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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화장실 휴지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수용소에 있을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모국 대학생이 어설픈 영어로 "이곳에서는 화장실 휴지가 귀하다. 한번 받으면 30일 이후에야 다시 새로운 휴지를 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 휴지를 평소에는 숨겨놨다가 꼭 써야 할 때만 꺼내서 쓰고 있었다. A는 대학생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지만 나중에 알게 된 것으로는 휴지가 필요하면 감방 소지한테 요청하면 됐고 감방 소지는 휴지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딱히 휴지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었다.
A는 감옥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상실하게 될까봐 아주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에도 아이 해브 라잇, 아이 해브 휴먼 라잇, 아임 프리맨이라고 오피서에게 말하길 좋아했다. 그러나 오피서는 아무래도 민주주의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단순히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그랬는지 A의 말에 대해 무심했다. A는 몇번 자신의 라잇에 대해 떠들어 보다가 그만 두었다. 입이 아프기도 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모국인들은 인간의 천부적인 인권에 대해 밝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죄수에게도 비슷한 얘기를 해봤지만 하우?라는 답이 돌아왔을 뿐이다.
교도소-병원에 A가 1차로 갔을 때는 수염을 기른 파룬궁 교도 비슷한 남자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실제로 파룬궁 교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시시때때로 이상한 수인을 맺고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쉬었다. 나는 A에게 파룬궁은 수인을 맺지 않는다, 수인은 나루토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이 자주 맺는다라고 알려줬지만 한번 A의 머리에 파룬궁 교도로 박힌 사람을 다른 종류의 사람으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았다. 파룬궁 교도는 평소에는 조용했지만 자신의 앞을 가려서 TV를 못 보게 하면 중국어로 아주 크게 소리쳤다. 그 외에는 이상한 수인을 맺고 숨쉬기 운동을 하는, 일종의 운기조식을 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쯤에서 독자들은 교도소-병원의 두발 규정이 어떻게 되길래 수염을 기를 수 있는가 하고 궁금해할 것이다. 생각보다 교도소-병원의 두발규정은 자유로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머리를 자르는 게 권고 사항이라서 대부분 머리를 자르곤 했다. 머리는 같은 죄수가 잘라줬는데 군대의 이발병과 비슷한 직책이었다. 병원-교도소의 이발 죄수는 상당히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아서 A는 머리가 하루 종일 뻗치는 데도 불구하고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다른 죄수들은 네임카드를 내고 머리를 잘랐고, A가 보기에도 이발 죄수의 실력은 정말 별로인 것 같았다.
A가 교도소-병원에 끌려오기 전에 있었던 수용소에도 이발 죄수가 있었는데 그 죄수는 실력이 뛰어나서 담배 3개피를 쥐어주면 아주 멋드러진 헤어스타일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많은 죄수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빡빡머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멋을 낸 헤어스타일을 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수용소에서 공짜로 주는 물품 중에는 빗이 있을 정도이니 머리를 관리하는 건 나름대로 수용소에서 중요한 일이었다. A는 머리도 자르지 않았고 수염도 자르지 않았다. 그 편이 정신병자로 보이기에는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한달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염을 자르지 않았더니 수염이 꼬이기 시작했고 밥을 먹을 때도 음식이 수염에 걸렸다. 위생상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 A는 병원-교도소에서 제공하는 면도기로 잘라볼까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그것 가지고는 제대로 자를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A가 머리와 수염을 자르게 되는 것은 그곳을 나와서였다.
A는 파룬궁 교도에게 자신은 인간의 라잇을 찾아 떠나겠다고 말하자 하우?라고 말하며 A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A는 운동 시간에 오피서에게 다가가 나를 재단하려 하지마, 돈 저지 미 라고 말해봤지만 오피서는 전혀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종이에 돈 저지 미라고 써봤지만 A의 글씨가 너무 엉터리라서 오피서들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 겨우 저지 미라는 말을 알아들은 다른 오피서가 우리에게는 인터프리에이터가 필요하다며 웬 젊은이를 불렀다. 젊은이는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았고 목에 카메라를 걸고 있었다. 제복을 입지 않은 걸 보니 오피서는 아니었다.
A는 도대체 이 젊은이가 누군지 궁금했다. 카메라 젊은이는 A에게 이 병원을 바꾸려고 하지 마라, 가서 농구나 해라 라고 말했다. A는 누군지도 알지 못할 사람이 병원-교도소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사실이 놀라웠고 또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마치 자신의 처지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는 것 같아서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A가 오피서에게 말을 거는 동안 본래 30분이면 끝나야 될 운동 시간이 끝나지 못하고 있었고 운동시간이 끝나면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A는 그 이후 더이상 휴먼 라잇에 대해 말하거나 생각하는 걸 그만 뒀다. 한때는 싸이콜로지스트에게 이곳은 아우슈비츠 같다고 했다가 당신은 왜 독어를 하느냐, 그게 무슨 뜻이냐고 답을 얻기도 했다. 이제 더이상 A는 자신의 인권이 침해받는다는 생각을 하기를 멈췄고 존엄성도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없어졌다기보다는 그런 단어 자체가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A는 머릿속에서 인권이나 존엄성이란 말을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A의 인권이 엄청나게 침해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A는 어디까지나 재판을 기다리는 미결수에 불과했고 미결수는 많은 부분에서 제약이 있지만 어쨌든 TV를 볼 수 있으니 독방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한국에서의 군대와 비교하면? 군대는 몸이 너무 힘들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정신적인 타격만 있었다. 군대는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너지는 곳이었다. A는 아이 노우 올 밀리터리 띵이라고 중얼거리며 버텨갈 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중국인 포춘텔러는 너가 정말로 군인이었다면 맡은 일을 잘 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