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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견 Apr 29. 2025

12화 팬데믹과 진지전

chapter12. War of Position

우한, 공포의 서막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격렬해지던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는 정체불명의 폐렴이 퍼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것이사스(SARS)와 비슷한 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고 수군거렸다. 불안은 빠르게 퍼졌지만, 당국은 이를 일축했다. 공식 발표는 없었고, 정보는 단편적인 소문으로만 존재했다. 그러던 12월, 웨이보(微博)에는 충격적인 영상이 올라왔다. 한 남성이 우한 시내 거리 한복판에서 비틀거리다 그대로 쓰러지는 모습이었다. 영상은 즉시 CNN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언론에 퍼졌다.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지 주민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은 긴박한 상황을 보여준다." (출처: CNN, 2019년 12월 30일자 보도)


곧이어 병원 복도마다 환자들이 몰려드는 장면, 병상 위에 산소호흡기를 단 채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의 모습이 속속방송되었다. 사람들은 이 신종 바이러스를 '우한폐렴'이라고 불렀다.


증거 영상은 계속 확산되고 있었지만,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애매모호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러한 대응은 오히려 의심과 공포를 더욱 증폭시켰다. 이런 가운데, 우한 중앙병원소속의 젊은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이 내부 채팅방을 통해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SARS와 비슷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WeChat 대화, 2019년 12월 30일)


그러나 리원량은 곧 당국에 의해 소환되었고,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서면 경고를 받았다. 그는 침묵을 강요당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경고했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상에 누워야 했다. 병상에서도 그는 침묵을 거부했다.


"건강한 사회는 한 가지 목소리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출처: BBC 인터뷰, 2020년 2월 6일)


2020년 2월 6일, 리원량은 세상을 떠났다. 향년 34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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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을 넘어선 충격이었다. 모든 상황은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닌, 일반인들의 SNS를 통해 마치 현장을 생중계하듯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스마트화면 너머로 직접 사건을 목격하는 듯한 생생함을 느꼈고, 그 사실감이 공포를 배가시켰다. 영상과 증언이 쉴 새 없이 퍼져나가는 동안 중국 정부의 은폐, 억압, 거짓말은 단순한 음모가 아니라는 인식이 전 세계에 확산되었고, 이는 엄청난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세계인들에게 다음으로 중계된 내용은 중국인들이 겪는 의료대란과 극단적인 락다운이었다. 병원 복도에 몰려드는 환자들, 밀폐된 도시, 거리마다 설치된 검문소와 봉쇄 구역. 전례 없는 이 사태에 온 세계가 숨죽이며 전개 상황을 주시했고, 연일 뉴스와 방송은 우한의 비극으로 가득 찼다. 중국 밖으로 바이러스가 번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1월 중순, 태국에서 첫 해외 감염자가 보고되었다. 곧이어 일본, 한국, 미국, 프랑스, 독일로 퍼져나갔다. 확산 속도는 상상을 초월온라인 카지노 게임. 한편, 이 신종 바이러스의 정체에 대한 분석은 분분했다. 감염경로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단지 인수공통감염병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만이 돌았다. 병에 대한 정보 부재는 사람들의 불안을 극대화시켰다. 전염성은 사스보다 강하고, 치사율은 지역에 따라 2~4%에 달한다는 초기 보도들이 쏟아지면서, 세계는 깊은 공포 속으로 빠져들었다.


시장은 붕괴했고, 항공편은 끊겼으며, 사람들은 사재기에 나섰다. 학교는 문을 닫고, 거리는 텅 비었다. 세계인들은 홍콩인들자유를 향한 비명을 모두 잊어버렸다. 우한발 짧은 영상 하나로 시작된 공포는, 이제 전 세계를 삼켜버린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하고 있었다.



별들이 말하는 것


2020년 초, 인류는 미증유의 재앙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해의 진짜 충격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사람들은 저마다 해석을 시도했다. 이 사태가 어디로 향할지, 어떤 결말을 맞을지 예측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음모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에이지 신비주의자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키워드가 퍼지기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물병자리 시대'.


2020년 12월 21일, 목성과 토성이 하늘에서 거의 일직선으로 정렬되는 대합 현상이 예고되었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했지만, 뉴에이지스트들은 단순한 천체 현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이것을 세계 질서의 전환 신호로 해석했다.


『물병자리 음모(The Aquarian Conspiracy)』1980년에 발간된 이 책은, 인간 의식의 대변혁과 권위주의 붕괴를 예고온라인 카지노 게임. 저자 매릴린 퍼거슨(Marilyn Ferguson)은 물병자리가 상징하는 자유, 평등, 집단적 각성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주장온라인 카지노 게임. 팬데믹과 세계적 혼란 속에서 이 책은 다시 소환되었고, 현재 벌어지는 사태가 그 예언과 닮아 있다는 해석이 퍼졌다.


뉴에이지(New Age)는 단순한 영적 각성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 질서(New World Order) 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됐다. 음모론자들은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된 계획의 실행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2020년 12월 21일로 예정된 천체 현상, <그레이트 컨정션(Great conjunction)은 이 예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종교적 증거처럼 여겨졌다.


목성과 토성이 물병자리에서 거의 완벽히 정렬되는 이 천체현상은, 400여 년 만에 일어나는 진귀한 우주적 이벤트였다. 두 거대 행성의 일직선 정렬은 고대부터 왕조 교체, 제국의 몰락, 신세계의 도래를 의미한다고 여겨져 왔다. 음모론자들은 이 대합을 '오래 준비된 새 질서(New Order)의 개막'으로 해석했다.


사람들은 점점 확신했다. 전 세계를 휩쓴 락다운, 경제 붕괴, 분열과 혼란.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New Age)'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전문가들은'코로나 이전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란 뜻의 '뉴노멀(New Normal)'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절망적 현실을 강요받았다.


그레이트 컨정션에 대한 해석이 분분할 때, 인도의 한 점성술사 소년이 유튜브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비그야 아난드(Abhigya An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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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드가 2019년 8월에 올린 영상에서는, 고대 힌두 점성술(Jyotish Vidya)을 바탕으로 2020년 말까지 인류가 대재앙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는 코로나 발발 약 3개월 전의 일이었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세계는 질병, 경제 붕괴, 자연재해, 대규모 갈등에 직면할 것입니다."(출처: Abhigya Anand YouTube 채널, 2019년 8월 업로드 영상)


그가 언급한 날짜들은 섬뜩하게도 팬데믹과 세계적 불황의 타임라인과 겹쳐 있었다. 아난드의 예언은 SNS를 통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바야흐로 세기말적 묵시록이 사람들 사이에 화자되면서, '뉴노멀'은 곧 인구감축과 통제사회 구축이라는 음모론적 해석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때,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제창한'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구상은 팬데믹이 사전에 계획된 '플랜데믹(Plandemic)'이라는 주장에 방점을 찍었다.


“팬데믹은 우리 세계를 되돌아보고, 재구상하며, 리셋할 수 있는 드물지만 좁은 기회의 창입니다.”("The pandemic represents a rare but narrow window of opportunity to reflect, reimagine, and reset our world.") 클라우스 슈밥, 2020 다보스포럼 연설, 『COVID-19: The Great Reset』


당시 미국과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바이러스로 인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팬데믹을 '기회의 창'이라 표현한 클라우스 슈밥의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경악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위기의 순간을 체제 재편의 호기로 삼겠다는 그의 메시지는, 플랜데믹 음모론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선과 악의 마지막 전쟁


2020년 6월 7일, 미국은 여전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인종 갈등, 경제 붕괴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날, 한 통의 편지가 세상을 흔들었다.


발신인은 바티칸의 전 주미 교황대사,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Archbishop Carlo Maria Viganò).수신인은 당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였다. 이 편지는 단순한 정치적 지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전 세계를 두 개의 진영, 즉 선과 악으로 갈라놓는 영적 전쟁의 선언문이었다.


"우리는 지금, 빛과 어둠, 선과 악 사이의 전쟁 한가운데 있습니다. 숨겨진 적들은 팬데믹을 이용해 세계 정부를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We are witnessing the formation of a new world order, with hidden enemies who are using the pandemic to bring about a world government." — Archbishop Carlo Maria Viganò, June 7, 2020)


비가노는 팬데믹을 '조작된 위기', 트럼프를 '하나님의 편에 선 지도자' 로 규정했다. 그는 명확히 경고했다. 글로벌리스트, 딥스테이트(Deep State), 프리메이슨(Freemasons)이 결탁하여 인류를 노예화하려 한다고.

이 서한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그러나 그 확산의 주체는 단순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니었다.


전통주의 가톨릭 네트워크(Traditionalist Catholic Network), 특히 Church Militant, LifeSite News, The Remnant Newspaper 같은 보수 가톨릭 미디어들에 의해 공개되었다.


그들은 이 편지를 트럼프를 지지하는 종교적 성전(聖戰) 선언문처럼 다루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 서한을 소개하며, 국민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했다.


동시에 이 메시지는 극우 민병대 조직들에게도 전파되었다. 오쓰 키퍼스(Oath Keepers), 쓰리 퍼센터스(Three Percenters),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 같은 단체는 이 서한을 '신의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그들은 단순한 정치 운동가가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악마적 신세계 질서(New World Order)' 에 맞서는 '하나님의 군대' 라고 믿기 시작했다.


큐아넌(QAnon) 커뮤니티는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기존의 '딥스테이트 악마 숭배' 서사에 비가노가 제공한 종교적 신념을 덧씌우며, 트럼프는 단순한 대통령이 아니라 '신이 보낸 구세주' 라는 신화를 강화했다.


"트럼프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사탄세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보내진 메시아다."




딥처치(Deep Church)


사실 비가노는 일반적인 대주교가 아니었다. 그는 바티칸 내부를 흔든 고발자였다.


비가노는 이미 2012년, "바티칸 리크스(Vatileaks)사건"의 핵심 폭로자로 주목을 받았었다. 그는 바티칸 내부 부패와 권력투쟁을 폭로하는 문건을 외부로 유출했으며, 이 일은 베네딕토 16세(Pope Benedict XVI) 교황의 자진 퇴임을 불러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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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이후에도 비가노와 교황청과의 갈등은 이어졌다. 그는 당시 미국 주재 바티칸 대사로 재직하며, 보수적 전통주의 카톨릭 세력과 긴밀히 연대되어 있었다. 그는 여러 차례 보수적 성향의 주교들을 추천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번번이 거절당했다. 결국 2016년, 비가노는 바티칸 대사직을 사임하고 이탈리아 북부로 돌아갔다.


2018년, 교황이 한 주교의 성추문 사건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가노는 본격적으로 반(反)교황 세력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이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후 비가노가 노골적으로 반글로벌리즘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는 프란치스코를 글로벌리즘의 수장, 그리고 '딥처치(Deep Church)'의 일원이라고 비난온라인 카지노 게임. 여기서 딥처치는 프리메이슨과 결탁한 교회 내 자유주의 비밀 세력을 지칭온라인 카지노 게임.


비가노가 주장한 이러한 음모론은 오랜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1962년 개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바티칸 II)는 현대 세계에 맞춰 교회의 방향을 재정립하고자 했지만, 이를 세속화로 받아들인 '전통주의 카톨릭 신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들은 바티칸 II를 프리메이슨인 교황 요한 23세가 카톨릭을 자유주의화 시키기 위한 모략이라고 음해온라인 카지노 게임. 실제 연이어 프랑스에서 일어난 68혁명 이후 카톨릭의 유럽 내 교세는 급격히 쇠퇴했고 성혁명을 앞세운 리버럴(Liberal)이 대유행 하게 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전통주의 카톨릭'이 세를 얻으며이후 점점 우파적, 음모론적 성향으로 결집해 나갔다.



특히,1982년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P2 프리메이슨 로지 스캔들은 전통주의자들의 불신을 결정적으로 심화시키는 사건이었다.


P2 사건이란, 1982년 이탈리아에서 드러난 대형 프리메이슨 롯지 스캔들을 말한다. 해당 롯지는 본래 로마 가톨릭 사제들을 위한 지식 교류 모임이여서'Propaganda Massonica Loggia 2'라고 불렸다. 이후 'Propaganda Due'(P2/프로파간다 듀에)로 불린 이 비밀 결사는 이탈리아 정재계 고위 인사, 군부, 정보기관, 언론계까지 폭넓게 침투해 있었으며, 국가 전복을 계획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의혹까지 받았다. 그 중심엔 P2 롯지의 고위 사제인 '리치오 젤리(Licio Gelli)'가 있었다. 그는 전쟁 시기 파시스트였으며 사업가였다.


이 사건은 1981년 경찰이 리치오 젤리의 빌라를 수색할 때 발견된 "민주 부활을 위한 계획"이라고 불리는 문건에서 비롯됐다.이 문건에서는 미디어를 장악하고, 노동조합을 억누르고, 이탈리아 의회를 재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로서 음모론으로 치부됐던 '그림자 정부'의 실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파문이 일었다. 수사과정에서 은행 스캔들, 자금 세탁, 정치 공작에 연루되었고, 특히 바티칸 은행과의 부패 커넥션이 밝혀지면서 가톨릭 교회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로베르토 칼비(Roberto Calvi)는 바티칸과 연계된 바티칸 은행(Instituto per le Opere di Religione) 자금 세탁에 연루된 은행가였는데, P2 회원이자 젤리와 협력했다. 그러나 그는 1982년, 런던 블랙프라이어스 다리 밑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검은 수도사들의 다리”란 뜻에서 프리메이슨의 변절자 처형 의식과 연관됐다는 설 제기도기도 하였다. 이 사건의 주동자 리치오 젤리는 도피와 재판을 반복했고 그의 실형 선고 이후로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미제로 남았다. 이 사건은 전통주의 카톨릭 신자들에게 프리메이슨과 교회 고위층 간 결탁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비가노의 행보는 단순한 기행이 아니라 이런 카톨릭 내부의 은밀한 권력 지형 싸움의 오랜 연장선 상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미국 전통주의자들은 바티칸과 분리되는 경향을 띄었고 주미 대사 비가노는 그들의 대리인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이런 사실들과 당시 들불처럼 번지던 큐아넌식 음모론이 결합되자, 철옹성 같은 새로운 믿음이 생겨났다. 이것은 하나의 컬트현상이자 종교였다. 바로 '트럼피즘'이였다.



푸틴의 진지전


비가노의 서한이 세계에 확산되던 2020년, 또 하나의 조용한 움직임이 있었다. 러시아.


푸틴 정부는 수년 전부터 미국 내 종교 보수층을 겨냥한 정보전을 벌이고 있었다. 러시아 정교회(ROC)를 앞세운 전통적 가치 담론은 서구 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고, 미국 내 가톨릭과 복음주의 네트워크에도 은밀히 스며들었다.


이와 관련해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마리아 부티나(Maria Butina)사건이다. 부티나는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되어 미국 내 종교보수 행사, 특히 전미기도조찬회(National Prayer Breakfast) 같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보수 정치인 및 종교지도자들에게 접근했다. 2018년, 그녀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되었고, 약 5개월간 구금되었다.


부티나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연계되어 있었으며, 러시아 중앙은행 고위 관료였던 알렉산드르 토르신(Alexander Torshin)의 지시에 따라 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외국 정부를 대신해 등록하지 않고 비밀리에 로비 활동을 벌인 혐의를 인정했으며, 2018년 12월 유죄를 인정하는 플리바겐을 체결온라인 카지노 게임. 2019년 4월 재판에서 그녀는 18개월형을 선고받았고, 복역 후 2019년 말 러시아로 추방되었다.


미 국가정보국(ODNI) 및 산하 CIA, NSA, FBI의 공동 보고서인 『Assessing Russian Activities and Intentions in Recent US Elections』(2017)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 종교계를 통해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고, 반LGBT 담론, 반글로벌리즘, 반교황 정서를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특히 LifeSite News, Church Militant, Remnant 같은 전통주의 가톨릭 미디어는 러시아 국영 매체인 RT(Russia Today)나 스푸트니크(Sputnik)의 논조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큐아넌 음모론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종교적 신념 체계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성향은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반교황 정서'는 전통주의 가톨릭과 복음주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러시아 트롤 부대는 이 혼란을 교묘히 이용했다. 그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큐아넌 담론과 반LGBT 선전을 퍼뜨리는 한편, 교황, 마크롱, 트뤼도, 다보스포럼 등 서구 지도자들과 글로벌 엘리트들을 '팬데믹 압제에 가담한 악마적 세력'으로 몰아갔다. 동시에 미국 기독교계에는 푸틴과 러시아를 '기독교의 최후 가치를 수호하는 정의로운 국가'로 미화하는 서사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미국, NATO, EU의 도발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으며, 푸틴을, "새로운 세계질서(NWO)로부터 러시아를 지키는 지도자" 젤렌스키에 대해선, "글로벌리스트 괴뢰"로 규정하였다.


"서구 세계는 사탄적 글로벌리스트 세력에 점령당했다. 트럼프와 푸틴은 질서 회복의 동맹이 될 수 있다." 2020.10, [Church Militant 인터뷰]


2022년 9월, 로마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하며 러시아 정교회와의 연대를 강조하였다.


"로마와 모스크바는 진정한 기독교적 반세속주의 전선의 두 기둥이 되어야 한다." 비공개 연설문 일부 (후에 LifeSite News에 요약 인용됨)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푸틴을 옹호하며 서구 자유주의를 “사탄의 교리”로 규정, 러시아의 전통적 가족 가치 인류의 본보기로 강조하고, 푸틴과 오르반(헝가리 총리), 트럼프를 ‘보수 기독문명 수호 연대’로 선전하였다.


“푸틴은 진정한 국가 지도자의 덕을 갖췄으며, 신 중심 질서를 지향한다.” 2023.11, The Remnant 지면 기고


비가노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매수된 인물인지, 아니면차기 교황을 염두하고 미국 내 전통주의 카톨릭 세력을 대변한 인물인지알 수 없지만,그는 확실히 카톨릭 교계의 트럼프였고 러시아 해커가 미 대선에 개입한 것 처럼, 러시아가 서구 교회에 영향력을 확장할 최적의 인물이였음이 틀림 없다.


비가노 2016년 은퇴 이 후 바티칸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얻지 못했고,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Lombardy)에 은둔하며 살았다. 현재까지 그의 거처는 미상이며 극우 카톨릭 매체 LifeSite에서만 독점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LifeSite, The Remnant, Church Militant는 러시아의 "반서구 문명담론"을 옹호하며 선전하는대표적카톨릭 전통주의 매체이며,이는 트럼피스트들의 친 러시아 성향과 일치한다.


비가노는 2024년 7월 교황청으로부터 파문을 통보받았다. 카톨릭 교인에게 파문이란 구원의 취소를 의미한다. 이로서 그는 교황 후보로서의 자격은 물론 일생을 바친 사제로의 삶도 지워졌다. 그로부터 10개월 후인 2025년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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