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의 경계에서
12화 요약
문창과 강의 뒤풀이 자리에서 K와 경수가 문학의 본질을 두고 설전을 벌인다.K는 리얼리즘만이 진짜 문학이라 주장하며, 이상주의와 환상문학을 강하게 비판한다.경수는 문학이 위로와 상상을 통해 현실을 넘어서야 한다고 반박한다.두 사람의 대립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비화된다.술자리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고, 이후 카지노 가입 쿠폰는 점점 K에게 각을 세운다.학생들은 대부분 K의 편을 들며 카지노 가입 쿠폰는 고립감을 느낀다.이날의 충돌은 두 사람 관계의 균열이 시작되는 분기점이 된다.
13. 생과 사의 경계에서
병원의 담장과 콘크리트 바닥을 통째로 삶아 버릴 것처럼 뜨겁게 달구던 한낮의 따가운 햇살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어두움에 밀려 스르륵 자취를 감춘다. 서쪽으로 길게 늘어지는 고층건물의 그림자와 함께 스산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카지노 가입 쿠폰의 일로 종일 무겁기만 하던 마음을 잠시나마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근처의 야산을 타고 왔는지 이름을 알 수 없는 꽃향기가 병원의 소독약과 각종 화학 약품에 익숙해진 코끝을 향기롭게 자극한다.
처음 맡아보는 향기다. 퀴퀴한 것 같으면서도 상큼했다. 제비꽃 같기도 했다. 이름 모를 꽃향기의 근원을 알고 싶어 창을 더 활짝 열고 코를 킁킁거려 본다.카지노 가입 쿠폰의 누나가 몸을 움츠리는 것 같아 창문을 닫았다. 우연히 내려다본 창밖에서는 재미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주차장 옆의 후미진 구석에서 일단의 사내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양복을 입은 사내가 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후줄근한 차림의 맞은편 사내가 얼굴이 벌게지더니상대방을 향해서 거칠게 삿대질을 해댄다.
맞은편의 사내도 지지 않고 머리를 들이대며 대거리를 해댄다. 순식간에 서로의 멱살을 잡은 그들은 이내 머리가 헝클어지고 잠바가 벗겨지고 넥타이가 풀린다. 분노로 가득한 그들의 표정은 살벌하다 못해 포효하는 사자 같다. 한데 엉겨 붙었다가 다시 떨어지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그들 뒤로 가족으로 보이는 여자들 몇이 서 있었지만 겁이 났는지 말릴 생각은 하지 않고 발만 동동 구른 채 구경만 하고 있다.
각 병동의 창에는 무슨 일인가 싶은 구경꾼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양복 차림의 사내의 이마와 코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내린다. 여자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급히 어딘가로 뛰어갔다. 경비실이 있는 방향이다. 굳게 닫힌 창으로 인해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쉽사리 확인할 수 없다. 경비 둘이 부리나케 달려오고 나서야 성난 황소처럼 치고받던 그들의 주먹다짐은 겨우 끝이 났다.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주차장에 일렬로 늘어선 서너 대의 앰뷸런스는 시도 때도 없이 경적을 울리며 환자들을 실어 나른다. 앰뷸런스에 실려 온 이들은 불과 몇 분 혹은 몇 초의 차이로 부활의 날개 짓을 할 수 있는 병실로 보내지거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영안실로 보내진다. 생과 사의 갈림길이 전쟁터를 제외한 어느 곳보다도 치열하게 존재하는 곳에 서있음을 새삼 느끼며 병상에 마치 죽은 듯이 누워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쳐다본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지금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과연 어느 쪽에 서있는 것일까? 그의 선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삶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도 강했던 카지노 가입 쿠폰가 그토록 쉽게 생을 포기하려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카지노 가입 쿠폰가 누워 있는 병실 창밖에서 벌어진 폭력적인 소동이 잠잠해질 즈음, 소진의 폰에 이메일 알림이 떴다. 발신인은 소냐. 그녀가 보낸 메일에는 몇 줄의 짧은 문장과 함께 한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가 첨부되어 있었다.
"그 사람, 아직도 병원에 있어요. 한국에서. 그가 겪은 일들… 당신이 알아야 할 거예요."
이메일 속 인물은 몇 년 전 K와 함께 영국에서 공부하다 돌연 귀국한 뒤, 정신 이상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남자였다. K와 관련된 의혹이 구체적인 피해 사례로 드러난 건 처음이었다.소진은 다음날 소냐가 알려준 병원을 찾았다.응급실 옆 작은 면회실에서 그 남자—지금은 환자 D로 불리는—를 마주했다. 처음엔 눈도 마주치지 않던 그는 소진이 K(크리스)의 이름을 꺼내자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말했다.
“그 인간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요?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내 생각은 전부 오염됐다고. 진짜 나로 살고 싶으면, 그가 정해주는 대로 살아야 한다고… 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놓겠다고 했어요. 그는 정말로 그럴수 카지노 가입 쿠폰 사람이었어요. 나중엔 나 조차도 나를 못 믿게 됐어요.”
그의 눈빛엔 아직도 K를 향한깊은 두려움과 공포가 남아 있었다. 한없이 의지하고 신뢰했던 사람에게 잘 벼려진 칼의 언어로 온전했던 정신이 단칼에 베임을 당한 듯한 모습이었다.소진은 그가 유학시절 K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더 물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충분했다. 그 말 한마디면, 카지노 가입 쿠폰가 겪고 있는 지옥의 윤곽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