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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Mar 25. 2025

겨울을 난 돌쟁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시골살이

시골집에는 토종 오골계 '오드리'가 살고 있다.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오드리의 집은 그곳이다.

일 년 전, 토종 오골계 알 스무 개를 부화시켰는데 그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녀석이다.

아무도 없는 집을 지키고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내가 가면 반갑다는 듯 뒤뚱대며 다가온다. 마치 말을 하듯 꼬꼬꼬 소리도 낸다. 개와 고양이만 애완동물의 전부인 양 생각했었는데 닭도 애완동물에 포함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엉뚱녀인 큰 딸이 상의도 없이 아파트의 양계장화를 시도한 결과물이다. 완벽하지 않은 허점 투성이인 야망은 금세 들통이 나고 말았다는거다. 그리고 이미 유정란이 도착한 후였다. 마음 한쪽에서는 파괴적 생각이 머릿속에서 춤을 췄다. 아파트에서 무슨 양계장을!' 머리를 좌우로 휘저으며 '삶아 먹을까? 프라이로 해 먹을까?'

하지만 내 뇌리 속 깊숙한 곳에도 자리하고 있었던 엉뚱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딸에게는 차마 말을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엉뚱한 생각에 신이 나기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엉뚱함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닐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자 실성한 여자처럼 실실 웃음이 나왔다. 왜? 왜? 못할 거 없잖아?


양계장을 기대하며 의기투합한 여자 셋은 재활용품 집하장에서 스티로폼 박스를 주워와 부화장을 만들고 온도와 습도를 맞출 재료들을 주문하고 설치했다. 인터넷에는 아파트 양계장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가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우리와 같은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또한 놀라웠다.

방 하나가 초등학교 과학실로 변했고 부화기를 만들며 가슴이 설렜다. 완성된 부화기에 전등이 발갛게 켜지고 나무젓가락으로 기차 레일을 만들어 알들을 올려놓았다. 나무젓가락을 종이로 묶어서 넣었다 뺐다를 하면 알들이 조금씩 방향을 바꿔 굴러간다. 알을 품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알들을 골고루 품고자 하는 암탉의 마음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마음은 그에 못지않은 간절함이 가득했다.


21일 동안 알이 품어지면 병아리가 된다. 아기에게 젖을 주려고 밤잠을 설치는 어머니처럼 우리들도 돌아가며 알을 돌려주기 위해 밤잠을 설쳤다. 아뿔싸! 비극이 찾아왔다. 보름이 지나갈 무렵 부화장에 밤사이 전기가 나가버렸고 생명이 움텄던 알의 태동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우리들은 모두 속이 상했다. 병아리만 한 슬픔도 몰려왔다. 마치 우리들 때문에 병아리들이 죽어버린 것만 같았다. 딸은 그 주검을 쓰레기봉투나 음식 물통에 차마 버릴 수 없다며 아파트 화단에 고이 묻어주고 돌아왔다. 유정란은 더 이상 프라이드치킨 조각이나 닭백숙만이 아님을 깨달은 걸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양계장 주인에게 또다시 전화를 걸어 열 개의 오골계 유정란을 샀다. 이미 만들어 놓은 집은 리모델링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또다시 온도와 습도를 맞춰 주며 하염없이 21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생명이 움트다 죽어버렸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키운 알들 중에 단 한 마리의 병아리만 빛을 보았다. 바로 오드리였다. 씩씩하게 알을 깨는 모습이란! "나 여기 있어요 곧 나갈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삐약!" 겨우 1센티도 안되게 금이 간 알 속에서 나는 소리에 숨죽이고 있던 우리들은 그만 놀라 자빠졌다. 채 알에서 나오지도 않았는데 삐약 소리를 내다니... 긴 시간 동안 여러 개의 사람 눈들은 금 간 알을 보며 신비함 가득한 눈빛을 발사했다.


어쩔까? 왜 이리도 이쁠까? 태어나 24시간 동안 널브러졌던 병아리는 이틀째가 되자 팔팔해졌다. 아침마다 병아리에게 문안 인사를 했다. 낮에도 수시로 닭장을 들여다본다. 작은 몸에서 터져 나오는"삐약"소리가 가슴에 꽂혔다. 어떻게든 살아내겠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어디에 있어도, 누군가와 있어도, 추운 겨울도, 더운 여름도 잘 견딜 수 있을 거란 확신에 찬 소리였다.


두 달이 지나자 몸집이 커져 더 이상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똥 냄새도 더욱 고약해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늘 거주하지는 않지만 땅과, 풀과, 다양한 것들을 만날 수 있는 시골집이 병아리에겐 더없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홍천의 시골집으로 이사를 갔다. 배나무 그늘 밑 흰 꽃 지는 봄이 가고, 여름의 소나기와 천둥, 새벽이슬을 마시며 여름을 만났다. 화살나무의 붉은 단풍잎 폭죽과, 여무는 벼 냄새를 맡으며 가을을 지냈고, 난생처음 눈꽃과 서리의 오싹한 겨울도 견뎠다. 추위를 피해 들락거리는 고양이들과 아옹다옹하고 배고픈 참새들과 추격전도 벌이며 시간이 갔다.


경칩이 지나고서야 시골집에 간다.

선선한 바람은 여전하지만 거짓 없는 계절은 푸른 싹들을 내놓는다.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히 작년보다 더 튼튼하고 굳세다. 친구가 구해다 준 할미꽃도 솜털을 보송이 달고 여린 잎을 내놓았다. 작년엔 이사 스트레스와 매화나무 그늘에 가려 결국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올핸 작년보다 깊이 뿌리내렸으니 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햇살과 비와 나의 눈길로 할미꽃이 피겠지.


오랜만에 만난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나를 보자 뒤뚱 거리며 달려온다. 그 속도라면 푸드덕 날아올라 내 품으로 들어올 기세건만, 항상 50센티를 남겨 둔 채 멈춰 서서 새침을 떼며 딴짓을 하는 귀염둥이!

얼어 죽을까 봐 노심초사했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간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지금처럼, 그대로, 잘 지내보자꾸나.


그런데 말이야, 할 말이 있어, 올봄, 만발한 꽃잎이 날 때쯤, 알 하나 낳아주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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