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부리 수련
수련의 입꼬리 끝에 걸린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재밌다, 카지노 게임야 계속해 봐 이 연극!.’
연주는 수련의 마음을 읽었는지정말무대 위의 주인공처럼 친구들을 관객 삼아 준비된 대사인 양 또렷이 전달될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몇 년 됐지 아마? 잊을만하면 찾아와서 제발 잊어달라고 돈다발을 들이밀던'그 집구석'말이야."
허업~!
연주의 작은 몸짓 표정 하나하나 지휘자의 지휘봉이 내려오는 마지막 동작처럼 절도 있었고 그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모두 동시에 그 가시에 찔린 것처럼, 모두들 연주의 지휘봉에 맞춘 것처럼 일제히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마치 거대한 합창단의 마지막 소절 같았다.
이제 연주의. 독주를 막을 이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너희들도 이제 발길이 뚝 끊겼지? 그래서 이 단톡방을 만들고 아직수련이가 살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거야? 우리돈줄이 끊겨서?.”
아무도 연주의 이 황당한 발언에 대거리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헛기침과 간간이 술잔을 들이켜는 소리뿐이었다.
그런 친구들을 한심하다는 듯 훑어보던 카지노 게임가 빈 잔을 쾅! 소리가 나게 내려놔 친구들의 흩어진 시선을 다시 모았다. 그리고절정에 다다른 대사처럼 폭발적으로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지금껏 그렇게 받아쳐먹었으면서 수련이 한테 할 말이 하나도 없어? 적어도 그날 일에 대해서 미안하다 사과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
이것이야말로 식스센스 이후의 최고 반전이었다.
서연주는 지금까지의 도도하고 빈정거리던 모든 껍데기를 내려놓고 다시 한번 수련을 향해 사과한다.
“미안하다, 모른다고 해서, 몰랐다고 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 미안했다.”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수련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 가지 물음표를 띄웠다.
'Who?.'
아이들이었던 다 큰 어른들이 술자리에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마다 얼굴 한가득 후회와 부끄러움이 떠돌아다녔다.
그렇게 연주를 시작한 사과는 조용히 번지더니 뜨겁게 들끓었다.
저마다 항변 내지는 반성의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었으나 모든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 통에 수련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 한 친구가 억울하다는 듯 술에 취한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따지고 보면 그 자매가 제일 나빴지. 우리야 그냥 모른척했을 뿐이지만, 수련이를 그렇게 만든 건 걔네들이잖아.”
수련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던 단어였다. 자기도 모르게 너저분한 공기를 가르고 크게 소리 높여짚어물었다.
“자매? 무슨 자매?.”
“응 기억이 안 나는구나! 걔들도, 하긴 제일 기억하고 싶지 않았겠지. 원래는 너랑 셋이 맨날 몰려다녔어. 유명했지.. 유별나고..”
술에 취했는지 두서가 없는 친구의 말이 답답했는지 다른 친구가 이어 말해준다.
“너 말고 걔네들 말이야. 리나랑. 나리언니. 기억 안 나지? 기억하지 마. 그 썩을 집구석 너 그 꼴 만들어 놓고 바로 해외로 토꼈어.”
처음부터 수련의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던 남자하나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또 이어 말한다.
“그 후에도덩치 큰 사람들이 돈다발을 들고주기적으로인사치레라고 찾아왔는데, 우리들을 감시라도 하는 것 같았어.보통 구린 게 아닌 거 같아.”
수련은 이 대화에 도무지 끼어들 수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해하면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카지노 게임가 결정적인 말을 꺼내려하고 있다.
“수련아 사실, 우리 집은 그때 이후로 그 집에서 과일바구니 한번 받은 적 없어.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찾아오셨을 때도 아는 그대로 다말씀드렸고. 어렸을 땐 나도 어려서 뭐가 뭔지 몰랐지만 그때형사들은 우리한테아무것도 묻지 않았어.근데 정말 그날….”
'우리 아빠가 죽기 전에 널 찾아갔다고? 서카지노 게임 너를?.'
수련은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연주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쨍그렁~~~~
카지노 게임의 그다음 말은 누군가 요란하게 열어젖힌 호프집 문에걸린 종소리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찢어질듯한 종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매너 없는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준비된 찌그러졌던 눈빛들이 하나같이 휘둥그레졌다.
멀리서 봐도 술도,잠도 확 깨게 만드는 비주얼.
현실과 비현실, 만화와 영화 그 중간 어디쯤에서 튀어나온 듯한 완벽한 모습.
역시나 지훈이였다.
지훈을 발견한 구석자리에 앉은 카지노 게임와 그를 아는 친구 몇몇이 그를 불러들이려 손을 흔들었지만 얼마나 마음이 급했는지눈보다 먼저 몸 이 가는 쪽으로달리듯 긴 다리를 옮기기시작했다.
좌석마다 닥치는 대로 허리를 굽혀 물어보기 시작하는 지훈.
“저기 죄송한데 여기 흑석초등학교 모임..”
“아닌데요.”
아닌 게 당연했다. 남과 여 둘이 다정하게 앉아있는 연인석에 가서 지훈은 묻고 있었다. 그 후로도 차례대로 그저 자리를 훑으며 묻고 있다.
누가 봐도 단체석은 하나뿐인데 몸부터 옮기며 확인을 거듭하는 지훈을 구석에 앉은 수련이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며 소주를 들이켜고혼잣말을 한다,
“아~ 저 빙구자식, 와꾸만 좋으면 뭐 해? 아 쪽 팔려. 분명 또 김수련! 하면서 나한테 달려오겠지. 아나.. 여기 있는 건 또 어떻게 알고 보미가 알려줬나?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저 녀석 이랑..”
그때 겨우 마지막 구석 자리에 있던 흑석 초등학교 단체 좌석을 찾고 반갑게 지훈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의 첫마디는..
“연주야! 여깄었구나! 얼마나 찾았다고!.”
잠시 수련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러다 잘못 보았나 싶었다.
그러기엔 너무나 자연스레두 손을 맞잡고 서있는 카지노 게임와 지훈.
‘뭐야? 카지노 게임 아니라 연주를 찾으러 온 거였어?.’
벵벵 머리가 뒹굴더니 이제겨우친구들 목소리가 들린다.
“뭐야 너희들 사귀냐? 둘이 갠톡하니 어쩌구 하더니 진짜야?.”
카지노 게임가 어울리지 않게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두 손을 올려 양볼을 감쌌다.
“얘는 오면 온다고 말을 하지 좀 예쁘게 차려입었을 텐데.”
“지금도 충분한데 뭐, 네가 여기 왜 있어? 일단 나가자. 얘들아, 미안해 카지노 게임 좀 빌릴게”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발그스레한 볼위에 수줍게 얹어있던 손을 덥석 잡아 끌어내리고 낯간지러운 말을 속사포 처럼던지더니 그렇게 연주를 데리고 지훈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수련은 지훈의 시선 한번 받지 못했다. 가슴이 쓰라리다 못해 무너져 내리는 거 같았다.
‘슬퍼, 가슴이 아파, 그런 거였어. 여자 친구가 있어서 나랑은 잠을 안 잔 거였어.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왜 내 남자라고 확신한 거지? 아. 너무 아프다 가슴이 심장이 찢어지고 쪼개지는 거 같아.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