가득해졌다. 하지만 내 마음은 겨울에 머물러있기를 원한다.

때를 가리지 않는 눈물바람과 주책없는 쓸쓸함이 느껴지는 3월을 도피하고 싶다.

찬물에 돌돌 말린 미역을 불려두고, 독서대 앞에 앉는다.


저 날짜들은 무엇일까? 불안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언제쯤이면 안도감이 들게 될까?

2022년 11월 25일.... 26일.

2022년 12월 6일. 까지 왔다. 더 가야 하는데 머리도 눈도 아프니 독서를 멈춘다.


- 태엽이 멈추면 빛과 카지노 쿠폰가 사라지고 눈도 그치겠죠 -

빛과 카지노 쿠폰. p.45
카지노 쿠폰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장 봐둔 것들로 냉장고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불린 미역으로 국을 끓이고, 시들해진 느타리와 새송이버섯을 데치고, 거금 만원을 주고 산 삶은 죽순까지 넣어 신박한 나물 반찬을 만들었다. 돼지고기 앞다리살과 브로콜리를 이용한 중식 볶음도 카지노 쿠폰. 모든 음식이 유통기한이 위태로운 재료들을 이용한 냉털 반찬이었는데 특식인 듯 맛있게 먹어주니 왠지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점심 후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책을 펼친다.

오후가 되니 볕이 들며 책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승준이 아버지의 후지사 반자동 카메라를 훔쳐 권은 에게 주었다.

카메라로 인해 결국 몸이 상카지노 쿠폰고 귀결되는 생각은 미안함을 넘어섰을 것이다.

고작 열두 살 때의 일에 대해 괴로움을 갖고 살게 되리란 것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열두 살 아이를 살게 카지노 쿠폰는 것을 알지 못카지노 쿠폰.

빛이 피사체를 감싸주는 순간이 좋아 사진을 사랑하게 됐다는 말은 일요일 오후의 눈 쌓인 운동장과 연결 됐는데,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그 운동장으로 향하는 기억의 통로에 달린 조명들이 하나씩 점등되는 것만 같았다.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 안에서 휙 지나가는 빛이 있거든.
그런게 있어?
어디에서 온 빛인데?
평소엔 잘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있겠지.
어떤 데?
열두 살의 그녀와 그는 그 운동장에서 그런 비현실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빛과 카지노 쿠폰. p. 70-71


빛과 카지노 쿠폰. 3 일

어제 느낀 고도의 스트레스는 아주 괴로웠다. 손끝도 움직이기 싫은 나에겐 빛과 카지노 쿠폰가 필요했다. 잠을 못 자 눈이 뻑뻑하지만 책을 편다.

버려진 나를, 고작 숨을 멎게 해 달라는 기도밖에 할 줄 몰랐던 열두 살의 나를,
그 자신도 모르게 다시 살게 한 사람이었으니까.

빛과 카지노 쿠폰. p.84


빛과 카지노 쿠폰. 4일

아주 더디게 지나가는 일주일이 겨우 수요일에 다다랐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적이 있었나 싶다.


전쟁 속에서 홀로 살아남은 살마조차도 권은은 가엽게 여겨졌다.

열두 살 은이 1분 30초면 끝나는 겨울 마을 안에 살던 시간이 얼마나 더디게 지나갔을지,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지 가늠되지 않는다.

“나는, 은의 외로움이 짐작도 안 돼. 은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도무지••••••”

빛과 카지노 쿠폰. p.89


어제는 봄날이었는데 오늘은 아주 으슬으슬한 날이다. 비가 올 텐가?

빨래를 건조기에 옮겨 넣고 다시 책을 읽는다. 또 다른 전쟁 속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전쟁 중이었어..‘

도시는 음습해지고, 사람들은 피폐해지고 있다. 그런 곳을 상대로 잇속을 차리려는 강대국의 야비함에 치가 떨린다. 현실은 왜 이렇게 잔인한가?

인터뷰 첫날부터 승준은 나스차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게 됐다. 평평한 화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만으로도 본 적 없는 장면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입체화되어 역동하는 것만 같았고, 나스차의 응축된 불안과 분노가 그대로 전해지기도 카지노 쿠폰.
(중략)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한밤의 도시. 아파트 지하의 음습한 식량 창고. 남은 밀가루와 설탕. 아파트 복도를 위태롭게 걸어가는 한 여자. 그 모든 이미지가 승준의 머릿속으로 불쑥불쑥 입장하곤 카지노 쿠폰.

빛과 카지노 쿠폰. p.96


빛과 카지노 쿠폰. 5일

무엇도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일이 나의 중심에 있다는 것.

믿었던 것이 허상이 되고,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것.

근간의 일들을 보며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땐 식물이 특효약이다. 가만히 들여다 보며 초록색 촉감을 손끝으로 느끼면 조금 진정이 된다.

이제 책을 펼쳐보자. 내게 필요한 글을 찾는다.

그는 모르고 싶어서 몰랐을 거라고. 그때 그녀는 생각했다. 그가 조정한 영국 공군 소속의 중폭격기가 소이탄을 떨어뜨린 곳이 민간인 거주 지역이었다는 것을, 단지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가던 구체적인 사람들이 표적이 되었다는 것을.
(중략)
알마 마이어가 게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 - 무지를 무죄로 활용한 사람들을 향해 천진한 기만이라고 했던 그 말을 들으며 게리는 아무도 모르게 아버지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중략)
“한 사람이 살면서 어떤 고생을 했고 뭘 포기했는지, 실버, 그걸 속속들이 파악한 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빛과 카지노 쿠폰. p.109- p.114


빛과 카지노 쿠폰. 6일

독서는 6일 차에 접어들고, 책 속의 시간은 석 달이 흘렀다.

나에게도 유난히 긴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감히 전쟁 속의 시간이 그렇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종전이 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였는데 세계의 여러 곳은 전쟁이 진행 중이며 여전히 일촉즉발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 탓인지 책을 읽는 것은 매 페이지마다 아픔이 느껴진다.

노란 마커가 붙고 있다. 마음에 새겨 넣을 글을 만나면 붙이는 마커가 이렇게 많이 사용될지 몰랐다.


바로 우리의 옆에서도, 혹독한 전쟁의 현실 속에도 부모가 존재한다. 자식을 지키려는 간절한 마음이 존재한다.

3.9센티미터의 자두가 무사히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아가, 나의 자두. 내 목소리가 정말 들리니?
오늘은 이층에 사는 옥사나 할머니를 불러 함께 저녁을 먹을 거야. 옥사나에게 이제는 말할 때가 되었으니까. 한 달 후, 나는 내 안의 너를 데리고 영국으로 가기로 카지노 쿠폰는 걸. 그래, 우리는 이곳을 떠날 거야. 미안해. 자꾸 너를 불안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 이런 세상에 너를 초대해서.

빛과 카지노 쿠폰. p.138


빛과 카지노 쿠폰. 7일

어젯밤 다짐을 하고 잠들었다.

이른 아침에 눈이 번쩍하고 떠진 것은 바쁜 일과를 시작하기 전 책을 읽기 위함이다.

주말 동안 한 번도 책을 펴지 못한 것은 시간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복잡한 머릿속엔 글자가 들어올 여유가 없었다.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기 시작하자 점 하나까지 그대로 기억이 난다. 왜 그렇게 기억이 되었을까?

민영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말할 때 내 아버지가, 내 남편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민영이 되는 걸지도 모른다.


그들은 뭐랄까, 사랑을 생략한 채 이별을 겪은 연인 같았다.

빛과 카지노 쿠폰. p.155


책의 후반부는 멈출 수가 없었다.

잠시만 읽을 생각이었는데 월요일의 일들을 미룬 채 계속 읽다 보니 끝에 이르렀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중략)
거울 속 세상과 그녀를 위해,
영원에서 와서 영원으로 가는 그 무한한 여행의 한가운데서,
카지노 쿠폰와 함께••••••
빛이,
모여들었다.

빛과 카지노 쿠폰. p.251

10일간의 독서. 7일간의 책을 덮는다.

책 위로 내리쬐는 봄의 빛이 서쪽으로 기울었다.

“앗! 너무 늦어버렸어. 집안일을 서두르자.”




독서 그후.


열두 살이었던 권은과 승준이 마흔네 살까지 시간이 흐르고, 글은 2024년 2월 21일로 끝이 난다.

독서를 하는 동안 내내 카메라가 두 사람에게 원망의 물건이 되어 마음에 상처가 되면 어쩌나 싶어 불안감이 들었다.

책의 시간 2022년 11월 25일 시작된 불안은 1년 3개월이 지나 안도가 찾아왔다.

느리게 조금씩 읽는 독서를 마치고 나면 읽은 기간정도의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까지가 나의 독서법이다.

살림과 동반하는 생활 속 독서는 책을 읽는 동안과 읽고 난 후에 오는 감정이 조금 다르다.


열흘간의 독서기간은 정신이 없었다.

얕은 상식을 가진 탓에 여러 전쟁에 대한 정보를 찾아다녀야 했고, 낯선 외국 사람들의 이름이 헷갈려 정신을 차려야 카지노 쿠폰. 그리고 누가 누구와 연결이 된 건지 사람들의 관계가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다.

간간이 전쟁이라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을 주제로 작가는 어떻게 공감되는 글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경외심도 들었다.

홀로코스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대하여 단편적인 사건들로 표현되지만 공포와 절박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찾아내어 머릿속에 입력한 정보로 인해 쓰인 글 이상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겐 마치 각각의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써야할까?" , "나는 무엇을 느낀건가?"

사실 독서 후 소감에 대한 이 부분을 작성하기가 오래 걸렸고, 어려웠다.

글을 전혀 풀지 못하고 있다가 독서 중 마커를 붙여놓은 부분들을 천천히 다시 읽어 보았다.

그제야 나는 모두 다른 세상의 단편들은 여전히 연결되어 가는 중이며 서로를 엮어주는 하나의 가느다란 반짝이는 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살리는 빛과 카지노 쿠폰는 또 다른 빛과 카지노 쿠폰를 만든다. 계속.

빛과 카지노 쿠폰는 사람과 사람들에 의해서 전해지고, 연결고리처럼 모두가 묶이게 된다.

그것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라고 생각됐다.

그건 들판에 버려진 시체를 찍을 때도 노을이 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셔터를 누르는 사진 기자에게 진실을 보여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기도 카지노 쿠폰.
(중략)
그날 숙소로 돌아간 그는 두 가지를 결정카지노 쿠폰. 언론사를 그만두는 것,
그리고 사람들 속에 섞여 살면서 죽음이 아니라 삶에 가까운 사진을 찍는 것.....

빛과 카지노 쿠폰. p.172-p.173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의 흉터 위에 휴양지를 재건한다며 미국의 새 대통령은 한껏 들떠있었다. 그러더니 팔레스타인과 합의가 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다시 폭격을 퍼부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최소 100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생겼고, 어린아이가 170명 이상 사망카지노 쿠폰고 한다.

어느새 우리에게 잊히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도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에 의해 예측할 수가 없다.


아직도 수많은 살마와 나스차 그리고 어린 생명인 디아나가 무고하게 죽어가고 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또는 그 밖에 살고 있는 <사람.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잊고 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각인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예외일 것 같지 않다. 모두가 나라 걱정하고 있는 이 시간을 보내며 읽은 탓인지 책 속엔 수많은 마커를 붙이게 됐다.

독서가 끝났지만 노란 마커를 떼지 않고, 다시 펼쳐 읽고 또 읽는다.


권은이 승준의 딸인 지유에게 쓰는 편지는 나에게도 누군가를 살게 한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나는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처럼 책의 내용을 쉽게 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전하는 빛과 카지노 쿠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기로 한다.

그것이 사람을 살게 하는 위대한 일이라는 것을..


모든 지유와 디아나의 세상이 빛과 카지노 쿠폰로 살아지기를 바란다.


망각되지 않고 기억될 수 있도록,
아픔과 고통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일 수 있도록......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