Ⅹ. 각자의 기억③
연우대학교 경영대학 우지훈 교수 연구실
"어때요? 인터넷 TV채널에서 사회자로 데뷔한 소감이?"
지훈의 연구실에는 소연이 찾아와 있었다.
"어떠냐니?
인터넷 TV라지만 카메라도 스튜디오도 모두 갖춰진 곳이다 보니 그냥 방속국하고 똑같던데?
긴장돼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지훈은 '십분 TV'에서 서태석 사장을 인터뷰 한 다음날 수업이 끝난 후,
소연과 할 얘기가 있어 그녀에게 연구실에서 보자고 약속했던 것이다.
"내가 Cafe로 갈걸 그랬나?"지훈이 물었다.
"아니에요. 아르바이트생이 오늘 좀 일찍 나와서 저도 여기서 얘기하는 게편해요.
Cafe는 듣는 귀가 많아서 불편하기도 하고요"
소연 역시 사람들이 몰리는 저녁 시간의 Cafe보다는 지훈의 연구실이 편했다.
지훈은 소연에게 서태석 사장을 인터뷰하고 느낀 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TV 인터뷰 형식을 빌리니까 서태석 사장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볼 수 있어서
괜찮은 접근방법이긴 한 것 같았어
근데 상대가 입을 다물기로 마음먹으면 아무리 잘 질문해도 답을 듣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는 갓 같아"
지훈은 어제의 인터뷰가 좀 아쉬운 듯 얘기를 꺼냈다.
소연 역시 예상했다는 듯 대답했다.
"네 아무리 생방송에서의 질문이라는압박 장치를 갖췄다 하더라도
저희가 답변을 강제할 수 있는 건아니니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서태석 사장이 경영자의 M&A와 관련된배임이라는 이슈에 대해서는
정직한 대답을 회피한다는 느낌이 분명했어...
경영자의 배임에 대한 조사요청을 들은 적 없다는 건 당연히 거짓말이고
같이 진행했던 이박사도 서태석의 대답이 그 부분에서 유난히 의외의 모습이었다고하더군
가정해서 물어보는 배임에 대해서도 너무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이상하다고..."
소연은 지훈의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사람이 아무리 대범해도 자기가 겪은 일은 좋은 방향으로 기억하길 원하는 게 본능이니까요.
그나저나 서태석 사장이 질문에 대해 뭔가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던가요?" 소연이 궁금해했다.
"글쎄 그렇진 않은 것 같았는데
물론 좀 당황한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말이야" 지훈의 대답을 들은 소연이 자기의 생각을 이어 말했다.
"그래도 서태석 사장은 35년을 감사 업무만 한 사람이에요
타인의 의도에 대해 촉이 좋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서태석 사장 다음으로 연달아서 김도형 부회장을 접촉하면 저쪽에서 혹시 의심을 살 수도 있어요
JM이나 천지와는 상관없는 다른 기업의 명사들을 한둘 끼워서 인터뷰하고
그다음에 다시 홍종호나 김도형 부회장과 접근하는 스케줄로 정리해 볼게요"
"그래 조심하는 게 나쁠 건 없겠지.
그런데 이제 3년이 다 되어가는데 나도 카지노 가입 쿠폰이를 같이 좀 보러 가면 안 될까?"
소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아직 아닌 것 같아요"
카지노 가입 쿠폰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회사에서 인사조치 되자
아들의 좌절에 충격받은 홀어머니는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셨다.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며 자기를 위해 평생을 희생하신 어머니가 그렇게 갑자기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시자 기현은 모든 일이 자기의 책임인 것 같았다.
'내가 어머니 권유대로 여행을 가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있었더라면...'
'아니 내가 회사에서 인사조치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내가 괜히 의심을 품지 말고 회사일에 무관심했더라면...'
'아니 내가 눈치껏 적당히 피해 가며 일했더라면...'
'아니 내가 그런 일에 아예 관여되지 않을 수 있었다면...'
그의 자책은 또 다른 자책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커진 기현의 우울감은 마침내 그를 집어삼키고 말았다.
극단적 우울감으로 폐인처럼 시간을 보내던 기현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했다.
그의 집에서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쓰러져 있는 기현을 발견했던 소연은 그 장면이 마치 사진처럼 머릿속에 박제되어 버렸다.
그녀가 사랑한 사람이... 누구보다 성실하고 건강한 남자가... 자신과인생을 함께 헤쳐나갈 것이라 믿었던 그가 뿌리째 뽑힌 나무처럼 초라하게 쓰러져 있었다.
119를 불러 황급히 병원으로 이동하는 앰뷸런스 안에서 소연은 기현의 손을 잡고 하느님께 기도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만 주세요...'
다른 아무 말도 소연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살려달라는 말 밖에는...
응급실에서 긴급하게 위세척이 진행되는 동안,
소연은 입원처리 등을 위해 병원 안팎을 쉴 틈 없이 뛰어다녀야 했다.하지만 그렇게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소연은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기현의 상처받은 모습을... 그가무너져버린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늘 소연에게 말했었다.
"사회는 정말 정글 같은 곳인 것 같아. 약점을 드러내면 남들의 공격을 받지
내가 회사에서 점점 직책이 높아질수록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네..."
소연은 그날부터 혼자서 꼬박 삼일 간 맨눈으로 기현의 곁을 지켰다.
다행스럽게 위세척 결과 기현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마주친 기현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어버려 허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료진과의 소통도 거부하며 계속적으로 발작적인 자해 충동을 보이자
의료진은 진정제를 사용하며 그의 회복을 도모했지만 마음이 무너진 그에게는 큰 소용이 없었다.
하나뿐인 가족인 어머니도 계시지 않았고, 소연은 보호자로서의 법적 권리가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병원에서는 그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기간이라도 정신요양원에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자해 시도재발 위험으로 기현은 의료진과 경찰관의 동의로긴급입원이 결정되었다.
소연은 그런 조치를 원하지 않았지만,법적 권리가 없는 그녀가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힘이 부쳤다.
그리고 하필이면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면회제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소연이 기현을 다시 만난 건 두 달이 훌쩍 지난 다음이었다.
긴급입원 처리된 기현이 코로나로 인해 격리되게 되면서 그 기간 중행정입원 조치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두 달 만에 볼 수 있었던 기현은 이미 그녀가 알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180이 넘는장신에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이었던 기현은 이제 겨우 60kg 남짓이 되어있었다.
스스로 걷지도 않고 침대에만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기현에게는 생기라는 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모습을 보자 소연은 왈칵 눈물을 흘리며 무너질 것 같았지만 꾹 참고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소연이 손을 잡아도 기현의 눈은천정에 초점을 고정한 체 아무런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살아나기만 하면 곧 회복할 수 있을 거란 소연의 기대와 달리
세상과 담을 쌓은 기현의 마음은 쉬이 열리지 않았고 그렇게 마음이 무너져버린 기현을 소연은 정신요양원에서 꺼내올 수 없었다.
소연은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좀 더 시간을 쓸 수 있도록 그녀가 창업한 벤처회사의 지분을 정리했고,
Cafe를 차린 후로는 전보다 더 자주 기현을 찾아가고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과 형제처럼 지내던 지훈에게도병원을 찾지 못하게 한 건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카지노 가입 쿠폰의 달라진 모습을보이기 싫어서였다.
그녀 자신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달라진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키려는 마음이 컸지만
혹시나 다른 사람들이 그의 상태를 보고 기현을 포기할까 하는 점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보다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소연이정신요양 시설로 면회를 다니면서누군가 카지노 가입 쿠폰의 상태를체크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소연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 같았지만 확실히 원무과의 얘기 중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연락 주시면 저희가 권카지노 가입 쿠폰 환자분 인지능력이 정상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수준인지 알려 드린다고 했는데요굳이 면회를 보내셨네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제가 누가 보내서 온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소연의 질문에 원무과 직원은 자신이 착각한 걸 알아차린 듯 금세 말을 돌렸다.
"아뇨 제가 환자분 성함을 착각했네요. 권카지노 가입 쿠폰 환자분 말고 다른 분 말씀이에요"
소연은 유난히 긴장하여 말을 더듬는 원무과 직원의 태도가 의심스러웠고 그 후로도 원무과 직원이 소연을 만날 때마다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자주 보았다.
정상적인 소통이 어려운카지노 가입 쿠폰의 상태를 고려할 때
대체 누가 카지노 가입 쿠폰의 존재를 알고그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건지는 정말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그게기현이 파헤치려던 흑막과 관련된 사람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생긴 것도 그 이유였다.
그래서 그녀는 이미 노출된 자신의존재를 제외하고,다른 연결고리는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회피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 알아보고 있는 천지방송 M&A의 막후 조종자가 누군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기현의 상태를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그렇게 미룰 수는 없는 일이었다.
목표를 잡고 행동의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었다.
"지훈 선배, 11월이야.
카지노 가입 쿠폰 오빠 생일까지는 꼭 그 배후를 찾고 싶어.
그리고배후의 인물을 찾고 나면 같이 가서 얘기해 주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