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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다 Mar 18. 2025

카지노 쿠폰거나 혹은, 허물거나.

하혈과 복통에서 깨닫게 되는 경계에 대한 끝없는 고민

여자들은 배가 아프면 혼란스럽다. 어디로 가야 하지? 내과? 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출처: 픽사베이


아. 배가 아프다. 아랫배가 좀 빵빵한 것 같기도 하고. 사르르 한 것이 약 올리듯 싶다. 좀 참아보면 나아지겠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프다. 뭘 잘못 먹었나. 좀 더 참아보자.

아,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몸을 구부리고 배를 움켜쥐어도 아프다.

카지노 쿠폰에 가야겠다. CT를 찍자고? 그래, 이 정도 아프면 CT 정도는 찍어야지.

세상에, 이게 뭐야. 누가 봐도 시꺼먼 혹이 아랫배 가운데에 떡하니 있는 게 아닌가. 혹이 너무 커서 큰 병원에 가야 한단다. 의사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돌린다. 난소 혹이 너무 커서 꼬인 것 같다며 수술을 해야 한단다. 나는 급히 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큰 병원 응급실에서 수액 맞으며 한참을 기다리니 산부인과 선생님이 오셨다. 아까 찍은 CT 확인하니 자궁이랑 난소 다 괜찮은 것 같다며 확인 차 초음파 한번 보자 신다.

어휴. 저 지금 너무 아프다고요.

산부인과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더니 조심스레 물어본다. 혹시, 소변 언제 보셨어요? 마렵지 않으세요?


딱딱한 당직실 침대에서 겨우 잠이 들었는데 전화가 울린다. 응급실이다. 난소혹이 커서 염전이 의심된다고, 응급수술 가능성 있는 카지노 쿠폰인데 전원 가능 여부를 묻는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시계를 본다. 지금 응급수술 들어갔다 나오면 아침이겠네. 카지노 쿠폰 올 때까지 좀 더 자고 있어야겠다.

다시 전화가 울린다. 환자 도착했나 보다. 전산을 열고 등록된 타 카지노 쿠폰 CT를 훑어본다. 아무래도 난소 괜찮은 것 같은데. 일단 급히 응급실로 내려가본다. 옆으로 돌아누워 배를 감싸 안고 인상 쓰고 있는, 저 환자인 것 같다.

카지노 쿠폰분, 제가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초음파검사를 한 번 더 하시는 게 좋겠어요. 초음파 한번 볼게요.

에고. 방광에 소변이 가득하네.혹시, 소변 언제 보셨어요? 마렵지 않으세요?

카지노 쿠폰가 의아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아, 아까 낮에 보긴 했는데.

지금 소변 한 번 보고 오시겠어요?

화장실에 다녀오는 카지노 쿠폰의 표정이 가볍다. 나는 소변만 보라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명의 취급을 받는다.


나에게는 의사 후배이면서 산부인과 의사로는 선배인 소중한 인연이 있다. 이 힘든 시국에도 대학병원을 지키며 ‘교수님’을 하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밤샘 당직을 한다. 지난 당직에 골반 내 종양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위해 전원 온 환자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소변이 너무 많이 차서 방광이 커져 있는 것을 뱃속 난소 혹으로 오인한 것이었다며, 밤샐 뻔 한 위기를 넘겼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처럼 산부인과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왔지만 실은 그게 아닌 경우들을 종종 겪는다. 그나마 대학병원 정도 규모의 상급병원은 병원 내에 다양한 진료과가 있어 협의진료가 가능하니 산부인과 문제가 아니어도 (시간은 엄청 오래 걸리지만) 해당과 응급 진료를 보거나 외래 예약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동네 병원에서는 다른 병원 가보셔야겠다고 목 터져라 설명해도 실제로 다른 병원을 갔는지, 이제 아픈 건 괜찮아졌는지 알 도리가 없어서 늘 환자들의 뒷일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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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 보고 닦은 휴지와 내 몸에서 나온 것들을 잘 살펴만 봐도 어디서 피가 나는 건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얼마 전 내 외래에 오셨던 69세 그녀도 그랬다.


“선생님, 내가 어제 낮에 피가 좀 났거든요?”


산부인과는 피범벅인 곳이다. 나는 피 보는 의사라고 말할 만큼 피가 익숙하지만 산모의 출혈과 60세 넘은 환자들의 하혈은 늘 긴장된다. 산모는 늘 산모와 태아, 두 명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고, 이미 폐경이 지난 여성의 질출혈은 암부터 생각나기 때문이다. 왜 이제야 병원에 오셨냐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면 회춘하는 줄 알았지, 하고 되려 큰 소리를 치는 할머니를 내가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선생님, 내가 어제 낮에 피가 좀 났거든요. 내가 자다가 일어났는데 내 팬티랑 바지가 다 젖었어. 이런 일이 처음이라 정말 놀랐다고요. ”


네, 저도 놀랐어요. 속옷과 바지가 다 젖을 정도로 피가 났는데, 지금 카지노 쿠폰에 오셨다고요.

“배가 아프거나 다른 증상 있으셨던 건 아니고요? ”


“네. 어디 아픈 것도 아니구. 내가 자다가 축축해서 일어났더니 그런 일이 있었다니까요. “


“많이 놀라셨겠다. 지금도 피가 나나요? ”


“아니요. 어제 한번 그러고. 그 이후로는 또 괜찮아요. “


“피 색깔이 어땠는데요? ”


“엄청 까만 게, 많이 나왔다니까요. ”


“혹시 짜장 같은 느낌 아니에요? 까맣고 좀 질퍽거리고요. ”


“어, 맞아. 맞아요. 짜장. ”


“냄새도 좀 특이했죠? “


“네네. 맞아요. 냄새도 시큼한 게 희한하고 짜장 같고. 지금은 안 그러는데 이게 왜 그런 거래요. ”


이건 전형적인 흑색변의 모양새다. 복잡하게 생겼네. 어휴. 내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일단 검사부터 할게요. 초음파보고, 밑에 보고요. ”


질초음파를 먼저 보니 자궁 내막도 얇고 다른 이상 소견도 보이지 않는다. 초음파로 확인한 방광도 마찬가지다. 질경을 넣고 떨리는 마음으로 질을 벌려본다. 두근두근. 피가 잔뜩 들어있음 어쩌지. 그다음 내가 할 일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해야 할 검사들과 암의 가능성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니까.

어랏. 질 안이 너무나도 깨끗하다.


“혹시 질 안도 닦고 오셨어요? “


“어휴, 이 안에를 어떻게 닦아. 안 닦았어요. 밖에만 닦았지. ”


“잠깐 엉덩이 좀 벌릴게요. ”


나는 항문을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까만 변(흑색변, melena)은 상부 위장관(식도, 위, 십이지장)의 출혈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말라버린 까만 변 쪼가리라도 항문에 붙어있다면 내과에 가보시라는 나의 권유에 조금 더 힘을 실을 수 있으니까.


“네, 이제 조심히 내려오세요. ”


“저 나쁜 병 있는 거예요? ”


“질 안이 너무 깨끗해서요. 어제 그러신 거면 아직 피가 났던 흔적이 좀 보여야 하거든요. 근데 피가 하나도 없어요.

그 정도 시꺼먼 게 나왔으면 소변은 아닐 거 같지만 그래도 소변 검사도 해보는 게 좋겠어요.

제 생각엔 최근에 특별히 드신 음식이나 철분제나 그런 약들은 없는지 정리해 보시고 내과에서 내시경 받아보시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말씀하신 건 변에 피가 섞여 나온 것 같거든요. 주무시다가 그런 일이 있으셨다는 게 좀 설명이 어렵지만 지금으로서는 내시경을 먼저 해보시는 게 맞는 검사 같아요.

어지럽지는 않으세요? 숨쉬기 불편하거나 두근거리나 하진 않고요? 피가 밖으로 많이 나와서 몸에 피가 부족하면 그럴 수 있거든요. “


“아니, 그럼 내가 자다가 똥을 쌌다고? ”


그래서 저도 이런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요. 아무리 늙어도 자다가 똥을 쌌다는 게, 지린 것도 아니고. 이걸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요. 말하는 저도 죄송하고 조심스러워요. 근데 어쩌겠어요. 번지수 잘못 찾으셨어, 산부인과 말고 다른 곳 가셔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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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밑에서 피가 나면 모두 산부인과에서 본다고 생각하는 거죠. 출처: 픽사베이



하혈.

밑에서 나는 피는 모두 ‘하혈’이라고 한다. 이전에도 여자의 아랫구멍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여자의 아래에는 구멍이 3개가 있다. 요도와 질, 그리고 항문. 하혈은 이 3가지 구멍에서 나는 피를 말한다. 그 피가 어디서 났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의사의 몫. 하지만 환자들도 피가 난 상황을 잘 생각해 보면 내가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팬티나 바지가 젖을 정도의 출혈이면 질 출혈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일단, 질출혈이라면 생리주기를 한 번 체크해 보자. 이게 지금 생리인가요, 하고 카지노 쿠폰에 오는 사람도 있다. 출혈량이 많지 않다면 임신 가능성을 염두하고(성관계를 한 적이 있다면 모두 해당) 임신테스트기를 해 보도록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중형 생리대 한 장이 30분 이내에 흠뻑 젖을 정도의 출혈은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저하지 말고 즉시 카지노 쿠폰에 가야 한다. 동네 카지노 쿠폰 말고, 수혈이나 수술이 가능한 큰 카지노 쿠폰으로. 더불어 어지럽거나, 두근거리거나, 숨 쉬기가 힘든 증상은 내 몸에서 보내는 피가 부족하다는 신호이므로 이 역시 바로 큰 카지노 쿠폰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폐경된 여성의 질출혈은 암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한다. 어르신, 절대 폐업한 자궁과 난소는 회춘하지 않는다구요.


소변본 후에 휴지로 닦았더니 피가 묻어있다, 할 때에는 요도 혹은 소변에 피가 섞여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소변본 후 바로 변기 뚜껑 닫고 물 내리지 말고 소변 색깔 한번 살펴보자. 그리고 소변볼 때 통증이나 불편감은 없는지, 잔뇨감이나 빈뇨가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소변보고 나니 변기가 빨갛다 한들, 이게 질 속에 있던 피가 뚝 떨어진 건지 소변의 피인지 그냥 변기만 들여다봐서는 알 도리가 없다. 그래서 애매한 경우에는 소변검사도 하고, 질경으로 질 속을 포함한 부인과 진찰을 해야 하는 것이다.


어디 부딪히거나 넘어져서 다친 경우에는 요도를 다쳤을 수도 있고, 외음부를 다쳤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거울을 아래에 비춰서 확인하면 다친 부위를 알 수 있긴 하지만 밑을 보는 게 그렇게 편한 자세는 아닌 데다가 비의료인이 내 요도와 음순 어디 다쳤는지를 쭈그리고 앉아서 털을 헤쳐가며 쳐다보고 구분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니까. 그리고 어떻게 다쳤느냐에 따라서 다른 검사들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바로 카지노 쿠폰에 가도록 한다.


항문의 피는 좀 다르다. 항문을 휴지로 닦는 건 웬만해선 의식하고 하는 일이니까.

대변보고 나니 변기가 빨갛더라, 물론 대변볼 때 소변도 같이 보니 소변의 피 일수도 있고, 질출혈이 변기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정황상 내가 평소 변비가 심하고 똥이 좀 딱딱했다, 오늘 힘을 좀 유난히 많이 주었더니 똥꼬도 아프고 그랬다 하면 항문이 찢어지거나 딱딱한 변 때문에 직장이 긁혀서 나는 피 일 것이다. 그리고 변 자체에 피가 좀 묻어있거나 섞여 있는 경우도 있으니 똥 싸고 나면 내 똥도 한 번 봐주세요.

그리고 위의 케이스처럼 상부위장관 출혈이 있을 때에는 피가 장을 타고 내려오는 동안 산화되어 까맣게 변하기 때문에 까만색 변을 볼 수 있는데 끈적거리고 시큼한 악취가 나는 특징이 있다. 이 역시 바로 카지노 쿠폰에 가서 내시경을 포함한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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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하죠, 산부인과 여의사 선생님? 출처: 픽사베이


보통의 여자들은 그 피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다 알면서도 꼭 산부인과를 먼저 온다. 하물며 내 똥꼬에서 피가 난다면서 항문외과보다는 산부인과를 먼저 온다니까요. 여의사 산부인과를 기꺼이 찾아오신다고요. 대게는 증상이 가벼운 경우가 많아 간단한 설명과 약 처방을 하긴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전문의의 진료와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구분하여 안내하는 것도 내 몫이 된다.


카지노 쿠폰분, 지금 바로 응급실로 가서 수액 맞고 내시경 검사 하셔야 해요.

카지노 쿠폰분, 여기서 소변검사 해볼 수는 있지만 검사 결과에 따라서 비뇨기과 가셔야 해요.

카지노 쿠폰분, 이번에 제가 드린 약 발라보시고서도 계속 항문에서 피가 나면 그때는 항문외과에 가셔야 해요.

환자분, 산부인과적으로 배가 아플만한 원인은 없는 것 같아요. 통증이 2-3일 더 지속되면 내과 한번 가보시겠어요?

카지노 쿠폰분, 지금 이 통증은 맹장염이 의심되거든요. 맹장염의 치료는 수술이라 지금 바로 수술 가능한 외과로 가셔야겠어요.


나만의 경계를 카지노 쿠폰는 일. 출처: 픽사베이


분명 경계가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밀접하여 그 경계를 분간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지만 꼭 여성 생식기만 보지도 않을뿐더러, 그럴 수도 없다. 나는 방광도 봐야 하고, 항문도 봐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산부인과에서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할지, 비뇨기과를 가야 할지, 외과를 가야 할지, 내과를 가야 할지 모호한 경계 위에 서 있는 환자들을 안내해야 한다. 내가 잘 알고 잘하는 것과 잘 알지 못하는 것들 속에서 헤매는 환자들의 손을 이끌어 맞는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진료과의 경계를 지켜주는 것이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를 제공해 주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의사로서 일을 하고, 엄마로서 아이를 돌보고, 아내로서 남편을 챙기고, 딸로서, 며느리로서 부모님을 신경 쓰고 있어서 정작 내 경계는 제대로 지키지 못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 라는 한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역할이 늘어날수록 내가 하찮게 느껴지는 건 그만큼 내가 나를 돌볼 여유가 없다는 증거일 텐데, 역할의 경계마저 얽혀있어 복잡할 때가 많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나의 가족에게 내색했던 일, 당직도 아닌데 힘들어하는 환자를 두고 나올 수 없어 엄마 보고 싶어 하는 딸을 모르는 체하며 밤새 병원을 지켰던 일, 남편과 싸우고 빈정 상한 마음을 아이에게 표현했던 일, 아이가 말을 안 들어 혼내고 불편한 마음으로 출근하여 온종일 어두운 표정으로 일을 했던 일,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잘 되지 않았던 걸 알면서도 남편에게 짜증 냈던 일. 이 또한 경계를 지키지 못했던 부족한 나의 모습이다.


나의 경계, 나만의 경계, 나를 위한 경계.

경계를 위한 선을 어디에, 어떻게 그릴지는 내가 정해야 한다. 환자들에게 그렇게 해주었듯이. 적절하게 경계를 구분하여 지켜내야 할 것들을 골라내야 한다.


오롯이 나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한 나의 경계.

건강한 관계를 위해 지켜야 할 관계에서의 경계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에서 갈등하는 나의 양심의 경계.

도전과 포기 사이에서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나의 가능성의 경계.

존재와 소멸, 노화와 병듦으로 이어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


경계란 무엇일까. 나의 가치를 지키는 방패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를 가두는 벽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경계는 지켜야 하고, 어떤 경계는 허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는 끝이 없다. 마치 내가 자궁과 난소, 질을 끊임없이 공부하면서도 방광과 항문도 가끔은 쳐다봐야 하고 아닐 때에는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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