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투배사들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올해도 투자를 하지 않은 그들이 내년에도 투자를 하지 않으면 매출은 어쩌겠다는 것인지, 직원들 월급은 뭘로 줄 것인지,어떻게 살아남을 작정인지, 사업을 접으려는 것인지 회사를 팔려는 것인지 암흑의 혼돈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무엇이든 핑크빛 전망보다는 어두운 전망을 하는 사람임에도, 카지노 게임를 너무도 하고 싶었기에 카지노 게임계가 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 어두운 예측이 맞았다. 카지노 게임를 접는 입장에서 내가 놓쳤던 아까운 기회들을 카지노 게임 적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카지노 게임이다. 내가 열거할 일들을 실제로 행했다고 해서 결과가 좋았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하는 인간의 특성 정도로, 회한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아티스트 컴퍼니에서 기획작가를 했다. 매주 사장님과 직접 만나 함께 아이템을 개발했다. 트리트먼트 수준까지 아이템을 개발했는데 갑자기 아이템을 엎어버리자 당연하게도 나는 짜증이 났다. 그걸 잘 숨겼어야 했는데, 나는 불만을 대놓고 드러냈다. 그렇게 단숨에 짤렸다. 그때 사장님은 드라마를 촬영중이셨는데 제목만 들어도 망할 것 같은 기운이 충만했기에 별로 아쉽지 않았다. 회사 이름에서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 드라마는 오징어 게임이었다.
저예산 상업장편 카지노 게임를 연출을 조건으로 각색을 했다. 각색고를 전달할 때마다 대금을 받기로 계약을 했지만 계속 되는 각색에도 돈을 주지 않았다. 게다가 캐스팅까지 이견이 심해지자 나는 그만두겠다고 박차고 나왔다. 지난한 과정을 1년여 거쳐 결국 법의 힘으로 돈을 받게 되었지만, 내가 놀란 것은 돈을 주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카지노 게임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작자가 하는 말 중에 진실이 존재했다니. 내가 미련도 없이 박차고 나온건 수십번 거짓말을 해대며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이 하는 말을 이제 한 마디도 못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사무실 주소와 집 주소도 속였던 인간인데, 실제 카지노 게임가 개봉을 하다니. 그 카지노 게임가 개봉하는 날 나는 잠을 자지 못했다. 이 작품의 돈을 받지 못해서 불면증이 심해져 약을 먹게 되었으니, 그 카지노 게임가 개봉하는 날 내가 잘 수 있을 리가 없다. 카지노 게임는 형편없이 나왔고,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역시나 캐스팅은 별로였으며, 내가 스토리에서 절대 타협할 수 없다고 했던 부분들까지 각색을 해서 나왔더라. 만약 내가 찍었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 가끔 생각이 난다.
유명 카지노 게임감독의 하드보일드 누아르 시리즈 각본 계약을 걷어찼다. 1화만 우선 계약한 후잘 쓰는지 보고 나머지 화를 계약을 한다는 황당한 계약조건과, 회당 극본료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 거절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프로젝트가 엎어지길 바랬지만, 아무도 그런 황당한 조건에 응할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각본이 잘 나왔다고 한다. 그 각본을 내 학교 동기가 썼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각본도 나왔겠다 캐스팅이 붙고 투자가 붙어서 그 유명감독이 찍게 되면 내 동기는 각본으로 크레딧을 올리게 된다.
드라마 연출 제의가 들어왔다. 한 작품만 찍는 거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했겠지만, 스튜디오 소속 인하우스 감독이 되기를 바랬고, 50편 계약을 한번에 하기를 바랬다. 12부작 네 편을 기준으로 계약을 하는 거였고, 타 작품을 연출하거나 집필하지 못한다는 조건이 포함되었다. 카지노 게임계가 살아날 거라는 희망이 없었다면 당연히 했을 계약이었다. 네 편이면 아마도 3-4년 묶여있을 계약이니 그 기간동안 카지노 게임를 못 한다는 생각을 하니 손해보는 기분이었다.나는 주변 아는 제작자들에게 연락해 카지노 게임계 소식을 물어가며 결국 살아날 거라는 것에 올인을 했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계는 망했다. 가장 아까운 계약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사람은 그 선택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산다. 이렇게 살게된 건 순전히 내 탓이다.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거절한 것들이 기회였을지 아닐지 실제로는 모른다. 과거의 일을 복기하며 if 거리며 가정 게임을 하는건 무의미하다. 현재의 결과가 좋지 않으니 내가 과거에 했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되고, 따라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참 많은 선택을 했다. 인생을 바꿀 선택들이었을 수도 있다.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 항상 최악을 가정하면서 최선을 준비하라고 하지만, 나는 과연 그렇게 선택해 왔을까. 카지노 게임 관련해서는 나는 최선을 가정했던 것 같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계가 망했고, 나는 뒤를 돌아보며 발자취를 훑고있다. 나는 내가 망망대해에 떠서 표류하는 배라고 생각했는데, 물이 다 메말라 버리면 배가 무슨 소용인가. 배에서 내려 걸어야 할 때다. 걸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