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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영강 Jan 28. 2025

어쩌면 더 좋을지도

자초지종을 들은 사장은 흔쾌히 임대 계약서를 팩스로 보냈다. 어차피 팔리지 않는 곳이라 썩히고 있었는데, 다행이라나 뭐라나. 그리고 사장은 땅을 제외한 출판사와의 모든 업무를 내게 맡겼다. 설화는 왜 자신을 건너뛰냐며 한동안 노발대발했지만, 성민은 조금의 내색도 없이 타자기만을 두드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에 도착하자마자, 벨소리가 울려대기 시작했다. 카지노 게임 정리와 목욕을 끝내기 전까지 그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을 것이다. 옷가지를 세탁함에 넣고, 일찍이 받아 놓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그 느낌이다. 카지노 게임 코를 막고서 머리끝까지를 물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폐 안에 머금어 있는 산소가 바닥카지노 게임 그 순간까지를 버티며 오늘 하루를 복기했다. 상상도가 적당한 온기와 어우러져 막힘없이 이어져 나갔다. 출판사의 서연까지 5초가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편집장의 커피가 스쳐 지나고, 슬슬 산소가 바닥났다. 카지노 게임 마지막으로 회사 사장의 지시를 떠올리며 머리를 물 밖으로 들어 올렸다. 이제 좀 정상인이 된 것 같다. 카지노 게임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내일 아침 출근을 위한 포석으로 머리를 간단히 드라이했다.


그때, 또다시 벨소리가 울렸다. 카지노 게임 벗은 몸 그대로 걸음을 옮겨 발신자를 확인했다. 서연일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다른 사람의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네, 팀장님.”


“잘 거야?”


“네?”


“취침할 거냐고.”


시계를 보니 시간이 일렀다.


“아직은 멀었죠.”


“가도 돼? 장을 보게 됐는데 맥주를 너무 많이 사 버려서.”


카지노 게임 에둘러 거절했다.


“출근해야죠.”


“아- 꼰대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마셔, 말아?”


“팀장님, 친구 없으세요?”


‘야이 씨발, 눈치 없는 노총각 아다 새끼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진짜 친구가 없는 모양이었다.


“오시려면 오세요. 근데 오늘 가셔야 해요.”


“알아서 할게.”


이상한 사람.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나를 포용해 준 사람이니까. 전화를 끊은 직후, 카지노 게임 페브리즈를 있는 대로 흩뿌렸다. 눈이 멀었던 날은 재미를 못 봤지만, 오늘은 그런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떴다. 카지노 게임 싱크대에 쌓여 있는 설거짓거리를 얼른 해치우고, 장롱에 처박아 두었던 무드등 하나를 꺼냈다. 향초를 켤까도 고민했지만, 설화의 성격상 현관부터 나를 덮칠 것 같았기에, 그 생각은 덮었다. 냉장고를 여니 스타벅스에서 산 조각 케이크 두 개가 보였다. 냄새를 맡아 본 결과, 상하지 않았다는 것이 결론. 카지노 게임 찻장에서 파도 문양이 박힌 접시를 꺼내 케이크를 올렸다. 포크와 나이프, 무드등, 적당한 시간의 환기. 완벽했다. 시계를 보니 대충 10분 이내로 도착할 것 같았다. 카지노 게임 얼른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베어 물었다. 일회용 라이터를 보고 있자니, 설화의 듀퐁이 생각났다.


“어릴 때는 그런 게 있었는데.”


카지노 게임 야경을 보며 혼잣말했다.


“담배 피우는 여자를 향한 동경이라고 해야 하나. 붉은 립스틱에 갈색 코트, 사연 많아 보이는 얼굴. 그게 참 영화처럼 보였어. 지금에 와 보니 그냥 한 명의 길거리 흡연자일 뿐이었는데 말이야.”


카지노 게임 세븐스타 한 개비를 더 꺼냈다. 그 뒤로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서 빨리 설화와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뿐.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난 것 같지도 않은 무렵이었다.


“문 열어!!!”


…참나.


카지노 게임 담배를 입에 문 채로 현관을 향해 걸음을 내밟았다. 문을 여니 뭔가 잔뜩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양반은 못 되시네요.’라는 말을 꺼낼 새도 없었다. 설화의 해맑은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미안! 안주도 가득 샀거든!”


바닥을 보니 브랜드가 다른 초콜릿들이 한가득 떨어져 있었다.


“뭐야, 뭐야, 이 분위기 뭔데?”


설화는 그제야 구두를 벗으며 나를 바라봤다. 카지노 게임 음흉함이 보일 듯 말 듯 한 눈빛을 비췄지만, 그녀는 이미 나를 지나친 뒤였다.


“출근이니, 집에 가라느니, 별 지랄 다 하더니 결국은 너도 바랐나 보네? 나 안 왔으면 오늘 잠 어떻게 자려고 했어.”


“오신 대서 준비한 겁니다만.”


“그러니까. 이거 완전 떡각을 잡아놨네.”


“전에도 생각했지만, 팀장님은 단어 선정이 너무 거치세요.”


“매력 있지?”


“네.”


“얼마나?”


“깨물어 먹고 싶을 만큼?”


그리고 카지노 게임 곧장 입술을 들이밀었지만, 설화는 휙 하고 얼굴을 돌려 버렸다.


“일단 좀 취하자. 나 지금 엄청 갈증 나거든. 재떨이도 하나 줄래?”


그녀가 입술을 피하는 순간, 대충 짐작이 갔다.


“여기요.”


‘핑-’


여전한 소리. 카지노 게임 설화에게 물었다.


“라이터 좀 봐도 돼요?”


“안 돼. 아무리 너라도 이놈만큼은 줄 수 없어.”


“닳나요?”


“응. 내 마음이 닳아.”


“뭐래.”


“떨어뜨리면 어떡하지. 익숙지 않은 묵직함에 뚜껑을 잘못 열면 어떡하지.”


그리고 설화는 짧은 연극을 그만두고서 나에게 라이터를 건넸다. 카지노 게임 그녀의 새빨간 매니큐어를 훔치듯 바라보며 라이터를 쥐어 들었다.


“이깟 불쏘시개에 돈백을 태우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데요.”


“이리 내.”


“취소, 취소.”


“케이크는 웬 거야?”


“생일이었거든요.”


“뭐?! 언제?”


“어제인가? 아니다. 그제네요. 눈이 보였던 날이었으니까.”


“말을 하지. 초는?”


“안 받았어요.”


“미생아.”


설화가 맥주 캔을 열며 말했다.


“네.”


“사실 오늘은 그것 때문에 왔어.”


카지노 게임 대답했다.


“실은 저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어요. 어떤 게 궁금하세요?”


설화가 맥주를 한 모금 홀짝이고는 대답했다. 달라진 눈빛과 함께.


“전부.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 왜 하필이면 3일에 한 번인지. 속상한 마음은 괜찮은지. 어떻게 그 상태로 무너지지 않고 살 수 있었는지. 병원에서는 뭐라고 말했는지. 그리고, 어째서 나한테 그런 비밀을 알려줄 수 있었는지.”


설화가 말을 마치자, 한숨이 새어 나왔다.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예상 지문이 그대로 들린 게 신기했다. 조금은 섬찟하기도 했고. 그러나 카지노 게임 알고 있는 게 없다. 이 저주를 어떤 말로써 표현해야 하나. 그것도 나를 사랑해 주는 여자에게.


“말하자면 긴데…”


말을 끝내지 못한 그 짧은 순간에 온갖 거짓말들이 나를 유혹해 왔다.


“괜찮아. 오늘 다 듣고 갈 거거든.”


설화의 차분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


“어느 저녁이었어요. 한동안 잠잠하던 불면증이 다시 심해져서 향초를 사러 나간 날이었죠.”


카지노 게임 솔직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디?”


“백화점이요.”


“그래서?”


“별거 없었어요. 직원이 골라 준 향초를 구매하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려는 찰나였을 거예요. 어느 맹인인 할머니가 손녀를 찾는답시고 소리를 빽빽 지르더라고요. 그때 저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저런 년이 뭐 한다고 백화점까지 와서 지랄이야.’라고.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눈이 멀어 있더라고요. 지금이야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집에 있는 거울이란 거울은 모조리 부숴 버렸으니까요. 밖으로 나갈 엄두는 감히 낼 수도 없었어요. 눈을 가리고 세상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반나절이 지났어요. 그 모든 투정을 부리고 나니, 어제의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아, 내가 속으로 그런 말을 했었지. 그렇구나. 그래서 벌을 받은 거구나. 그런 거라면, 받아들일 수 있어. 회사는…”


“미생 씨.”


내 말을 끊은 설화는 들고 있던 맥주를 길게 들이켰다.


“네.”


“그거 정말이야?”


“보셨잖아요. 제 눈.”


“솔직히 난 렌즈 끼고 장난치는 줄 알았어. 아니면 희귀병이겠거니 했고.”


“이게 저주 걸린 나란 사람의 이야기의 끝이에요. 사실, 마음이야 진즉 먹고 있던 거긴 하지만요. 팀장님에게 전부를 걸어야겠다고.”


“뭘 거는데? 네 인생? 누구한테 말했다가 인생이 끝장날 것 같아서?”


카지노 게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직전이었거든요. 무너지기.”


설화가 말했다.


“미생 씨, 오해하는 거 같은데,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야.”


“그래도 최소한 덜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덜 나쁜 사람은 또 뭐야.”


“당장에 방송국으로 전화를 건다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떠벌릴 인물은 아닌 사람.”


“야. 괜히 단물 먼저 빨려고 하지 마. 이 세상에 야망 없는 여자는 없어. 모두 다 한탕주의를 꿈꾸며 살고 있다고. 하지만…”


말을 멈춘 설화는 남은 맥주를 몽땅 입에 털어 넣었다.


“어제 본 네 눈은 정말 아름다웠어. 진심이야. 그런데 자초지종을 듣고 나니 좀 미안해지네.”


“이거 봐요. 착한 사람 맞잖아.”


“저주라…, 그거 마치 판타지 영화 같은걸.”


설화의 그 말에 카지노 게임 물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넌 어떻게 살고 싶은데.”


“돌아가고 싶어요. 예전으로.”


“그 뒤로는 착한 마음씨로 사람들을 바라봤어?”


“그러려고 노력했어요.”


“노력만?”


“노력 말고 제가 뭘 더 해야 하죠?”


“진심으로 기도해야지. 제발 이전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이만큼 벌을 받았으면, 아니, 그 전에. 언제부터 시작된 저주야?”


카지노 게임 눈을 감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작년 12월 13일. 회사에 입사한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무렵이려나요. 그때부터 병가를 썼으니까.”


“뭐? 그런데도 왜 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


“그땐 남자친구가 있으셨겠죠.”


“아아. 그러네. 개 같은 화가 새끼. 자고 일어카지노 게임데 내 나체를 그리고 있더라니까? 미친 거 아니야?”


카지노 게임 합장하듯 양손을 붙이며 말했다.


“그 사람도 저처럼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게 될 거야. 오늘부터 내가 기도할 거거든. 미생 씨에게 기생하는 저주가 그 새끼에게로 옮겨 가기를.”


그리고 설화는 손가락을 차례로 굽히며 말을 이었다.


“어제 그랬고, 오늘 괜찮고, 내일까진 괜찮은 거야, 그러면?”


“정확히는 자정까지예요. 자정이 되면 눈이 하얗게 변하죠. 어제 보신 것처럼.”


“칼 같구나. 혹시 그런 사례나, 내력 같은 걸 찾아봤어? 과거에 누군가가 그랬다거나, 현재에도 미생 씨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는지.”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본 것 같은데요.”


“두려운 거구나, 그렇지?”


“말씀드렸잖아요. 무너지기 직전이라고요.”


“알겠어. 그럼, 내가 한번 찾아볼게.”


나는 거절의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맥주와 초콜릿에 젖어 새벽이 되도록 수다를 떨었다. 설화는 특히나 오늘 있었던 출판사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다. 글쟁이로 살았던 시간을 말하는 건 나 또한 즐거웠기에, 나는 기꺼이 당시의 나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주었다. 미납금이 빠져나갈 통장 때문에 카드를 쓰지 못하고 현금을 들고 다녔던 일이나, 오만 원권을 내밀 때는 잔돈을 받을 때까지 괜한 머쓱함을 느껴야 했었다는 일이나, 공모전이나 투고에서 거절의 메일이 올 때면 이불 속에서만 지새웠던 일이나. 그리고 내 말을 듣던 설화도 문득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자신은 원체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꿈이란 걸 가져 보지를 못하였고, 이십 대를 생활비 버는 데에만 써 버려서 지금도 간혹 그때의 기억이 꿈에 나오기도 한다고. 그리고 한다는 말이 아픔 없는 사람은 없다나.


“누나, 우리 내일 출근 어떻게 하지?”


설화는 피식 웃었다.


“영감이 그런 걸 신경이나 쓸 것 같아?”


“나야 그렇다지만, 누카지노 게임 어떡하려고. 같은 옷 입고 출근하면 오해할 거야.”


“그거 알아?”


“뭐?”


설화가 셔츠를 벗으며 말했다.


“너 오늘 못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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