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한 세계에서
온종일 비가 내렸다. 바스러진 잎들은 떨어지고 땅에 박힌 것들은 도망갈 도리없이 맨몸으로 땅을 붙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떨어진 것들은 나뒹굴면서 흙과 질펀하게 몸을 섞었다. 진토 위로 물이 잘박하게 차올랐다 흘러내렸다. 눈물이 되어, 진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진흙물이 흐르는 길을 한 대의 차가 거슬러 올라갔다.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오르느라 들썩거리는 차체 위로 빗물이 떨어졌다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물렁거리는 진흙 길을 지나며 타이어가 깊은 자국을 남겼다. 그 위로 빗물이 고였다. 빗물 위로 달이 걸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숲은 깊어지고 어두워졌다.
마지막 코너를 돌아 나온 포장도로부터 일정한 모양으로 다듬어진 상록수가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있었다. 상록수 사이사이에 들어선 가로등이 밝게 빛났다. 일시에 어둠이 걷히고 환한 빛 사이로 내리는 비조차 반짝였다. 마침내 건물 앞에서 차가 멈췄다. 입구 주변으로 넓게 지붕이 있어 비가 들지 않는 길에 조명이 환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윽고 한 남자가 내렸다. 문 앞에 서 있던 남자가 환히 웃으며 다가왔다.
“날이 아주 궂습니다. 여기가 꽤 안쪽에 있네요. 오시느라 힘드셨죠?”
“아이고! 안에서 기다리시지 왜 여기 계십니까? 날씨도 그런데 이런 비포장도로는 파키오에선 처음입니다. 저택 뒤 숲에 이런 길이 있을 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알았습니까? 이런 음… 돔은 언제 지었답니까?”
“그러게요! 참 겉은 화려한데 속은 알 수 없는 여잡니다.”
“야심이 큰 여자죠. 아닌 말로 자기 하고 싶은 것에만 빠져 사는 한량 인헤니나 지 식구 배부른 것에만 관심 있는 노친네 플랑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일단 들어가 보죠. 여기 스산해서 더는 밖에 있기 싫군요.”
“아이쿠! 제가 말이 길어졌습니다. 얼른 들어가죠. 안 위원님.”
“그럽시다. 잭슨.”
다부진 체형의 안 위원과 호리호리한 체형의 잭슨 위원이 돔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는 불필요할 정도로 조명이 많았다. 천장은 물론 벽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전등이 환하게 빛을 내고 있었을뿐더러, 갖가지 모양의 스탠드 조명까지 켜져 있었다. 빛이 넘쳐흘렀다. 곧 엘리베이터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나와 두 남자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해요.”
연한 하늘색 셔츠에 허벅지 라인이 드러나는 청바지를 입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굴곡진 몸매가 드러나 붉은 머리칼이 평소보다 더 관능적으로 보였다.
“안이 아주 밝습니다!”
잭슨이 쾌활하게 말했다. 안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이 시린 탓에 자꾸만 눈꺼풀이 감겼다.
“여기 너무 환하죠? 딱 로비만 그래요. 1층에 창문이 없거든요. 2층에는 유리 천장이 있어 밤하늘을 구경할 수 있는데, 오늘은 먹구름이 껴서 다음에 보여드릴게요. 아래로 내려갈까요?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말씀드리고 싶은 게 지하에 있답니다. 물론 그곳은 이곳처럼 밝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당신이 초청할 때 말한 것처럼 부디 흥미 있는 것이 있길 바라오.”
안이 짐짓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파키오에 먼저 정착했고, 먼저 위원회가 된 그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굽히고 들어간다는 인상을 주기 싫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그런 안의 마음을 잘 헤아려 깍듯하게 응했다.
“물론이죠. 위원님. 절대 오늘 오신 것 후회 안 하실 거예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대로 지하 복도는 은은한 주백색 벽 등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밝히고 있어 한층 편안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엘리베이터 문과 실내로 들어가는 문만 있는 구조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홍채를 인식하자 문이 열렸다. 깊은 숲속, 깊은 지하에 있는, 누구도 전에 본 적 없는 문이, 열렸다.
실내도 양옆이 벽으로 된 복도가 나타났다. 두 남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따라 복도 중앙까지 따라갔지만, 도대체 무엇을 보아야 할지 어리둥절했다. 볼 것이라곤 벽뿐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벽을 애무하듯 어루만졌다.
“힘들지 않으세요? 그 몸뚱아리요. 파키오와 YO는 분명 우리에게 큰 은혜를 내렸어요. 감사한 일이죠. 이 땅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건 축복이에요. 특별히 일하지 않고도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안락하게 살 수도 있죠. 물론 메디움에서 크게 공장을 돌리든 소소하게 물건을 팔든 해야지만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한 손으로 벽을 쓸며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어쨌든 계속 살아서 누릴 수 있다는 건 좋은 거죠. 하지만 공짜는 아니죠. 우리는 거금을 내고 이주했고, 형체는 사람이지만 기계나 다름없는 이 몸을 주기적으로 바꿔야 하죠. 메디움에서 번 돈을 또 고스란히 바치고 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해요. 돈을 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벌써 보셨잖아요? 낡은 몸으로 연명하다 스스로 더는 충전하지 않고 끝낸 사람들을요. 그들만의 불행일까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돌아서며 두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새턴, 달리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 중 몸을 만드는 기술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오직 YO만 알고 있지요. YO가 가까운 당신에게조차 공유하지 않는 유일한 것 아닙니까?”
호리호리한 잭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허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을 들어 봅시다. 빈손으로 우릴 부르진 않았을 테지요.”
가슴이 두근거리긴 안도 마찬가지였지만 침착하게 보이려는 티가 났다.
“우리는 큰 것을 얻은 대신 많은 것을 잃었어요. 인헤니가 제게 그러더군요. 하루종일 흙을 만지며 일해도 한 톨의 흙도 느낄 수 없다고요. 어떠세요? 댁에서 사랑하는 부인을 안을 때 피부의 감촉을 느끼시나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었다.
“다음 업그레이드 버전에서는 그런 부분을 반영한다고 들었소.”
“네. 그렇지만 실제가 아니죠. 실제처럼 구현된다더라도 또 어마어마한 돈을 내야 하겠죠. 과연 그것으로 끝날까요? 단 한 번으로, 예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몸으로도 파키오에서 누린 삶을 계속 누릴 수 있다면요? 다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요?”
“새턴!!! 말조심하시오. 우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오! 신인류 말이요.”
안의 호통에 오히려 잭슨이 놀라 안절부절못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대외적으로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속으로도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비웃듯 싱긋 웃었다.
“그럼 한 번 맞혀 보세요. 누가 진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가요? 스킨을 얻으려 파트리아란 우리에 가두어 우리가 사육하는 사람들? 그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오로지 몸뚱어리만 있는 존재죠. 메디움인은 어떤가요? 사실상 과거 인류가 했던 일을 하고 역사를 잇는 건 그들이죠. 하지만 결국 인공일 뿐이지요. 우리는요? 과거 인류일 때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지만 몸은 어떤가요?”
날 선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파키오인 모두가 느끼는 것이지만 누구도 발설하지 않은 마음이었다. 한동안의 정적을 깨고 잭슨이 모기만 한 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
“진짜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오래 살 방법을 찾았단 뜻입니까?”
“저와 한배를 타시겠어요? 아주 튼튼한 배랍니다.”
“배부터 봅시다.”
매사 신중한 안이 제안했다.
“아뇨. 약속부터죠.”
“녹음됩니까?”
“지금부터요.”
“저기, 저는 타겠습니다.”
나약해 보이던 잭슨이 의외로 먼저 결정했다.
“당신은요?”
“이 일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오?”
안이 되물었다.
“우리가 파키오, 메디움, 파트리아를 잇는 중심이자 주인이 된다는 의미죠.”
“그들은 군대가 있소.”
“우리가 포섭할 수 있어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솔직히 플랑 무리가 계속 실권을 잡고 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경험이 많은 당신이 위원장을 하고 꼼꼼한 잭슨이 재무를 맡으면 어떨까요?”
“허허, 내가 뭐 그런 것에 욕심을 낸다고. 그럼 배를 마련한 당신은?”
“… 인헤니가 흙을 느끼고 다시 행복하면 그걸로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