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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고 Dec 11. 2024

[ch4] 25 카지노 쿠폰 안에서 편안하게 살렴

파멸한 세계에서

새턴은 몸을 일으켜 창가 쪽으로 가서 카지노 쿠폰를 불렀다.

“루다, 여기 와서 보렴. 사시사철 아름다운 곳이란다. 마을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지. 겨울에는 눈꽃이, 봄부터 가을까지는 색색의 꽃들이 마을 곳곳에서 피어나고 지고 피어나고 진단다. 집 하나도 길 하나도 공원도 가로등도 호수도 조경에 어울리게 건설되었어. 어느 장소, 어느 각도에서 봐도 한 폭의 풍경화야. 병도, 이별도, 고통도, 죽음도 없이 사시사철 아름다운 곳.

파키오로 이주한 카지노 쿠폰은 망한 지구에서도 돈깨나 있는 카지노 쿠폰이었어. 그런데 우리는 정착금을 내고 이주했을 뿐, 여길 만든 것은 아니야.”


창밖의 파키오는 아름다웠다. 단정하고 질서 있게 늘어선 정원수들과 제라늄과 팬지, 백일홍으로 화려하게 꾸민 정원이 먼저 보였다. 정원 밖 길가에는 단풍나무들이 빼곡하게 서서 바람이 불 때마다 잎들을 떨구며 한 시절을 흘려보내었다. 길가 뒤로는 드문드문 자리한 이웃 저택의 지붕들이 보였고 집과 집 사이는 어김없이 나무들이 들어차 있었다. 아주 멀리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집과 숲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득히 먼 곳에는 마을을 빙 두른 산이 보였다. 마을은 살아 있는 그림 그 자체였다.

“여길 만든 카지노 쿠폰은 따로 있다는 뜻인가요?”

“카지노 쿠폰이라고 해야 할까, 집단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기업이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네. 어쨌든 건설하고 홍보하고 모은 이들이 있지. 그리고 그 전체를 설계한 이들이 있고.”

새턴은 잠깐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 카지노 쿠폰를 향해 몸을 틀며 독백하듯 말했다.

“그래, 설계자가 있지.”


카지노 쿠폰도 새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소가 사라진 냉랭한 얼굴이 카지노 쿠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지노 쿠폰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아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물었다.

“그들이 혹시…YO들인가요?”

“YO들이라. 카지노 쿠폰, 그는 여럿이면서 하나인 존재야. 하나이면서 여럿이기도 하고. 몸이 여러 개라 생각하면 훨씬 쉽겠다. 하나의 몸은 파트리아 몇 개 구역을 담당하면서 파키오로 보낼 사람들을 선별해. 파키오에 정착할 사람들도 그가 선별했지.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야. YO가 설계자인지, 그저 설계자의 하수인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너나 내가 아는 건 빙산의 가루도 못 된다는 거란다.”

“그러면 어쨌든 설계자가 어딘가에는 있다는 거네요.”

“음. 그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디 있는지 안다고 갈 수 있겠니? 파괴할 수 있겠니? 그런다고 이미 만들어진 세계가 달라지겠니? 그에 대해 아는 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사는 게 중요하지. 자력으로 말야. 파트리아도 그렇지만 파키오 카지노 쿠폰도 설계자가 만든 대로 살았어. 그가 주기적으로 던진 미끼를 덥석 물면서 말야. 그런데 그 미끼에 변수가 생긴 거야. 길고 긴 생명. 그 변수까지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확실히 기회야. 자생할 기회.”

“그럼 파트리아는요?”

카지노 쿠폰는 비통한 마음을 가리고 최대한 가볍게 물었다.

“파트리아? 훗- 언젠가는 사라지지 않겠니?”

“파키오 카지노 쿠폰에게 스킨이 필요하지 않나요?”

“물론 얼마간은 필요하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필요 없어질 거라는 걸 너도 알고 있잖니? 네가 그 증표이자 상징이라는 것도. 모르는 척하려면 표가 나지 말아야지 카지노 쿠폰. 하지만 지금 순수한 모습이 내겐 한없이 귀엽구나.”

새턴의 눈은 이제, 햇빛을 받은 얼음조각처럼, 그 조각에 베일 것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카지노 쿠폰, 파키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칩이란다. 몸은 갈아타면 그뿐이야. 물론 태어날 아이들이 좀 더 커야겠지?”


“태어날 아이들이요?”

“그래, 이렇게 충전으로 연명하는 몸, 새 버전으로 교체하는 몸 말고, 활어 같은 몸이 필요해. 네 아이들 말이다.”

카지노 쿠폰의 어깨가 새턴의 억센 손에 붙들렸다.

“루다. 허튼짓은 하지 마렴. 계란으로 바위 치기란 말 들어 봤니? 너와 페르의 작은 반란이 파키오에 금 정도는 가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쪼갤 수는 없어. 그러자면 YO부터 없애야 할 텐데, 가능할까? 설계자는 둘째치고 진짜 YO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빙산은 깰 수도 녹일 수도 없단다. 그러니, 루다. 네 카지노 쿠폰 안에서 편안하게 살렴. 그러면 모든 게 안전하단다.”

카지노 쿠폰는 어깨가 바스러질 것처럼 아팠지만,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참았다. 페르의 말을 수십 번 되뇌며, 참았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얌전히 있어야 했다.

“자! 그럼 그만 올라가서 쉬렴. 집안을 구경해도 좋고. 쇼핑이나 그림 보러 가는 건 레이가 같이 갈 직원을 붙여 줄 거야. 필요한 건 언제든 말하고.”

카지노 쿠폰는 대화를 마무리하려는 새턴을 붙잡았다.


“그러면 돈이 생기나요?”

“돈?”

“태어날 아이들을 파키오 카지노 쿠폰에게 팔려는 거잖아요.”

“돈 뿐이겠니? 권력이 여기로 집중될걸.”

“그러면 나와 지분을 나눠야겠네요. 내가 없으면 이룰 수 없을 테니까요.”

카지노 쿠폰의 말을 듣고 새턴이 배를 움켜쥐며 깔깔거리다 정색했다.

“진심이니?”

“신혼집은 직접 꾸미고 싶어요. 아주 오래 살 집이잖아요.”


“그러렴. YO가 네게 어떤 그림을 줄지 궁금하구나.”

말을 마친 새턴이 돌아섰다.

“새턴!”

“왜 그렇게 오래 살고 싶어요?”

알고 싶었다. 오래 살면, 영원히 살면 뭐가 좋은지. 이런 일들을 벌일 만큼 행복한 일인지. 그런데 돌아온 답은 정말이지 뜻밖이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인헤니가 죽는 걸 볼 수 없을 뿐이야. 그런 슬픔은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

“인헤니의 선택이 당신의 선택과 달라도요?”

“응. 나는 그가 살아있기만 하면 돼. 어떤 상황에서든 그를 살릴 거야. 그가 나를 경멸하고 증오해도. 괜찮아. 어차피 그는 나를 죽이지는 못할 테니까. 오래도록 그를 볼 수 있으면 그걸로 되었어.”

문이 닫혔다.

카지노 쿠폰는 저도 모르게 참았던 긴긴 숨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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