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이직러의 하루하루
연차를 써서 쉬는 날인데,아침 9시 9분부터 "업무 앞으로 '~'에다가 해요."라는 메신저를 받았다. 기분이 참 불편했다. 또 10시 되기 전엔 C가 A, B 그리고 내가 있는 단톡방에 'ㅇㅇ씨(나)가 다시 양식에다가 적용해서 파일도 안 줬어?'라고 하는 메시지도 보았다.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나도 잡쳤다. 그렇게 C가 보낸 메시지에 A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내 편은 아무도 없는 느낌, A랑 B가 본인들은 무고하고 나만이 잘못했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느낌, A도 나를 싫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나를 싫어하는 A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또 아픈 느낌을 느꼈다. 특히 A랑 B가 본인들은 아무런 죄가 없는데 내가 잘못했다고 C에게 고자질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 들었을 때는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졌다. 왜냐하면 난 A에게 그 C가 메시지로 'ㅇㅇ씨(나)가 다시 양식에다가 적용해서 파일도 안 줬어?'라고 말했지만 난 이미그 파일을 A, B에게 전했었다. 난 A랑 B가 내가 빨리 이 회사를 그만뒀으면 하는 느낌을 계속 받는다. 그러면 자기들이 고통스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런 느낌들을 다 느끼니까 내가 나를 '네가 가장 잘못했어. 네가 잘못한 거야.'라며 공격하는 것이 나 자신을굉장히 고통스럽게 했다. 이것은 내가 평소에 관성같이 느끼는 죄의식과도 결부된 것 같았다.
이 날 출근하기 전에 (나와 함께 사는) 우리 할머니랑 실랑이를 했다. 우리 집에는 다른 집에는 있는음식물 쓰레기봉투가 아예 없다.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면 할머니가 바로바로 화장실 변기에 버려서 그 물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변기 주변이 항상 더럽고 냄새나고 역겹고 비위가 상해진다. 내가여기 할머니댁에 몇 년 전에 처음 함께 더불어서 살기 시작했을 땐 음식물을 할머니가 어디에다 버리시는지 몰랐고, 음식물 쓰레기통에다가 버리면 봉투가 차지도 않고 거의 텅 비어있는데 그날 바로 음식물이 사라져서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살다 보니까 할머니가 나 몰래 그렇게 변기에다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대놓고 하시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가 사 오고 남은 음식, 배달시키고 남은 음식, 치킨무같이 기타 부수적인 음식물들 이런 음식들이 오랫동안 냉장고에 내버려두었으면, 버려야 되지 않던가. 그것도 할머니가 거의 안 버리고 다 드신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냉장고에 1년 된 계란이 있었다. 계란 유통기한이 거의 15일 정도인데 그건 버려야 된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렸더니 그걸 세면대에 야구공 던지듯이 날계란을 하나하나 던져서 깨뜨리셨다. 그 정도로 음식물을 안 버리고 오래되어서 상해도, 곰팡이가 생겨도 씼어서라서 다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다.생각해 보면 부모님과 내가 함께 살았을 때, 우리 아빠가 집에 생긴 쓰레기들을 모아다가 아빠 본인 직장에 가져가서 자주 버리는 그런 행동들을 자주 보았었다. 엄마가 그걸 이해하지 못해서 엄청 화내시는 걸 자주 봤는데, 이 할머니 댁에 살면서 아빠가 왜 그런 행동을 해왔는지가 점점 잘 이해가 잘 되고 있다.
아무튼 할머니 얘기를 한 이유는 내가 전날회사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안 먹었는데, 이게 다음날까지 상온에 있었어서 당연히 상했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정신없어서 냉장고에 두거나 따로 조치를 취하지 못했었다) 그걸 할머니께 버려달라고 하니까 그걸 먹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그 도시락 안에 든 음식물을 비닐봉지에 다 옮기고 들고나가서 버릴 거라고 할머니께 말씀드렸더니 할머니가 화를 엄청 내면서 아니 내가 알아서 그거 버릴 테니까 두고 가라고 하셨지만, 할머니가 하신 그 말씀들은 다 뻥이다. 우리 할머니는 거짓말을 잘 친다. 왜냐하면 내가 먹지 말고 버리라고 했던 치킨무같은 음식들도 언제 보면 항상 버리지 않고 먹고 계시기 때문이다. 사실 버리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할머니가 버리시는 거라곤, 음식 만들다가 생긴 채소 껍질 같은 것들 요런 거였다. 나머지 음식들은 절대 버리지 않고 다 드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유통기한 지난 것들이 냉장고, 냉동고에 한가득이다. 버리려고 하면, 그거 먹을 테니까 그냥 두라고 해서 할머니께 버려달라는부탁도 아예 안 한다. 난 회사 다니면서도 너무 바쁘고 힘드니까 이거 음식물을 따로 버리고 냉장고 정리하는 것까지 신경을 못 썼다. 근데 이런 걸로 막 화나고 짜증 나는 나 자신이너무 창피하다. 왜 이걸 참지 못하고, 할머니를 미워하는 나를 견딜 수가 없다.
우리 할아버지도 집에 있는 내내 새벽동안에도 내내 이상하게 계속 집 밖을 수시로 나간다. 덥다는 것이다. 더워서 나가신다는 것이다. 내가 특히 퇴근하고 돌아오자마자와 같이 집에 막 들어왔을 때 특히 유난히 돌아다니셔서 집 밖의 사람들이 나 볼까 봐 또는 할아버지가 날 볼까 봐 내가 다 벗고 샤워하러 가는 것도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나도 손 씻고 양치도 하고 화장실 자주 가야 되는데 할아버지가 그때부터 밖에 들락날락 하면서 계속 화장실도 같이 자주 이용하셔서 정신도 없었다. 그리고 특히 우리집 바로 문 앞에 바퀴벌레가 상주해 있다. 지난주엔 엄지손가락보다 더 큰 바퀴벌레가 집 문 앞에 바로 있어서 집 안에 바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 밖엔 작은 바퀴벌레 1-2마리는 항상 집 문 밖에 있다. 근데 자꾸 할아버지가 들락날락거리셔서 그런 건지, 작년엔 여름에만 집안에서 바퀴벌레를 5마리 이상 보았다. 아무튼 이 바퀴벌레가 집에 들어올까 봐 할아버지보고 좀 나가는 것조 자제해 달라고 부탁드려도 그 말을 꺼낸 당일에도 계속 그래도 계속 나간다. 또 우리 할아버지는 전립선이 안 좋으셔서 심할 땐 화장실에 15분-20분 간격으로 갈 정도로 자주 가신다. 이때 할아버지가 나이 드셔서 어쩔 수 없이 그런 건데 난 그런 할아버지가 너무 싫고 미우니까 그렇게 할아버지를 미워하는 느낌이 견딜 수가 없고, 그렇게 미워하는 내가 싫다. 그냥 그렇게 할아버지 할머니를 미워하지 않으면 내가 좀 편하게 살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할머니 할아버지를 미워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지를생각해 보니까 내가 당신들을 미워하게 되면,내가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은 게 아픈 이유는나쁜 사람이 되면 온 세상 사람들이 나를미워하게 될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난 사실 너무 무섭다. 이제 A랑 B뿐만 아니라 C, 선임, 그 밖의 타 팀 사람들이 날 미워하고 집단적으로 괴롭힐까 봐 너무 두렵다. 또 점심시간이 두렵다. 난 위축되어서 자신감도 없고 말도 잘 못 꺼낸 상태로 점심시간 때 회사 사람들과 점심을 먹고자 회의실에 짐짝처럼 있을 텐데 그런 나를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두렵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A랑 B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느낌을 타 팀 사람들도 다 느낄 텐데 창피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A랑 B가 날 싫어하는 걸 타 팀 사람들도 알게 되어서 그런 나를 싫어하고 피하게 될까 봐 너무 두렵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누군가를 미워하는 느낌은 나에게는 사실 죽음에 가까운 공포감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어렸을 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빠를 미워하면, 항상 아빠는 그걸 알아챘다. 그런 날 아빠가 못마땅하게 보았고 얼마 안 있어서 날 때렸다. 난 그때 어렸고, 날 어떤 자제 심 없이 손과 발을 이용해서 구타하듯이 막 개 패듯이 패는데 이때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항상 느꼈었다. 그래서 난 항상 아빠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빠를 미워하는 걸 아빠에게 들키는 순간 난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낄 만큼 맞기 때문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지금 들어서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느낌은 사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죽을 수도 있다는 그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움받는 느낌도 마찬가지다. 난 아빠한테 미움받으면 언젠가 아빠가 조만간 날 죽을 만큼 때릴 수도 있다는 그런 공포를 항상 갖고 살았다. 그래서 미움받는 느낌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다. 물론 '미워하는 건 나쁘다'는 관념도 갖고 있다.
연차가 끝나고 그다음 날에 회사에 출근하고선,어제 내가 연차였을 때 왔었던 'ㅇㅇ씨(나)는다시 양식에다가 적용해서 파일도 안 줬어? 다음부터는...'라고 하는 C의 메신저에 답을 했다. 난 '그건 A님한테 이미 줬었다. 알겠다'라고 답을 했다. 사실 그냥 알겠다고만 해야 될 것 같은데 사실 'A님한테 줬다'라고 말을 해야 내가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그랬더니 C가 엄청 화난 기색으로 '제가 어디에다가 파일을 두라고 했죠?'이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 C의 말에 "C가 그렇게 말하기 전에 파일을 공유한 거라서 A에게 개인적으로 공유한 거다"라는 식으로대답했음에도 불구하고,C는 화난 듯이 자기를 무시하는 거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내 입장에서는 내가 C를 전혀 무시한 게 아니고, 오히려 내가 극한까지 시달려서 더 무시받은 것 같았다. 난 내가 보낸메신 지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내 잘못은 잘 모르겠고, 그냥 억울했다. 사실은 C한테 잘못했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었는데, 그건 납득이 안된 채로 말한 것이었다. 난 내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지만 뭔가는 있다고는 알고 있는데, 도통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