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한 세계에서
1층 연회장은 특별히 따로 초대하지는 않았지만 제 발로 축하하러 온 일반 하객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새턴에게 눈도장을 찍거나 메디움 사업 이권을 따보려는 심산으로 온 부류였다. 그럴 깜냥도 못 되는 이들은 끼리끼리 인맥이라도 넓힐 요량으로 와서 이리 기웃 거리 기웃거렸다. 한껏 차려입고 와서 서로를 곁눈질하며 도움이 될 사람을 찾아 번뜩거리는 눈빛이 우글거렸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 눈빛들에 결박당하는 기분이었다.
대형 홀로그램 영상으로 결혼식을 관람하는 1층 손님들께는 식전에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한대서 새턴 손에 이끌려 벌써 몇 바퀴째 도는 중이었다. 말은 안 해도 루다가 신화를 완성할 위타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음알음으로 알았다. 물론 일반 하객들은 새턴의 프로젝트를 알 턱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의 눈에 새턴은 파키오의 새 중심으로, 루다는 중심을 받칠 기둥으로 보이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인사를 하러 가는 곳마다 칭찬 베틀이 이어졌다.
“어머, 정말 아름다우세요. 살결이 어쩜 이렇게 곱나요.”
“이렇게 탄력 있는 몸은 처음 봐요.”
“피부가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허허.”
진짜 피부에 대한 부러움이 섞인 일차원적인 칭찬을 하거나
“새턴, 정말 안목이 뛰어나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신부는 처음 봅니다!”
“최고의 신부를 들이셨어요. 새턴. 지난해에 ‘올해의 신부’가 없었는데, 이런 무료 카지노 게임를 아무도 뽑지 않았다니, 참 위원회 탁상행정이 이런 건가 봅니다. 다행히 당신이 이렇게 데려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새턴을 추켜세우느라 정신없거나
“오늘은 파키오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 될 겁니다.”
“파키오에 힘이 되는 일이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파키오라는 이름으로 아부하는 식이었다.
이런 입에 발린 소리에도 환하게 응대하는 새턴을 따라다니며 루다는 그의 인내심에 대해 새삼 생각했다. 새턴은 불이다. 종종 타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촛불이 주변을 살피는 것처럼, 작은 불씨로 몽매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며 기다릴 줄 알았다. 그렇게 바라던 일 중 하나를 이룰 오늘이 왔는데도, 새턴은 태연무료 카지노 게임 여유로웠다.
한편 무료 카지노 게임는 초조한 티가 날까 걱정되었다. 자연스럽게 웃는 게 어색했다. 예식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요동쳤다. 그 마음이 들킬까 애써 침착하게 행동하려는 자신이 피라미 같았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쳐들 때마다 머릿속으로 차분하게 순서를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홀을 둘러보았다. 겨우내 인헤니의 집에 다녀올 때마다 사들인 물건들로 공들여 손수 꾸민 홀이었다.
군데군데 만찬용 캡슐과 디저트들을 올려놓은 테이블, 화려한 무늬가 돋보이는 자기들, 아기자기하게 자리한 장식용 소품과 인형들, 안락한 소파와 쿠션들, 불이 꺼지면 별자리 모양으로 빛날 샹들리에들, 그리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걸린 그림들까지, 모두 계획한 곳에 있었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표현한 일종의 상상도였다.
그림 속 사람들은 숲에서 사냥무료 카지노 게임 화덕 앞에서 노래 불렀다. 집안에서 빙 둘러앉아 식사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자수를 놓거나 베틀을 돌렸다. 씨를 뿌리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 벼를 베기도 했다. 벌판을 달리는 기마병, 화염 속에서 총구를 겨누는 병사들, 창공을 가르는 전투기들도 보였다. 어떤 그림에는 바짝 마른 어미의 품에서 빈 젖을 물고 우는 아이가 있었고, 또 다른 그림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풀어 보며 웃는 아이가 있었다. 산이나 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지기도 했고, 빽빽하게 들어찬 높은 건물들이 전부이기도 했다. 지구에서 파키오로 건너온 1세대들은 아주 오래전에 역사를 배운 기억을 더듬어 인공수정이나 인공 배아로 얻은 자식들에게 그림 속 일들을 말해 주기도 했다. 어른들은 추억에 잠겼고 젊은 세대는 인류가 발전하거나 쇠퇴하는 과정을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도대체 저런 그림은 왜 걸어 놓은 거니? 예식홀 분위기에는 안 맞는 것 같구나. 신혼집을 예식홀로 쓰겠다는 것도 마뜩잖았는데, 혼자 꾸미고 싶대서 맡겨놨더니…….”
인사를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새턴이 핀잔을 주었다.
“특별한 날이잖아요. 역사의 한 장면이 될 날이라 생각했어요. S작가님 아시죠? 처음엔 선생님이 지구에 있었을 때 들었던 역사를 상상해서 그렸대요. 그러다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 남은 지구를 그리고 싶었대요. 그래서 갤러리에 오는 손님들을 비롯해 만나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야기를 듣고 화폭에 담았다네요. 아주 오랜 세월 내내 그린 그림들이에요. 2층 귀빈홀에는 파트리아, 파키오, 메디움의 탄생부터 정착기, 최근의 모습들을 그린 작품을 걸었어요.”
2층에 거의 다다랐을 때 홀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가 말을 잠깐 멈추었다. 과연 지난 삼백 년간 기념비적이라 할 만한 사건들이 그림 속에 있었다.
“평화로운 파키오, 활기찬 메디움, 고요한 파트리아를 다 볼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뒷골목에서 배터리가 끝날 날만 기다리는 구형 메디움이나 두더지 같은 파트리아인 생활은, 그렸지만 안 걸었으니까요. 좋은 모습만 걸었어요. 그래야 귀빈들이 좋아하지 않겠어요?”
“S라……. 그 작자라면 더한 것도 그렸을 텐데. 인헤니 같은 부류지. 그림에 빠져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사는 놈. 과거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미래가 없는 거야. 그렇지만 그림 솜씨는 여전히 좋아 보이네. 저 작품들 다 얼마지? 식 끝나고 여기 계속 둘 게 아니라면 내가 사고 싶은데.”
“글쎄요. 전 그냥 빌린 거라서요. 직접 물어볼래요?”
귀빈들이 서 있는 쪽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가 앞장서 걸었다. 플랑 가족들과 위원회 가족들, 안과 잭슨을 비롯해 새턴과 계약을 맺은 무리, 무료 카지노 게임가 초대한 갤러리 사장과 지식인, 예술가들이 뒤섞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새턴은 무료 카지노 게임가 초대한 이들이 귀빈 격이 아니어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주인공 손님도 있어야 한다고 인헤니가 편을 들어주는 바람에 어영부영 넘어갔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와 주셔서 감사드려요.”
“무료 카지노 게임~ 무료 카지노 게임, 오늘 약속했잖아요. 당연히, 와야죠. 새턴 오랜만입니다. 옛날보다 더 아름다워지셨네요.”
“작가님. 이게 얼마 만이에요? 세상에,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어쩜 한 번도 놀러 안 오시고. 인헤니는 가끔 만나시는 것 같던데요.”
새턴이 호들갑을 떨며 반가워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제가 워낙에 틀어박혀 있는 걸 좋아해서요. 인헤니도 가끔 제 갤러리에 들를 때나 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도 워낙 바빠서 근래에는 통 못 봤고요. 조금 전에 오랜만에 봤네요. 페르디다와 함께요.”
S작가도 새턴의 장단에 맞춰서 반가운 시늉을 했다.
“새턴, 저기 주례석 뒤에 걸린 페르와 제 초상화도 작가님이 그려주셨어요. 그리고 오늘 결혼식 장면도 생생하게 남겨주시기로 약속했죠.”
“어머, 우리 루다를 이렇게 신경 써 주시다니요! 루다가 정말 마음에 들었나 봐요. 저는 그렇게 안 그려주시더니, 초상화에 결혼식까지!”
“하하, 새턴. 이번 작품 끝나면 꼭 당신도 그려드리지요. 그런데 루다, 이제 들어가 봐야 하지 않아요? 페르디다가 기다리겠어요.”
페르에게 가라는 말에 부쩍 긴장한 무료 카지노 게임를 향해 S가 윙크를 보냈다. 괜찮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괜찮을 수가 없었다. 그날, 파키오에 오던 날, 그렇게 헤어지고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페르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보러 오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알고 있었다. 새턴이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루다는 어떻게 결혼 준비를 신부 혼자 다 하냐고 투덜대었지만, 새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루다, 결혼하면 매일 매 순간, 함께 있게 될 텐데, 뭐가 그리 조급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완벽한 신랑을 만나게 될 거다. 너는 정말 축복받은 거야. 독수공방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가물게 하는지 모르겠지. 그건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지. 그래서 너는 그러지 말라고 페르가 절대로 너를 떠나지 않도록 교육시키고 있단다. 전부 너를 위한 거야. 그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니?” 하며 페르와의 만남을 차일피일 미룰 뿐이었다. 결국엔 결혼식 당일에야 만나게 되었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우리의 일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까, 언제 말해야 할까, 그때 그가 남긴 말대로 하면 되는 걸까, 연습도 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그게 가능할 걸까. 아니, 그보다 그는 어떤 상태일까.
무료 카지노 게임의 속은 한없이 복잡해졌다.
“무료 카지노 게임, 무료 카지노 게임!”
근심에 빠진 무료 카지노 게임를 새턴이 흔들었다.
“루다, 이제 들어가서 준비하렴. 페르 만나기 전에 좀 더 단장해야지 않겠니?”
“위타는요? 위타 없이는 한 발짝도 안 걸어요.”
“염려 마렴. 준비하고 있으면 가족석에 있을 테니. 네가 하도 고집을 부려서, 결혼식은 치러야 하니 그렇게 한다만, 지금 위타가 그렇게 좋은 상태가 아니야. 사람들 많은 곳에서 유리관 없이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구나. 그게 네가 보기엔 잔인해 보이겠지만, 위타를 보호해 주는 막이라는 걸 알아두렴. 두고 봐, 분명 후회할 테니.”
“각오무료 카지노 게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