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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Apr 06. 2025

급식을 먹지 않는 카지노 게임

먹는다는 행위를 거부하는 것은

은서는 급식을 먹지 않았다.

급식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우연히 수업 교구를 두고 간 교실에 다시 들어갔을 때였다. 모두가 급식을 먹으러 우르르 나간 교실, 아이들이 한바탕 반나절을 보낸 어지럽혀진 교실에 가방 하나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처럼 엎드려 있는 아이가 있었다. 은서였다.


"은서야, 어디 아프니?"

엎드려 있는 카지노 게임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마음이 보인다. 자신을 가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을 만큼 최대한 몸을 움츠린 카지노 게임의 엎드린 모양이 마음을 말해준다. 은서는 말없이 고개를 들었다. 자고 있지 않았다. 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던 것일까, 잠을 청하려던 찰나에 담임선생님이 괜히 깨운 것일까.

"아니요." 사실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밥은 먹었어?"

또 고개를 젓는다.

"조금이라도 먹으러 가보지. 내일은 먹을 거야?"

카지노 게임는 끄덕였다.


다음 날, 은서가 밥은 먹는지 교실에 또 들렀다.

또 누워있었다. 아이는 배가 아픈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사실 은서는 학교에 친구가 없다.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 들었던 이야기는 은서의 언니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였다.


"은서네는 부모님이 안 계셔요. 할머니와 삼촌과 함께 살아요."

당시 우리 반에는 부모님이 안 계시고 조부모님이 주 양육자인 조손가정의 아이가 꽤 있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맡은 중학교 담임교사였던 나는 신나게 영어만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임용받고 처음 맡았던 반에서 아이들의 어려움을 알게 될 때면 집에 와서도 자기 전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반장을 불렀다.

"반장아, 은서가 밥을 매일 안 먹던데. 혹시 같이 먹을 친구는 없을까?"

"은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가 없었어요."

"혹시 미안하지만 반장이랑 부반장이 같이 챙겨주면 안 될까?"


그렇게 밥이라도 좀 챙겨 먹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급 임원들에게 부탁을 하기도 했었다. 아무리 임원이어도 그들도 중학교가 처음인 아이들이었다. 담임선생님의 부탁이라 은서를 챙겨보긴 했지만, 은서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이들도 난감해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은서에게 애써 말을 걸어준 두 아이에게 감사할 뿐이다.


은서의 급식 거부는 계속되었다.

은서와 나는 격주로 교무실에서 자주 상담을 하게 되었다. 급식실에 가서 식사를 좀 해보라고 한다고 해도 아이는 교실 밖을 나가 여러 아이들이 북적대는 복도를 지나가길 두려워했다. 그런데 다른 학년까지 모두 함께 있는 그 급식실에 들어가는 건 더 더 불안해했다. 아이는 배도 고프지 않았던 것 같다. 불안과 두려움이 허기를 이긴다.


학교에 등교하면 아이들은 "오늘 급식 뭐야?"로 시작한다. 집을 나서면서 급식 알리미에 자신이 좋아하는 특별식이 있는 날이면 온통 머릿속에 그 급식 메뉴 생각뿐인 아이들이다. 학교를 신나게 등교하게 하는 도파민이다.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인 급식을 거부하는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카지노 게임는 급식을 거부하는 걸까, 사람을 거부하는 걸까.


매년 급식을 먹지 않는 카지노 게임들이 한 두 명씩 있었다. 대부분은 우울감, 무기력증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모두 같은 색의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회색빛 색감이 느껴지곤 했다. 생기가 없다고 해야 할까.


중학교 교사로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바로 아이들이 이미6년의 초등 생활 동안 많이 자라서 오기도 하지만 많이 다쳐오기도 한다는 점이다. 손 쓸 수도 없이.


격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상담에서 은서는 도통 말이 없는 편이었다. 서툰 신규교사인 나는 그럼에도 계속 말을 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카지노 게임의 하루가 너무 조용할까 봐 그게 그렇게 싫었다.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친구가 한 명 생겼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조용히 고개를 숙이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작년 담임선생님에 대한 최선의 예의를 다한 인사였다. 은서 옆에 어떤 친구가 있었는지 기억은 안 난다. 다만, 은서의 팔짱에 걸쳐져 있던 다른 친구의 손이 기억난다. 나는 그게 그렇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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