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엉망이지만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말고
학습준비물 주문 목록을 정리카지노 쿠폰
수학 단원평가지를빨간 색연필로 매기다가 서술형 채점카지노 쿠폰 머리가 복잡해져
채점을 다 마치지 못한 채 나는 작가님들의 공책을 몇 권 챙겨 들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
올해는 '작가님'으로 명명한 그들의 글을 자세히 보겠노라 마음먹었기 때문에 챙겨 들고 집으로 향한 것이다. 깜깜해지도록 학교에 남는 건 이제 좀 무섭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악필이다.
가뜩이나 노안이 온 나의 눈을 가늘게 떴다가 부릅떴다가 해가면서 봐야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있다. 기상천외한 맞춤법 실수들이 난감하면서 귀엽다.
어린이 작가들의 글을 느리게 여러 번 읽는 동안'잘 쓴 글' '좋은 글'이 무얼까 생각해 본다.
그들의 글은 완성된 한 편이라고 하기엔 형식적으로 어설프고 내용도 횡설수설인 면이 있다.
하지만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교사로서 이 상태의 글을 글쓰기 지도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
성인이 되어서, 혹은 더 일찍 필력 있게 글을 쓸 수 있다면 그것은 삶의 무기가 될 테니.
국가교육과정 국어과 지도 목표도 글쓰기의 형식을 지도하도록 되어있다.
당장 중고등학교 서술형 수행평가나 대입 논술고사, 각종 글쓰기 과제에서는 독자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쓴 글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런 글쓰기지도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쓸모도 생각해 보자.
어린이라는 시기를 미래를 준비하는 미숙의 시기라고 보지 말고
어른과 같은 인생의 한 때로 본다면 그들이 생각하고 끄적인 모든 글들이 인생 자체로의 가치가 있다는 것.
내가 때때로 끄적인 메모들은 그 자체로 나에게 의미가 있다.쓰는 그 순간 자체로 의미 있는 쓰기.
글쓰기는 그 순간을 오롯이 나로 살아있게 하는 매우 존재론적인 행위이다
나에게 깊게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이다. 요가나 명상을 하듯이.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나 자신에게 묻고 듣고 쓰는 행동.
누구에게 들려주려는 목적의 내용이 아닌 혼잣말 같은 것.
이 행위에 의미가 있다.
어린이들이 글쓰기 숙제를 하듯이 글 숙제를 했던 때가 있었다.
얼마나 완성도 높은 글을 쓰느냐와 별개로
어떻게든 내 얘기를 쓰기 위해 끙끙대는 시간들과 결국 마감을 앞두고 어떤 단어들을 선택하고 배열해서 문장들로 써 내려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내가 나에게 그렇게나 몰입하는 순간은 잘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출판사에서는 글쓰기의 이쪽 면에 더 관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이연실 편집자님은 <에세이 쓰는 법카지노 쿠폰
"편집자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내 인생에서 만날 일 없었을 사람들의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에 푹 빠져 한 시절씩을 살았다. 그들에게서 가장 아름답고 독보적인 점을 발견해 책에 담았다. 이 과정이 미치도록 재밌었다. "라고 쓰셨다.
초등교사가 아니었다면 내 인생에서 만날 일이 없었을 신기하고 놀라운 글들, 우습고 사소한 글들을 읽는다.
글을 쓴 본인들이 곧 잊을 테지만 그들에게 새겨져 있을게 분명한 아름답고 독보적인 어떤 것들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니 감사하다.
우리 작가님들이 몰입해서 쓸 만한 주제들을 찾아야 한다.
까다로운 그들은 웬만해선 넘어오지 않으니.
어떤 방법으로든 어린이들이 쓰기에 빠져들도록 판을준비해 주는 게 편집자인 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