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가입 쿠폰의 다중언어를 바라보며
방글라데시 다카 프랑스학교에 처음 방문했을 때, 중학생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모습이 퍽 인상 깊었다. 그 아이들은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한 명이 프랑스어로 말하면 다시 프랑스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두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우리 아이들이 프랑스학교에 계속 다닌다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과연 가능할까?’
확신은 없었지만, 기대가 되었다.
8년이 지난 지금, 큰아이는 5개 국어, 둘째는 4개 국어를 구사한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새로운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고 아이들은 말했다.
아이들이 어떻게 4~5개의 언어를 공부하고, 활용하고 있는지 나누어 보겠다.
아이들의 제1언어는 당연히 한국어이다. 집에서는 한국말만 하는데, 가끔 둘이서 비밀 대화를 할 때만 프랑스어로 대화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함께 한글책을 읽거나, 한국에서 사 온 국어 문제집을 풀었는데 중학생이 된 이후에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숙제도 많고 매주 시험을 봐서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한글을 접하고 있다.
큰아이는 한국의 인터넷 기사를 읽는다. 주로 축구 기사를 읽지만, 정치·경제와 관련된 기사도 종종 읽는다. 지난해 12월, 계엄령이 선포되었을 때도 아이가 먼저 기사를 읽고 나에게 물어보았었다.
“엄마, 계엄령이 뭐야?”
“계엄령? 그건 군대가 무력으로 치안 유지하는 건데. 그게 왜?”
“대통령이 그걸 했다는데?”
“에이, 말도 안 돼. 지금 시대에 그걸 어떻게 해.”
“진짜야, 지금 기사에 났어.”
“진짜? 와, 미쳤네. 미쳤어...”
이런 식으로 한국 기사를 읽다가 모르는 말이 나오면 나에게 물어보는 편이다.
둘째 아이는 네이버 소설과 웹툰을 읽는다. 웹소설을 읽다가 울고 있는 딸아이를 보면, 한글 어휘가 부족하진 않은 것 같아 안심이 되다가도, 늦은 밤까지 웹툰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두 아이 모두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또래 카지노 가입 쿠폰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말하고 읽는 건 잘하지만, 쓰는 건 힘들어하고 맞춤법도 많이 틀린다.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읽고, 어휘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면 한글을 쓰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4년 전, 밀라노 프랑스학교로 전학왔을 때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과목은 이탈리아어였다. 알파벳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탈리아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을 들으려니 너무 곤혹스러웠다고 아이들은 말했다. 그때는 수준별로 반을 나누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탈리아어가 모국어인 아이들과 이제 막 이탈리아에 온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했다. 추후 학부모들의 강력한 항의로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으로 나누어졌다.
첫 2년 동안 아이들은 이탈리아어 초급반이었다. 다행히도 이탈리아어를 전혀 못하는 소수의 아이들과 같은 반이 되었고, 초급반답게 매우 쉽게 수업이 진행되었다. 초급반 선생님과 정이 많이 든 아이들은 계속 초급반에 머물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바람과 달리 다음 학년엔 중급반이 되었다. 중급반에서는 본격적인 회화와 문법을 배웠는데, 시험을 볼 때마다 어휘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해야 해서 조금 힘들어했다. 하지만 중급반에 들어간 후 아이들의 이탈리아어 실력이 급속도로 늘었다. 특히 둘째 아이는 이탈리아 친구와 이탈리아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밀라노 프랑스학교에서는 중등 2학년 때 ‘영어 심화반과 라틴어’ 선택 과목이 하나 있고, 제2외국어로 ‘독일어와 스페인어’ 중 하나를 선택한다.
아들아이는 그 전부터 독일어를 배우고 싶어했다. 축구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인데, 독일 축구를 해설이나 자막 없이 보고 싶다는 확실한 동기가 있었다. 덕분에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하고, 즐겁게 독일어를 배운다. 특히 언어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습득하는 아이가 알파벳부터 시작해 조금씩 어휘를 늘리고 있어서 큰 부담 없이 배우는 중이다.
올해 9월에 중등 2학년이 되는 둘째 아이가 어떤 언어를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아이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딱딱 끊어지는 독일어보다는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스페인어가 너랑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아이는 내 말에 동의하면서 스페인어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진짜 마음은 “오빠는 독일어 하니까 넌 스페인어를 해. 그래야 어느 나라에 가도 통역해 줄 수 있지.”였지만… 사실대로 말하진 않았다.
며칠 전, 아이들에게 “어떤 언어가 가장 쉬운지 순서대로 말해 보라”고 요청했다.
큰아이는 “한국어 - 영어 - 프랑스어 - 이탈리아어 - 독일어” 순서라고 말했다. 독일어를 좋아하지만, 이제 현재형을 배우고 있어서 자유롭게 말하긴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독일어로 꼭 말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탈리아어는 가장 재미없지만, 이탈리아에 살고 있기에 이런저런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어가 늘었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프랑스학교에 다니지만 영어가 더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이었다. 친한 친구들이 다 영어권 나라에서 살다 온 아이들이고, 서로 영어로 대화하기 때문인 것 같다.
둘째 아이는 “한국어 - 프랑스어 - 영어 - 이탈리아어” 순서였다. 둘째 아이는 친한 친구들이 프랑스 친구들인데,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배우는 어휘가 많은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을 프랑스학교에 보내기 위해 해외에 사는 것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해외에서 계속 살게 되었고, 그 결과 아이들이 계속 프랑스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처음부터 계획한 일이 아니었지만, 감사하게도 이렇게 여러 언어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여러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보았다.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할 수 있는 게 많이 있을 것 같아서, 별로 걱정이 안 돼.”
AI가 모든 언어를 번역하고 통역하는 시대이기에, 여러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게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여러 언어를 통해 습득한 것은 AI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40대 중반이 된 이후, 한국어 어휘도 잘 생각나지 않고, 영어는 생존 영어로 제자리걸음이고, 이탈리아어는 아무리 공부해도 늘지 않는다. 0개 국어라는 말이 딱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러니 여러 언어로 말하고 소통하는 아이들이 부러울 수밖에.
어쩌면 잘하진 못해도 꾸준히 언어 공부를 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 아이들에게 덜 부끄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부러운 마음을 내려놓고 오늘도 나는 이탈리아어 공부를 한다.
천천히, 느리게,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언어는 그렇게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