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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미 Apr 26. 2025

1-3 카지노 게임

3년이면 떠나야 하는 카지노 게임에서 마침내 드러난 폭력

시간이 좀 지나 우리는 그 새 아파트에 이사를 갔다. 세 동으로 구성된 13층짜리 아파트였다. 우리가 살게 된 동은 복도식이었다. 방이 두 개 있고 작은 거실이 딸린 24평짜리 아파트였다.


그 아파트는 평지에 있었음에도 이상하게 뒤편에는 그늘이 졌다. 내가 살았던 집은 1304호였다. 화사한 봄날에 온 가족이 기분 좋게, 부모님에게 있어 마치 인생의 이정표 하나를 막 지나게 된 것처럼, 그 아파트에 입주했다.


그리고 여름이 되었다. 장마 기간을 한참 지나고 있던 차에 천장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 벽지가 조금조금씩 젖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가장 높은 층이었기에 방수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으로 물이 스며들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카지노 게임는 분노했다. 자신의 온 인생을 아파트 시공사가 망가뜨리기도 한 것 마냥 길길이 날뛰었다. 온 입에는 욕이 가득하고, 평소에도 묘하게 살기 있었던 그 눈은 시공사를 죽일 듯한 형형함을 띄었다.


어릴 때 카지노 게임가 저런 모양을 할 때면, 나를 비롯한 남동생과 엄마는 숨을 죽였다. 그의 어떤 마음도 조금이라도 거슬리게 해서는 안 된다가 그 집의 규칙이었다.


카지노 게임는 누구나 그렇듯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갑자기 번개를 맞은 양 확연히 돌변하는 사람이어서 예측이 어려웠다. 카지노 게임가 집에 없으면 마음이 편안하다가도 그가 들어서면 집안을 채운 공기가 서로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카지노 게임는 전자상가에서 일을 했다. 원래 가난하던 우리 집은, 겨우겨우 돈을 모아 그 아파트로 이사를 간 뒤에 큰돈을 벌었다. 카지노 게임가 기분 좋은 얼굴로 손에 돈다발을 쥐고선 귀가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는 그렇게 손에 하나 가득 쥘 만큼 많은 돈을 안방 서랍 제일 위 칸에 넣어두었다.


그 시절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메이커 옷을 원하는 만큼 사주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동네 큰 마트에 갈 때면 그 커다란 카트가 무거워져 밀고 나아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이런저런 식료품으로 가득 채우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이렇게 돈을 많이 써도 괜찮은 거냐며 무서운 마음에 물어보곤 했다.


나는 그 집이 어느 순간 도깨비 집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도깨비 집에 이사를 가면은 그 집안에 3년 정도는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그때 난 도깨비가 돈을 찍어내주듯 하여 카지노 게임가 돈을 많이 벌었던 거라고 생각했다.


도깨비는 사람처럼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아서, 도깨비가 떠나버린 그런 도깨비터에 사람이 오래 있게 되면 기운이 사라지고 꺾여버린다고. 내가 카지노 게임에게 “아빠 그런데 이 집은 도깨비터 같아”라고 말했더니, 카지노 게임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너는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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