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와 K의 만남
새벽에 수아의 전화를 받은 소진은 경수의 의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엔 이미 경수의 친구들이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소진처럼 경수가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몰랐다. 응급실에 있던 경수는 수술실로 옮겨져서 수술을 받는다. 소진과 경수 누나와 친구들은 수수실 복도에서 불안한 심정으로 경수의 수술이 무사히 마치기를 기다린다. 동이틀 무렵 수술실 문이 열린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수술을 성공적이었지만 우측 뇌손상이 심해서 의식이 없고 경과를 봐야 한다고 카지노 게임 추천.
3.
수술을 마친 카지노 게임 추천는 3층 회복실로 옮겨졌다. 소진은 회복실 복도 벽 의자에 앉은 채 까무룩 잠이 들었다. 커다란 창으로 빛이 들어온다.누군가 소진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경은이다. 경수 누나다.그녀는 경수보다 네 살이 많다.소진보다는 한 살이 어리다.그녀는 S미용실 실장으로 일하고 있다.시계를 보니 아침 7시가 넘었다. 수아도, 시원이도, 소영이도보이지 않는다. 택시 기사도 안 보인다. 소진의 입안이쓰다. 경은이 들고 있던 캔 커피를 하나 건넨다.차가운 기운이 소진의 위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수아는 어디 있어요? 시원이랑 소영이는.....”
“십 분 전쯤 다들 집으로 갔어요. 내일까지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고.”
그러고 보니 내일이 문창과 3학년 리포트 마감일이었다. 이번 리포트 주제는 영국 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우'의 비극적 생애였다.
“수아는 저녁에 다시 올 거라고 했어요.”
"네, 그런데 여기서 창훈이를 볼 줄은 몰랐어요."
"저도요. 그때 그 사건으로 경수와는 영영안 볼 줄 알았는데."
그녀도 일 년 전에 있었던 카지노 게임 추천와 창훈이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주사기와 차트를 손에 든간호사들이병실을분주하게 드나든다.
“피곤할 텐데 집에 가서 눈 좀 붙이세요. 카지노 게임 추천는 제가 지키고 있을게요. 출근도 해야 하잖아요.”
"원장 언니한테 오늘 연차 쓴다고 했어요."
그녀는소진 옆에 조용히 앉더니 흰 벽에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소진은 3년 전 경수의 신입생 O.T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경수 옆에서 엷은 미소를 머금은채꽃다발을 안고 서 있었다. 경수 생일과 집들이에서그녀를 보았다. 잠이든 든 그녀의 옆모습은 희고 창백했다. 창가에 비치는 아침 햇살을 받아 투명하고 청초했다. 속눈썹은 길고 촘촘해 그녀를 처음 보면 마치 인형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등을 벽에 기댄채 잠이 들었다. 긴 생머리가 그녀의 실팍한 어깨를 타고 물결처럼 흘러내렸다.민소매가 드러난 흰색 원피스에 흰색 하이힐은 그녀의 맑고 청초한 이미지를 더욱 도드라지게 카지노 게임 추천. 하이힐을 신은 발목의복숭아뼈에서 푸른 실핏줄이 비쳤다. 십 분 정도 지났을까.그녀가 벽에서 등을 떼더니 고개를 위로 들었다. 눈을 감은 채 좌우로 고개를 두 차례 돌린다. 찰싹찰싹, 그녀의 긴 생머리가 예고없이소진의 얼굴과 뺨을 부드럽게 스쳤다. 생경한 샴푸향이 소진의 코를 은은하게 자극했다. 그녀는 한차례 더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그녀의 생머리에서 뿜어져 나온 샴푸향이 부드럽게 일렁이며, 소진과 그녀 사이의 공간을 미묘하게 진동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회복실창가에 누워있다.카지노 게임 추천는 코와 입술,눈만 드러낸 채 얼굴 전체가 붕대로 감싸고 있다. 산소마스크에 수증기가 맺혀 있다. 가슴과 손가락에는 심전도 모니터와 연결된 선들이 늘어져 있고팔 엔 수액이 흐르는 바늘이 꽂혀있다. 모니터에선 직선으로흐르다 훅 튀는 전자 신호만이 경수가 이 세계의 작은 틈을 비집고존재하며살아있음을 알려준다. 경수의 얼굴을 보는 순간 K가 떠오른다. K도 지금쯤이면 경수의 사고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그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소진은 그가 경수의 사고 소식을 접하면 이곳을 올까? 궁금했다. 오전 11시경 간호사 두 명이 들것을 밀고들어오더니 경수를 7층 입원실로 데리고 갔다.
K는 경수와 소진의 선배였다. 소진이 7년 전 Y대학교 문창과 신입생이었을 때 K는선후배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Y대학교 문창과를 수석으로 입학카지노 게임 추천. 3학년 때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단편 소설 한편과 평론 두 편이동시에 당선되었다. 그의 소설과 평론은 문단과 독자를 한꺼번에 사로잡았다.하지만 K가 선후배들 사이에서 전설이 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석사 과정을 밟던K가지도 교수의 대표작이 표절임을 문단에 고발했던 것이다. K의 지도 교수 고발은 문단에 충격을 안겼다. 그는 문단의 거물이었기에 그의 표절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침묵했다. 표절은 관행이자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젊은 예술감각과 패기 넘치던 K는 지도교수의 표절을 알고서 그냥 넘길 수 없었다.K의 지도 교수 표절 고발은 문단과 학계에서 큰 이슈였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관행과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이유로 조용히 묻혔다.K는 석사 논문에서 탈락했다. K는 지도 교수를 고발한 배신자였다. 이듬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촉망받던 평론가는 잊혔다. 하지만 그는 후배들에게 유학생활을 하면서 칼럼을 게재하거나 영국 소식을 전했다. 그런 그가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온 것은 오 년 전이다. 그의 나이 서른일곱이었다.
K는 영국에서 귀국 후 S대로 가리라던 예상을 깨고 모교인 Y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표절 논쟁의 당사자였던 K의 지도교수는 작년에 정년을 일 년 남겨두고 퇴직했다. 치매와 허리 디스크였다. 과거의 논란이 잊힌 듯했지만, K의 복귀는 여전히 문단과 학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영국 최고 권위의 옥스퍼드 문학 박사 학위라는 타이틀과 외국인 최초 영국영화평론가상 수상은 국내 최고 대학인 S대마저도 K에게 부교수 자리를 제안할 정도였다.
K는그의 전공은 물론시사와정치평론도탁월카지노 게임 추천. 이슈가 생기면 그는공중파TV에서진행하는토론에도 종종참석카지노 게임 추천.영화배우 같은 외모에 화려한 언변, 해박한 지식, 게다가 상대를 논리적으로 압도하면서도 배려하는 태도까지. K는 방송과 언론사 섭외대상 일 순위였다.K의강의실은 언제나 그의 강의를 들으려는학생들로 가득카지노 게임 추천.일년후 Y대학교의 전임강사가 되었다.
그러나 K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가족도 형제도 그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알 수 없었다. K의 아버지가 한때 유명한 작가였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지식은 마치 모든 학문과 예술을 꿰뚫는 실타래 같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는 질문에는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가족사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조차 강의에서나 사석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때로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기도 했다. 그가 운동을 즐기고 학생들과 어울리며 친근함을 보였음에도, 그의 내면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깊은 장막에 가려져 있었다.
4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