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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둡 Feb 21. 2025

카지노 쿠폰를 마시며

독서의 즐거움

낮과 밤에 각각 다른 책을 두권 읽는다. 한낮에 마주 하는 책은 또다시 두 권으로 나뉘기도 한다. 화장실이 세 개쯤 있는 집에 살면 이런 기분이 들려나 싶다. 난 내가 활자에 굶주렸음을, 더 많은 글들을 읽어가면서 실감한다. 읽을수록 더 읽을 것들이 밀려온다. 읽을수록 못 읽었던 시간들이 아쉬워진다. 세상에 쏟아지는 수많은 글들이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눈은 더 나빠지고 있고, 글자들은 보챈다. 날 얼른 잡숴.


글들은 내 안에서 흘러 다닌다. 핏줄에 착 감기어, 동사들은 발밑에서 서두르지 않고 걸을 수 있게 같이 애써주고, 마법으로 이루어진 한 문장은, 설명하지 못하는 미소로 지내게 해 주었다. 채 소화하지 못한 것들이 신장 주변에서 어슬렁거려서, 경솔함의 으스댐을 지켜줬다. 아무 글이나 밑줄을 그으면, 그 글은 물이 되어, 노폐물을 정화시켜 주었다. 각각 두 권의 책에서 나온 것들이 심장에서 마주치는 시간에는, 사색에 잠긴 개구리처럼 긴 혀를 감추게 해 준다. 글뒤에 서 있는 여자가 허벅지 살을 조금 비추었을 때는 피들은 소용돌이쳤다.세상에 있지 않던 것들이 내 안에 들어와 성을 짓는다. 책 안에 사는 어느 마을의 지나가는 노인이 성안으로 들어온다. 마법을 부리는 책이라도 읽는 날 밤이면, 무의식 안에 있던 것들이 마법을 들고 꿈에서 모든 것을 해내기도 한다. 낮과 밤이 이어지고, 책들은 내 몸 안으로 흩어진다.


카지노 쿠폰를 마신다. 첫 카지노 쿠폰는 상대가 좋아하기에 마셨던 카지노 쿠폰다. 두 번째 카지노 쿠폰는 상대가 좋아하는 곳이어서 마시는 카지노 쿠폰다. 세 번째 카지노 쿠폰는 딸기 스무디가 싫어서 마시는 카지노 쿠폰였고, 네 번째 카지노 쿠폰는 달콤한 디저트가 있어서 마시는 카지노 쿠폰다. 다섯 번째 카지노 쿠폰는 모두가 마시길래 따라 마시는 카지노 쿠폰고, 여섯 번째 카지노 쿠폰는 간판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마시는 카지노 쿠폰다. 일곱 번째 카지노 쿠폰는 마침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과 맞아떨어져서 마시는 카지노 쿠폰다. 여덟 번째 카지노 쿠폰는 습관처럼 마시는 카지노 쿠폰고, 아홉 번째 마시는 카지노 쿠폰는 비가 내려서 마시는 카지노 쿠폰다. 열 번째 카지노 쿠폰는 얼음이 먹고 싶어 마시는 카지노 쿠폰고, 열한 번째 카지노 쿠폰는 그녀가 보고 싶어 마시는 카지노 쿠폰다. 열두 번째 카지노 쿠폰는 열두 번째쯤일듯해서 마시는 카지노 쿠폰고, 열세 번째 카지노 쿠폰는 습관이다. 열네 번째 카지노 쿠폰는 누군가 마시다가 둔 카지노 쿠폰였고, 열다섯 번째 카지노 쿠폰는 섹스 후의 카지노 쿠폰다. 열여섯 번째 카지노 쿠폰는 와인잔 앞에 있던 카지노 쿠폰고, 열일곱 번째 카지노 쿠폰는 내가 내린 카지노 쿠폰다.

열여덟 번째 카지노 쿠폰는 노을 전의 붉은 태양이 익혀주었던 카지노 쿠폰이고, 열아홉 번째 카지노 쿠폰는 낮에 읽던 책과 저녁에 기다리는 책 사이에 껴있는 책갈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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