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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오일 Feb 15. 2025

나의 사랑하는 진상 카지노 게임 사이트

<월간 오글오글 : 2월호 추억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2월호 주제는 '추억'입니다.




좁은 복도는 시장이었다가 가게로 바뀌었다. 종종 좌판이 많이 들어서면 시장으로 변했고, 보통은 가게 하나만 열렸다. 복도 끝 왼편엔 자그마한 미닫이 문이 있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 가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가게가 있었다. 묵직하고 노란빛이 나는 원목 책상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가게였다. 책상에 서랍이 두 개 있는데, 왼쪽 서랍을 열면 카운터가 됐다. 깔끔한 성격 때문에 서랍을 그대로 사용하진 않았다. 리코더 케이스를 활용했다. 리코더 케이스가 브루마블 종이 지폐 사이즈와 찰떡같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가게에서는 오로지 종이 지폐만 취급했다. 카드는 받지 않았다. 현금도 받지 않았다. 물욕이 없는 사장이었다.



그녀와 나는 한 가게의 사장이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 처음 만났다. 나는 작은방에서, 그녀는 복도에서 장사를 했다. 그녀와 나는 서로의 가게를 드나들며 물건을 사고 다정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였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물건이 좋은 가요?”

“오늘은 미쿡에서 수입해 온 바비 인형 옷이 있어요.”

“오~ 색깔이 참 이쁘네요. 역시 수입이라 질이 좋아요. 얼마예요?”

“3,000원인데 깎아서 2,000원에 해드릴게요. 단골이잖아요.”



그렇다. 그녀는 인심 좋은 옆 가게 사장이었다. 나의 가게 미닫이 문이 닳도록 드나드는 단골카지노 게임 사이트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가게가 사라졌다. 내가 단골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 뺀질나게 방문하기에 망한 건 아니었다. 그녀에게 왜 가게를 열지 않냐고 물으니, 그냥 싫증 났다고 했다. 슬펐다. 나의 단골 옷가게이자, 음식점이자, 피아노학원이자, 영어학원이자, 방앗간이자 과일가게, 기타 등등이었던, 나의 모든 것이었던 가게가 사라졌다.



모든 원인은 그녀가 입은 멋진 유니폼 때문이라 생각했다. 날카로운 기계 주름이 잡힌 까만 모직 치마와 하얀 셔츠, 커다란 금색 단추가 달린 조끼와 남색 모직 재킷. 그것의 이름은 '교복'이었다. 그녀가 그 옷을 입은 뒤부터, 그녀의 가게는 열리지 않았다. 그녀가 나의 가게를 찾는 횟수도 점점 줄었다. 어쩌다 가게를 찾아와도 지루하고 무심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호들갑을 떨었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나의 단골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되찾고 싶었다.






고심 끝에 업종을 바꿨다. 나의 소중한 단골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위해.



띠. 띠. 띠. 띠. 뚜루루루-

“네, 여보세요. 손가네 심부름센터입니다. 무엇이든 시켜주세요!”

“네, 여기 안방인데요. 얼음물 한 잔 가져다주세요.”

“넵,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잠시만 기다리세요우~!”


신났다. 드디어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나는 그녀가 누워있는 안방을 지나 쏜살같이 냉장고로 달려갔다. 그녀의 입에 딱 맞는 얼음 개수, 물의 양을 가늠하며 신중하게 얼음물을 제조했다. 그리고 누가 보기라도 하듯 공손히 손바닥에 컵을 받치고 안방에 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주문하신 얼음물 가져왔습니다. 2,000원입니다.”


컵을 받아 든 그녀의 표정이 묘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가게를 이용하지 않으면 어쩌나 초조했다.


“여기 2,000원이요. 그리고 책상 위에 펜이랑 노트도 가져다주실래요?”


그녀가 브루마블 지폐를 내밀며, 살짝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넵넵!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앗!”


나는 돈을 받아 들고 작은 방으로 내달렸다. 그녀가 애용하는 펜과 노트를 찾아 대령했다. 그녀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한동안, 아니 오랫동안 나의 심부름센터는 성황을 이뤘다. 역시 업종이 중요하다 생각하며 나의 사업가로서의 자질을 칭찬했다.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했고, 마다하는 일 없이 모두 했다. 음식 가져오기, 음료 가져오기, 학용품 가져오기, 머리 빗겨주기, 이불 덮어 주기, 불 꺼주기, 선풍기 틀어주기, 뒷정리하기 등등. 그녀는 나의 가게 유일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자 VIP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그것이 왔다. 날카로운 기계 주름이 잡힌 까만 모직 치마와 하얀 셔츠, 커다란 금색 단추가 달린 조끼와 까슬한 남색 모직 재킷. 나는 그 옷을 입은 뒤 각성했다.


'그녀는 VIP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아니라 진상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었어! 나는 호구였어. 호. 구!'


깨달음 뒤 가게 문을 닫았다. 그녀와 하는 모든 것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밖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그녀가 나를 찾아도, 나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와 옷 때문에 싸웠고, 모든 것을 이유로 싸웠다. 가끔 주먹다짐을 하며 싸웠다. 열심히 오가던 가게의 존재도 심부름센터의 존재도 점점 잊혀졌다.






시간이 흘러 그녀는 유니폼을 벗었다. 대학생이 되었고, 산업디자인과에 다니며 대학생미를 뿜뿜 뽐내고 다녔다. 어느 날은 무릎까지 오는 빨간색 (인조)가죽 재킷에 까만 바지를 입고 내가 다니는 학교 앞에 나타났다. 친구들은 그녀를 보며 멋지다고 했다. 나도 그녀를 보며 내심 뿌듯했다. 그녀는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수시로 찾아와 돈까스를 사주고, 햄버거를 사주고, 쫄면과 김밥 기타 등등 맛낫 음식을 사주었다. 그녀 수중에 돈이 얼마 있는지 뻔히 아는데, 그녀가 수 키로를 걸으며 버스비를 아껴 이 좋은 음식을 사주는 것을 아는데 맛나게도 먹었다. 이제는 그녀가 나를 위한 심부름센터를 연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무언가 되어 보겠다며 공부하는 고3 동생을 위해, 기꺼운 마음으로 심부름센터를 자처한 20살의 그녀는 나의 진상 고객, 아니 사랑하는 언니이다.





+)

어린 시절 언니와 가게 놀이를 하며 놀았습니다. 처음엔 둘 다 동등(?)한 입장이었는데, 어느새 언니의 중학교 진출과 함께 가게 놀이는 '시시한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언니와 놀기를 가장 좋아했던 저에게 가게 놀이는 없앨 수 없는 것이었고, 심부름센터라는 이름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했지요. 그러다 저의 나이듦(?)과 함께 가게 놀이는 영영 막을 내렸습니다.


심부름센터는 제가 자처한 것이지만, 사춘기가 되어 언니와 별거 아닌 일로 티격태격할 땐 '그때 내가 호구였어. 나쁜 언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언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언니와 저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는지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글은 저의 호구의 추억을 떠올리며 사랑하는 진상 손님을 고발하려는 재밌는 의도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이 드니, 언니 이야기는 언제나 눈물로 끝이 나네요. 저에게는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 담기지 않은 그 이후의 이야기가 글로 써진다면 아마도, 제가 언니에게 진상 손님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 정도로 언니에게 큰 사랑의 빚을 지고 있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저의 진상 손님 스토리도 써보고 싶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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