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카지노 게임 사이트(2003)
10여 년 전, 의욕 넘치는 블로거였던 나는 첫 번째 영화 감상 포스팅의 주제로 ‘커피와 카지노 게임 사이트’(2003)를 골랐다. 커피 맛도 잘 모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피워본 적도 없었지만 테이블 위에 어지러이 놓인 커피잔과 재떨이와 희뿌연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연기의 모양, 그리고 흑백 유머 감각이 좋았다.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손에 무심히 들린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 개비가 어찌나 매력적으로 보이던지! 하지만 지독한 냄새도 싫고, 중독되어 건강을 해칠까 두려워 선뜻 도전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소공녀’(2017)를 보고는 ‘미소’가 밥을 굶는 한이 있어도 포기하지 못하던 그 위스키와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궁금해졌다. 호기롭게 집 근처 바에서 위스키 샘플러를 주문해 맛보기도 했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람했던 ‘아무도 없는 곳’(2019)이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유진’의 전 연인이 남기고 간 인도네시아산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걸 피울 때 나던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 그간의 다양한 시각적 유혹을 잘 참아내었지만, 그 청각적 자극에 마침내 속절없이 굴복하고 말았다. 그래,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피워봐야겠어.
영화 속 온갖 멋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장면들에서 비롯된 욕망이었기 때문에 나의 첫 흡연은 절대로 시시해서는 안 됐다. 마침 몇 달 후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떠날 예정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딘가의 작은 카페 테라스에서 멋들어지게 에스프레소 한 잔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곁들일 내 모습을 떠올렸다. 동행하기로 한 친구들에게 자랑스레 계획을 선포하자 다들 눈을 빛내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당시 우리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의 나이였지만 모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피워본 적이 없었다. 일단 마음을 먹고 나니 경험해 보지 못한 행위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결전의 날, 하늘이 어둑해진 뒤 간판에 ‘TABAC’라 적힌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휴대폰 번역 앱에 “순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추천해 주세요” 라고 적어 점원에게 보여주었다.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난 후였지만 어쩐지 금지된 일을 하는 것 같은 스릴이 느껴졌다. 잠시 후 이름도 제대로 읽기 어려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 갑을 받아들고 근처 카페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술을 한 잔씩 주문한 뒤 어색한 손놀림으로 한 명씩 돌아가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불을 붙였다. 매캐한 연기가 목구멍으로 들어오자 연신 기침이 나왔다. 이게 맞아? 하고 낄낄대다가 능숙한 체하며 폼을 잡아보기도 했다. 금세 목이 부어오르고 따끔거렸지만 어설픈 서로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도 그 이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맛을 깨닫고 애연가의 길을 걷게 된 친구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 순간의 짜릿한 배덕감은 잊을 수 없다. 상상 속의 멋진 모습과는 사뭇 달랐을지라도 무척이나 흥분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30대를 반쯤 지나는 동안, 어느새 미지에 대한 두려움보다 새로운 자극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 이제 웬만한 일에는 무덤덤해졌지만 분명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이 여럿 남아있을 테다. 언젠가 나를 깜짝 놀라게 할, 다시 마주하게 될 처음이 기다려진다.
글쓴이 : 서울의 S
틈만 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날 계획을 세우는 브랜드 디자이너. 매일의 안락함을 포기할 수 없는 현실주의자이지만, 동시에 먼 곳의 낯선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영화와 여행의 공통점은 비일상의 낭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