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 평생 살 주택을 구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내가 짓지 않는 이상 입맛에 딱 맞는 집을 찾기도 어렵고, 예산에 딱 맞는 집을 찾기란 더 어려웠다. 시멘트 공장이라는 복병을 만나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첫 집 이후, 차례로 찾은 두 집 역시 나름의 문제가 있었다.
두 번째 집의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었다. 복잡한 도시가 싫어 카지노 게임살이를 선택한 만큼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은 건 당연했다. 어찌 보면 그런 면에서 두 번째 집은 아주아주 한적하고 너무너무 조용한, 평화로운 카지노 게임살이를 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집임이 틀림없었다. 문제는 아주아주와 너무너무에 있었다.
마을 어귀에서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서도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법한 오르막길을 따라 산을 오르고 또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그런 집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서 이사를 한다 한들 과연 이삿짐 차가 올라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오르고 또 올라야 하는, 그야말로 꼭대기 집. 낮이니까 다행이지 어스름이 깔린 뒤였다면 올라오는 길에 멧돼지든 귀신이든 뭐 하나는 만났을 것 같았다. 정말이지 사람 하나 죽어 나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이 아주아주 한적하고 너무너무 조용했다.
마치 산봉우리를 칼로 숭덩 잘라낸 것처럼 매끈한 대지 위에 단층 주택 한 채가 덩그러니 서 있었는데 먼발치에서 보고 있자니 머털도사에 나오는 누덕봉이 생각났다. 이런 곳에 살면 팔순 잔치할 때쯤 머리털 세우는 도술 정도는 부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건 어쨌든 누덕봉… 아니 마당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사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넓게 펼쳐진 푸른 논, 그리고 논과 논 사이 드문드문 보이는 아담한 시골집들. 마치 연하게 그려 놓은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계속 보고 있자니 가을과 겨울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왠지 지금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일 것 같았다.
그저 보기만 해도 이너피스를 백만 번 읊조린 것같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 두통뿐 아니라 치통과 생리통에도 효과가 있을 것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같은 절경을 아침저녁으로 씹어 먹을 수 있다면 꼬불꼬불 산길 따위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아니다. 정신 차리자.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오도 가도 못하고 집에 고립되어 냉장고나 파먹으며 눈이 녹길 기다려야 할 게 뻔하다. 어디 그뿐인가? 훗날 운전하기도 버거운 나이가 된다면, 심지어 자식도 없는 우리 부부는 어찌 살아야 할까? 팔십 넘으면 산에 누운 사람이나 안방에 누운 사람이나 매한가지라고 하지만 안방이 산에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다. 카지노 게임 보러 온 건지 묫자리를 보러 온 건 아니니까.
실장님의 설명을 듣자 하니, 집주인은 은퇴 후 귀촌한 노부부라고 했다. 산 위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즐기다가 사정이 생겨 다시 도시로 돌아가게 됐고 집은 아직 안 팔렸지만, 두 분은 이미 이사를 가셨다는 것이다. 전망 좋은 터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놓고 심지어 마당 한쪽에 황토 찜질방과 아궁이까지 만들어 놓고도 떠난 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저 긴 휴가처럼 잠시 살다 돌아갈 생각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 번째 찾아간 집 역시 귀촌한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꼭대기 집도 아니고 시내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조용한 마을의 주택이었다. 잔디가 깔린 작은 마당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뒷마당엔 대여섯 가지 작물은 충분히 키울 수 있을 법한 텃밭도 있었다. 집 자체는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지만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있었다. 대문 밖 길 건너 백 평은 족히 돼 보이는 밭을 같이 매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집을 사면, 밭을 사은품으로 드려요!’라면 고맙겠지만 집과 밭은 오직 세트로만 판매하는 상품이었고, 세트의 가격은 우리 예산보다 한참 위,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노부부 역시 집을 정리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하셨다. 이미 들어갈 아파트도 마련한 상태라 시세보다 싸게 팔더라도 집과 밭을 묶어서 한꺼번에 처분하길 바라는 모양새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카지노 게임살이를 준비하면서 귀촌 경험담을 많이 접했다. 그중에는 의외로 귀촌했다가 도시로 돌아갔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주택 관리의 어려움, 동네 주민들과의 마찰, 생활의 불편함 등 이유도 다양했다. 글들을 보고 있자면 하나같이 나에게 ‘이래도 귀촌할래?’ 으름장을 놓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꺾일 내가 아니다. 고집 세기로 유명한 안 씨와 강 씨 사이에서 나온 놈이 바로 나다. 고집불통.
'아마도 카지노 게임이 덜 고팠던 게지… 난 아니야.'
시들시들 생기 없는 카지노 게임의 삶에 넌더리가 난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했다. 내가 카지노 게임를 그리워할 리가 없다. 하지만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최선을 다해 카지노 게임로 헤엄치는 분들을 하루에 두 번이나 만나고 나니 손톱만큼 걱정이 자랐다.
사실 카지노 게임살이를 준비하면서 딱 하나 걱정되는 부분이 병원이었다. 연말정산 의료비 항목이 6,000원이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끼니는 걸러도 통풍 약은 먹어야 살 수 있고, 온갖 성인병 전 단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나란 놈은 가족력 강한 질병이란 질병은 다 가지고 있는 집안의 자식 아닌가. 앞으로 십수 년 안에 내 건강 상태가 어떨지, 살아는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른한 군데는 아니지만 입맛대로 골라 가는 재미가 있는 대형 병원이 차고 넘치는 도시를 버리고 시골로 간다는 것이 마음 한구석에 찜찜하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집을 팔려고 하는 분들이 죄다 도시로 돌아가려는 어르신들이라니… 심란했다.
‘지금 저분들이 이십 년 후의 내 모습일까?’
갑자기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지는 기분이다. 이너피스. 시골로 내려가서 건강한 삶을 얻는 대신 치료의 기회를 잃을 수도 카지노 게임 것이다. 그때쯤이면 지금의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가족이라곤 둘 뿐인 우리 부부 중 한 명만 남게 되는 시간이 찾아온다면 말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십 년 동안 지금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이대로라면 이십 년을 온전히 살 수 카지노 게임지도 모르겠다. 모르고 시작한다면 몰라도 알고 시작한다면 문제의 시간이 찾아왔을 때 조금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까? 충분한 시간이 지나 시골 생활에 완전히 배어든다면 오히려 익숙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난 오늘 만난 도시 유턴자들보다 이른 시기에 도시를 떠났을 테니까, 시골 쥐의 옷으로 갈아입을 시간이 충분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애초에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늘어난 평균 수명과 줄어든 출생률이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죽을 만큼 큰 병이라면 그냥 죽는 게 세상 이치에 맞는 거겠지. 십 년을 더 살든 이십 년을 더 살든 사는 동안은 사는 것처럼 살아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집은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었다. 지은 지 3년이 채 안 된 신축 주택인데 심지어 복층이었다. 나무 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2층에는 작은방과 화장실이 있었는데 방문을 열고 나가면 데크가 깔린 넓은 테라스가 있었다(이 데크 깔린 테라스가 정신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이때는 몰랐다). 부라보! 마당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어서 텃밭 농사는 힘들겠지만 다행히 작은 정원이 있었다. 나무 두 그루가 심겨 있는 정원을 어떻게든 텃밭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떻게든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이때는 몰랐다). 또 한 가지 맘에 들었던 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귀촌했거나 시내에서 살다가 들어온 이들이라는 점이었다. 도시 유턴 이유 중 하나가 원주민과의 갈등이란 걸 생각하면 텃세 없는 동네는 엄청난 메리트다.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집이었지만 덜컥 계약하기엔 겁이 나기도 해서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동안 그 집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상사병이란 게 이런 건가? 핸드폰에 담아 온 사진을 보고 또 보고, 행여나 누군가에게 팔리지 않았을까? 부동산 사이트에 수시로 들어가 확인했다. 남들은 최소 한 달에서 길게는 반년까지도 카지노 게임 보러 다닌다던데… 그러기에는 우리 부부의 지구력과 인내력이 한참 모자랐다. 실장님께 전화를 걸어 계약하겠노라 선언해 버렸고, 2주 뒤 가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조금은 충동적으로 연고 없는 시골에 카지노 게임 샀다.