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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Oct 18. 2021

카지노 게임

어떤 것은 귀했고 어떤 것은 철저하게 버려졌다. 그러한 생리를 너무나 잘 알기에 더 말할 것 없이 놈의 대가리를 잘랐다.


“사장님 싱싱하죠?”


눈으로 봐도 싱싱한 것을 앞에 두고 새벽의 손님이 물었다.


“이게 얼마나 힘이 좋은지 이렇게 잘라도 움직이는거 봐요”


새벽의 손님은 만족한 눈치였다. 카지노 게임 서둘러 횟감을 포장해준다.

주변에서는 곧 굉음이 울렸다. 아침 교대신호다. 영석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10년간 발이 되어준 트럭의 카지노 게임을 켰다. 겨울 아침은 특히 카지노 게임이 걸리지 않는다.


“왜 이러냐 또”


초조한 심정으로 카지노 게임을 걸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마치 영원히 카지노 게임이 걸리지 않을 것처럼 불안해 하였다. 영석은 작년 카지노 게임이 걸리지 않아 폐차를 할까 고민했던 겨울을 기억했다. 신경질적으로 핸들을 내려찍는 순간이었다.


“영석 아저씨, 서울가요? 밀어줄까”

“서울은 무슨.”

“왜 매 번 이 맘때 가믄서”

“어딜가든 신경 쓰지 말고 장사나 잘해”


영석에게 영석아저씨라고 말을 거는 진수는 영석과 오랫동안 이 곳 해산시장을 지킨 동료이자 동생이었다. 오랜 현장일로 오른 팔을 잘 못쓰게 되었고, 그 결과 회사에선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요즘 겨울이라 그런가 팔이 다시 아프기 시작하네요. 쉬엄쉬엄하려구요”

“겨울만 그럼 다행이지”

“원.. 무슨 말씀도”

“나와 카지노 게임걸렸어”


영석이 오랜 시간 자신의 트럭과 씨름을 한 뒤 카지노 게임을 켰다.


“제 안부도 전해줘요 진수 아저씨 잘 지내고 있다고”


영석이 길을 나섰다. 마치 오랜 시간 묶여있던 죄수처럼 영석의 트럭은 도로를 미끄러지는 듯 질주하기 시작했다, 빨간신호는 굳이 지킬 필요가 없었다. 이른 새벽에다 차량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의 달렸다.

영석에게 겨울은 슬프고도 잔인한 계절이었다. 수입이 주는 시기, 밀린 할부를 내야 하는 시기, 그리고 매 년 찾아오는 부인과 아들을 보는 시기, 한 편으론 부인과 아들을 만나는 시간은 좋았다.

곧 라디오에선 겨울특집 겨울 애창곡코너가 시작되었고 이문세의 옛사랑이 흘러나왔다.


- 아무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잠도 깰겸 카지노 게임 오랜 시간동안 좋아해왔던 옛사랑을 읊조렸다.


- 여러분은 겨울하면 떠오르는 색이 무엇인가요? 저는 하얀 눈이 생각나구요. 뭔가 정열적이고 유혹하는 빨간 색도 떠오르지 않나요? 오늘도 정열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든 시청자여러분 응원합니다.


옛사랑이 끝날 때즈음, 라디오 DJ의 멘트가 거슬리긴 했지만 카지노 게임 그 응원한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응원이 필요한 날이지”


아침부터 일렬로 이어지는 차량들은 앞 쪽에서 원인 모를 사고가 났는지 오랜 시간 서 있었다. 카지노 게임 조금이라도 서두르고 싶었지만 물리적으로 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이 전부터 알았다. 몇 년전의 카지노 게임 차가 막히면 욕부터 하는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부는 알고 있는 원인과 일부는 알 수 없는 원인을 기다리는동안, 영석이 해야 하는 건 그저 상황을 기다리고 참는 일이었다.

라디오에선 계속해서 겨울 노래가 흘러나왔다. 겨울 노래엔 유난히 희망적인 노래가 발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런 분위기가 그리 나쁘진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언젠가 한 번은 먼저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외식 한 번 갔으면 하지를 취할때마다 해산시장 진수에게 말했다.

한번도 쉬지 않고 온 서울에는 아침부터 차량이 많았다. 평일 아침 출근을 하려는 사람들의 차는 밀려들어왔다. 그렇지만 곧 볼 수 있는 부인과 아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제서야 카지노 게임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 따르릉

벨소리가 울렸다. 부인이었다.


“응 오늘 몇시였지?”

“11시 말했었잖아”

“11시 안 될 것 같은데”

“뭐?”

“11시 안 될 것 같다고”

“왜? 왜 안돼”

“지혁이 아파”

“어디?”

“몸살 있어 일단 끊을게”

매 년 당연히 있었던 연례행사같은 것이었다. 크리스마스라는 핑계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아들과의 만남. 그 아들이 이제 6살정도가 되자 아빠를 찾는다고 했다. 마치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영석의 시선에는 마크 로스코 현수막이 오랫동안 눈에 들어왔다. 살아 생전 처음 전시가 눈에 띄었다. 나도 가도 될까라는 생각을 했던 영석은 충동적인 마음으로 예술의전당을 가기 위해 다시 카지노 게임을 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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