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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구의 이름은 잊어서는 안 된다.
언젠가 <나의 친구들이라는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러려면 우선 친구가 많아야 할 것 같은데.선경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떤 기억은 그 자체로도 나를 괴롭게 하지만, 기억이 희미해져서 더 이상 그 때만큼 괴롭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 다시 괴롭다. 나에게는 선경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그렇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지금과는 다르게 인싸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법도 한데 반 친구들 모두와 두루 친하게 지내는, 오락부장이면서 반장이었다. 미술대학을 지망했던 나는 야자도 함께 하지 못하고 미술학원에 갔지만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모두를 즐겁게 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기본적으로 우리 반 애들을 다 좋아했고 그런 나를 좋아하는 교실의 그 공기를 사랑했다.
한 친구를 떠올린다. 진희. 진희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드물게 메이크업을 하고 싶어했다. 아주 친하지는 않았지만 나처럼 예체능이어서 정규수업이 끝나면 종종 함께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의 십여 분 동안 주로 진로, 이성친구, 연예인 같은 것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진희는 크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법이 없었다. 다만 부모님이 두 분 다 교사셔, 라는 말을 할 때는 진희의 얼굴에 어떤 우울이 휙 하고 지나갔다. 난 그게 무엇이었는 지 묻지도 않고 버스에서 내렸다. 나에게도 복잡한 가정사가 있었고 입시생이었으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실은 그렇게까지 그 친구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고삼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생을 뒤흔들 단 한번의 기회인 것 같은 그 때의 시간. 오로지 대학을 가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고 배우면서, 불안과 기대감에 휩싸이던 시간.
수능을 마치고 실기시험을 치러 다니던 겨울이었다. 그 날도 시험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빠짐없이 미술도구를 챙기고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들어섰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기싸움을 하며 석고상 앞에 앉았다. 너무 긴장해서 평소보다 못한 그림을 그리고 말았다. 학교에서 나와 다음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미술학원을 가면서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괜찮아. 홍대 가면 되지. 그 날은 내가 가장 선망하던, 이미 실기시험을 치렀던 홍익대학교의 입시결과발표가 나오던 날이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켰다. 문자가 너무 많이 와 있었다.
진희가, 죽었다.
스스로, 선경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떨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친구가 죽었을 때는 어떤, 어떤 표정으로 뭐부터 해야 하지? 나는 화구통을 들고 옷에는 물감이 묻어 있는 채로 장례식장에 갔다. 다행히 어두운 옷을 입고 있었다. 장례식장에는 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이 앉아 있었다. 진희의 사진을 제대로 봤는지, 교사라고 했던 진희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친구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홍대 입시결과가 궁금했다. 장례식장에서 먹는 둥 마는 둥 밥을 먹는 와중에도 주머니 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미술학원에 갔다.
미술학원에서 홍대는 떨어졌다는 걸 알았다. 다음 시험이 있으니까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친구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내 표정이 평소와 다르게 너무 이상했던 거다. 나는 진희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근데 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그 순간 엉엉 울었다.
친구는 “그래 너도 슬펐는데 참고 있었나 보다”라며 날 위로했다.
사실 몰랐다. 나도 내가 왜 아무렇지도 않은지. 왜 진희가 죽어서 슬픈 것보다 그런 순간에도 내가 홍대생이 될 수 있는지가 궁금한지 몰랐다. 눈물이 나는 이유가 정말 친구의 죽음 때문인지 열망하던 대학에 떨어져서인지 몰랐다. 몰라서 놀랐고 알던 대로 작동하지 않는 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대로, 입시가 끝날 때까지 진희를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서른이 넘은 지금 나는 그런대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간간히 진희를 떠올리는 일도 있었다. 그 때마다 괴로웠지만, 살다보니 다른 괴로움들도 겹겹이 쌓여 있어서 진희에 대한 기억들은 흐려져 갔다. 하루는 집을 구하려면 얼마가 필요한 지 알아보기 위해서 아파트 실거래가를 검색하다가 지도에 있는 선경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봤다.
여기도 비싸네. 근데 선경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는 선경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잊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어디까지 못난 인간이지?
아파트 실거래가를 알아보려 나왔던 날, 선경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잊었던 걸 깨달았던 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앨범을 폈다. 내가 알던 아이는 진희가 아니라 연지였다.
그러고보니 연지는 어떻게 생겼었지? 어떤 목소리였지? 연지는 얼굴이 긴 편이고 입술은 아주 작았다. 앞머리가 짧아서 연한 눈썹이 드러나 있었고 가늘고 숱이 적은 머리칼은 약간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피부가 하얗고 큰 눈을 유난히 천천히 깜빡거렸다. 말이 많지 않았지만 말을 걸면 늘 작게 웃었고 목소리는 높고 가늘었다. 줄인 교복도 커 보일 정도로 몸이 아주 말랐다. 졸업사진을 찍는 날 커다란 메이크업 박스를 갖고 와서 한 명 한 명 화장을 해 주기도 했다. 연지는 친한 친구가 많지 않았는데 그 날 만큼은 연지 자리가 북적북적했다. 살면서 하루 쯤은 주인공인 날이 있는 법인데, 그 날 연지가 주인공 같다는 생각을 했다. 힘들지 않아? 라는 내 물음에 아냐 재미있어. 라고, 연지가 말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경쟁하지 않고 모두 잘 되기를 바라는 이상적인 내 모습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는 게 중요했다. 친구가 죽은 순간에도 내 입시결과를 궁금해하고, 친구가 몸을 던져 죽은 아파트를 기억하는 대신 내가 살 곳을 알아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내 자신을 인정하기가 어려웠고 누가 알아볼 까봐 두려웠다. 고백하자면, 그냥 같은 반 친구라고 하기에는 연지와 나는 꽤 친했다. 항상 같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버스를 같이 타서 조용히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다. 나를 좋아하는 연지를 좋아했다. 그런데 어쩌면 나는 연지가 아니라 연지에게 하는 내 말들만을 사랑했을 지도 모른다. 나는 버스에서 연지의 미간에 잠깐 그어졌던 빗금을 못본 체 하면 안 되는 거였다. 내 무심함이 그 아이를 더 병들게 했을 지 모를 일이다.
앨범을 펴고 진희가 연지였음을 알았을 때, 나는 연지를 생각하며 한참이나 울었다. 한 열 번 정도, 연지의 이름을 부르며 사과카지노 게임 사이트. 연지를 통해 내 민낯을 확인하고, 받아들이고, 그리고 가닿지 않을 사과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리고 나는 연지를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무거운 이야기지만 언젠가 풀어내고 싶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속에 나온 친구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