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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견 May 02. 2025

14화 폭풍속으로 2

chapter14. into the Storm 2

사전 모의


2020년 11월 대선 패배 이후, 도널드 트럼프는 줄곧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법적 절차로 뒤집기 위해 그가 내세운 변호인단은 여러 주에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대부분 기각하거나 증거 부족으로 각하했다.


모든 법적 수단이 무산되자, 트럼프강성 지지층은 마지막 수단으로 실력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극우 민병대들은 '국가를 구할 마지막 수단'으로 사실상 내전 계획과 다름없는 군사작전 계획에 돌입했다.


2020년 12월 중순 이후, 미국 전역의 온라인 채널과 비밀 채팅방에서는 조직적 모의가 진행되었고, 오쓰 키퍼스(Oath Keepers),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 쓰리 퍼센터스(Three Percenters) 등 민병대 성향의 극우 단체들은 각자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인원과 장비를 배치했다.


오쓰 키퍼스(Oath Keepers) 리더 스튜어트 로즈(Stewart Rhodes)는 예일대 로스쿨 출신의 법률가이자 전직 낙하산병으로, 오바마 행정부 시기부터 연방 정부의 권력을 '딥스테이트(Deep State)'라 규정하며, 무장 저항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퍼뜨려왔다. 그는 자칭 '헌법주의자'로, 연방 정부가 헌법을 위반할 경우 시민은 무장 저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80년대 아리안네이션,90년대 루비 리지(Ruby Ridge)와 웨이코(Waco)사건, 2010년대 티파티운동까지민병대 사이에서 면면히 이어온헌법 저항 담론을 계승한 것이다.즉 딥스테이트와의 대결 서사는 트럼프가 창조해 낸 것이 아니라, 미국 애국자운동(Patriot movement)의 기나긴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다.


이런그들에게 1월 6일은 단순한 시위가 아닌 '딥스테이트와의 결전의 날'이었다. 『ProPublica』에 따르면, 조직 내부 채팅에서는 이를 '제2의 컨커디트 전투(Second Concord)'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일부 대화에선 "다시 공화국을 구원할 기회"라는 표현이 오갔다. 이들은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자신들이 미국 공화정을 복원하는 '역사적 성전'의 주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오쓰 키퍼스는'Quick Reaction Force(QRF)'라는 별도 무장조를 버지니아 지역에 대기시켰고, Glock 권총, M4 카빈 소총, 전술 방탄복, 무전기, 위성전화까지 갖춘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들은 의회 내부 침투 시 경찰의 대응 상황에 따라 무장 병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작전적 유보' 상태로 준비되어 있었다.


프라우드 보이즈는 현장 급습을 위한 정찰조를 먼저 배치하고, 공격지점을 분산시키기 위한 "동시 침투"를 노렸다. 조직원들은 시위대를 일반 복장으로 위장하여 배치하고, 일부는 무선 채널로 실시간 지휘를 받으며 의사당 북측 출입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들의 리더십 구조는 준군사 조직처럼 역할이 분화되어 있었고, 실제 법정에서 제출된 채팅방 로그에는 '스택 전술(Stack Formation)'과 같이 실제 전투 교범에서 차용한 표현이 등장했다.


쓰리 퍼센터스는 차량과 함께 도착해 대기 인력을 의회 근처에 배치했으며, 백업 작전과 탈출 경로 확보를 맡았다. 이들은 직접 침투보다는 지원과 전술적 포위, 혼란 조성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다른 조직과 분업화된 형태로 작전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이 모든 작전적 분업과 모의는 단순한 '자발적 폭동'이 아니라, 치밀한 사전 조율과 연합의 결과였다. 2022년 공개된 연방 대배심 기소문, FBI 수사보고서, 그리고 증언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구글 지도, PDF 문서, 수기 도면 등을 교환하며 의사당 내부의 구조를 사전에 공유했고, 작전명, 암호표, 침투 순서까지 사전에 정해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례 없는 국내 테러 시도로 규정되었고, FBI는 이를 "미국 내에서 발생한 가장 조직적인 내란 음모 중 하나"로 분류했다.


카지노 게임Stewart Rhodes

주모자인 스튜어트 로즈(Stewart Rhodes)는 2022년 11월, 연방 배심원단에 의해 내란음모(seditious conspiracy)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2023년 5월에는 총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1월 6일 의사당 폭동 관련 사건 중 최장기 실형이자, 연방 내란음모죄로 인한 희귀한 유죄 사례에 해당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로즈는 사건 직후에도 자신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주장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프라우드 보이즈의 전 대표 엔리케 타리오(Enrique Tarrio) 역시 비슷한 혐의로 2023년 9월 내란음모 유죄 평결을 받고, 총 2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현장에는 없었지만, 온라인 채널과 텔레그램을 통해 사전에 폭동을 조율하고 현장 지휘 라인을 구축한 혐의를 인정받았다. 이는 단순한 군중 선동이 아니라, 구조적 계획과 명확한 작전 의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법원이 엄중히 판단한 대목이었다.


2023년까지 최소 10명의 피고인이 내란음모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중 상당수가 오쓰 키퍼스와 프라우드 보이즈의 핵심 조직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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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


당일 정오, 백악관 인근 엘립스(The Ellipse) 광장에는 수만 명의 지지자들이 집결해 있었고, 그들 앞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설은 1시간 이상 이어졌으며, 그의 발언은 점점 격렬해졌다. 가장 결정적인 구절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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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다. 우리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 약하게는 나라를 되찾을 수 없다. 힘을 가져야 한다." ("We’re going to walk down to the Capitol… We fight like hell. And if you don’t fight like hell, you’re not going to have a country anymore.")


그 발언 이후, 군중들은 자발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의사당 방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이미 사전에 무전으로 조율된 경로를 따라 움직였고, 일부는 프라우드 보이즈가 선도하는 형태로 집단을 이뤘다. 그중 상당수는 트럼프의 말을 '명령'으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CNN과 뉴욕타임스 등은 이후 여러 피고인의 법정 증언에서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발언이 반복적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돌파한 첫 충돌은 낮 1시를 전후해 의사당 서쪽 계단에서 시작됐다. 이 구역은 좁은 계단과 철제 장벽이 교차하는 구조로, 물리적 충돌이 극도로 격화되기 쉬운 곳이었다. 실제로 당시의 CCTV 영상은 시위대가 경찰에게 화학 스프레이를 분사하고, 철제 장벽을 빼앗아 역으로 휘두르는 장면을 포착했다. 경찰은 방패를 잃은 채 후퇴했고, 몇 명은 군중에 짓밟혀 중상을 입었다.



또 다른 주요 충돌 지점은 북쪽 입구의 'Senate Wing Door'였다. 이곳은 군중들이 깨진 창문을 통해 집단으로 유입되며 대리석 기둥과 창틀을 파손한 장소였다. 이들은 마룻바닥에 소화기를 투척했고, 나중엔 회의장 근처에서 의원들의 개인 사물함을 뒤지며 물건들을 탈취했다.


남쪽의 스피커 라운지(Speaker's Lobby) 앞 복도에서는,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군중 일부가 유리문을 망치로 내려치며 문을 지키던 경찰과 대치했고, 경고를 무시한 채 문을 돌파하려는 순간, 복도 안에 배치돼 있던 마이클 버드(Michael Byrd) 경위가 자신의 Glock 권총으로 한 발을 발사했다. 총탄은 창문 틀 사이로 침입을 시도하던 애슐리 배빗의 어깨와 목 사이를 관통했고, 그녀는 쓰러진 채 현장에서 숨을 거두었다. 애슐리 배빗은 당시 사망자 중 첫 번째 희생자였으며, 그 죽음은 미국 사회 내 깊은 정치적 분열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았다. 그녀의 사망은 비극적이었고, 그녀가 신념에 따라 행동했기에 더욱 복합적인 여운을 남겼다.


애슐리 배빗(Ashli Babbitt)은 이라크에 파병된 경험이 있는 전직 공군 보안요원이자 14년간 복무한 참전 군인이었다. 그녀는 소셜미디어에 QAnon 게시물을 다수 공유했으며, "폭풍이 온다(The Storm is Coming)"는 문구를 자주 인용했다.


남편 애런 배빗(Aaron Babbitt)은 이후 인터뷰에서,"그녀는 나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나는 그녀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올인했다."(Washington Post, Jan 13, 2021). 이라고 말하며 비통해 했다.


마이클 버드 경위는 사건 당시 어떤 상부의 명시적 발포 지시 없이, 현장의 긴박한 판단에 따라 자위적 대응했다고 밝혔다. 내사 결과, 의회경찰과 연방검찰은 그의 조치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판단하고 형사 기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Department of Justice, April 14, 2021).


그 날의 일로 사망한 사람은 총 5명이다. 그 중에는 트럼프 지지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의사당을 방어하던 경관도 목숨을 잃었다. 워싱턴 D.C. 경찰청 소속 브라이언 시크닉(Brian Sicknick)은 서쪽 입구에서 쇄도하는 군중과 맞서고 있었다. 시크닉은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파병된 베테랑이었으나 격렬한 몸싸움 끝에 누군가 발사한 스프레이를 얼굴에 맞고 고통을 호소한 뒤 쓰러졌다.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다음 날 사망했다.


공식 부검 결과는 두개혈전(thromboembolism)이 사인이라고 밝혔지만, 그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물리적 압박 속에서 임무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명백히 의사당 사태의 여파였다. 동료 경찰은 “그는 선을 넘지 못하게 막는 마지막 장벽이었다”며 그의 희생을 증언했다.


그러나음모론 채널들에서는이를 두고'딥스테이트의유인자작극(Deep State Self Entrapment)'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방의회경비대(Capitol Police)와 메트로 경찰국은 반복적으로 경고 방송을 했고,다수의 경찰이 중상을 입은 점에서, 유인설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이어서 세 번째는 케빈 그리슨(Kevin Greeson), 네 번째는 벤자민 필립스(Benjamin Philips)였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지지자로, 각각 심장마비와 뇌졸중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당일의 혼란과 군중 속 밀집된 상황이 발작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섯 번째 사망자는 로절린 보이랜드(Rosanne Boyland)로, 의사당 입구 근처에서 압사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테네시 출신으로, 평소 음모론 유튜브 채널을 즐겨보며 QAnon 관련 게시물에 활발히 참여했다. 그녀의 죽음은 현장에서 군중이 서로 밀치며 쓰러진 상황에서 구조가 지연된 데 따른 것이었다.


미국 국회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은 단순한 행정 건물이 아니다. 1793년에 기초가 놓인 이래로, 이 건물은 미국 공화정의 상징으로서, 입법·사법·행정 삼권분립이 헌법적 균형을 이루는 '국민의 집'이었다. 남북전쟁 중에도, 9·11 테러 당시에도 의사당 본관은 침입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1월 6일, 이 역사의 중추는 수백 명의 군중에 의해 물리적으로 점령당했다. 이는 워싱턴 시가 폭격당한 1814년 이후 200여 년 만에 가장 큰 위협이었다.



내전 직전의 날


이 날 의회경비대(Capitol Police)와 워싱턴 D.C. 메트로 경찰(MPD)은 의도적으로 화기 사용을 자제하는 명령을 받았다. 이는 '시위대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당시 의회 주변에 배치된 대부분의 경비 인력은 장거리 저격수나 자동화기가 아닌, 비살상 전술 장비—방패, 테이저건, 페퍼스프레이—만을 휴대하고 있었다.


반면, 오쓰 키퍼스와 같은 민병대는 실제 총기를 지닌 QRF(Quick Reaction Force)를 워싱턴 D.C. 외곽에 대기시킨 상태였다. 이들은 수도 내의 총기 소지가 불법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 실제 충돌 상황이 벌어질 경우 QRF가 투입될 계획이었다는 정황은 연방 수사당국의 수색 및 법정 증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

오쓰 키퍼스 조직원 케네스 하빈(Kenneth Harrelson)과 토머스 콜드웰(Thomas Caldwell)의 재판에서 공개된 메시지와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D.C. 외곽의 버지니아 지역 모텔에 반자동 소총과 탄약을 비축해 두었고, 사태가 '내전 양상'으로 번질 경우 무장 침투를 감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법정에서 검찰은 "그들은 이미 군사 훈련을 받은 이들이었고, 도시 내 총기 소지 금지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QRF를 구성해 위법을 피하면서도 교전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허세나 상징적 시위가 아닌, 실제 전투 동원 계획의 일환으로 간주되어 유죄 평결에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 그러나 그들은 의회 내부에 무장을 반입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화기를 사용하지 않는 '무장 잠복 상태'의 대치가 형성된 것이다.


또한, 다수의 경찰은 상황 초기부터 중과부적에 처했고, 무기보다 후퇴와 봉쇄를 우선시하는 전술적 판단을 내렸다. 이는 더 큰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충돌회피 전략'은 음모론자들에 의해 곧바로 왜곡되었다. Fox News의 진행자 터커 칼슨을 비롯한 일부 보수 매체와 QAnon 계열 채널들이 '의사당 경비대가 일부러 군중을 안으로 들였다'는 주장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유인설(Entrapment Theory)'은 연방정부 내부의 딥스테이트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함정을 파고 정치적 보복을 가했다는 서사로 변질되었으며, 이는 극우 커뮤니티 내에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전 FBI 부국장 프랭크 피글루지(Frank Figliuzzi)는 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날 총격이 없었던 건 기적이 아니라, 한 쪽이 이를 극도로 피했고 다른 쪽은 준비돼 있었으나 아직 발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It wasn't a miracle. It was restraint on one side, and calculation on the other.') — NBC News, 2021.6.2


결국 1월 6일은 '내전 직전의 날'로 기록되었다. 총은 장전돼 있었으나, 방아쇠만 당겨지지 않았을 뿐이였다.


서브컬쳐(하위문화)


QAnon은 2017년 10월 28일, 4chan에 올라온 한 익명의 글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조직적 선동의 수단으로 삼은 역사는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우 사상의 디지털 확산은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과동시에 진행되었다.


1983년, 루이스 빔(Louis Beam)은 ‘지도자 없는 저항(Leaderless Resistanc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이자 KKK 고위 인사였던 그는 초기 PC 통신망을 활용해 이 전략을 퍼뜨렸다. 이는 중앙 지휘부 없이 소규모로 분산된 테러 셀 형태의 무장 저항을 주장한 것으로, 이후 미국 내 극우 민병대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행동강령처럼 확산되었다. 온라인 극우 운동의태동이였다.


1980년대 후반, 톰 메치(Tom Metzger)는 'Patriot BBS Network'라는 이름의 극우 게시판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White Aryan Resistance(WAR)'의 창립자이자 전직 KKK 지도자였으며,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인종전쟁과 정부 전복을 주장하는 극단적 메시지를 유포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현실의 Aryan Nations, WAR 등과 연계된 물리적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메치의 BBS는 극우 청년들과 민병대 조직들이 사상을 공유하고 행동을 조율하는 디지털 허브로 기능했으며, 온라인 통신을통한 극우 동원 전략의 실제 구현 사례로 평가된다.


90년대 들어 이런 극우 BBS 생태계는 단순한 논의 공간을 넘어 실제 테러 계획의 접점으로 작동했다. FBI 수사 기록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95년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범 티머시 맥베이(Timothy McVeigh) 또한 이러한 커뮤니티에서 영향을 받았고, 관련 문서와 사상을 탐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15세의 크리스토퍼 풀(Christopher Poole), 일명 'moot'라는 닉네임의 사용자가 일본의 익명 이미지 게시판 2channel에 영감을 받아 4chan을 개설했다. 원래는 애니메이션과 인터넷 밈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시작했지만, 곧 익명성과 규제의 부재를 악용한 커뮤니티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특히 정치 게시판인 /pol/은 2010년대 들어 인종주의, 반유대주의, 반페미니즘, 백인 피해의식, 폭력적인 인터넷 농담 등이 집중적으로 퍼지는 장소가 되었다. 이곳은 루이스 빔과 톰 메치 시절의 BBS 문화를 그대로 디지털 밈 형태로 계승했고, QAnon은 바로 이 /pol/의 기저 문화 위에서 탄생했다.


Q는 자신을 "고위 정보 관계자"라고 주장하며 첫 게시물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곧 체포될 것이며 군사 쿠데타가 예정되어 있다는 내용을 암시했다. 이후 Q는 약 5,000건 이상의 "Q drop"을 남겼는데, 그 문체는 특이할 정도로 단문형이며 군사 용어와 성경적 암시, 그리고 문장 종결부에 다수의 물음표와 느낌표를 사용하는 특징이 있었다.


HBO 다큐멘터리 『Q: Into the Storm』(2021)에서는 론 왓킨스(Ron Watkins)가 Q의 실체에 가깝다는 암시가 여러 차례 드러나며, 실제 언어 분석 결과 역시 그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Swiss Linguistics Researchers)와 프랑스 연구진은, 2022년 딥러닝 기반의 언어 스타일 분석, '스타일로메트리(stylometry)' 연구를 적용해 Q를 추적했다. 그에 따르면, Q의 글은 초기에 폴 퍼버(Paul Furber)의 스타일과 유사성을 보이다가, 이후 론 왓킨스의 문체로 거의 완전히 수렴하는 변화를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이 연구를 인용하며, “Q 글의 99% 이상이 왓킨스의 문체와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New York Times, 2022.2.19, "Two Men Helped Create QAnon. One of Them Just Admitted It").


극우 음모론은 주류 엘리트 문화에 대한 반감과 조롱, 그리고 소외감이 결합된 문화적 반작용(Counter Culture)이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정서가 미국 남부 농촌과 공업지대 빈민가에서 주로 나타났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인터넷 하위문화(Sub culture)속에서 배제감을 느낀 청년층이 그 주체가 되었다. QAnon과 같은 내러티브는 그들에게 하나의 정치적 정체성이자, 기존 질서에 대한 대체적 설명 체계로 작동했다. 이들은 더 이상 정치권이나 기성 언론에 신뢰를 두지 않았고, 대신 미확인 정보와 집단적 해석이 난무하는 이미지 게시판과 텔레그램 채널에서 새로운 ‘진실’을 소비했다. 극우 온라인 문화는 이렇게 주류 질서에서 밀려난 디지털 하위계층의 심리적 공백을 파고들며, 하나의 대중 현상으로 성장해갔다.


왓킨스 부자


8chan의 창업자 짐 왓킨스(Jim Watkins)과거 미군 통신부대 소속으로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한국, 필리핀,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 장기간 주둔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계 여성과 결혼해 아들 론 왓킨스(Ron Watkins)를 두었으며, 이후 가족은 일본에 정착했다.


짐은 필리핀에서 포르노 콘텐츠 유통 사업을 하며 재정마련했는데, 그 시기 일본의 게시판 시스템을 운영하던 토르 카미모토(西村博之, Hiroyuki Nishimura)의 2channel에서 영향을 받아 2000년대 중반 8chan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카미모토와의 소유권 다툼과 '도용' 논란이 있었고, 결국 짐 왓킨스는 이를 독립 도메인으로 분리해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다.


론 왓킨스는아버지의영향카지노 게임 일본 문화와 인터넷 하위문화를 소비하며 자랐고, 이러한 성장 배경은 그의 극우 커뮤니티 운영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 그는 본래 인터넷 보안 전문가로 자처했지만, 실상은 극우 인터넷 문화에 정통한 기술자에 가까웠다. 8chan과 8kun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운영되었지만, 반복적으로 극단주의 테러의 '예고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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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총기난사 사건(Christchurch mosque shooting)의 범인은 공격 직전 8chan에 성명서를 게시했고, 그 영상 링크까지 남겼다. 같은 해 텍사스 엘파소 월마트 총기난사 사건(El Paso Walmart shooting)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8chan에서 범행 전 글이 게시되었다. 이외에도 샌디 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Sandy Hook Elementary School shooting)을 미화하거나, 백인우월주의 선언문이 공유된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8chan은 테러 조장 플랫폼으로 낙인찍혔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테러의 '예고 장소'로 이용된 배경에는, 익명 게시판 이용자들의 특정한 성향과 심리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사회와의 단절감을 공유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진실을 아는 소수’로 여기는 엘리트주의적 환상을 소비했다.


현실의 엘리트 집단에 대한 열패감은, 역설적카지노 게임 자신들만의익명 공간에서 추앙받으며 대리만족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각종 게시물에는 실제 범행을 애국자로 여기며 영웅시하는 문화가 존재했고, 사용자는 테러범을 하나의 '인터넷 밈'처럼 소비하며 모방적 환상을 재생산했다.


또한 괴담, 유언비어, 낭설을 통해 관심을 낚는 '클릭베이트형 콘텐츠(clickbait)'가 게시판 사용자들 사이에 경쟁적카지노 게임 생산되자음모론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는 토양을 형성했다.즉,Q drop이전부터 이러한 '떡밥과 낚시질(baiting & trolling)'현상은 이미 인터넷 하위문화 속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게시판에서 유통된 혐오 표현과 음모론, 극단적 선동은 실제 현실에서 인권침해와강력범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Christchurch mosque shooting)와 엘파소 총기난사 사건(El Paso Walmart shooting)처럼, 극우적 세계관과 영웅서사등 떠밀린일부 사용자들이 테러범카지노 게임 전환되었다.마치컬트 종교와 같이 폐쇄적세계관에서 '순교자효과(Martyrdom Effect)'로 나타났고, 피해자들은 그 상상의 결과를 현실에서 감당해야 했다.


의혹


2019년, 미국 내 SPI는 총기난사 사건과 아동 착취 콘텐츠 확산 논란카지노 게임 인해 8chan 및 8kun의 서비스를 차단했다. 그러자8kun의 서버는 러시아 소재의 인프라로 옮겨졌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회피가 아니라, 러시아 트롤 부대와 같은 외국 정보전 주체들이 QAnon 메시지 확산에 본격 개입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왓킨스 부자는 이러한 서버 이전에 대해 일관성 없는 설명과 비공개 협력자를 운운하며 의혹을 키웠고, 그들의 초기 자금 형성 경로 역시 투명하지 않았다.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왓킨스 부자는 도쿄 소재 부동산과 회사를 통해 다수의 비공개 투자자와 연계되어 있었다.


8chan의 성장기에는 프리랜서 개발자 빈센트 쿠시오(Vincent C. Fusca)가 QAnon 운동 초기에 자금을 우회 지원한 인물로 의심받았으며, 서버가 러시아로 이전될 당시에도 익명의 해외 자본이 들어왔다는 정황이 복수 언론 보도에서 제기되었다. 왓킨스 부자는 이에 대해 "기술적 필요에 따른 결정"이라는 모호한 해명만 반복했다.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2019.10.2)와 『NBC 뉴스』(NBC News, 2020.7.15)는 관련 내부 보고서와 정보기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8kun의 서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CDN(Content Delivery Network) 경유지를 갖고 있으며, QAnon의 세계적 확산 시기와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발간한 『Foreign Threats to the 2020 US Federal Elections』 보고서(2021.3.10)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QAnon과 같은 음모론을 온라인에서 증폭시켜 미국 내 정치적 불신을 조장했다는 분석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러시아의 정보전 인프라와의 간접적 연결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로 해석되었다.


실례로, 2018년부터 2020년 미국 대선을 전후한 시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nternet Research Agency, IRA)'—일명 푸틴의 트롤 부대—는 조직적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QAnon 관련 가짜 계정을 대량 생성했다. 이들은 영어권 대상의 '밈 콘텐츠', 음모론 유포 영상, Q 드롭 요약 게시물 등을 확산시켰으며, 일부 분석에 따르면 QAnon 관련 콘텐츠 유통의 최대 30~40%가 이들에 의해 생성 또는 증폭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시기 러시아 국영 매체 RT(Russia Today)와 스푸트니크(Sputnik) 역시 QAnon 담론을 서방 불신 정서로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지원했고, 그 결과 SNS 플랫폼에서 계정이 차단되거나 콘텐츠가 삭제되었다. 특히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2020년 중반 이후 이러한 계정들에 대해 대대적인 정리 작업을 단행했고, 미 국토안보부(DHS)와 ODNI는 보고서에서 러시아 트롤 부대가 QAnon을 주요 선동 자산으로 활용했다고 명시했다.


론 왓킨스는 2020년대 이후에도 Q의 영향력 증폭을 은밀히 조율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여러 다큐멘터리와 내부 증언을 통해 제기되었다. 그는 공개적으로는 부인했지만, 'Q: Into the Storm'(HBO, 2021) 다큐멘터리 후반부에서 Q의 메시지 스타일을 사실상 자신이 창작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


Q는 수백만의 추종자를 모았고, 마이클플린장군(General Flynn),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로라 루머(Laura Loomer) 등 공직자들과 인플루언서들이 공개적으로 Q 메시지를 인용하며 그 영향력을 실체화시켰다. 론 왓킨스는 2022년 애리조나주 하원의원 공화당 예비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는 선거 유세 기간 동안 QAnon 지지자들의 공개적 지지를 받았으며, 온라인에서 친러시아 계정 및 극우 활동가들과의 교류도 관측되었다.


8chan이 처음에는 단순한 가족 비즈니스였을지 모르겠으나, 이들 가족의 온라인 플랫폼은 점차 현실 정치와 심리 조작, 외국 정보전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음모 체계로 진화했다. 수많은 가정이 파괴되었고, 부모와 자식이 QAnon으로 인해 단절되거나 극단화되는 사례가 미국 전역에서 보고되었다. 일부는 가족 내 갈등을 넘어 폭력 사건이나 범죄로까지 이어졌다. 정신병적 불신과 음모론적 세계관은 개인의 현실 감각을 마비시켰으며, 이념적 편집증은 정치적 극단주의를 낳았다. 그것은 '진실'을 파는 거대한 미신 장사꾼들이 민주주의의 기반인 사실, 신뢰, 합리적 담론을 체계적으로 침식시키는 방식이기도 했다.


랩틸리언 자녀들


2021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해변가 모텔. 매튜 콜먼(Matthew Taylor Coleman)은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멕시코 국경을 넘었다. 그가 경찰에 체포된 건 몇 시간 후였고,그는 말도 안 되는 진술을 남겼다. 그의 아이들이인간이 아니었“파충류인간(Reptilian)”이었으며, 자신이 그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 믿었다고.


매튜 콜먼은 서핑 강사이자 지역 커뮤니티에서 평판이 좋던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어느새QAnon의 토끼굴속으로 빨려 들어가 있었다. 연방수사국(FBI) 조사 결과, 그는 2020년 이후 QAnon 관련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광범위하게 소비했고, 특정 텔레그램 채널에서 ‘엘리트들이 아이들을 납치해 피를 뽑는다’는 등 파생적 음모론에 노출된 상태였다. 그가 자녀를 살해한 건, 그 신념의 끝이었다. 그의 부인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나의 남편이었고,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그는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니었다."


이 사건은 QAnon이 단지 괴상한 음모 이론이 아니라, 정신적 붕괴를 일으키는 위험한 종교였고,더 이상은 "믿는 자의 자유"로 포장될 수 없는수준에 도달했음을 상징하는 것이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20년,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QAnon 신봉자가 총기를 들고 저스틴 트뤼도 총리 관저에 침입하다 체포되었고, 텍사스에서는 2022년 중반 QAnon 게시판에서 '신의 계시'를 들었다는 남성이 자신의 가족 네 명을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디지털 커뮤니티에서 음모론 콘텐츠에 몰입한 이력이 있었고, 그들이 행한 범죄는 신념에 따른 '구원 행위'라고 진술했다.



미시간에서는 Q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음모론을 믿고 시장과 경찰서장에게 무기 협박을 시도한 남성이 체포되었고, 집 내부에서는 수백 장의 프린트된 Q 드롭 문서가 발견되었다.


2021년 6월,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QAnon을 포함한 '자생적 국내 극단주의자(DVE: Domestic Violent Extremists)'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지정했다. FBI 역시 QAnon을 기반으로 한 정치 폭력과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며, 관련 인물들을 주요 감시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연방 법무부는 이후 수백 건의 의회 난입 및 지역 기반 범죄 사건에 대해 QAnon과의 연계를 정식 기소장에 명시했다. 이는 QAnon이 단지 음모론이 아닌, 물리적 폭력의 동기가 되는 '이념'으로서 간주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불신전염


이제 QAnon은 미국 뿐만아니라각국의 정치·문화 환경에 따라 변형되며확산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2024.12.4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 계엄령 선포가 이뤄졌는데, 윤 대통령이 내란혐의로 체포되자 많은 지지자들이 거리로 뛰쳐 나왔다. 이 때 이들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의미에서 'Stop the Steal'이란 피켓을 들었다. 마치 2020년 미국 대선 뒤집기 때와 판박이 같았다. 이들은 특히 재선된 트럼프의 개입과 구원을 희망했는데, 특히 중국 해커 99명이 미군에 의해 체포되어 억류되었단 가짜뉴스를 맹신하였다.


독일: 2022년 독일 연방정부가 불법이라며 수백 명의 무장 반정부 세력이 독일 의회를 점거하고 정권을 전복하려는 계획을 세운 사건이 적발되었다. 자신들을 'Reichsbürger(제국 시민)'라 자처하며, 독일 제국부활을 주장했다. 이들이 공유하던 온라인 채널에는 QAnon의 상징, 'WWG1WGA' 문구와 미국발 음모론 콘텐츠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일본: '日本Q'로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QAnon의 핵심 서사인 아동 성범죄 카발(cabal) 담론을 주장하며 코로나 백신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일본 내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넷우익(ネトウヨ)'와 결합되며 유튜브, 니코니코동화, 5ch 등에서 세를 확장했다. 특히 일부 전직 공무원 출신 인사나 자민당 극우 성향 유권자들이 관련 콘텐츠를 공유하며 정치화되는 양상도 포착되었다.


프랑스: 2018년부터 시작된 'Yellow Vests(노란 조끼)' 운동은 본래 연료세 인상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항의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일각에서 QAnon 내러티브가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마크롱 정부를 '엘리트 음모 세력'으로 규정하며, 세계적 차원의 딥스테이트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미국발 아동 인신매매 음모론과 ‘WWG1WGA’ 해시태그가 확산되었다. 프랑스판 QAnon은 반정부, 반보건, 반엘리트 정서를 교묘히 흡수해 급진화되었다. 이는 극우 정당과의 이념적 접점을 만들며 실제 대선 담론에도 영향을 주었다.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2020년 미국 트럼프 지지자들의 서사와 전략을 그대로 차용해, QAnon식 담론을 브라질 정치 현실에 이식했다. 이들은 '딥스테이트' 음모론을 현지화하여 브라질 대법원과 선관위를 반민주적 세력으로 규정했으며, 선거 조작설과 군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미국발 Q 콘텐츠가 포르투갈어로 번역되어 퍼졌고, 특히 텔레그램과 왓츠앱을 중심으로 'WWG1WGA', 'Stop the Steal' 구호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러한 선동은 2023년 1월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대선 불복 폭동으로 폭발했다. 또한 QAnon 담론은 보우소나루의 기독교 근본주의적 정치 노선과 결합되며, '신이 선택한 지도자'라는 종교적 색채까지 덧입혀졌다.


아르헨티나: 2021~2023년 동안, QAnon 스타일의 음모론은 아르헨티나의 자유주의 우파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었다. 특히 코로나 봉쇄 조치와 백신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QAnon의 상징과 주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요 유튜브 채널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전 세계가 공산주의적 세계 정부에 장악되고 있다'는 식의 담론이 퍼졌고, 이로 인해 극우 정치인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의 급부상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그는 선거 유세 중 "나는 글로벌리스트를 무찌를 사람"이라는 구호를 반복했고, 이는 트럼프의 반글로벌주의 담론과 유사한 정서를 자극했다.


이탈리아: 2020년 이후 QAnon 서사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 형제들(Fratelli d’Italia)'과 연계된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었다. 반이민, 반엘리트, 반EU 감정이 강한 이 커뮤니티에서는 QAnon의 미국 중심 음모론이 유럽의 '브뤼셀 관료주의'와 연계되며 유사한 적대 프레임을 형성했다.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가 총리에 오르며 반좌파, 반언론 정서가 공식 담론으로 확대되자, 텔레그램과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QAnon 관련 콘텐츠 소비도 증가했다. 이탈리아 극우 온라인 포럼에서는 트럼프를 '유럽 민족주의자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언급하는 게시물도 다수 확인되었다.


독일 Reichsbürger(제국 시민) 사건


컬트 빠져나오기


QAnon은 전통적인 종교나 이념 운동과 달리, 교리나 조직의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정보가 파편적으로 흘러들고, 각 개인이 퍼즐을 맞추듯 해석하며 신념을 쌓아가는 '수평적 신앙 체계'로 분석된다. 이 구조는 유튜브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 구조와 결합해인지편향 구조를 만들고, 사용자를 점점 더 급진적인 콘텐츠로 몰아넣는 '극단화 루프(radicalization loop)'에 가둔다. 이처럼 온라인 음모론은 정보와 믿음, 권위와 밈, 선동과 진실의 경계를 해체하는가장진보적인현대인의컬트다.


이는 루이스 빔(Louis Beam)이 제창한 '지도자 없는 저항(Leaderless Resistance)' 개념처럼, QAnon 역시 중심이 없는 분산적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자기 조직화되는 급진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주류 언론과 정부는 거짓이고, 글로벌 사탄 세력이 인류를 지배하고 있다'는 편집증적 현실부정은 이러한 프레임에서 탈출을 더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일부 보수 정치인들과 유명 인사들마저 이러한 서사에 동조하거나 암묵적으로 확신을 주면서 QAnon의 확산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8월 1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NBC 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QAnon에 대해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다. 기자가 "QAnon은 민주당 인사들이 아동 성범죄 네트워크를 운영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믿고 있는데, 대통령은 이들을 지지하십니까?"라고 묻자, 트럼프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들은 바로는, 그들은 저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나쁜 일은 아니죠. 만약 그들이 우리 나라를 사랑하고, 그것이 어린이들을 구하는 일이라면, 저는 분명히 그들을 지지할 겁니다.” (“I’ve heard these are people that love our country... If I can help save the world from problems, I’m willing to do it.”)


이 발언은QAnon이라는 사이비 음모론에 대해 비판하기는커녕, 그 기반을 긍정하고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으로 끌어안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었다. 이는 단지 묵인이나 방조를 넘어,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실토나 다름없었다.


디래디컬라이제이션


미국 내 여러 민간 단체와 심리치료 네트워크는 QAnon 신봉자들의 탈극단화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Parents for Peace'라는 NGO로, QAnon에 빠진 가족 구성원을 둔 이들에게 상담과 커뮤니티 기반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일부 전직 신봉자들은 유튜브 채널이나 팟캐스트를 통해 극단화 경험을 공유하며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디래디컬라이제이션은 여전히 쉽지 않다. 심리학자들과 탈집단 전문가들은 QAnon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이 전통적인 사이비 종교에서 이탈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이 때문에 디래디컬라이제이션에는 일종의 '탈세뇌(deprogramming)'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이는 신념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보다는, 관계 회복과 감정적 안전감을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접근되어야 한다.'사실을 입증'하려논쟁보다는 '주류 정보에 대한 신뢰를 회복'을 전제로 해야 한다. 알고리즘에 의해 폐쇄적 정보만 소비해 온 사람들에게 외부의 설득은 곧 '음모의 일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QAnon 신봉자였던 미니애폴리스의 타일러(Tyler, 24세)는 2019년 대학 졸업 이후 어머니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가 선거가 조작됐다고 허위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 그 무렵부터, 편집증과 히스테릭은 견딜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그녀는 탄약과 캠핑 장비, 정수기, 통조림 여러 상자를 샀다. 그리고는 권총을 허리에 찬 채 집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곧 닥쳐올 10일간의 대혼란과 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비한 것이었다. 그녀는 아들에게 이렇게 단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월 4일, 원래 대통령 취임일에 맞춰 승리하며 권좌로 복귀할 것이라고.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시간주의 지나 로버츠(Gina Roberts)는 2020년 대선을 전후해 극단화되었으며, '아동 인신매매 조직이 민주당 뒤에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동안 가족과의 단절, 정신적 고립이 깊어지자, 오히려 극심한 외로움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지역 심리상담 센터에서 접촉한 탈집단 전문가와의 반복적 대화를 통해 '지나'는 서서히 Q 서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되었고, 지금은 팟캐스트를 통해 극단주의 탈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처음 빠졌던 건 사실이 아니라 안도감이었어요. 누군가 세상을 설명해준다는 느낌이었죠. 나중에야 알았어요. 그 설명이 내 삶을 집어삼키고 있었다는 걸."


캘리포니아 출신의 제러미 헤르난데스(Jeremy Hernandez)는 팬데믹 기간 실직 후 온라인 게시판에 몰입했고, Q 드롭을 분석하고 공유하는 데 하루 10시간 이상을 소비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2021년 1월 퇴임한 뒤에도 예언이 실현되지 않자 심한 혼란과 우울증을 겪었다. 이 시기를 계기로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QAnon Recovery Collective’라는 탈Q 지원단체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후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진실을 찾는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내가 고립을 견디기 위한 도피처를 만든 거였어요. 지금은 현실을 다시 신뢰하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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