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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비가 내렸을 것이다. 뭐 안 왔을 수도 있겠지만, 추석즈음엔 항상 비가 내린다. 내 기억에 추석즈음엔 거의 비가 내렸다. 뭐 안 온 날도 있다. 거의 내렸던 것 같은데.
그 해 추석 차례상은 아버지에게는 첫 추석밥상이었다. 아직 서투르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음식들을 어느 뭇 조상님께 들킬까 봐, 상 가장자리에 놓았다. 마지막 즈음까지 그나마 드셨던 것들을 하나하나 사이에 껴 올려두기도 하고, 좀 더 드시기 좋을 자리에, 더 맛있어 보이는 곳에 두었다. 아침 창으로 빛이 들어오니 제법 볼만했고, 먹음직스럽고, 정성스러워 보여서 뿌듯했다. 내 마음의 무게는 차례상과는 상관이 없이 느껴졌다.
죽음 후에 공식적으로 만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시간의 약속을 지키시리라 믿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홀로 마루에 무릎으로 바닥을 비비고, 아침 해를 맞으며, 오전을 지냈다. 녹는 듯 타는 향의 향과, 향의 연기 사이로 아버지의 죽음과 상관없는 엄마의 목소리가 가로질렀다. 엄마는 사진 속의 아버지가 왜 저기에 계신지, 정확히 모르시는 것 같았다. 그때쯤까진
조금은 아셨으려나. 몇 년이 흐르고 나니, 많은 것들이 헷갈린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엄마의 치매증상이 좀 더 짙어졌다고만 기억이 난다. 더불어서 언제 돌아가셨는지 그 해가 몇 년 인지도, 벌써 헷갈린다. 두 해가 흘렀으면 뭐 하고, 한 해가 더 흘렀으면 뭐 하겠냐만, 그게 헷갈린 건 아무리 메모를 하거나 외우려고 해도 잘 안되었다. 아무튼 내가 헷갈려하듯, 엄마는 아버지가 살아계실지도 모른다고 헷갈려하는 것 같았다. 형은 절을 못하는 몸이어서 방에 있다.
술잔을 안 드셨던 엄마에게 정종 한잔을 드리니, 아이처럼 웃으신다. 그 모습을 보고, 낮잠을 잤다. 그날 오후는 참 심심한 오후다.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영화도 재미가 없다. 추석 특집으로 나오는 것들은 별로 관심이 안 가지고, 게임도 안 당겼다. 정말로 심심한 추석날이다.
오후에 슬리퍼를 신고 집 앞 골목길로 담배 한 가치를 물고 나갔다. 낮잠을 많이 자서였는지, 한 낮은 밤새도록 퍼부은 잠처럼 머릿속은 퉁퉁 불어있어서, 무슨 일이 생겨도 놀라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을 자신감마저 들, 그런 마음이 생긴다. 집 앞 가로등은 항상 아버지가 키셨는데, 그 뒤로는 누가 키는지 모른다. 나는 키지 않았다.
그 가로등 아래에 쪼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운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나랑 상관없을 자신감과 참 재미없다는 마음으로, 저녁까지 이어질 무료함의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해는 날 비춰주기 참 아까운지, 서둘러서 서쪽을 향한다.
쪼그려 앉은 다리가 길게 늘어지며, 얇아지고, 뭉쳐지고, 찐해지다가, 움직인다. 늘어지는 다리 옆에는 같이 끈적거리며 길어지는 실루엣이 하나 더 있는데, 마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같이 생긴 것이 귀여웠다. 그리고 그건 정말로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그림자다. 그 아이는 버려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같았다. 눈에 달려있는 고름덩어리는 뻥튀기처럼 크게 부풀어 있고, 그 불편한 것을 붙들고, 내 다리 곁을 서성였다. 새끼였다. 조그맣다. 그리고 완전하게 검정 카지노 게임 사이트었다. 새끼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투우를 하듯, 다리에 머리를 받는다. 고름덩어리가 닿을 것 같아서 불안하다.
난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무섭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눈은 내 영혼의 쓰임새와 결과를 이미 알고 쳐다보는듯하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고 불안하다. 나는 담배를 비벼 꺼버리고 내방으로 들어왔다.
천장을 쳐다보며, 재미있을 일을 찾는다. 담배만 피워대고, 떠오를 것 같은 것조차 담배 연기로 가려진다. 창을 열어보니 옆집에 사는 여자가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내게 걸려서 창을 닫는다. 조금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다시 핀 담배연기 사이로 오전에 피웠던 향냄새가 끼어들었다. 참 지루한 추석이다. 옆집 창은 다시 열리지 않았고, 닫힌 창은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이제 저녁이 오려는 건가. 담배를 몰래 피우던 그 여자가 내게 저녁임을 알려주어, 나는 다시 집 앞 가로등으로 향했다. 오후에 뱅글뱅글 돌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구를 드는 아틀라스 마냥, 아직 그 고름덩어리를 눈에 끼어 차고 있었다. 내가 보이는지 내 다리가 미운건지 또 와서 머리를 스치고 스치고 밀어댄다. 다리사이로 향하고 다른 다리와 발을 비벼댄다. 나는 다시 천장을 보러 들어왔다. 추석의 저녁은 참 심심하다.
저녁이 되고, 가로등불은 켜져 있었다. 나는 낮은 의자를 하나 들고 가로등 아래 앉아 있다. 내 앞에는 담뱃재가 쌓여있고, 꽁초가 4,5개가 있다. 줄담배. 이 고름이 잔뜩 껴있는 검정고양이가 나의 심심함을 쪼아대더니 저녁이 되니 복수심이 아닌, 어떤 마음인지 모를 그 마음으로 나는 앉아있다. 우리 가족은 다섯이었다. 부모님, 형, 나, 그리고 삼순이라는 강아지. 둘이 줄은 상황이고, 이 고름덩어리로 한 명 다시 채워볼까 라는 고민으로 나는 가져 나온 의자에 앉아 있다. 고양이는 무섭다. 특히 눈이 더 무섭다. 이 고름덩어리 때문에 오히려 그 눈을 못 봐서 이런 마음이 드는가 싶다. 고름사이로 날 쳐다보는 건 아니겠지. 아버지가 좋아하는 동태 부침이 남은 걸 알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넌 왜 아직 어디로 안 가고, 아버지가 아닌 누군가 켜둔 가로등 아래서 날 아직 기다리고 있는 거니.
그것도 추석날 저녁에 말이야. 왜 하필 오늘인 거니.
행동의 기준을 마음하나에 두기에는 책임감의 영역 안에서 나의 행동력은 그것을 뚫어낼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게 추석날이랑은 상관도 없어야 하고, 숫자 1이 빠진 자리가 아쉬워서도 그러지는 말아야 한다.
하지만, 난 라면 박스를 구했고, 제대로 만지지도 못하는 그 검정고양이를 박스 안에 넣어서 내방으로 들어왔다. 방에 켜진 형광등에 비친 그 검정고양이는 정말 조그맣고, 고름덩어리는 정말 컸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그것은 눈곱일 확률이 크다는 답변도 있고,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간택된걸 약 올리듯 축하하는 다른 이의 질문에 이어진 답글을 참고하고, 난 질문자와 이미 비슷한 길로 걷고 있음을 알았다. 고양이를 집에 들여올 때는 가족의 동의가 원칙이다. 강아지도 마찬가지겠지만. 더구나 검정고양이는, 더욱 그렇다. 그날은
어쩌면 나의 그런 행동이 면죄되는 날인 듯, 아무도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검은 고양이를 화장실로 데려가서 미지근한 물로 씻겼다. 내한손에 지몸을 맡겨버린 그 검정고양이는 내가 뿌리는 물에 반항도 못하고 털을 넘겼고, 살아있는 듯 죽은 그 고름덩어리는 용기 낸 나의 손가락 끝으로 치워지기 시작했다. 무서워하는 고양이의 눈이 새끼에게는 없었다. 검정고양이의 눈은 회색빛을 가지고 있었고, 다이아처럼 빛이 났다. 소름 끼치게 지저분하고, 혐오스러웠던 고름이 거치면서, 그 반짝거리는 회색빛 눈이 내게 하루종일의 심심함에 대해 보답을 했다. 뭐 이런 식으로 귀여운 경우를 다 봤나 참으로 놀라면서 오래 씻기면 오히려 안 좋다는 댓글을 상기하며, 영원히 빛나는 아름다움이 나타나기 전에 씻기기를 그만두고, 수건에 싸서 방으로 들어왔다. 당장 먹을 것과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댓글에서 봤기에, 침대 위에 숨겨두고 서둘러서 거리를 향했다. 누군가 고양이를 길가에서 데려오려고 한다면 명절은 피해라. 아무것도 없다 정말. 다행히 조그만 펫샵을 찾았고, 길고양이용 사료와 시골집 대아 같은 설거지용 고무장갑의 분홍색 화장실과 모래를 검정 봉지 안에 넣고 집으로 뛰어왔다. 침대 위에 검은 고양이는 얌전한 섹시처럼 그대로 앉아있었다. 집안은 온통 즐거움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조그맣고 새카만 검은 고양이가 움직이는 걸 쳐다보는데, 세상 재미있고, 신기하다. 손이 꼼지락 움직이고, 펄떡펄떡 짧게 뛰려는 시도를 하더니 침대 위 이불에서 뒹구는다. 한 손 안에 들어가는 검정고양이의 눈 안에 우주가 보인다. 우주 안에 우주가 있고, 그 우주 안으로 빨려들 것 같았다. 가슴 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드는 고양이와 나는 잠이 든다.
조금만 기다려. 명절이 끝나면, 주사 맞으러 가자. 더 맛있는 사료를 사줄게. 사우나가 하고 싶니? 넌 뭘 좋아하니.
숨 쉬며 두근거리는 가슴 위에서 검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눈을 떨며, 잠이 든다.
아침이 되었다. 검정 거를 쳐다보고, 검정거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서 첫 응아를 하는 것을 보고 박수를 쳤다. 검정 거를 쳐다보자니 가로등이 켜지고, 다시 밤이 된다. 참 짧은 명절이다.
아침이 되었다. 오늘만 지나면 우리 쇼핑하러 가자.라는 말을 하며 검정고양이에게 다가간다. 이틀가까이에 편한 날을 지냈는지, 누워서 게으름을 피우려 했다. 나는 몸을 최대한 작게 웅크리고 검정고양이 앞에 마주 엎드리고 대화를 한다. 손끝으로 손끝을 만져보고. 눈 끝으로 온몸을 훑는다. 털하나하나를 세어본다. 회색빛 눈동자가 날 보기만을 기다렸다. 검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검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고.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건 고양이키스였다. 아기처럼 내 품에 안긴 검정고양이가 안긴 채 나를 쳐다본다. 검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다시 내게 고양이 키스를 한다. 눈을 아주 천천히 감았고. 아주 천천히 떴다.
좋은 아침이야.라고 말하는듯하다. 그리고 그 인사에는 조금 더 무언가 들어있었다. 그렇게 내 품에서 검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죽었다. 떠오르는 영혼이 내방 안에 가득 찬다. 그제 방을 채웠던 향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온몸에 힘들 주며 쌌던 고양이 똥이 앙증맞게 괜찮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조그만 검정고양이를 품에 안고, 2시간을 억울해죽을 심정으로 울었다. 내 울음 안에 아버지가 들리셨다. 치매가 걸린 어머님이 방을 두드렸다가 웃으면서 나가신다. 아무리 울어도 다시 살아나지 않을 검정고양이가, 내 안에 쌓아두었던 다른 것까지 모아서 눈물로 나오게 했다.
억울하고, 슬프고, 화가 나고, 놀랬다. 정처 없이 흐르는 눈물이 너무 많이 흐르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린아이가 되어서 울고 있었다.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울어버리고 그날 이후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보세요? 수화기 건너편에는 거친 목소리의 남자가 다정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공장을 하는 분이었고, 너무 많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아내가 싫어하니, 버리기 전에 누군가에게 분양을 하려는 분의 다정한 이야기다. 나는 보름을 허덕이다가 그날 밤 그렇게 그분의 공장으로 향했다. 넓은 공장 가운데 박스가 있고, 박스 안에는 조그만 새끼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서로 엉켜 있다. 대략 10마리 이상이 되어 보였고, 그중에 원하는 만큼 데려가라고 하신다. 방 하나에서 지내는 나는 한 마리 만을 찾았다. 인형 뽑기도 아닌 것이, 굉장히 신중해졌다. 그 박스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 하나가 밖으로 용감하게 삐져나온다. 공장의 사장님이 껄껄 웃으시며, 이놈이 가장 건강해요. 보세요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라며 자랑을 하신다. 나는 그 얘기를 뒤통수로 들으며, 그 조그만 박스 구석에서 상체만 겨우 일으켜 벽을 핥듯이 긁는, 뒤통수만 보이는 아주 검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쳐다본다. 얌전함을 감추려고 애쓰지만 나는 네가 보인단다. 나는 그 아이를 잡았다. 손안에 검정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들어왔다. 생후 30일쯤 되어서 이제 막 젖을 떼었다.
그날은 시월 중의 하루였고, 나는 그래서 시월이라는 이름을 새겨주었다. 태어난 건 사실 9월이다. 사월이는 우주에서 가장 못된 눈을 가졌다. 항상 성질 더러운 여자아이의 눈으로 날 쳐다본다. 고양이 키스를 한다.
그게 2017년 10월이었으니. 8년이 되어간다. 나의 식구. 이제 나의 식구는 세명이다. 형, 나, 시월이.
차례상에 향냄새가 펴지면, 어머님, 아버님, 내 품에서 고양이 키스를 했던 이름 지어주지 못한 그 고름 낀 아이가 찾아온다. 시월이는 허공을 쳐다보며 고양이 키스를 해댄다. 내 사랑. 오래 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