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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Jan 04. 2025

갖가지 카지노 게임(김장 2)

어섪픈 시골생활

김장은 배추로만 담그는 것이 아니다. 김장에 필요한 재료들을 조금씩 변형해서 재료들의 이름 뒤에 '~카지노 게임'라고 이름을 붙이는 색다르고 감칠맛 나는 카지노 게임들이 줄줄이 탄생한다. 첫 번째 변신은 무다. 김장을 하고 남은 무는 큼직큼직하게 (1.5 ×1.5) 썰어서 새우젓과 액젓을 반반 섞고 카지노 게임의 기본양념을 넣은 후 열심히 비빈다. 예쁜 햇고춧가루 색이 입혀지면 끝. 이름하여 겨울 깍두기다. 설렁탕이나 떡만둣국엔 깍두기는 없어서는 안 될 찰떡궁합 음식이다. 김장 깍두기는 크고 굵게 썰어야 제맛이고, 봄 깍두기는 자그맣게 잘라야 한다고 어머니께 배웠다.

무로 할 수 있는 카지노 게임가 또 있다. 그것은 바로 동치미. 손바닥에 가득 찰 정도 크기의 무를 깨끗이 씻어 항아리에 넣고 소금을 녹여 간을 맞춘다. 소금물의 간은 먹어보아 반찬으로 적당할 정도면 맞다. 더하여 쪽파와 마른 고추는 맨 위에 올려놓되 반드시 물에 잠기게 해야 한다. 쪽파의 알싸한 맛과 고추의 매콤한 맛은 동치미 어딘가에 들어있지만 어우러져 각자의 맛은 사라진다. 마늘과 생강은 얇게 저며 면포에 담아 맨 아래에 넣는다. 사과나 배가 남았다면 큼직하게 썰어 면포에 함께 넣어도 좋다. 이 갖은양념 들은 익어가면서 우러나 맛을 돋운다.


여섯 살 때인 것으로 기억한다. 눈을 뜨니 온통 방안이 빙글빙글 돌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어머니는 내 이마에 손을 얹은 채로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정신이 드냐고 말씀하셨다. 정신이 깬 것을 확인하자마자 내 입안으로 차가운 동치미 국물이 들어왔다. 스테인리스 대접 가득 담아 온 동치미 국물이었다. "어서 정신 나게 한 숟갈이라도 먹어봐라!" 어머니의 애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짝 마른 입안이 시원해졌고 목으로 넘어가는 국물 맛에 눈을 뜰 수가 있었다. 서너 숟갈을 삼켰지만 토할 것 같이 속이 메슥거려서 더 이상 먹을 수는 없었다. 널브러져 있는 나를 이리저리 주무르며 어머니는 다행이라는 말을 연신 뱉었다. 6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연탄가스중독으로 동치미 국물을 먹었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물거리는 기억 속의 동치미는 죽음을 물리친 기적의 음식이었다.


뻣뻣한 갓과 쪽파도 갓카지노 게임와 파카지노 게임로 변신한다. 이것 또한 액젓을 충분히 넣고 갖은양념에 버무린 후 가루가 진득해질 때 듬성듬성 발라가며 꼭꼭 눌러 봉하면 된다.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힘주어 카지노 게임를 누르며 '맛있어져라'라고 비는 어머니의 마음이 더하여져서 더욱 맛있게 익었을 것이다.

김장 배추를 절일 때 함께 담가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총각카지노 게임다.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맛, 감기가 걸려 입맛을 잃었을 때 문득 먹고 싶어지는 맛, 이름하여 총각카지노 게임다.


총각카지노 게임는 김장 배추와 함께 절여야 간이 적당히 절여진다. 총각무를 정리하는 것처럼 번거로운 일은 없지없지만 고된 노동이 버무려져서 익은 달랑 무의 맛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카지노 게임들에 비해 들인 노력 때문에 더 맛있는 걸까? 시집을 오니 시원찮은 이빨을 가진 시아버지는 통으로 된 총각무를 드실 수 없어서 시어머니는 늘 총각무를 세로로 잘게 잘라서 담그시곤 했다.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에잇!" 갓 시집온 새댁 시절 시어머니는 총각카지노 게임를 그대로 담아 상에 올려 혼이 났었다고 했다. 그 후로 시어머니의 총각카지노 게임는 단박에 먹을 수 있도록 달랑 무를 작게 잘라서 총각카지노 게임를 담그시고 했단다. 내가 시집온 이후에도 줄곧 총각카지노 게임는 빠지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총각카지노 게임는 이제는 더 이상 먹을 수 없다. 흉내를 내어 담근 총각카지노 게임를 밥상 위에 내어 놓으면 남편은 늘 어머니의 총각카지노 게임 이야기를 한다. 그리움 덩어리가 되어버린 총각카지노 게임, 이번엔 다섯 단만, 통째로 담가볼 예정이다.


서로가 어우러져야 고유의 맛을 내는 카지노 게임는 우리에게 '함께 어울림'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혼자서는 낼 수 없는 맛,

함께 어울려야 생기는 맛,

기다림이 필수인 인내의 맛,

조상의 지혜에 감탄을 자아내는 맛!

온몸을 던져야 완성되는 맛,

사랑을 함께 버무려야 더욱 맛있어지는 맛,

힘들어도 코끝 싸해지는 겨울이 오면 두 팔 걷어붙이고 김장을 하는 이유이다. 웅크린 겨울에 활기를 불어넣는 갖가지 김장카지노 게임들은 돌아가며 밥상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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