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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May 04. 2025

무료 카지노 게임 걱정

올봄에 무료 카지노 게임 한 주를 분양받았다.


4월 15일 정왕동 미관광장에서 열린 장애인의날 행사에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나는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화장실과 식당 등 편의 시설을 안내하는 일을 맡았다. 자연스레 행사장에 설치된 부스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중에 다육 식물을 전시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내가 다육 식물을 몇 종 키우고 있어서 전시된 것들을 잠시 구경하려고 부스로 들어갔다. 전시 테이블 한쪽에는 다육 식물 몇 종이 있었고 다른 쪽에는 처음 보는 화초 한 종이 뿌리째 쭉 늘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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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목사랑초라고 했다. 뿌리는 작은 더덕이나 우엉처럼 생겼다. 뿌리에서 굵은 실 같은 줄기가 여러 개 뻗어 나왔고 그 끝에는 작은 클로버처럼 생긴 잎이 붙어 있었다. 잎줄기 사이로 꽃대도 몇 개 쭉 나와 있었고 끄트머리에 앙증맞은 노란 꽃이 피어 있었다.


목사랑초는 화초 심기 체험 이벤트 용이었다. 방문자가 오면 부스 사장님은 드릴로 투명 커피컵의 바닥에 구멍 여러 개를 뚫어 건넸다. 방문자는 커피컵 바닥에 자갈을 깔고 그 위에 약간의 부엽토를 덮었다. 그리고 목사랑초 한 주를 받아 한 손으로 붙들고 잎줄기와 꽃대가 커피컵 위로 나오도록 다른 손으로 부엽토를 집어넣었다. 마무리로 마사토를 표면에 뿌리고 살짝 눌러 주었다. 완성한 목사랑초 컵은 방문자가 가지고 갔다.

나도 참가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어서 해보라고 했다. 앞 사람들이 한 대로 따라 해서 하나 만들었다. 부스 사장님에게 얼마 드리면 되냐고 했더니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그 대신 죽이지 말고 잘 키워야 한다고 했다. 처음 키우는데 잘할 수 있겠냐고 했더니 목사랑초는 햇볕 드는 곳에 물만 마르지 않게 주면 잘 자라니 별문제 없을 거라고 했다.


집 베란다 다육 식물 선반에 목사랑초를 가져다 놓고 며칠 간격으로 물을 주었다. 5월까지는 잎은 새파랬고 꽃이 피고 지고 했다. 6월에 들어서자, 잎이 점차 시들더니 잎줄기마저 누렇게 말라갔다. 꽃도 사그라들더니 꽃대마저 축 늘어져 버렸다. 7월에는 흙 위로 뾰족이 내민 뿌리 윗부분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그러고는 여름 내내 그 상태로 있었다.


나는 걱정이 되었다. 분명 햇빛도 잘 들었고 물도 충분히 줬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럴까? 말 없는 목사랑초 뿌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부스 사장님 연락처도 받지 못해서 답답했다. 물을 너무 많이 줬다 싶어 물 주는 횟수를 줄여도 보고 영양분이 부족했나 싶어 식물 영양제도 사다 뿌렸다. 별 소용이 없었다. 목사랑초가 이대로 죽는가 걱정했다. 그런데 뿌리 윗부분이 조금씩 자라는 것처럼 보였다. 흙이 가라앉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지켜보니 서서히 자라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8월과 9월 그리고 10월 초까지 물을 계속 주며 허전한 목사랑초 뿌리 윗부분만 바라보았다. 그러던 10월 중순 어느 날 퇴근 후에 목사랑초를 들여다보는데 뿌리 끝에 약간 노란 점처럼 생긴 부분이 보였다. 며칠 뒤에 보니 그런 부분이 몇 개 더 생겼다. 내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말에 작은 아주 작은 잎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잎을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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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에 접어드는 지금 목사랑초 잎줄기가 여러 개 손가락 한두 마디 길이로 자라고 있다. 잎도 새끼손톱만 하다. 여간 다행이다 싶다. 물론 처음 분양받았을 때처럼 되려면 멀었지만. 그런데 마음 한편에서는 또 다른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제 날이 추워지는데 목사랑초가 추운 베란다에서 무슨 해를 입지나 않을까? 거실로 들여놔야 하나? 거실에는 햇빛이 들지 않는데 괜찮을까? 목사랑초는 나의 이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조금 자란 듯하다. 무심한 목사랑초에게 내 마음을 담은 한마디를 건넨다. 목사랑초야 올여름을 견뎌 냈듯이 올겨울도 잘 살아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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